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1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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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불행한 한국계 미군, 알고보니 아프리카인…사랑 이용한 범죄 '로맨스 스캠' 피해 심각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1.03.14 02:30 수정 2021.03.14 02:31 조회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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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사랑을 빌미로 한 신종 범죄의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13일에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너의 이름은? - SNS 속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부제로 '로맨스 스캠'에 대해 조명했다.

한 여성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며 SNS를 보내온 한 남성이 등장했다. 그는 본인이 해외 분쟁지역에 파병을 나간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했고 이후에는 상대의 신상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이 남성은 자신의 영화보다 더 기구한 삶에 대해 털어놓았고 얼마 후 상대를 향해 사랑을 고백했다. 그리고 곁에 있고 싶다며 틈틈이 영상 통화를 걸어왔고 달콤한 사랑의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남성은 상대 여성에게 상사에게 휴가 요청을 해달라고 했고, 그의 상사는 여성에게 휴가비로 5000여만 원을 요구했다. 그리고 또 얼마 후 사령관은 남성이 비밀 작전을 펼치다 총격을 당해 수술이 필요하다며 입원 중인 남성의 사진을 보내오며 수술비까지 요구했다. 이에 여성은 사랑하는 남성을 위해 1억 여원을 보냈던 것. 후에 사기라는 생각을 했으나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생긴 일이라 어디에도 이 상황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여성과 비슷한 피해를 입은 이는 또 있었다. 제작진이 만난 피해자만 해도 4명. 이들은 모두 SNS를 통해 한 남성과 사랑에 빠졌고 이후 금전적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들에게 사랑을 속삭였던 남성은 이름은 모두 달랐지만 사진은 모두 동일인이라 충격을 안겼다.

여성들이 당한 범죄는 바로 '로맨스 스캠'. 이는 이성적 관심을 가장해 접근한 후 피해자들의 호의를 이용해 '신용 사기'를 벌이는 범죄행위를 일컫는 용어였다.

또한 가해 남성은 피해 여성들에게 사랑을 나누고 싶다며 신체 일부를 찍은 영상을 요구했고 이를 가지고 협박까지 하는 '몸캠 피싱'까지 벌이고 있었다.

제작진은 여성들에게 접근해 수백만 원부터 수억 원에 이르는 돈을 취하는 가해 남성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그의 계정에 메시지를 보내며 접근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이 남성은 제작진에게 연락을 해왔다. 그는 자신을 이라크에서 근무 중인 한국계 남성이라 밝혔고 구구절절 기구한 삶에 대해 고백하며 신상 정보를 캐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화에서 공통점을 찾더니 얼마 후 점점 호칭이 바꾸었고 며칠 후 드디어 자신의 공주를 찾았다며 왕자가 되어 주겠다고 했다.

제작진과 연락을 시작한 지 4일 후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하면서 제대로 된 배상을 받지 못해 한번에 보상을 받게 되었다며 계좌 개설 사기를 시도했다. 자신이 쓴 내용을 복사해서 은행 관계자에게 메일을 보내라고 했고, 제작진은 은행 관계자 허버트에게 계좌 활성화를 위해 한국의 은행에 200만 원을 입금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에 제작진은 애틀랜타에 있다는 허버트에게 직접 통화를 시도했다. 독특한 발음으로 말을 걸어온 허버트는 혼란한 기색을 드러내더니 왜 자신을 취조하려 드냐고 물었다. 그리고 사기가 아니며 자신은 캘리포니아에 있다고 말을 바꿨다.

제작진은 해당 은행에 연락을 취해 허버트라는 사람에 대해 직접 물었다. 그러자 관계자는 이름만으로는 조회되지 않는다며 공식 서한 혹은 이메일이라면 이름과 성 모두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은행에서는 다른 은행 계좌로 송금하라고 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에 제작진은 전문가를 통해 이메일을 보낸 곳을 추적했다. 그리고 발신 IP를 추적하자 메일 발신처가 아프리카 가나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가 송금하라는 국내 계좌의 계좌주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답을 받을 수 없었다. 또한 피해 여성들이 송금을 한 계좌는 국가도 은행명도 계좌주도 제각각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제작진은 계좌 개설인을 추적해 태국의 한 계좌주에게 연락이 닿았다.

