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25년 만에, '끗발' 있게 돌아온 이재영

강선애 기자 작성 2021.05.22 10:49 수정 2021.05.24 11:23 조회 1,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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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가수 이재영에게는 뭘 하든 '20년'의 세월이 따라붙는다. 지난 2018년 출연한 SBS '불타는 청춘'은 21년 만의 예능 출연이었고, 2019년 가수로서 무대에 올랐던 일은 22년 만에 팬들 앞에서의 공연이었다. 그리고, 이재영이 또 한 번 20여 년의 시간을 건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번엔 25년 만의 '신곡' 발표다.

이재영은 지난 4월 27일 신곡 '끗발'로 가요계에 컴백했다. 1996년 선보였던 '대단한 너'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 이번 신곡 발표가 더 특별한 이유는, 올해가 그녀의 데뷔 30주년 해이기 때문이다. 이재영은 데뷔 30주년에 맞춰, 오래도록 자신의 새 노래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끗발'이란 선물을 안겼다.

가수가 신곡을 선보이는 일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재영에게 이 일이 쉽지 않은 '도전'이었던 이유는 강산이 두 번 하고도 반이 변한 세월 만에 나오는 신곡인데, 그동안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던 '일렉트로닉 재즈 힙합' 장르의 곡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오랜만의 신곡이니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30년 전 히트시켰던 '유혹'이나 '사랑은 유행이 아니야'처럼 가장 '이재영스러운' 곡을 만드는 게 어찌 보면 안전한 길이었다. 하지만 이재영은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새로운 장르의 곡에 도전하며 발성, 호흡, 템포까지 모든 것을 다시 익혔다. 그러다 보니 신곡 준비기간이 1년이나 걸렸다.

그렇게 탄생한 신곡 '끗발'. 다행히 반응은 좋다. 발매 직후 '끗발'은 각종 음원차트 재즈, 힙합 부문 상위권에 진입했다. 짧은 헤어에 파격적인 의상으로 색다른 변신을 시도한 뮤직비디오도 순위 24위에 랭크되며 아이돌들 사이에서 선전했다.

이재영

▲ 우연과 필연으로 탄생한 25년 만의 신곡

코로나19로 인해 전화 인터뷰로 만난 이재영에게 던질 첫 질문은 뻔했다. 25년 만의 신곡 발표, 그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심경을 묻는 것이었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25라는 숫자가 누군가에겐 작을 수도 있지만, 저한텐 큰 의미예요.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더 시간이 흐른 거니까요. 다시 방송에 복귀할 줄, 가수로서 신곡을 낼 수 있을 줄, 생각도 못 했어요. 저에게는 너무 놀라운 일이 일어난 거예요. 어떤 말로도 정리할 수가 없는, 그저 선물 같고 감사한 일이에요."

이재영은 올해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 영상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과거에는 영상 콘텐츠 제작이 드물었기에, 30년 전 이재영의 히트곡들도 뮤직비디오가 아예 없다. 이에 이재영은 1집 노래들을 지금 다시 부르는 특별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해 왔다.

오히려 신곡 발표는 데뷔 30주년이라 일부러 추진한 프로젝트는 아니다. 이번 신곡 제작은 "이재영의 옛날 노래도 좋지만, 새로운 노래를 듣고 싶다"는 팬들의 바람, 그리고 동료 가수 현진영과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이재영

"팬들과 주변에서 '새 노래를 불러달라'는 요청을 계속 해왔어요. 그런 와중에, '불후의 명곡'에 출연했다가 (현)진영이를 오랜만에 만났죠. 진영이가 과거 저한테 '내가 누나 힙합 여전사 만들어줄게'라고 이야기했었던 게 떠올랐어요. 그걸 말했더니 진영이가 '그걸 어떻게 기억하냐'며 신기하고 고마워 하더라고요. 그렇게 신곡 제작이 시작됐어요."

