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이제훈, 일찌감치 시즌2를 꿈꾸는 '모범택시'의 히어로

강선애 기자 작성 2021.06.11 12:58 수정 2021.06.11 13:48 조회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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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모범택시'를 아끼고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저한텐 잊지 못할,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은 작품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저도 모르지만, 잊지 않고 기다려주시면 좋겠어요."

끝난 드라마가 시즌제로 이어지려면, 시청률 수치로 보여주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 간의 끈끈한 팀워크, 제작진에 대한 무한 신뢰, 다음 이야기가 계속되길 바라는 시청자들의 염원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게 맞아떨어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에, 후속 시즌 제작으로 이어지는 일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극본 오상호 이지현, 연출 박준우)를 막 끝낸 배우 이제훈은 벌써부터 시즌2를 꿈꿨다. 인터뷰를 진행한 한 시간 남짓 동안, '모범택시'의 다음을 기약하는 말들을 여러 차례 꺼냈다.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지, 함께 한 동료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가 느껴졌다. 이제훈에게 '모범택시'는 진심이었다.

# 첫사랑 그리던 순수 청년, 액션맨으로 거듭나다

이제훈은 '모범택시'에서 무지개운수 소속의 택시기사이면서,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범죄자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가하는 김도기 캐릭터를 열연했다. 김도기도 어머니가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한 끔찍한 트라우마를 지닌 범죄 피해자 가족이었다. 그 아픔 때문에 밝은 모습은 잃었지만, 따뜻한 본성으로 피해자를 위로하고 특수부대 출신의 남다른 무술 실력으로 가해자를 응징했다.

"김도기는 어머니를 안타깝게 여의고 그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보니, 처절하게 외로운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무지개운수 사람들 사이에서도 김도기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처음에는 다가가기 쉽지 않은 인물로 미스터리하게 접근하면 좋지 않을까 했죠. 또 억울한 피해자들을 대신하는 해결사의 모습이 있기 때문에, 가볍지 않고 묵직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그리고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들을 그리다 보니, 중심축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김도기가 흔들리지 않는 담대함이 있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존재감 있게 비쳐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기했어요."

이제훈

이런 캐릭터 분석을 바탕으로, 이제훈은 '모범택시'의 중심을 탄탄하게 잡았다. 분노를 자아내는 잔혹한 범죄와 그것에 당한 피해자의 고통을 다루는 만큼 어두 수 밖에 없었던 '모범택시'의 틀을 김도기가 되어 묵직하게 이끌었고, 동시에 시원한 액션 연기로 복수의 통쾌함을 선사했다.

이제훈의 액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첫사랑을 그리던 순수한 청년으로 시작해, 드라마 '시그널', 영화 '박열'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이제훈이지만 '액션배우'의 이미지는 약했다. 그런 그가 '모범택시'를 통해 다양한 맨몸 액션, 카체이싱 등을 선보이며 '액션도 되는' 배우로 거듭났다.

"김도기가 다수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강렬한 액션을 보여줘야 하기에, 계속 체력적으로나 상황에 있어서 언제든 몸을 내던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려 했어요. 전부터 액션 장르를 꿈꿨고 제대로 해보고 싶단 열망이 있었는데, 무술감독님과 무술팀의 크루들이 합심해서 도와줘 좋은 액션 장면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많이 지치고 힘든 상황이었지만, 함께 하는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기에 성취감을 느끼며 액션 장면들을 해낼 수 있었어요. 특히 카체이싱 장면들은 지금 다시 하라면 못할 거 같아요. 그게 가능하도록 환경을 마련해준 제작진과 지도해 준 무술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모범택시'를 끝까지 제대로 본 애청자라면 이제훈의 액션 연기에 이견을 제시할 수 없다. 그런데 초반에는 이제훈의 액션에 뜻하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한 장면에서 이제훈과 액션 대역 배우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워 대역의 존재가 눈에 띄었고, 이게 주연배우의 책임론으로 이어졌다. 성실하게 액션을 준비했던 이제훈의 입장에선 충분히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항상 무술감독님이 제가 할 수 있는 역량만큼의 무술을 디자인해 주시기에, 저도 사전에 다 준비했고 현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상태였어요. 하지만 당시 현장에서는 혹시나 모를 사고나 배우가 다치는 부분에 대해 감독님의 걱정과 염려가 컸어요. 결과적으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게 아쉽기도 하지만, 전 크게 달라질 게 없었어요. 늘 하던 대로, 배우는 연기로 보여주는 거니 더 준비를 잘해서 연기해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연기에 계속 임하려 했죠. 다만 제작진과 감독님이 제게 굉장히 미안해하셨어요."

