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스토브리그' 찍고 '빈센조'로 훨훨…윤병희의 유명배우전

강선애 기자 작성 2021.05.17 18:07 수정 2021.05.17 18:23 조회 1,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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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희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무명 배우가 자신의 이름 몇 글자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기란 쉽지 않다. 천운이 따라줘 데뷔하자마자 유명세를 타는 배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랜 기간 무명 배우로 지내면서 이름은 고사하고 자신이 어느 작품에 어떤 캐릭터로 나왔는지 그것만이라도 기억해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배우 윤병희(40)는 2007년 연극 '시련'으로 데뷔한 후 연극,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쉼 없이 달려왔다. 그 역시 무명 배우로 지내며 지난 15년간 출연한 작품 수는 무려 70여 편이다. 크고 작은 작품에 조연, 단역으로 얼굴을 비쳤고, 그 꾸준했던 노력은 2019년 SBS 드라마 때부터 대중의 눈에도 띄기 시작했다.

에서 선수를 진심으로 아끼고 야구에 대한 신념이 가득했던 스카우트팀 양원섭 역으로 큰 사랑을 받은 윤병희는 이후 출연하는 작품마다 명실상부 '신스틸러'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사랑하는 아내의 출산을 지켜보며 노래로 감동을 표현하던 남편 역, '악의 꽃'에서 아내를 잃은 슬픔을 광기로 드러냈던 택시기사 박경춘 역으로 짧은 분량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윤병희의 배우 인생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빈센조'를 통해 다시 한번 발돋움했다. 그는 '빈센조'에서 바벨그룹에 맞서는 빈센조(송중기)와 홍차영(전여빈) 변호사를 돕는 지푸라기 사무장 남주성 역을 소화했다. 남주성의 독특한 말투와 정의로운데 소심한 성격, 코믹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개성 강한 존재감은 '빈센조'의 재미에 톡톡히 한몫을 차지했다.

이후 윤병희의 발자취는 확실히 전보다 진하다. 비로소 그가 '무명' 배우의 껍질을 깨고 '유명' 배우로 거듭났다.

윤병희

▲ 행복했던 '빈센조', 보물을 얻은 기분

'빈센조'를 끝내고 마주한 윤병희에게선 이 작품을 정말 아끼는 마음이 강하게 느껴졌다.

"'빈센조' 마지막 회를 시청한 후 조용히 창 밖을 보며 생각을 곱씹었어요. 이 작품에 처음 임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를요. 마냥 행복했죠. 아, 이런 현장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너무 좋은 사람들, 보물들을 얻은 기분이에요."

'빈센조' 초반 남주성은 왜소한 체구만큼 그다지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부터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았다. 정의롭고 활력 가득한 인권변호사 홍유찬(유재명)을 돕는 사무장 역할이라 상대적으로 더 약하게 느껴졌다.

"남주성은 인간 홍유찬을 너무 존경하고 따르지만, 지푸라기의 구성원으로선 패배감을 지닌 인물이었어요. 인권변호사 홍유찬과 같이 사람들을 위해 힘쓰지만, 그게 매번 패배하고 보답으로 돌아오는 게 없으니, 얼마나 스스로 작아졌겠어요. 초반엔 그런 남주성을 표현하려 했죠. 또 홍유찬 변호사의 성격과 대비되면서도 앙상블로서 두 사람의 어울림을 주고 싶었고요."

움츠려 있던 남주성은 홍유찬이 죽음을 맞으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믿고 따르던 홍유찬의 죽음은 남주성에게 큰 충격이었을 텐데, 남주성은 새로 지푸라기에 들어온 홍유찬의 딸 홍차영과 빈센조 변호사를 도와 차분히 사건들을 해결해 나갔다. 이런 캐릭터의 변화와 흐름은 윤병희의 심도 있는 고민을 거쳐 그려졌다.

