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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남양주 존속 살인 사건…예고된 조현병 환자의 범죄, 막지 못한 이유는?

김효정 에디터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1.06.06 02:11 수정 2021.06.06 14:41 조회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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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조현병 아들에 의해 살해당한 아버지, 그의 죽음은 막을 수 없었나?

5일 방송된 SBS 에서는 '살인자의 기록법 – 예고된 죽음과 S.O.S'라는 부제로 남양주에서 벌어진 존속 살인 사건을 조명했다.

지난 5월 6일 오전 11시경, 경기도 남양주의 한 다세대주택의 화단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 이는 발견 하루 전 날 실종된 60대 이성인 씨의 시신이었다. 그는 5월 5일 오전 집을 나섰고 실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의 사인은 두개골 골절과 뇌내 손상. 그의 시신에는 둔기로 내리쳐서 생긴 상처가 남아있었고, 이는 타살의 흔적이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은 이 씨의 휴대전화와 차량을 추적했고, 시신 발견 5시간 만에 그의 차량을 운전 중이던 용의자를 체포했다. 태연하게 경찰에 이 씨의 사망 여부를 물은 운전자는 이 씨의 아들이었다.

경찰은 이 씨의 차량에서 아들의 물건과 그가 남긴 의미모를 다수의 기록들을 발견했다. 특히 암호문 같은 기록들 중 '다 죽을 수밖에 없어 미안해', '살인 허가, 살인 시작' 등 살인을 예고하는 듯한 내용도 포착되어 눈길을 끌었다.

경찰은 이 씨의 아들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었으나 집안에서 발견된 둔기와 DNA, CCTV에 촬영된 동선과 함께 차량에서 발견한 그의 기록이 가득한 일기장을 중요 증거로 채택했다.

이 씨의 시신을 발견한 아들의 주민은 범인이 아들이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했다. 얼마 전부터 노모와 함께 지내기 시작한 이 씨는 아들에게 한 번씩 식료품을 사주러 들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웃은 이 씨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가 아들이 항상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던 곳이었다고 했다. 이러한 비극을 예감한 것은 친척들도 마찬가지였다.

피해자 이 씨의 매제는 사건 현장이 정리되기 전 집 안에서 확인할 것이 있다고 했다. 8개월 전까지 아들과 함께 이 집에서 살았던 이 씨. 그가 거처를 옮긴 이유는 아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피해자 이 씨는 아들이 자신을 살해할 것 같다며 집안의 칼을 다 없앴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들은 다시 칼을 구입했다고.

그리고 피해자 이 씨의 매제는 집 안에서 아들이 숨겨둔 것으로 추정되는 칼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섬뜩한 메모들이 적혀 있었다. 또한 집 곳곳에서 살인 사건 이전부터 위협적인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할만한 메모들이 다수 발견됐다.

사실 사건 발생 한 달 전 피해자 이 씨는 아들의 행동에 위협을 느껴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아들의 행동에서 혐의나 위험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그냥 돌아갔고, 한 달 후 비극이 벌어졌던 것.