이제훈

# 다채로운 부캐릭터 연기, 배우로서 큰 행운

극 중 김도기는 평소에는 말수 없고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존재지만, 복수를 위해 나설 때면 짜여진 '작전'에 맞게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했다. 잔망스러운 장사꾼, 일진들에게 당하는 선생님, 대포폰을 유통하는 조선족 왕따오지 등 '본체' 김도기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제훈은 이런 김도기의 다양한 '부캐릭터' 연기가 드라마 인기에 한몫했다고 생각했다.

"김도기가 사건사고들을 해결하며 언더커버로서 보여준 다양한 캐릭터들을 재미있게 봐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그게 김도기와 간극이 있고 다르게 표현되는 측면에서, 혹시라도 이해받지 못할까 하는 개인적인 걱정도 있었어요. 그래도 왜 이 복수를 해야 하는지 명확한 스토리 라인이 있다 보니, 시청자도 그런 부분들을 믿고 응원해주신 거 같아요. 에피소드마다 보여진 부캐릭터들을 제가 좀 더 자유롭고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도,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김도기가 선보이는 '부캐릭터'의 향연이 '모범택시'의 재미요소로 작용했지만, 여러 개의 캐릭터를 그때그때 다르게 표현해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서 이제훈이 지난 세월 쌓아온 '연기 내공'이 드러났다.

"에피소드별로 나오는 부캐릭터들을 바로 준비해 선보이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는데, 전부터 제가 염두해 온 게 있어요. 배우로서 언제 어떤 캐릭터를 맡을지 모르기에, 저 스스로 캐릭터들에 대한 정의와 나열을 준비해 왔었어요. 저와 거리가 먼 인물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예전부터 계속 생각했던 걸 이번 작품에서 끄집어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또라이나, 나사가 풀린 인물, 그런 걸 연기할 수 있었죠. 배우로서 이런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일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즐기면서 연기했고, 그래서 더 잊지 못할 캐릭터로 남을 거 같아요."

이제훈

연기했던 다양한 부캐릭터 중에서 이제훈에게 가장 강렬하게 남은 건, 털 코트와 치렁치렁한 장신구를 두르고 연변말을 하며 보이스피싱 수장을 홀리던 왕따오지다. 외형부터 말투까지, 여러 측면에서 튀는 캐릭터라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큰 도전이었다.

"강렬한 시도였던 왕따오지 선생을 다른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선보였다면 짧은 시간 안에 설득시키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앞서 보여준 부캐릭터들이 설득을 얻었기에, 그 캐릭터도 강렬하고 도전적이었지만 제가 즐기면서 연기할 수 있었죠. 시청자들이 첫 회부터 이런 이야기를 애정을 갖고 좋아해 주셨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모범택시'가 또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 간다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부캐릭터들을 떠올려 봐요. 변호사나 의사, 검사, 판사, 그런 캐릭터를 연기해본 적이 없어서, 다른 작품에서 선보이지 못한다면, '모범택시'의 부캐로서 연기해 봐도 참 재미있을 거 같아요."

# '모범택시'가 준 메시지, 한 번씩 생각해 보길

'모범택시'는 우리 사회에 일어난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해서 분노와 슬픔에 남다른 공감대를 자아냈다. 법망을 빠져나간 범죄자들을 응징하는 다크히어로들의 활약은 통쾌함을 선사했지만, 법보다 '사적 복수'가 우위에 있어서는 안 되는 현실에서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이제훈은 이런 고민들을 '모범택시'에 녹여낸 제작진에게 신뢰감이 두터웠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이야기라 단순히 재미와 즐거움으로만 보여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저한텐 중요했죠.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작품이냐에 따라 결이 달라지거든요. '모범택시'는 감독님, 작가님을 비롯해 모든 제작진의 태도와 자세가 너무나 진중했고 훌륭했어요. 약자의 편에 서서, 우리가 보여줘야 하는 이야기가 가볍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다들 가득 있었어요. 좋은 작품이 나오도록 모두가 열과 성을 다했죠. 그래서 제가 이 작품에 더욱더 몸과 마음을 쏟아부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모범택시'를 함께 한 사람들이 정말 그리울 거예요. 이렇게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모범택시'를 연출한 박준우 감독은 SBS 등에서 활약한 교양 PD 출신이다. '모범택시'가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범죄 피해자들의 아픔을 다루는데 좀 더 진정성이 있어 보였던 건, 이런 감독의 남다른 이력이 바탕이 됐다.

"사적 복수를 한다는 게 자극적이고 도발적일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가 너무 명확했어요. 그런 부분을 박준우 감독님이 잘 표현해주실 거란 믿음이 있었기에, 전 배우로서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죠. 박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이런 작품은 만들어질 수 없었을 거예요. 감독님이 실제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이야기를 써 내려가려 하는지, 그 마음과 보여주고자 하는 바가 진실되게 다가왔어요. 이야기를 가볍게 다루지 않겠구나, 피해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 누구보다도 크구나, 그게 와닿으니까 저도 더 믿음을 갖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이제훈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꼬집는 작품이었던 만큼, '모범택시'에는 짧지만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명대사들이 많았다. 이제훈도 여러 개의 대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사들이 내포한 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이 곱씹어 보길 바랐다.

