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배우' 최수영, 기다림 끝에 증명한 '믿음'의 가치

강선애 기자 작성 2021.02.23 15:58 수정 2021.02.23 16:40 조회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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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아이돌 출신 배우들은 연기력을 인정받기 위해 생각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다. 연습생 때부터 체계적인 연기수업을 받고, 아이돌 스스로도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하다. 예전에야 아이돌 인지도로 쉽게 기회를 잡아 용납할 수 없는 '발연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많은 노력들이 모이고 쌓여, 이제 아이돌 출신 배우라 해서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시선은 확실히 약해졌다.

최수영은 아이돌의 연기가 살벌하게 평가받던 그때 그 시절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너도나도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던 때, 최수영은 그런 논란과 거리가 멀었다. 극에 녹아들어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칠 줄 알았고, 크게 튀지는 않았어도 그만큼 캐릭터 소화력이 안정적이었다. 연습생 시절부터 연기를 준비했던 최수영은 소녀시대 데뷔와 함께 연기자로도 꾸준히 작품의 문을 두드렸고, 어느덧 배우 경력이 10년을 넘었다.

영화 '순정만화'(2008), '걸캅스'(2019), 드라마 '제3병원'(2012), '연애조작단;시라노'(2013), '38사기동대'(2016), '본대로 말하라'(2020) 등을 통해 배우로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밟아 온 최수영. 연기가 나무랄 데 없다는 평가를 받긴 했으나, 2% 부족한 느낌이었다. '배우 최수영' 하면 떠오르는 강력한 한 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히트작까지는 아니더라도, 매력적인 '인생 캐릭터' 하나가 나올 법 한데. 그 하나의 부재가 늘 아쉬웠다.

하지만, 이제 그 아쉬움은 떨쳐도 될 것 같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런 온'의 서단아. 기존 드라마 속 재벌녀 캐릭터를 살짝 비틀어 주체적인데 통통 튀는 매력을 갖췄던 서단아를 최수영은 자기만의 색깔로 훌륭히 그려냈다. 서단아가 매력적일수록, "최수영의 연기가 이 정도였냐"며 놀랍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최수영의 '인생 캐릭터'가 비로소 탄생했다.

최수영이 '런 온'과 서단아에 더 애정이 큰 이유는, 그 스스로도 '위로'를 얻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 받고 회의감을 느끼던 최수영에게 이번 작품은 '믿음'의 가치를 깨닫게 했다.

'런 온' 속 기선겸(임시완 분)은 부상으로 육상을 포기하려는 김우식(이정하 분)의 손을 잡으면서 "내가 돼볼게. 네가 믿어주면, 그걸 해내는 사람"이라고 믿음을 줬다. 최수영은 이 대사에서 느낀 바가 컸다. 자신의 노력을 믿어준 이들, 반대로 자신 또한 그들을 믿으며 함께 할 때, 얼마나 행복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체감했고, 그게 위로로 다가왔다.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건, '배우 최수영'을 믿고 지켜봐 주는 것이었다. 믿음을 주자, 서단아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로 응답했다. 이런 작은 믿음들이 모이고 쌓이다 보면, 최수영도 '믿고 보는 배우'에 한발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최수영

Q. '런 온' 서단아 캐릭터가 기존 드라마에 나온 여성 캐릭터와 조금 결이 달랐다. 처음 서단아를 맡았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최수영: 난 겁이 많은 편이라, 단아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겁이 나는 지점이 있었다. 서단아란 인물을 초반에 잘못 연기하면 무료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단아가 미워할 수 없는 게, 부자인데 정의롭고, 이념과 사상이 깨어있는 친구였다. 요즘 시대에 볼 수 있을 법한 신여성 캐릭터라 참신한 지점이 있었다. 작가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캐릭터 변질 없이, 단아의 성장을 잘 풀어주실 거란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초반엔 겁이 좀 났지만, 점차 겁 없이 당당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Q. 그럼 겁이 많은 편인 최수영에게, 어느 시점부터 서단아가 편하게 다가온 건가.

최수영: 단아가 편했던 건 처음부터다. 단아의 특이한 말투나 어미가 불편한 지점이 있어,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거슬려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을 계속 했다. 근데 단아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 생각하니, 편해지더라. 단아의 말투에도 작가님이 의도한 지점이 분명 있었고, 그렇게 믿고 연기하니 나도 한결 편했다.