"홍유찬의 사망은 주성에게 엄청난 충격이었죠. 하지만 바로 변하지는 않았어요. 주성은 홀로 남은 홍차영에게 삼촌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먼저 생각했을 거예요. 지푸라기 사무실을 둘러보면 공들인 소품들이 많아요. 그중 하나가 홍유찬 변호사의 책상 위 월간계획표인데, 거기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사무장과 낚시'가 적혀있어요. 홍유찬과 남주성이 매주 낚시를 갔다면, 사람 대 사람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겠어요. 그러면서 딸의 이야기도 했겠죠. 그런 배경이라면, 주성이에게도 차영은 애틋한 존재였을 거예요. 그래서 주성이는 차영에게 삼촌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차영이 아버지의 사무실을 이어받겠다고 했을 때 엄청 행복해했을 거 같아요. 주성이는 이런 감정들을 겉으로 드러내기보단 서서히, 빈센조와 홍차영과 같이 성장해나가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초반엔 움츠렸지만 나중에는 의견도 내고 소리도 지를 줄 아는 캐릭터로 변화해 갔죠."

윤병희

▲ 송중기-전여빈, '최고'라는 말로 밖에 표현 안 돼

'빈센조'에 등장하는 여러 조연들은 저마다 반전 무기를 갖고 있었다. 평범한 세탁소 아저씨인 줄 알았던 탁홍식(최덕문)은 가위 하나로 깡패들을 때려잡았고, 여리여리한 피아노 학원 원장 서미리(김윤혜)는 알고 보니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해커였다. 남주성도 평범한 사무장이 아니었다. 그는 특수분장사 출신으로 가짜 피를 만들어 상황을 거짓으로 꾸미는데 일조했다.

특수분장사 출신이란 반전 직업, 사무실 바닥에 누워있다가 빈센조와 홍차영이 진지한 대화를 할 때 불쑥 튀어나오는 상황들, 특히 그가 빈센조를 "변호사녬" 이라고 부르는 독특한 말투는 남주성 캐릭터만의 웃음 포인트였다.

"대본을 보며 남주성의 말투를 연구했어요. 이 친구는 패배감도 있고 겁도 많은데, 사물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주는 정서를 가진 친구였어요. 이런 친구라면 이럴 땐 어떻게 할까,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말투나 행동을 잡아갔죠. '변호사녬'이란 발음은 준비해서 나온 게 아니에요. 송중기 배우를 멀리서 부를 때 '변호사녬'이란 단어가 우연히 툭 튀어나왔는데, 그게 재미있게 느껴졌나 봐요. 그 후로 계속 쓰게 됐는데, 그 표현을 많이들 좋아해 주셔서 신기해요."

극 중 빈센조, 홍차영, 남주성이 지푸라기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다 보니, 윤병희는 배우 송중기, 전여빈과 연기 호흡을 맞출 기회가 많았다. 윤병희는 이들에게 큰 애정과 고마움을 표현했다.

"송중기, 전여빈과 함께 만들어 내는 애드리브도 많았는데, 마냥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두 사람은 진짜 딱 두 글자, '최고'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저와 많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역할들인데, 초반부터 너무 따뜻하게 마음을 열어줬어요. '우린 한 팀이다. 남자 주인공 여자 주인공이 아니라, 우린 같은 빈센조 팀이다' 하는 걸, 그걸 제가 피부로 느꼈어요. 그들의 눈과 말과 행동에서 절 같은 동료로 본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들과 있으면서 너무 행복했고 동료애를 진하게 느꼈어요. 정말 고마웠죠."

송중기, 전여빈뿐만 아니라, 윤병희는 극 중 금가프라자 상가 사람들로 출연한 모든 배우들과의 탄탄했던 팀워크를 전했다.

"저희는 다 가족이었어요. 세트 촬영이 많았는데, 매번 모여서 연기 얘기도 하고 고민도 나누고. 그러다 촬영 들어가면 또 같이 신나게 하고. 정말 가족처럼 지냈어요. 그 가운데 안군 역할 임철수 배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생이에요. 예전에 '미스터 션샤인' 때 같이 독립의군 역할이었는데, 제가 변절해서 그 친구한테 죽음을 당했죠. 이번에 다시 같은 작품에서 만나 재미있게 촬영했던 거 같아요."