현진영이 이재영을 '힙합 여전사'로 만들어주겠다고 한 일화는 2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0년대 초반 이재영과 현진영은 모두 가장 잘 나가던 젊은 가수들이었다. 현진영은 후배인 이재영을 챙기며 리허설부터 본무대까지 모니터하고 조언해줬다. '힙합 천재'로 불렸던 현진영은 어느 날 식사 자리에서 이재영에게 "내가 누나 힙합 여전사로 만들어 줄게"라고 말했다. 당시 이재영이 하던 음악 장르는 힙합이 아니었기에, 생소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각자의 사정들로 두 사람의 만남은 어려워졌고, 이 약속도 점차 잊혀졌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8년 만에 두 사람이 재회했다. 이재영이 현진영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가장 먼저 터져 나온 말은 "너 나 힙합 여전사 만들어 준다며?"였다.

"그 '불후의 명곡' 출연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안 돼 제가 너무 힘들 때라, 출연 안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출연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요. 거기서 우연히 진영이를 만났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힙합 여전사'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게 시발점이 돼 '끗발'까지 이어졌죠. 이 모든 게 어떻게 보면, 아버지가 주신 선물인가 싶기도 해요."

이재영

▲ 믿은 만큼 고마운, 천재 프로듀서 현진영

현진영은 신곡 '끗발'의 프로듀서이자 작곡가로 이재영의 곁에서 모든 걸 진두지휘 했다. 이재영은 현진영의 음악적 재능을 알기에 믿고 따랐다.

"진영이는 대단한 뮤지션이라 처음부터 걱정이 안 됐고 믿음이 갔어요. 그 친구가 하는 것에 조금도 의심을 안 했죠. 음악 작업을 하는 과정에 있어 서로 투닥거리기도 했지만, 바탕에 음악적 신뢰가 있기에 문제 될 게 하나도 없었어요. 그저 진영이를 믿고 따랐어요."

'끗발'은 현진영이 10년 전쯤 만들어 다른 가수에게 주려 했던 곡이다. 이재영은 현진영이 만든 100여 곡 중 이 곡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현진영은 다른 누군가에게 주려 했던 곡을 25년 만에 신곡을 부르는 이재영에게 주기 미안해했다. 그래도 이재영은 개의치 않고 이 곡을 원했다.

"그 많은 곡들을 듣고 제가 '나 이 곡 할래' 했어요. 진영이가 이 곡은 굉장히 오래된 곡이고, 사실 다른 누가 부르려고 했다 더라고요. 그런 노래를 저한테 주고 싶지 않다고 하는데, 전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었어요. 이 노래가 좋았으니까요. 그렇게 이 노래를 받았죠."

'끗발'을 부르기로 결정한 후,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랐다. 이재영이 안 해 본 재즈와 힙합이 어우러진 곡이라 새로 익혀야 할 게 많았다. 가수 데뷔한 지 30년이 다 된 이재영에게 현진영은 "신인처럼 무(無)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발성, 호흡, 리듬 타는 거부터 다 다시 배웠어요. '2,4리듬'이라는 게 있는데, 잘 때도 길을 걸을 때도 그 리듬 박수를 계속 치며 익히라고 하더라고요. 진영이가 집요하게 전화하며 잘하고 있는지 체크했어요. 어떻게 보면 지칠 수도 있었는데, 저도 진영이를 믿었고, 진영이도 제가 마음 상하지 않게 잘 이끌어줬죠. 제가 아무리 마음을 비웠다고 해도, 25년 만에 하는 거라 잘하고 싶다는 욕심은 앞서는데, 안 해본 걸 하려니 어려움에 부딪칠 때가 있었어요. 그럼 눈물이 나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진영이랑 우리 소속사 이경준 대표가 옆에서 잘 잡아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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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끗발' 있게, 우리 모두 당당히 버텨내길

'끗발'은 오리지널 버전, 현진영과 빅밴드 연주에 맞춰 함께 부른 버전, 일렉트로닉 재즈 힙합 버전까지 총 3가지 버전으로 탄생했고 그 제작기간이 1년이 걸렸다. 1년이면 요즘 가수들이 싱글 앨범 4개는 발표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만큼 공들여 탄생한 '끗발'이다.

"그 시간 동안 진영이한테 많은 걸 배웠죠. 진영이도 밤새워가며 애를 많이 써줬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노력을 안 할 수가 없었죠. 원래 '끗발'이 오리지널 버전, 일렉트로닉 재즈 힙합 버전 두 개로 만들려 했는데, 진영이가 25년 만에 신곡을 발표하는 저한테 선물을 해주겠다며 빅밴드 버전을 따로 또 만들어 줬어요. 들어보니 너무 좋았어요. 거기에 이경준 대표가 '선물로 준 거니, 둘이 같이 듀엣으로 해보면 더 의미가 있겠다'고 제안했고, 그렇게 빅밴드 듀엣 버전까지 탄생했어요.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아 기분이 좋아요."

