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강태오, 천천히 차근차근…화려하지 않아도 푸르게

강선애 기자 작성 2021.02.26 16:33 수정 2021.02.26 16:42 조회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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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오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의 길에 정석은 없다. 첫 출연작부터 주연으로 화려하게 데뷔하는 배우도 있고, 오랜 세월 단역·조연을 거쳐 어렵사리 주연 반열에 오르는 배우도 있다. 주연을 한다고 계속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자리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배우는, 부지불식간에 사라지고 잊혀지기도 한다.

강태오(26)는 천천히 자기 속도에 맞춰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2013년 웹드라마 '방과후 복불복'으로 시작해 '미스코리아', '스무살', '여왕의 꽃' 등 다양한 작품에 조연으로 얼굴을 비쳤고, 주말극 일일극 가리지 않고 연기를 펼칠 수 있다면 다 경험했다. 그러다 2019년 KBS 드라마 '조선로코 녹두전'에서 차율무 캐릭터를 맡아 다정함과 카리스마를 오가는 매력적인 서브 남주로 젊은 시청층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맡은 역할마다 제 몫을 십분 발휘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 온 강태오는 차율무에 이어 JTBC 드라마 '런 온'(극본 박시현, 연출 이재훈)의 이영화 역을 통해 2연타 매력 포텐을 터뜨렸다.

강태오는 이달 초 종영한 '런 온'에서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미대생 이영화 역을 맡아 로맨스 드라마 속 청량한 남성 캐릭터의 진수를 보여줬다. 귀엽고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절로 미소 짓게 만들다가도, 아픈 사랑 앞에서 점차 어른스러워지는 청춘의 성장을 그려내며 공감을 자아냈다. '조선로코 녹두전'에서는 차분한 연기력으로 사극 멜로의 정석을 보여주더니, '런 온'에서는 청춘 멜로의 따뜻한 남성 캐릭터로 다시 한 번 자신의 매력을 드러냈다.

동시대에 주연급으로 활약하는 다른 20대 남배우들에 비해 강태오의 배우로서 행보가 빠른 편은 아니다. 짝사랑으로 끝나지 않고, 여주인공과 쌍방 로맨스로 감정을 나눈 남주인공도 이번 '런 온'이 처음이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8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강태오는 빠르지 않아도 차근차근, 자신의 속도대로 걸어가고 있다. 배우가 가는 길에 정석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연기력을 갖춘 배우는 언젠가 빛을 본다. 강태오는 이제 제대로 빛을 내기 시작했다. 느린 만큼 더 밝게, 더 오래 지속될 빛을.

강태오

Q. '런 온'을 무사히 잘 끝냈는데, 종영을 맞은 기분이 어때요?
강태오: 2020년은 제게 '런 온'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작년 8월부터 시작해 올 1월 말에 촬영을 마쳤으니, 오랫동안 함께 했죠. 이렇게 따뜻하고 좋은 작품을 만나 너무 행복했고, 덕분에 겨울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좋은 현장에서, 좋은 감독님, 좋은 배우분들과 일할 수 있어서 '내가 인복이 있구나'를 다시 한 번 느낀 작품이었어요.

Q. '런 온'이 젊은 시청층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강태오: 아무래도 대사의 매력, 맛있는 '말 맛'을 좋아해 주신 거 같아요. 또 크게 스펙터클 하진 않아도 잔잔하고 따스한 전개가 상처 받고 스트레스받는 분들한테 치유가 되는 작품이었던 거 같아요. 저도 작품 하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Q. 언급한 대로, '런 온'은 대사의 맛이 남달랐던 작품이죠.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대사가 있다면요?

강태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16부에 영화가 단아(최수영 분)랑 헤어진 후 선겸(임시완 분)한테 하는 말이에요. "이게 새드엔딩일 수도 있지만, (단아) 대표님을 만난 덕에 앞으로 다가올 감정들을 배우고 더 성장하겠죠?" 이런 말을 하는 영화를 보면서, '그래도 많이 성장했구나,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태오

