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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코믹 달인→악역 전문…데뷔 25주년, 배우 정웅인의 도전

강선애 기자 작성 2021.02.02 16:36 수정 2021.02.02 16:51 조회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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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인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25년, 강산이 바뀌는데 두 바퀴 반이 돈 긴 세월이다. 어느 분야든 25년이나 매달렸다면, '베테랑'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배우 정웅인은 연기의 베테랑이다. 과거에는 코믹연기의 달인으로 각광을 받았고, 어느 지점부터는 악역 전문 배우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정웅인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극본 박상규, 연출 곽정환)에서도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거대 권력에 기생하기도, 정의로운 주인공과 연대하기도 하는 장윤석 검사 역을 맡아 그동안 드라마에서 다룬 악역 검사들과는 결이 다른 새로운 연기를 선보였다.

2020년은 정웅인에게 특별히 더 바쁜 해였다. '날아라 개천용'이란 큰 프로젝트 외에도 연극 '얼음'의 연습,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의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영화 촬영 준비까지 더하며, 배우로서 다양한 플랫폼 연기에 도전했다. 이런 바쁜 행보는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다.

데뷔한 지 25년이나 됐지만, 정웅인은 계속 스스로를 담금질한다.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도 연기 트레이닝의 일환이다. 또 변화하는 흐름에 몸을 맡길 줄도 아는 배우다. 그래서 OTT 플랫폼에 친숙해진 대중의 변화에 발맞춰 OTT 콘텐츠로 연기 영역을 확장시키기도 했다.

오래도록 연기하고 싶다는 정웅인. 그에게 가장 두려운 건, 연기의 근간인 '무대'에 더 이상 못 서게 되는 것이다. 지천명의 나이가 된 그가 자신의 몸을 더 가꾸고 잘 관리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이유도 연기할 수 있는 무대에 계속 오르기 위함이다. 정웅인의 생각과 행동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연기에서 출발한다. 지난 25년이 그랬고, 앞으로의 시간도 그럴 것이다. 정웅인은 '천상 배우'니까.

정웅인

▲ 악역으로서 후회 없이…장윤석, 잊지 못할 캐릭터

정웅인이 출연했던 '날아라 개천용'이 지난달 23일 20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드라마 하나를 마무리한 정웅인은 "늘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무사히 끝나길 바란다', '무탈하게 마치고 싶다'라고 하지 않나.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치길. 코로나19 때문에도 그렇고 그 간절함이 더욱 컸다. 그야말로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라 말했다.

정웅인은 이번 작품으로 드라마 '보좌관'의 곽정환 감독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보좌관'에서 야비한 보좌관 오원식 캐릭터를 연기했던 정웅인은 또다시 맡게 된 악역에 어떤 차별점을 둬야 할지 고민했다. 곽 감독과의 허심탄회한 대화 끝에 나온 '날아라 개천용'의 장윤석 캐릭터는 '더 세게'였다.

"감독님께 '보좌관' 때 캐릭터랑 어떤 면이 다르냐고 물었더니 '더 세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아! 더 세게 주인공들을 괴롭혀야겠다'는 일념(?)하에 시작을 했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잘 해내자, 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탄생한 장윤석 검사는 기존 검사 캐릭터들과는 달랐다. 자신의 욕망을 좇아 움직이는데, 악역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도 가끔 인간적인 면모들이 보였다. 시장인 장인어른 강철우(김응수 분), 비선실세 김형춘(김갑수 분) 앞에 무릎을 꿇으며 아첨했다가 전세가 역전되자 반대로 이들을 협박하기도 했고, 강한 권력을 앞세워 약자들을 무섭게 몰아세우다가도 억울한 그들의 사연에 일말의 죄책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적군인지 아군인지 헷갈리는 장윤석의 다채로운 면들은 드라마의 재미에 한몫했다.

배우 입장에서 이런 장윤석은 표현할 게 많아 연기하기 어렵기도 재밌기도 한 캐릭터다. 정웅인은 장윤석을 어떻게 분석하고 연기에 임했을까.

"'대한민국에서 검사가 모르는 게 어딨어'라는 대사가 있듯, 대한민국 권력의 최고위에 있는 직업군 중에 검사는 굉장히 센 권력이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가정이나, 강한 장인어른 앞에서 위축되는 모습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엘리트 집단 빌런들이 다 모였을 때 장인어른에게 무릎 꿇고 맞는 모습도 보였는데, 이런 부분도 다 감독님에게 물어보고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냐' 제가 어필했던 부분이에요. 그들 앞에서 굉장히 위축되는 모습이지만, 나름대로 직장에 가서는 손가락질하고 큰소리 내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고요. 그리고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이 인물이, '재심'이라는 무거운 주제 속에서 마음으로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멋지게 자기반성을 할 수 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게 잘 비쳐진 거 같아 좋았어요."