"왕수사관(이유준)이 강하나(이솜) 검사에게 말했던 '대나무는 너무 올곧아 큰 바람에 금방 부러지지만, 풀은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다시 일어난다. 행동은 대나무처럼 하더라도 마음은 풀처럼 다시 일어나라. 부러지지 말고 버텨라'고 했던 대사가 강렬하게 와닿었어요. 학교폭력 에피소드에서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죄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도 강렬하게 다가왔고요. 성범죄 피해자를 다룬 웹하드 사건 에피소드에서 '50원, 100원 내고 다운 받아가는 그 사람들이 광산이다'라고 했던 것도, 우리가 곱씹어 볼 부분이라 생각해요. 매 에피소드들에 담긴 메시지들이 의의가 컸다고 여겨요. 이런 부분들을 단순히 드라마로 넘길게 아니라, 사회와 주변 사람들이 한 번씩 생각해볼 계기가 됐으면 해요."

# '모범택시'에서 다시 연기할 날 기다려

"이런 작품을 제가 또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모범택시'라는 이야기가 이렇게 마무리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강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여러분들의 관심, '모범택시'를 또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이 전달된다면, 기회가 마련되지 않을까 꿈꿔봐요."

이제 막 종영했기에, '모범택시' 시즌2에 대한 논의는 아직 없다. 다만 이제훈은 진심으로 '모범택시' 시즌2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는 작품에 대한 애정은 물론, 함께 연기한 배우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에서 기인했다.

"김의성, 장혁진, 배유람, 표예진, 무지개운수 배우들은 다 너무 선해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졌어요. 몸과 마음이 굉장히 지친 상황에도, 무지개운수 사람들을 만나면 너무 편하고 힐링이 됐어요. 재미난 이야기, 농담을 주고받으며 함께 보낸 그 시간들이 저한텐 큰 힘이 됐어요. 그런 마음들이 모여 나온 케미를 시청자도 응원하고 좋아해 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연기를 각자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융화가 되어 서로 함께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마음이 보는 시청자에게도 자연스럽게 비쳐진 거 같아요. 이렇게 만난 사람들이, 저한텐 행운이고 그래서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함께 연기할 날을 다시 기다릴 거예요."

이제훈

이제훈은 '모범택시' 이전에도 '시그널', '박열', '아이 캔 스피크',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등 사회적 담론을 담은 작품 출연 경험이 많은 배우다. 사회를 깊이 있게 바라보는 이런 작품들의 출연이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

"의도하고 선택하는 건 아닌데, 돌이켜 보면 그런 작품들이 많아 저도 신기해요.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전 작품을 맡을 때 연기할 인물을 고민하고 연구하며 그 인물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인물을 둘러싼 가족, 친구, 지인을 생각해요. 그게 좀 더 넓어지면 세상이 되는 건데, 그 인물을 둘러싼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현실적으로 바라보게 되죠. 그런 부분이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어요. 작품 하나하나가 징검다리가 되고, 작품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작품을 선택하고 인물을 연기함에 있어서 더 과감해지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작품에서는 깊이 있게 사회를 담아내고 연기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제훈이지만, '배우'가 아닌 '인간 이제훈'으로서는 특별할 게 없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를 '비어있는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배우 이제훈'으로서는 설명할 것들이 굉장히 많은데, 배우란 타이틀을 빼고 저란 사람을 소개하기엔 뭐가 없어요. 뭔가를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비어있는 사람이죠. 취미나 특기도 없고요. 평소에 영화나 드라마 보거나 음악 듣는 거 좋아하고, 특별히 저에 대해 이야기를 나열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소재가 없어요. 그런 저의 모습이 심심하고 재미없기도 해요. 다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해요. 작품을 통해, 어떤 작품을 만날지 꿈과 상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니까요."

이제훈은 매 작품이 끝날 때마다 차기작이 예정돼 있어 다음을 준비했다. 하지만 '모범택시'가 끝난 지금은 예정된 다음이 없다. 그래서 더 온전한 휴식이 될 수도 있고, 오히려 더 다양한 꿈을 꾸며 다음을 준비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와서, 보통은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을 염두하고 준비하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예정된 작품이 없다 보니 찾아야 해요. '모범택시'가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 저도 큰 힘을 얻었어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좋은 작품이 왔으면 하는 염원으로 기다리려고요. 앞으로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로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이제훈의 모습을 꿈꿔보게 돼요. 기대해주시고 기다려주시면 좋겠어요."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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