조현병을 앓았던 것으로 밝혀진 아들의 메모를 정신건강 전문의들에게 보여주고 조현병이 맞는지 분석을 요청했다. 이에 전문의는 "피해망상과 관련된 환청을 주소로 하는 편집형 조현병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메모를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의는 "전반적으로 아주 체계적인 망상을 만들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태다. 육하원칙에 따라서 작성한 문장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엄청난 혼란에 빠져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라며 그가 심각한 상태였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렇다면 아들이 피해자 이 씨를 살해한 것은 조현병 증상만이 원인이었을까? 제작진은 아들의 범행 동기를 분석하기 위해 권일용 교수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이에 권일용 교수는 사건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된 도구와 공격이 이뤄진 과정 파악하고 "미리 준비한 범행 도구가 아니라 현장의 물건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아 계획범죄가 아닌 충동적인 범행으로 파악된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시신을 화단으로 추락시키고 증거 인멸을 위해 사건 현장을 정리하지 않은 것은 정신질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비조직적 범죄의 특성이라고 주목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충동 범죄를 저지른 전형적 조현병 환자들의 살인과는 구분되는 점 있다고 했다. 권일용 교수는 "실행하기까지 곳곳에 자신의 결의, 결심을 곳곳에 기록해 둔 것으로 보아 오랫동안 살인의 방법에 대해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박지선 교수는 "해외여행에 대한 망상이 구체화되어 열흘 전 여권 발급한 것은 망상을 막는 것이 아버지이며 나의 자유를 제한하는 아버지를 제거하겠다는 식으로 사고가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그의 범행은 망상 자체가 아니라 현실 도피를 위해 방해 요소 제거하는 것이며 범행 계획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범행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긴 것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본인의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음에도 비극을 막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했다. 사실 이 씨의 아들은 군입대 전까지는 평범하고 건강했던 청년이었던 아들이었다. 하지만 군대에서 관심 병사로 분류되고 제대 이후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

제대 직후 이웃집 여자를 훔쳐보다 경찰에 체포된 아들. 이에 아버지는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하겠다고 선처를 요구했고 이후 아들은 1년 동안 두 군데의 병원에서 꾸준히 치료를 받았고 증상도 나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들은 2017년 음식점에서 배달 사원으로 일하기도 했고, 당시 그는 성실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일을 그만둔 아들은 아버지에게 차와 돈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렸고, 이에 아들은 다시 한번 정신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2달 뒤 갑작스럽게 퇴원했다.

이는 환자의 인권을 우선시하는 개정된 정신보건복지법에 의해 입원과 퇴원에 본인의 의사가 최우선이 되며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했던 것이었다. 이후 이 씨의 아들의 폭력적이고 이상적인 행동은 더욱 심해졌다. 이에 피해자는 아들의 살해 위협을 주변과 정신과에 호소하며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이에 병원은 약물 치료도 어려우면 경찰에 도움을 청하라고 조언했고, 며칠 뒤 아버지는 경찰에 도움을 청하며 아들을 신고했던 것.

당시 출동했던 사설 구급대원은 이 씨의 증상이 심한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경찰이 출동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과 달리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아들에게 병원으로 갈 것인지 의사를 확인하고 그냥 돌아갔던 것.

이에 경찰은 현장에서 폭행이나 협박 등 외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강제 입원이 불가능했다고 항변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아들을 강제로 입원시킬 권한은 없었던 것. 지역 내 정신 질환자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일은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해야 할 일이었다. 이에 제작진은 해당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찾아 이 씨의 아들을 관리했는지 물었다.

보건소를 통해 공문을 보낸 후에야 답을 해 온 답변은 "가족이나 지인이 관리 등록 신청을 하지 않아 관리 대상이 아니었으며 환자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어떤 관리나 서비스도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아버지 대신 정신 질환자 복지 혜택을 지자체에 문의한 적 있다는 친척은 모든 절차가 본인 동의에서 막혔다며 답답해했다. 특히 고인의 매제는 "아버지는 최선을 다 했다. 본인이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까 안 되니까 안 되나 보다 하고 포기한 상태였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본인 동의 없이는 입원도 복지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아들은 점점 자신의 세계로 고립되었다. 그리고 아들의 분노는 아버지로 그친 것이 아니라 친척들에게까지 이어졌다. 실해 위협까지 당한 친척들은 아들을 두려워하면서도 "조현병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다"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아들이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 미약을 인정받으면 예상 형량은 10년. 39살이면 사회로 돌아올 그를 품어줄 이는 누구냐며 이 씨 가족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조현병 당사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조현병이라고 믿기 힘든 오재우 씨는 "97년에 기숙학원에서 조현병이 발병됐다"라고 고백했다. 자신을 비난하는 환청과 환영에 시달렸던 그는 피해망상과 관계 망상으로 큰 고통을 느꼈다고 했다.

