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더 보여드릴 게 많아요"…경수진, 10년의 발걸음

강선애 기자 작성 2021.05.29 10:22 수정 2021.05.30 14:16 조회 2,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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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진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경수진(34)의 매력은 한 가지로 정의 내릴 수가 없다. 데뷔 초에는 청순한 이미지로 '적도의 남자',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같은 작품에서 남자 주인공의 첫사랑 역할로 눈에 띄더니, '밀회', '아홉수소년' 등에서는 사랑스럽고 털털한 성격으로 변신했다. 최근에는 '트레인', '허쉬', '마우스'로 이어지는 다소 무거운 작품들에서 웃을 일 없는 역할들로 강한 인상을 남기더니, '나 혼자 산다' 같은 예능에서는 만능 '경반장'의 친근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이렇게 매력이 다양하다는 건, 배우로서 굉장한 강점이다. 어떤 역할을 맡든, 그 옷에 자신의 몸을 얼마든지 맞춰낼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경수진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마우스'에서도 역대급 사연 많은 '최홍주' 캐릭터를 연기하며 자신이 품고 있는 모든 매력을 녹여냈다.

초반에는 취재를 위해 물 불 안 가리는 성격의 열정적인 시사교양 PD로 보였던 최홍주. 알고 보니 어릴 적 연쇄살인마에 납치돼 범행의 유인책으로 쓰였던 악몽 같은 과거를 지닌 최홍주는 이로 인해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게다가 연인이 연쇄살인마 일지 모른다는 의심에 좌절하던 중 그가 죽어버리고, 그의 아이를 낳고 키우며 주변의 손가락질도 받았다. 뒤늦게 진짜 연쇄살인마의 정체와 그 뒤의 거대한 배후를 안 최홍주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움직였고, 결국 모든 걸 바로잡는 데 성공한 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경수진은 이렇게 굵직한 사연이 많은 최홍주를 20부작 '마우스' 전개 속에 안정적으로 그려냈다. '마우스'가 사건 위주로 풀어내는 장르물인 만큼 최홍주의 감정을 친절하게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한정된 프레임 안에서 최홍주의 세밀한 감정선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연기해냈다.

코로나19로 인해 화상 인터뷰로 만난 경수진은 짧은 단발머리에 모노톤의 단정한 차림새, 최홍주의 외형 그대로 등장했다. 하지만 사랑스러운 눈웃음과 함께 호탕하게 웃는 경수진에게선 최홍주의 어두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수진

Q. '마우스'를 끝낸 소감부터 말해주세요.
경수진: 한마디로 시원 섭섭해요. 홍주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드리고 싶었지만, 장르물의 특성상 사건들을 풀어내야 해서 인물들의 감정선을 많이 표현 못 해 아쉽기도 해요. 홍주를 연기하며 그 친구가 대단하단 생각도 했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 경수진으로서는 좀 더 성숙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Q. 홍주 캐릭터가 워낙 사연 많고 무거워서 감정선을 잡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어떻게 분석하고 접근하려 했고, 연기하며 어디에 중심을 둬야겠다고 생각했는지요?
경수진: 사건 중심의 장르물에서는 인물의 감정선을 대본 외적으로도 생각해야 해요. 시청자에게 보여주지 않는 홍주의 내면적인 부분,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지를 생각해야 했죠. 그런 부분을 작가, 감독님과 충실히 대화하면서 풀어갔어요. 예를 들어, 어릴 적 홍주가 한서준(안재욱)한테 잡혀가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홍주가 집에 돌아갈 수 없었는지 그런 부분이요. 한서준이 어린 홍주를 협박했을 거고, 송수정을 유인해 죽이는데 일조했다는 죄책감, 그런 게 홍주에게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을 거예요. 대본에는 나와있지 않은 그런 부분들의 이유를 만들어 가며 홍주 캐릭터에 접근했어요.

Q. 어린 시절 연쇄살인마에게 납치를 당하고, 범죄 유인책이 돼야 했던 홍주의 서사에는 어떤 감정이었나요?

경수진: 너무 안타까웠죠. 일반 사람들은 경험할 수 없는 걸 어린 나이에 겪고, 자기 안에 큰 상처를 갖고 살아가야 하는 홍주가 참 안타까웠어요.

