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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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랩] 주중엔 무섭고 주말엔 웃기고…이승기의 '영리한' 선택

강선애 기자 작성 2021.04.23 18:26 수정 2021.04.23 20:28 조회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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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들의 예능 출연은 일종의 도전이다. 그들이 예능 출연을 꺼리는 이유는, 정해져 있지 않은 틀에서 예능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지만, 연기와의 연결선 때문인 게 크다. 아무래도 예능 이미지로 인해 연기할 때 캐릭터 몰입에 방해를 줄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한다.

물론 차태현, 임창정, 이광수 등 배우이면서 예능에도 진심인 스타들이 있다. 이승기도 마찬가지다. 가수로 시작한 이승기는 예능, 연기까지 완벽히 접수하며 자타공인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했다.

이승기는 현재도 연기와 예능, 두 분야에 모두 임하며 대중과 만나고 있다. 수, 목요일에는 tvN 드라마 '마우스'의 정바름 역으로, 일요일에는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 출연 중이다.

지난 2017년 첫 방송된 '집사부일체'는 3년 반 넘게 일요일 저녁 예능을 책임지고 있는 SBS의 대표 예능프로그램이다. 이승기는 이 프로그램의 중심축이다.

이승기는 '집사부일체' 제자들 중 나이는 중간 정도지만, 남다른 추진력과 솔선수범하는 태도로 리더 역할을 소화한다. 예능 출연이 낯선 '사부'가 편히 적응하고 제자들과 잘 융화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제자들 가운데에선 위로는 김동현, 신성록, 양세형, 아래로는 차은우까지 잘 아우르며 '집사부일체'만의 좋은 팀워크를 다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이승기

재미를 위해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다. 10여 년 전 '1박 2일' 때부터 쌓아온 남다른 예능감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망가지고,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상황이 생기면 앞장서 행동한다. 이런 이승기의 혁혁한 공은 일찌감치 인정받았고, 지난 2018년 SBS연예대상의 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예능 이미지'가 강한 이승기이지만, 그가 선보이는 연기에 대중은 그다지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이승기의 '영리한' 선택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이승기가 그동안 배우로서 연기한 작품들을 보면, 장르는 달라도 친근한 이미지의 캐릭터들이 주를 이뤘다.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의 황태자, '찬란한 유산'의 선우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차대웅,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은대구, '배가본드'의 차달건 등 직업은 다르지만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보통의 사람들을 주로 연기했다. 장르나 설정에 차이가 있어도 '구가의 서' 최강치나 '더킹 투하츠'의 이재하도 크게 결은 다르지 않았다.

이런 친근한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이승기가 아무리 예능 이미지가 강해도 캐릭터 몰입에 방해를 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승기는 자신의 이미지와 잘 맞고 스스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아 오며, 대중이 그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자칫 계속 비슷한 캐릭터만 연기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번 '마우스'를 통해 말끔히 날려버렸다. 여기서 다시 한번 이승기의 똑똑한 캐릭터 선택이 돋보였다.

이승기

'마우스'에서 이승기가 연기하는 정바름 캐릭터는 지극히 착하고 순수한 경찰이다. 조금 어리바리하지만 그래서 더 순박하고, 법 없이도 살 만큼 이름처럼 바르게 살아온 정바름은 이승기 본연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이승기가 연기하는 정바름은 자연스러웠고, 극의 몰입감을 높였다.

이게 끝이었다면, 기존의 이승기가 연기한 캐릭터들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반전은 극 중반부에 나왔다. 정바름이 알고 보니 아무 죄의식 없이 살인하고 이를 완벽하게 숨기는 '프리데터'라는 섬뜩한 반전이 펼쳐졌다. 정바름의 반전은, 이승기의 연기 변신으로 이어졌다. 전반부에 서사를 쌓아왔기에 이승기의 얼굴에 피가 튀어도, 그가 서늘한 눈빛으로 사람을 죽여도, 캐릭터 연기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 이번에도 친근하고 선량한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승기의 정바름 선택은 연기 변신까지 고려한 그의 '신의 한 수'였다.

이승기는 앞서 '마우스'와 정바름 캐릭터를 선택한 것에 대해 "이전에 받았던 작품과는 결이 달랐다"며 "그걸 보여주는 과정이 지금까지 했던 작품과는 다르게 강렬하고 진한 맛이다. 그래서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2년 전 '배가본드'가 끝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승기는 여러 분야를 동시에 하면서도 중심을 잘 잡는 법을 묻자 "내가 좋아해서 선택하지만, 철저하게 대중적인 측면에서도 호평받고 콘텐츠적인 재미가 충분히 있는 걸 선택하려 한다"고 대답했다. 중요한 건 예능 이미지 고착보다 콘텐츠의 퀄리티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이승기였다.

이승기는 다른 배우들처럼 연기와 예능을 굳이 구분 지으려 하지 않는다. 두 분야 모두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걸 하면서도, 그 안에서 조금씩 변화를 준다. 그게 스스로의 성장에도, 대중이 받아들이기에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이승기는 확실히 '영리한' 배우이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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