Q. 서단아와 이영화(강태오 분)의 러브라인이, 보통 로맨스물에서 다루던 재벌남주, 캔디여주의 클리셰를 뒤바꾼 설정이라 흥미로웠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남다른 재미를 느꼈을 것 같은데?

최수영: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기존의 클리셰를 바꿨다고 느끼진 못했다. 그냥 서단아니까 할 수 있을 법한 대사라고만 생각했는데, 방송이 나가고 많은 분들이 남녀가 바뀐 거 같다고 말씀해주시더라. 난 그보다 단아가 거침없이 강자에게 한없이 강으로 대하는 면모가 새롭게 다가왔다. 나한테 서단아는 굉장히 매력 있는 친구였고, 연기하기 너무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기선겸과 오미주(신세경 분)에 비해서는 단아가 지닌 서사가 표현될 시간이 한정돼 있다 보니, 시청자가 단아가 나올 때를 기다렸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나올 때마다 웃기고 싶었고, 기다릴 포인트를 만들고 싶었다. 그걸 살리려 하다 보니, 확실히 연기하는 나도 재밌더라.

최수영

Q. 서단아와 실제 최수영은 얼마나 닮았나. 또한 최수영이 이해하고 받아들인 서단아는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다.

최수영: 일을 좋아하고 완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싱크로율 70% 정도로 닮은 거 같다. 그렇다고 단아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은 아니다. 난 단아보단 조금 더 눈치 있고 배려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웃음) 단아는 강자한테 강하고, 약자한테는 약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와 기준에 맞지 않으면 강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준이 확고한 사람이다. 그래서 자신이 세운 기준이 정답이라 생각하고 그 정답을 어필하다가 늘 오해를 산다. 사람들이 단아와 대화하는 걸 두려워하는데, 단아는 진정한 친구가 되면 누구보다 내 사람을 챙기고, 누구보다 자기 일에 열심인 사람이다.

Q 함께 출연한 임시완, 신세경, 강태오 등과 연기 호흡이 잘 맞았는데, 연령대가 비슷해서 더 통하는 게 많았던 건가?

최수영: 또래 배우라 하더라도, 서로의 성향에 따라서 같이 연기할 때 주춤거리게 되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선배라도 스스럼없이 편해지고 자유자재로 편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일을 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경험했고, 또래 배우들과 연기한다고 해서 크게 '잘 됐다'는 마음을 갖지는 않는다. 근데 이번 드라마는 너무 좋은 성품을 가진 배우들만 모여 좋았다. 현장에서 정말 스스럼없이 신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고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또래지만 마치 선배들을 바라볼 때처럼, 이 배우들을 대하면서 내가 배운 점이 너무 많다. 정말 존경할 만한 배우들을 만나고 같이 작업한 거 같다.

Q. 그 가운데 신세경 배우와는 대학 동기이기도 하다. 신세경과는 현장에서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하다.

최수영: 세경이는 같은 대학 동기라 진짜 오래 본 친구다. 물론 각자 일로 바빠 그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는데, 왜 그런 관계있지 않나. 멀리서 바라만 봐도, 왠지 저 친구가 가는 길을 응원해주고 싶고 어떤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지 다 알 것만 같은, 그런 관계. 멀리서도 세경이가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는 모습에 존경심 같은 게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같이 호흡 맞춰보니 내 생각대로 너무나 좋은 성품, 좋은 실력의 배우더라. 세경이한테 많이 배웠고, 유머 코드도 잘 맞아 단아와 미주의 신들이 좋게 나올 수 있었다.

최수영

Q. 서단아는 자신이 그어놓은 선과 기준을 지키려 하는 사람이었다. 최수영 또한 '이것만큼은 안 된다'라고 정해놓은 선이 있나?

최수영: 난 내 자신에 대해 엄격한 편이다. 아무래도 대중에 노출해야 하는 삶을 살다 보니, 작은 콘텐츠를 선보이더라도 보여지는 것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작전을 세운다. 그래서 준비 없이 무언가를 하는 건 절대 안 된다는 선이 있는 거 같다. 또 난 내가 게으른 사람이라 여겨서, 그렇게 선을 세워놓는 게, 그나마 (게을러지지 않는) 기본적인 장치라고 생각한다.