Q. 강태오가 생각하는 이영화는 어떤 인물이었나요?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연기했는지 궁금해요.
강태오: 초반 촬영 때만 해도 캐릭터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영화가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른 모습이었거든요. 선겸이랑 있을 땐 한없이 동생 같고, 단아랑 있을 땐 성숙한 남성미를 내뿜다가도, 예준(김동영 분)이랑 있을 땐 친구 같기도, 예찬(김시은 분)이랑 있을 땐 오빠 같기도 장난꾸러기 같기도 하고. 그런 걸 보며 영화의 뼈대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했어요. 자칫하다간, 캐릭터적으로 갈피를 못 잡거나 이중인격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런 생각을 오래 하다가, 제 모습을 빗대 생각해 봤는데 저도 그렇더라고요. 저도 가족, 친구, 지인들, 회사 분들, 누굴 만나냐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들이 나왔어요. 상대방에게 비쳐지는 제 모습이 이런 캐릭터도, 저런 캐릭터도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영화의 모습에서도 그걸 크게 연연하지 말자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하다 보니, 캐릭터가 더 입체적으로 그려지고 인물들 간의 케미도 잘 살았던 거 같아요.

Q. '미대생' 이영화 설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했나요?
강태오: 기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거에 중점을 뒀어요. 감독님 지인 중에 실제 화가님이 계셔서 그분한테 가서 드로잉 수업을 듣고 펜슬 잡는 법도 배웠어요. 그분이 극 중 영화가 그린 그림을 그려주신 화가님이세요. 또 영화가 갖고 있는 미대생의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많이 생각해 봤는데, 영화의 말과 행동을 봤을 때 특별한 미대생이 아닌, 수많은 미대생에 있을 법한 모습 중 하나일 거 같았어요. 그래서 보통 미대생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를 구현하려 했어요. 청순하고 자유롭고 빈티지적이고, 그런 느낌들요.

Q. 이영화는 귀여운 '댕댕미'(강아지 같은 매력)가 넘치는 캐릭터였는데요. 애교 가득한 역할을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강태오: 처음엔 많이 부담이 됐죠. 사실 전 애교가 많지도, 강아지 같지도 않거든요.(웃음) 해보지 않았던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나, 어색하거나 과하게 보이진 않을까, 걱정이 됐어요. 영화를 연기하며 나름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됐고, 두려웠던 부분을 도전해 깼다라는 점에서 뿌듯함도 있어요.

강태오

Q. 영화는 재벌 3세인 서단아에게 기죽지 않고 항상 당당한 모습이었는데요. 실제 강태오와 영화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요?
강태오: 55%에서 60% 사이, 한 58% 정도요?(웃음) 저도 영화의 텐션과 비슷한 점이 있어요. 친해지면 장난을 많이 치고 그런 거요. 물론 영화가 저보다 더 심하긴 하죠. 영화와 결은 같지만 크기에서 제가 한참 뒤처져요.

Q. 전작들에서 여주인공을 짝사랑만 하다가, 이번엔 쌍방 로맨스를 했어요. 첫 쌍방 로맨스 연기는 어땠나요?
강태오: 너무 좋았어요. 사실 짝사랑남 연기가 많이 힘들었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정을 주는데 그 사람은 등을 돌리고 뒷모습만 바라봐야 하는 거, 돌아오지 않는 감정을 연기하는 게 너무 속상하고 아쉬웠어요. 이번 '단화커플(단아X영화)'을 연기하며 사랑의 감정이 피드백으로 돌아오는 게 너무 좋았어요. 그 감정을 받아 다시 새로운 감정으로 내보내고, 그런 핑퐁이 설레는 감정으로 다가왔어요. 어떻게 하면 단아를 더 설레게 할까 고민하며 연기했는데, 그 부분을 수영 누나가 잘 도와준 거 같아요.

Q. 로맨스 상대역이었던 최수영 배우가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도움을 줬나요?

강태오: 수영 누나한테 배운 게 너무 많아요. 수영 누나가 단아란 캐릭터를 너무 사랑한 만큼, 상대 배우인 제 캐릭터도 너무 좋아해 줬어요. '여기서 영화가 이렇게 나오면, 여자로서 더 설렐 거 같아', '이렇게 하면 영화의 새로운 매력이 나올 거 같아' 그러면서, 제가 몰랐던 부분을 누나가 많이 조언해 줬는데, 그 얘기가 다 맞는 말 같더라고요. 누나 덕분에 영화 캐릭터도, 단아 캐릭터도 잘 살았던 거 같아요.