경수진

Q. 홍주의 아픈 사연들 중에서, 연인 성요한(권화운)이 연쇄살인마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그걸 알아보려 하는데 연인이 죽어버리고, 그 연인의 아이를 뱃속에 갖게 됐을 때 홍주 심정이 가장 처참했을 거 같은데요. 그런 부분은 어떻게 감정을 잡았나요?
경수진: 그런 홍주의 마음을 표현할 장면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힘든 상황을 많이 겪고 트라우마가 큰 홍주라 그런 거에 크게 흔들리진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물론 연인이 사이코패스 살인마일지 모른단 게 배신감도 느껴지고 처참하겠지만, 홍주라면 일반 사람들보단 그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완전 무너지진 않을 거라 여겼죠. 대신 사이코패스에 대해 더 단단하고 확고한 반감을 가졌을 거 같아요. 그래서 홍주는 자신을 놓아버리는 게 아니라 좀 더 강단 있게, 그 상황을 헤쳐나갔을 거라 생각했어요.

Q. 홍주는 자신의 이름을 내 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시사교양 PD였는데요. 그건 어떻게 준비했나요?
경수진: 홍주와 가장 비슷한 건 의 김상중 선배라고 생각했어요. 김상중 선배님도 배우이자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MC잖아요. 그런 부분이 저와 좀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선배님이 하시는 손의 제스처 같은 걸 따라 했어요. 제가 원래 '그것이 알고싶다' 팬이라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기도 해요.

Q. 중간에 홍주의 헤어스타일이 단발로 바뀌었는데요.

경수진: 드라마 전개 중간에 1년 후의 시간 변화가 있고 홍주가 단단해지는 계기도 있었죠. 그런 부분에서 외형적인 변화를 주기 위해 머리를 잘랐어요. 또 기존에 갖고 있는 경수진의 모습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요. 지금 단발로 자른 지 2~3개월 됐는데, 처음 한 달 동안은 적응이 안 돼 자꾸 긴 머리 때처럼 만지곤 했는데, 지금은 단발이 더 편해요. 머리가 조금 자랐는데, 다시 자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발병'에 걸렸어요.(웃음)

경수진

Q. 이희준, 이승기, 권화운 등의 배우들과 연기를 맞췄는데요. 호흡은 어땠나요?
경수진: 참 신기한 게,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이 밝고 긍정적이면 저도 그걸 따라가고 연기 호흡에서도 그게 나와요. 서로 배려해주는 게 많은 배우들이었어요. 그래서 그 배려하는 모습에 저도 같이 배려하고, 신이 있을 때 같이 얘기도 많이 나눴죠. 뭐 하나 튀는 사람 없이, 모두가 자연스럽고 밝은 분위기에서 호흡했던 거 같아요. 어두운 장면의 촬영에서도 서로의 상황들을 많이 이해하고 배려해서, 늘 편한 촬영장이었어요.

Q. 특히 고무치 역 이희준 배우와 붙는 신이 많았죠. 이희준 배우와의 연기에선 어떤 감상을 느꼈나요?
경수진: 기존에도 선배님의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봐왔는데, 선배님의 연기는 신선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생각했어요. 이번에 같이 연기하면서도 그걸 느꼈어요. 인물에 몰입하려는 노력, 섬세한 접근들이 굉장히 멋있는 배우였어요. 또 인간 대 인간으로서도 따뜻함이 커서, 제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잘 들어주시고 힘이 됐죠. 선배님한테 많은 걸 배웠고, 같이 연기한 게 영광이에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단 말을 드리고 싶어요.

Q. 배우들은 맡은 캐릭터에 따라 실제 생활도 영향을 많이 받는데요. 어둡고 사연 많은 홍주를 연기하며, 인간 경수진도 힘들진 않았나요?

경수진: 저도 어두운 장르물을 하면 제 생활도 우울함에 빠지곤 해요. 그래서 전 작품이 끝나고 나면, 그런 상황에 빠지지 않게 스케줄을 더 많이 짜요. 운동을 한다거나, 리프레쉬할 수 있는 관리를 받는다거나 하죠. 이번 작품이 끝나고도 운동 스케줄을 빼곡하게 채워놨어요.