선뜻 인터뷰에 응한 계좌주는 한국인이 계좌에 입금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는 모두 자신이 모르는 낯선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4년간 한국 마사지샵에 근무하다 지난해 귀국했는데 SNS를 통해 알게 된 친구가 한국 계좌를 사고 싶다고 했다가 한국 계좌를 팔 수 없다고 하자 자신의 송금 한도가 차서 송금을 도와달라고 했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 태국 여성은 아무 보상 없이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에 제작진은 태국 여성의 SNS 친구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그는 얼마 후 SNS의 흔적을 지우고 잠적했다.

한국계 미국인에 분쟁 지역에서 특수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 그는 아프리카 가나에서 택배 회사나 은행을 가장해 송금하라는 이메일을 보내고 태국이나 필리핀 등의 계좌로 범죄 수익금을 받으며 세계 곳곳에 신출귀몰 흔적을 남기며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

제작진은 이 남성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피해 여성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피해 여성들은 한 자리에 모아 둔 자료를 공유하며 드러난 진실에 경악했다. 총 3개의 이름으로 여성들에 접근한 그에게 피해 여성들은 동시에 같은 질문을 하고 반응을 보았다. 그러자 이들은 거의 동시에 다양한 답을 보내왔다.

그리고 이 중 한 사람은 "너는 왜 두 가지 다른 프로필로 나에게 문자를 보내니"라고 물어왔다. 피해자에게는 문지호, 제작진에게는 김현문이라고 소개한 그는 동일인이었다.

이어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다른 이름으로 대화를 한 내용을 보내 설명을 부탁했다. 그러자 이 중 성문이라는 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자신을 의심하자 "많은 사람들이 내 사진을 도용한다"라며 자신이 사진 도용 피해자이며 되려 화를 내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또 다른 이름의 남성이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 이때 공개된 그의 모습은 다른 피해자들이 이미 보았던 영상과 동일해 충격을 자아냈다. 이미 수차례 다른 피해자에게 보냈던 영상으로 더빙 연기를 한 짐배. 기가 막힌 상황에 피해자들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후 제작진은 짐배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그는 반복해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진실을 밝혀달라는 제작진의 요청에 자신은 한국계 미국인이 아닌 아프리카 출신이며 고아이며, 두 명의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사기를 저질렀다고 했다. 그리고 당신을 찾겠다고 하자 "앙골라로 와 바보야"라며 피해자와 제작진을 조롱하고 사라졌다.

취재 도중 제작진은 가해자들이 SNS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는 사진의 진짜 주인공과 연락이 닿았다. 진짜 사진의 주인공이라는 그는 이 사건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그는 본인은 가족이 모두 살아있는 평범한 집안의 아들인 미군이라고 밝혔다. 또한 분쟁 지역에 파병 나간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피해자들이 봤던 영상에 대해 "2015년 비디오다. 유니폼도 지금 바뀌었다"라고 했다.

또 진짜 문 씨는 5년 전부터 의아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 날부터 아프리카 사람들이 팔로우 하기 시작했다"라며 그 후 자신의 얼굴을 프로필로 한 계정이 늘어나더니 피해자들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는 것. 이에 사진의 주인공은 본인의 사진이 스캠에 도용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지난 2017년 로맨스 스캠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나이지리아인이었다. 그리고 2년 뒤 서울에서는 비슷한 수법의 또 다른 범죄 조직을 검거했다. 2016년 비즈니스 스캠으로 검거된 아프리카 조직이 있었고 이후 이들의 검거로 이 범죄 수법을 그대로 이어받아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또 있었던 것.

모두 서 아프리카 출신인 이들은 피해자들의 금전을 취해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그리고 이 중 총책인 에릭만이 검거되어 8년형을 받았고 나머지 일당은 구속을 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제작진은 이 조직원들을 추적했다.

제작진과 만난 한국지부장 에릭은 자신은 아무것도 누구도 모른다며 거칠게 저항했다. 이어 제작진은 행동책이었던 제임스와 연락이 닿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은 네트워크 스캠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부인했다.