윤병희

▲ 허투루 하지 않은 지난 15년…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데뷔 이후 15년이 지났는데, 윤병희가 배우로서 확실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건 불과 2년 남짓이다. 긴 무명의 세월을 버틴 끝에 마침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 15년을 돌아보니 어떠냐"는 질문에 윤병희는 울컥해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가 또 버틸 수 있겠냐 묻는다면, 장담 못 할 거 같아요. 그만큼 스스로 괴로웠던 시간이었어요. 책임감의 무게가 컸죠. 저로 인해 가족들이 고생하는 걸 아니까요. 그 시기의 전, 무책임하고 비겁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제가 좋아서 하는 일만 계속 밀어붙인 거니까요. 한편으론 그래서 이걸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죠. 지난 15년을 돌아보면, 그래도 허투루 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뭘 하든 정성을 들이려 했죠. 지금의 전 여전히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나아가야 할 목표들도 끊임없이 생기고 있어요."

역할의 경중을 떠나, 출연한 70여 개의 작품수가 '허투루 하지 않은' 그의 지난 세월을 말해준다. 배우로서 치열했던 지난 삶에서 '빈센조'는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

"출연 작품수가 70편이나 되는지 몰랐네요. 그 편수가 치열하게 달려온 제 삶이겠죠. 그런 와중에 만난 '빈센조'는 제게 '그동안 고생 많았지? 이번엔 즐겁게 해 봐. 그리고 앞으로 더 신나고 행복하게 배우 하자' 그런 선물 같은 작품이었어요. 과거의 여러 현장 속에서 전 항상 손님이었고, 가면 편치 않아 눈치를 본 적이 많아요. 그런 과정을 거쳐 를 만나고, 또 '빈센조'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지난 시간들이 조금씩 쌓여서 이렇게 훌륭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윤병희

윤병희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가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의 무게에도 윤병희는 포기하지 않고 올곧게 '연기' 한 우물만 팠다. 그에게 연기가 뭐길래, 흔들리지 않았던 걸까.

"지금도 막연한 이야기인데, 전 이거밖에 없는 거 같아요. 어떤 일을 하든 힘들고 스트레스는 따라올 텐데, 스스로 즐겁고 행복하지 않으면 못 이겨낼 거에요. 전 이 일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그래서 버틸 수 있던 거겠죠. 아마 제가 배우를 중간에 그만뒀다면, 가족들이 더 속상해했을 거에요. 그만큼 제가 절박하게 이 일을 원하는 걸 아니까요. 가족들은 제가 어떤 작품에 출연하든, 잠깐 등장만 해도 반가워하고 응원해줬어요. 그래서 가족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지금 가족들은 많이 좋아하죠. 아내는 이럴 때일수록 더 겸손하고 만나는 사람들한테 잘해야 한다고 코치해줘요. 아내한테 고맙죠."

윤병희는 배우로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많다. 그동안 외형적인 이미지 때문에 악역이나 조선족, 북한군 같은 캐릭터를 많이 연기한 그는 "진한 사랑이야기 속 남자가 되어 가슴 아픈 연기도 해보고 싶고, 비열한 검사나 이중인격자 같은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변신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런 윤병희가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되고 싶은 최종 목표는 '좋은 사람'이다.

"배우 윤병희, 인간 윤병희로서 되고 싶은 공통분모는 '좋은 사람'이에요. 배우로서 연기에 임하는 자세나, 인간으로서 사람들을 대하는 자세가 항상 진심으로 따스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항상 품고 있던 거예요. 그동안 제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았기에,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있어요. '좋은 사람'이란 게 막연한 말이지만, 많은 뜻이 내포돼 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항상 반성하고, 오늘은 어제보다 나아지자는 다짐을 하죠."

윤병희

[사진제공=블레스이엔티, tvN]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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