Q. 서단아를 연기하며 캐릭터 해석이나 연기에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면?

최수영: 캐릭터 해석과 연기 조언은 감독님, 작가님이 가장 정확하게 해주시지 않나 싶다. 단아의 영어 대사를 만들 땐 티파니한테 도움을 받았다. 대사를 그냥 영어로 번역하는 거보다, 단아 특유의 재치와 캐릭터성을 살리고 싶었다. 티파니가 워낙 네이티브이고, 연기 공부도 오래 한 친구라, 단아의 대본과 앞 뒤 상황을 설명해주니 술술 영어 대사를 만들어주더라. 단아의 영어 신의 엣지를 완성해준 게 티파니다.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Q. '런 온'이 2030 청춘들의 성장을 그리다 보니, 최수영의 청춘도 한 번쯤 돌아봤을 거 같은데?

최수영: 티파니랑 대화를 하다가, '단아가 소녀시대 같다', '우리 같지 않아?' 란 말을 했다.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서 약간 날이 서 있는 모습이, 저희랑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 '런 온'은 곳곳에 청춘한테 하고 싶은 말들이 숨어 있었다. 저도 대본을 보면서, 참 위로를 많이 받았다. 특히 '내가 돼볼게. 네가 믿어주면 그거 해내는 사람'이란 대사가 있었는데, 이 드라마는 그 대사 같은 존재였다. '배우가 날 이만큼 믿어줬으니, 내가 잘 완성시켜줘야지'라는 작가님의 마음이 그 대사로 전해진 거 같아 너무 고마웠다. 나 또한 '날 믿어주면 해내겠다'는 마음을 늘 갖고 사는 사람인데, 이 대사가 나의 모토를 잘 표현해준 거 같았다. 그래서 그 신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

최수영

Q. 그동안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와 이제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배우 최수영에게 '런 온'은 어떤 의미로 남을 작품인가.

최수영: '런 온'은 인간 최수영한테 더 위로가 된 작품이다. 소녀시대 활동 때 많은 사랑을 받아, 대중의 피드백을 받는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성격이다. 근데 이 일을 하면서 느낀 약간의 회의감 같은 게 있었다. 사람 최수영의 노력을 잘 봐주지 않는 거 같다는 생각. 대중이 아니라, 일을 하면서 부딪힌 사람들에게서 느낀 회의감이었다. 배우의 노력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때로는 내 의도와 다르게 잘못 해석돼 말이 와전되는 것도 많이 봤다. 나 자신을 지키려 마음의 문을 닫아보기도, 반대로 연 척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그런 나한테 '네가 믿어주면 내가 그렇게 돼볼게. 그걸 해내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거 같았다. 날 온전히 믿고 맡겨주고, 또 내가 믿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준 작품이다. 그래서 앞으로 다른 작품을 만나도, 계속 이 작품을 임하면서 들었던 감동과 생각들을 계속 떠올리면서 할 수 있을 거 같다.

Q. 단아는 일에 완벽했지만, 로맨스에는 아이처럼 서툴렀다. 실제 최수영의 로맨스는 다를 거 같은데. 최수영이 단아에게 연애 조언을 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최수영: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서투름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로맨스가 완성되는 거 같다. 자기가 잘나서 연애를 오래 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났을 때 연애가 잘 지속되는 거다. 지금 갖고 있는 단아의 매력 때문에 영화가 좋아하는 거니, 따로 조언은 필요 없을 거 같다. 다만, 단아가 받을 줄을 모른다. 그래서 영화가 해주려는 생일파티에 단아가 크게 불편해한다. 그건 나랑 비슷한 면인데, 나도 독립된 성격이라 누가 뭘 해주려고 하면 하지 말라고 하고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 요즘엔 받는 거에 너그러워지자, 스스로 되뇐다. 단아에게 '영화가 주는 기쁨을 누리게 해 줘라. 밥도 사게 하고, 생일파티도 열게 해 줘라'고 말해주고 싶다.

Q. 서단아가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인생 캐릭터'라 칭찬받은 지라, 최수영의 다음 역할이 더 궁금해진다.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최수영: 내가 막 밝은 사람이 아니란 걸 최근 깨닫고 있다. 조금 더 서늘한 역할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다. 조금 더 미스터리하고 다크한 인물도 해보고 싶다. 반대로, 신을 코믹하게 만드는 걸 너무 좋아해서 제대로 된 코미디도 꼭 도전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런 온'처럼 삶을 들여다보고 현실적인 메시지, 위로의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좋아한다. 어떤 역할을 정해놓고 생각하기보단, 주어지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최수영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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