'끗발'은 사전적으로 '당당한 권세나 기세'란 의미의 단어다. 홍지유 작사가가 가사를 붙였는데, 이재영을 비유하며 지금의 힘든 현실까지 함께 녹여냈다.

"'끗발'에는 포기하지 말고 당당히 버텨내자는 메시지가 담겨있어요. 과거의 전 여러 가지 한계와 어려움을 넘어서지 못하고, 가수 생활을 포기했었죠.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하면, 후회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에요. 그런 메시지를 담았어요. '무너지지 않아 내 끗발/누구도 손대지 마라 내 무대'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전 가수라 무대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그게 삶이나 일터일 수 있어요. 거기 그 무대에서, 포기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 이겨내자, 우리 인생에 기적 같은 이야기를 써내려 가자는 메시지예요. 절 비유해서 쓴 가사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이야기죠.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잖아요. 우린 이거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당당하게 버텨내자는 의미도 담았어요."

이번 앨범을 위해 이재영은 짧은 단발 헤어스타일로 변신했다. 뮤직비디오나 재킷 사진에서는 몸매를 훤히 드러내는 의상을 입었다. 헤어도, 의상도, 스타일도, 50대 이재영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모두 파격 그 자체다.

"쉽지 않은 일이었죠. 젊었을 때도 그런 적이 없는데 말이에요.(웃음) 당당한 기세와 권세, 그런 '끗발'을 표현하려면 외모적으로도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그러면서 패셔너블한 느낌을 주려 했어요. 이번 신곡에서 음악적인 변화를 주니, 스타일도 안 해본 걸 하자는 의견들이 나왔어요. 난생처음 다이어트도 해봤어요. 진영이가 '데뷔 때 몸무게로 만들어라'고 해서, 식단관리와 홈트레이닝으로 열심히 관리를 했죠. 제가 시대에 뒤떨어질 수도 있으니, 스타일적인 건 주변 사람들한테 맡겼고 그들의 의견을 열심히 따랐어요. 음악도, 외모도, 의상도, 모든 게 저한텐 쉽지 않은 도전이었어요."

이재영

▲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써내려 가는 인생 스토리

1년간 고심하고 고생해서 나온 '끗발'. 음원차트 결과가 좋으니 신날 수밖에 없다. 원래는 자신에게 냉정한 이재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한다.

"저 자신이 대견스러워요. 자존심도 상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지만, 이렇게 여기까지 와서 좋은 결과까지 받으니 뿌듯해요. 진영이한테 너무 고맙다고 했어요. 진영이도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줘서 고맙다고, 혼자 얼마나 노래 연습을 했을 지가 보인다고 칭찬해줬어요. 무엇보다 우리 팬들이 좋아해 줘서 기뻐요. 생각지도 못한 걸 갖고 나와서 깜짝 놀랐다고, 얼마나 노력했고 애썼을지 느껴지니 그게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25년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말이 너무 좋았어요. '끗발' 가사처럼, 당당하게 잘 버틴 거 같아 저 스스로를 칭찬해줬어요.(웃음)"

'25년 만의 신곡'이라는 새 도전에 보기 좋게 성공한 이재영. 그녀가 또 어떤 도전에 나설지 아직 모른다. 다만 앞으로도 이런 '끗발' 가득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것이란 것만 확실하다.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보단, 하루하루 주어진 거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모든 삶에 최선을 다하고, 그게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된다면, 10년 뒤에 결과물이 나오겠죠. 제가 예전에 포기하고 한계를 넘지 못했던 대신, 지금은 계속 도전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번 노래도 그렇게 한 거고요. 앞으로도 어떤 일이 주어지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넘어서려고 노력할 거예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달려가다 보면, 그게 시간이 지나 저의 인생 스토리가 되겠죠. 물론 거기엔 좌절도 아픔도 슬픔도 있겠지만, 그것도 제 인생이니까요. 포기만 안 하면 돼요. 그런 마음으로 계속 제 인생 스토리를 써내려 가고 싶어요."

[사진제공=까미노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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