경수진

Q. 최근 한 작품들이 계속 어두운 장르물이었어요.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을 한지 꽤 오래된 거 같은데요. 다음 작품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경수진: 맞아요.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을 한지가 꽤 오래됐어요. 기회가 된다면 '아홉수소년' 같은 느낌의 로코 분위기의 장르도 다시 하고 싶고, 현실적인 커플이나 오래된 연인이 나오는 그런 장르의 작품도 하고 싶어요. 다음 작품으로 어떤 걸 할지 모르지만, 다만 쉼 없이 계속 일하고 싶어요.(웃음)

Q. 데뷔 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같은 작품에서 첫사랑 역할로 주목받았었죠. 연기 인생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배역이나,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하는 작품과 역할은 무엇인가요?
경수진: 그때의 절 첫사랑 이미지로 봐주고 영상에 예쁘게 담아준 감독님들께 감사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첫사랑 역할을 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웃음) 그런 첫사랑 이미지의 연기만 하다가, 저한테 터닝포인트가 된 게 드라마 '밀회' 였어요. 안판석 감독님, 정성주 작가님의 작품이었는데, 그걸 하면서 연기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래서 저한텐 터닝포인트였죠. 그거 때문에 '아홉수소년'의 마세영 역할도 할 수 있었어요. 그 역할도 너무 재미있었고요.

Q. 어느덧 데뷔한 지 10년이에요.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어떤지, 배우로서 잘 걸어가고 있는 거 같은지요?

경수진: 10년 동안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었단 것에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갈 길이 멀죠. 더 많이 걸어가고 싶고, 아직 보여드릴 경수진의 모습도 많이 남았어요. 그걸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다는 것에서, 잘 걸어가고 있는 거 같긴 해요. 아직까진 후회 없이 배우 생활을 하고 있어요.

경수진

Q. 중간에 연기를 포기하고 싶다거나 고비는 없었나요?
경수진: 솔직히 위기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그걸 잘 넘길 수 있었던 건, 연기에 계속 끌림이 있기 때문인 거 같아요. 배우로서 누군가와 연기로 호흡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혼자 연기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 감정교류를 하며 연기하는 게 저한텐 큰 재미예요. 그 재미를 넘어설 수 있는 건 아직까지 없어요. 그래서 연기를 포기해야겠다 하는 생각은 안 가졌던 거 같아요.

Q. '나 혼자 산다'를 보니, 혼자 있어도 워낙 하는 게 많아 심심하진 않을 거 같더라고요. 휴식이 주어졌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코로나 시국이 아니었다면 한 작품을 끝낸 지금 같은 때 뭘 하고 있었을까요?
경수진: 제 성격이 원래 굉장히 활달해요. '마우스' 때문에 바빴던 게 끝났으니, 코로나 시국만 아니었다면 여행을 갔을 거예요. 제가 운전하는 걸 좋아하는데, 혼자 운전해서 캠핑을 가거나 그랬을 거 같아요. 전시회 같은 거 보러 가는 것도 좋아하고요. 집에 있는 시간도 많고 인테리어에 관심도 많아서, 집 꾸미기도 해 볼까 하고요. 집에 직소퍼즐도 사놨어요. 혼자 있어도 전혀 심심하지 않아요.

Q. 혼자서도 정말 알차게 시간을 보내네요. 마지막으로, 배우 경수진, 인간 경수진으로서 각각의 목표나 꿈이 있다면 말해주겠어요?
경수진: 배우로선 끊임없이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 표현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작품과 제 삶의 균형을 맞추고 싶고요. 인간 경수진으로서는, 제가 인생의 마지막에 죽음을 앞뒀을 때 '아름답고 떳떳하게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늘 어떤 선택을 할 때 떳떳하고 싶고, '이건 아니다' 싶을 때 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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