10대에 겪은 우울증이 조현병으로 악화되었다는 원세희 씨는 "귀를 막으면 소리가 더 뚜렷해지고 눈을 감으면 환영도 더 뚜렷해지고. 가짜인 걸 알면서도 쫓아온다 날 잡으러 왔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괴로웠던 당시를 떠올렸다.

두 사람은 현재 환청과 망상을 극복하고 일자리도 얻어 스스로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재우 씨는 이 씨의 아들이 남긴 메모를 보며 "매우 나와 흡사하다. 나도 외국으로 떠나려고 했다"라고 공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폐인이라고 생각했구나. 그런데 한 번도 폐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라고 하기도 했다.

원세희 씨는 "본인을 너무 혐오해. 그런데 자기가 특별했으면 싶고, 특별하지 않고. 뭘 할 수 없다는 걸 자기도 느낀다. 내가 돈이 없고 일도 없고 정신장애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사람이 돈이 없으면 자신감도 자긍심도 떨어지잖냐"라고 그의 상황을 추측했다.

범죄를 저지른 정신 질환자들이 수감되는 국립 법무병원 조성남 원장은 조현병에 대한 편견과 방치 때문에 예방 가능한 사건이 계속 벌어지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또한 그는 "조현병, 정신질환 범죄는 일반인보다 17분의 1로 일반인보다 17배 안전한 사람들이다. 범행을 거의 안 저지르는데 범행을 저지르면 80%가 중범죄라 이것이 위험한 것이다"라고 했다.

2년 전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사람들을 흉기로 찔러 5명을 살해했던 안인득. 본인 동의가 없어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것은 안인득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년이 흐른 현재까지 변한 것은 없었다.

정신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될 때부터 우리도 굉장히 우려했다. 방향은 인권 존중으로 가되 준비가 없다, 준비가 없는 상황에서 하면 사고가 나고 편견이 높아지고 악순환이 될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는데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줄은 몰랐다"라고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법에는 아직 두 줄이 남아있어. 자타해에 유의해야 한다. 의무를 가족에게 지어놨다. 보호자의 의한 입원이 대다수를 차지하니 환자와 가족이 원수가 된다"라며 다른 국가에서는 행정 입원의 경우 가족에게 의무를 떠넘기지 않고 부담은 사회가 갖는다고 했다.

미국의 적극적 지역사회의 치료 '액트'는 정신건강 간호사, 사회복지사, 전문의가 팀을 이뤄 매일 정신 질환자의 집을 찾아가서 관리하고 전문의가 직접 찾아가서 진료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그 팀에는 반드시 정신질환 당사자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조현병 당사자들은 이 씨의 아들 메모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고립으로 꼽았다. 조현병 당사자들은 "무언가 기록한 이유는 기록을 남겨서 누군가가 봐줬으면 하는 것이다"라며 "이 분은 주변에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나 보다. 쓰기만 하고 말은 안 해본 거 아니냐. 사람들이 도와줘야지"라고 안타까워했다.

환상과 망상을 극복한 오재우 씨는 자신은 운이 좋았다며 10번째 입원한 병원을 나올 때 지역 복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소개 연결해준 덕에 오랜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7년 동안 여러 사업체에서 경험을 쌓았고 지난해부터는 조현병 환자들을 돕는 동료 상담가로 활동 중이었다.

오재우 씨는 "동료 삼당 활동 나가서 그분이 변화된 모습을 봤을 때 가장 보람 있다. 올 때는 나 죽고 싶음이라고 쓰여있는데 끝나고는 사뿐사뿐 걸어가는데 그걸 보며 내가 저 사람을 살렸구나 싶더라. 내가 한 것은 없다. 난 내 경험담을 말만 해줬을 뿐인데 달라지더라"라고 기뻐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았던 아들의 메모,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아버지의 구조 요청. 일용직 노동자였던 아버지는 고립에서 탈출하고 싶던 아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항상 아들을 걱정하고 사랑했고 아들 때문에 본인의 미래도 포기했던 아버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진짜 살인자는 과연 누구일지 반문하며 조현병 당사자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효과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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