강태오

Q. 상대배우와의 호흡이 정말 좋았네요. 그럼 기선겸 역 임시완, 오미주 역 신세경 배우와는 어땠나요?
강태오: 시완이 형은 완성형 배우인 거 같아요. 스스로도 완성을 추구하고, 한 신 한 신을 준비할 때마다 끊임없는 노력을 해요. 한 테이크가 끝나면 '이렇게 하면 더 낫지 않을까?', '여기서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러울까?' '이건 어때? 저건 어때?' 하면서 신을 완성하기 위해 계속 연구해요. 선겸이와 영화가 손가락으로 E.T를 따라 하는 장면도 형이랑 얘기하며 즉흥적으로 만든 거예요. 형은 프로페셔널하고, 배울 점이 많아요.

세경 누나는 배려심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에요. 촬영장에 오면 늘 '밥은 먹었니, 뭐 먹었니' 따뜻하게 물어봐 줬어요. 제가 그 말이 고마웠던 게, 초반에 현장에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누나가 따뜻하게 말을 걸어줘서 긴장을 풀 수 있었어요. 상대 배우의 컨디션을 체크해주고 배려해주는 게 너무 고마웠어요.

Q. '런 온'에 등장하는 청춘들은 조금씩 상처를 딛고 성장했는데요. 배우로서 강태오가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강태오: 이번 작품을 통해 제가 어땠는지 과거를 돌아보기도 하며 배운 게 많아요. 특히 감독님께서 만들어 주신 좋고 편한 분위기에서 연기하며, '자연스러움'에 대해 배웠어요. 다음 작품에서도 이번 현장의 좋았던 점을 기억하며, 그 기분 좋은 긴장감을 계속 가지고 가고 싶어요.

Q. 2013년에 데뷔해 이제 8년 차 배우예요. 배우가 된 걸 후회한 적은 없는지, 스스로 배우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강태오: 후회한 적 없어요. 전 어린 나이 때부터 연기자가 꿈이라 조금씩 조금씩 준비했고, 어느덧 데뷔해 활동한 지 8년 차가 됐어요. 물론 작품을 하며 힘들었던 적은 많죠. 대본을 다 외우지 못해 현장에서 혼난 적도 있고요. 스스로 '이것도 못해'라는 자책에 고민하기도 상처 받은 적도 있고요. 그렇지만 배우가 된 걸 후회한 적은 없어요. 어느 직업이든 일을 하며 마냥 즐겁지는 않잖아요? 당연히 힘든 게 있고 그걸 이겨내는 게 숙제죠. 배우로서 지금까지 온 길을 돌이켜 보면, 그래도 천천히 차근차근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너무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고, 꾸준히 성장하는 그래프를 그리고 싶어요.

강태오

Q. 그럼 배우 강태오의 인생을 100m 달리기로 봤을 때, 지금은 몇 m쯤 위치해 있다고 생각하나요?
강태오: 사실 데뷔 8년 차란 생각도 별로 안 했어요. 데뷔한 지 얼마나 됐는지는 생각지 않고 결승선만 바라보고 뛴 거 같아요. 지금 돌이켜 보면, 제가 뛰고 있는 이게 100m 달리기인지, 50m 달리기인지, 마라톤인지, 딱 정하지도 않은 거 같아요. 그게 100m 달리기라 생각한다면, 한 20m 정도? 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일을 하며 얼마나 만족했는지,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그 차이인 거 같아요. 아직까지 안 해본 게 많고 하고 싶은 역할도 많아서, 또 결승선에 다 왔다고 생각하면 저 스스로가 안일해질 거 같아서, 100m에서 절반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Q. 차기작이 tvN 드라마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의 이현규 역으로 정해졌는데요. 이번엔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강태오: 현규는 분위기가 영화랑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의 인물이에요. 영화는 자기의 커리어와 사랑 중에 사랑을 택하고 사랑앓이를 하다가 상처 받고 성장하는 인물이라면, 현규는 사랑보단 자신이 비쳐지는 모습과 미래를 더 중시해 사랑을 포기하는 인물이에요. 그러면서 후회하고 성장통을 겪죠. 그런 매력의 형규도 기대해 주세요.

Q. 배우 강태오, 인간 강태오로서 각각 어떤 목표를 품고 있는지 궁금해요.
강태오: 전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목표가 같은 거 같아요. 큰 건 없어요.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이 작품을 좋게 마무리하자'라는 짧은 목표를 갖는데, 그걸 장기적으로 봤을 때 꾸준히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거. 그게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목표인 거 같아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봤을 때, 화려하진 않아도 푸른빛으로 가득한 나무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사진제공=맨오브크리에이션]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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