서 아프리카인들로 구성된 이 조직은 특징이 있었다. 이들은 초기에는 영국이나 미국에 '돈세탁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던 것에서 로맨스 스캠으로 발전했고, 초기 영어권이 타깃이었던 이 범죄는 이제 아시아, 유럽권으로 확산되어 국제적인 피해자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제작진은 취재 중 실제로 각국의 여러 피해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취재 도중 제작진은 또다시 등장한 문 씨 사칭남을 포착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며 제작진과 피해자에게 끔찍한 협박과 욕설을 퍼부으며 조롱했다.

사진 속 진짜 주인은 자신이 피해 사실을 수차례 신고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긴 시간 세계 곳곳에 퍼져나간 피해자들에 사정을 설명할 수 없어 이제는 자포자기한 상태라며 자신은 사기 사건과 무관함을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방송은 로맨스 스캠에 사진이나 영상이 도용당한 피해자는 다수라며 무심히 올린 사진이나 정보가 범죄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실제로 로맨스 스캠에 사용된 영상을 공개하며 소리가 없거나 비디오와 오디오가 맞지 않는 영상으로 연락을 해 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취재 도중 이 범죄 조직의 정체를 추적한 또 다른 이를 만났다. 호주의 한 기자는 아프리카 가나에 직접 가서 사기꾼들을 추적했고, 나이 든 남성을 상대로 로맨스 스캠을 벌이는 10대 청소년들을 보고 경악했다고 밝혔다. 로맨스 스캠을 하는 이들은 카페 보이즈 혹은 야후 보이즈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기자는 이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타깃에 접근하는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포맷이라고 하는 것을 판매하는 것을 봤다.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적혀 있고 가짜 SNS 프로필, 전쟁터에서 군복을 입은 군인의 사진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래서 교묘한 이야기를 사기꾼들이 만들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포털 사이트에서 손쉽게 이러한 포맷을 판매하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이 사이트는 범죄 포맷뿐만 아니라 추적을 따돌리는 기법 등 구체적인 범행 노하우까지 적혀 있었다. 또한 제작진은 취재를 통해 사기 포맷 판매상과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SNS에서 사칭할 인물을 캐릭터별로 모으고 그 이후 범죄 대본을 만들었다고 했다. 문 씨를 사칭한 이들이 갖고 있던 사진과 영상, 그리고 기구한 운명에 관한 이야기 모두 판매된 포맷이었다는 것.

그리고 전문가는 이들의 포맷 중 주목할 표현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는 "밥 먹었니? 뭐 먹었니? 하는 질문을 하는데 이건 외국인들은 묻지 않는 질문이다. 이는 한국인들이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인데 이것은 간접적이나 직접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아는 구성원이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에 한 제보자는 분명 한국인을 상대로 한 로맨스 스캠 관계자 중 한국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기 포맷 판매자는 범죄라는 것을 알지만 그저 돈이 되는 일을 할 뿐이라며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로맨스 스캠 피해자들은 구제를 받을 방법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맨스 스캠의 경우 은행의 지급정지 대상이 아니라는 것. 보이스피싱은 특별법에 따라 피해 구제가 가능하지만 유사한 범죄인 로맨스 스캠은 구제가 어려웠다.

이에 전문가는 "로맨스라는 이야기가 들어감으로써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라며 "해석을 하는 자가 수사를 개시하고 할 수 있다고 판단해야 하는데 그 연결고리가 지금 부족하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사기를 세분화시켜서 거기에 맞는 양형 기준을 만들고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피해 센터. 그리고 사기 방지 교육 등을 법정 의무교육에 포함해서 민생 사방 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라고 개선 여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경찰은 피해가 점점 커지는 로맨스 스캠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2월 사이버 경제범죄 수사팀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에 수사가 어렵긴 하지만 분명히 한다며 언젠가 진짜 범인들을 검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들은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이들은 "나도 몰라서 당했다. 그러니까 제발 이 범죄에 대해 알고 경계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취재 도중 피해자에게 수억 원을 갈취한 사기꾼은 이름만 바꿔서 피해자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고 또 연락을 해 와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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