정웅인

정웅인은 '악역 전문배우'로 손꼽히는 배우 중 하나다. 2013년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살인마 민준국 캐릭터를 소름 끼치게 소화했던 이후, 주로 악하거나 비열한 캐릭터로 주목받고 있다. 악역은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 어렵고, 이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기가 쉽지 않아, 배우들이 연기하기 까다롭게 여기곤 한다. 그만큼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에게 악역이 돌아가고, 악역을 잘 소화했을 때 배우 스스로가 느끼는 쾌감도 크다.

"악역은 연기적인 기본 바탕이 정말로 충분히 있어야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소리 지르고, 욕한다고 악역이 되는 게 아니죠. 악역이야말로 희로애락을 다 표현해낼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장윤석 검사는 악역으로서 후회 없이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어쩔 때는 깔깔 웃다가도, 동료를 만나서는 이렇게, 부인을 만나서는 저렇게, 변화된 모습을 다양하게 잘 표현해 낸 것 같아요. 이번 캐릭터는 그게 잘 그려진 거 같아 정말 잊지 못할 겁니다."

'날아라 개천용'은 배우 배성우가 음주운전 논란으로 중도하차하고 그 자리에 배우 정우성이 투입되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재정비를 거쳐 마지막 20회까지 무사히 완주했다. 정의로운 변호사, 기자가 약자들의 편에 서서 억울함을 풀어주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날아라 개천용'만의 짜릿한 역전극은, 중간 투입에도 온몸으로 열연한 정우성 덕에 완성될 수 있었다.

정웅인은 정우성과 만나 연기하는 신이 두 신 정도밖에 없었지만 "끝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일괄되게 끝까지 남들이 뭐라고 한들 자기 캐릭터를 유지하는 게 상당히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추켜 세웠다. 그리고 주인공 박태용 변호사 역을 맡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극을 이끌어간 권상우에게 특별히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방송 끝나고 (권)상우한테 카톡을 보냈어요. '참배우'라는 건 연기만 보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연기 외적으로도 여러 가지 상황이 있죠. 상우는 본인이 다쳐서 힘든데도 스태프들을 아우르고 자신의 스타일리스트, 매니저 등 모두를 대하는 능력, 정말 짜증 내는 표정 하나 없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에 놀랐어요. 정말 참배우라고 생각해요. 그런 참배우를 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더니, 상우는 '감사하다'며 오히려 '선배님 연기가 좋았다'고 답을 해왔어요."

정웅인

▲ 데뷔 25주년, 배우 정웅인의 도전은 ing

정웅인에게 2020년은 바빴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하는 해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연극 '얼음',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까지, 여러 플랫폼에서 연기할 기회를 잡으며 새로운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배우에게 연극은 트레이닝이에요. 배우에게 연습, 자기개발이란 무엇일까요? 넷플릭스 보고, 영화 보고 생각하는 게 다일까요? 가수들은 댄스, 보컬 트레이닝을 하잖아요. 배우에게는 그게 연극이라고 생각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시작해 지금까지 왔는데, 늘 저를 시험대에 오르게 해요. '정웅인 네가 얼마나 이 인물을 표현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손과 발까지 연기할 수 있는 태도를 만들려고 합니다. 마침 스케줄도 맞았고, 드라마 하면서 연극을 할 수 있어 행복했어요. 다양한 매체 연기를 하는 저에게 도전이에요. 이번에 OTT 작품도 처음 하게 됐는데, 무척 설레는 마음이에요."

지금은 악역으로 각광받는 정웅인이지만, 드라마 '은실이', '세친구', 영화 '두사부일체', "감 잡았어~"란 유행어를 남겼던 예능에서의 활약 등을 보면, 과거 그는 '코믹'에서 더 두각을 나타냈던 배우다. 정웅인도 코믹 연기에 대한 갈증을 털어놨다.

"코믹에 대한 갈증도 분명히 있죠. 시치미 뚝 떼고 웃기는 코믹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플랫폼에서 그전에 보여 드리지 못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정웅인

1996년 데뷔한 정웅인은 올해 데뷔 25주년이다. 현재 작은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는 그는 곧 '파친코' 촬영차 해외로 출국할 예정이다. 데뷔 25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자 그는 "그저 이렇게 바쁘게, 연기자 정웅인으로서 다양한 과제를 받고 또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뿐"이라고 덤덤히 전했다.

"그동안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해요. 캐릭터 적인 부분부터 플랫폼까지 다양하게,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도전하고 싶어요. 이런 얼굴로 멜로도 할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고, 예능도 언제든 열려 있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정웅인이라는 배우에게 기대감이 생기면 좋겠어요."

다만 그가 바라는 건 건강이다. 배우로서 그가 변치 않고 계속 잡고 가고 싶은 초심은 '연극'이고, 연극 무대에 오르기 위해선 건강한 몸이 뒤따라 줘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나이를 먹으니 몸이 슬슬 고장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무대에 못 서게 될까봐 솔직히 겁이 나요. 제게는 초심과 같은 연극, 연극을 오래도록 하고 싶어요. 이렇게 연극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무대에 설 수 있게 제 악기, 제 몸을 잘 가꾸고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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