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진지희, '빵꾸똥꾸' 끌어안은 영리한 성장

강선애 기자 작성 2021.01.08 17:10 수정 2021.01.08 18:17 조회 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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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희 (제공 씨제스)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어른 못지않은 훌륭한 연기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아역배우는 많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 그 인기는 오히려 독이 되곤 한다. 강렬하게 자리 잡은 아역배우의 이미지 때문에 성인 배우로 인정받기란 쉽지가 않다.

이럴 때 아역 출신 배우들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다. 꾸준히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천천히 성인 배우라는 걸 인지시키든가,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더 이상 어릴 적 그 아이가 아니란 걸 보여주는 일종의 충격 요법을 쓴다.

12년 전 '빵꾸똥꾸' 정해리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던 진지희는 다른 아역배우 출신들의 이런 행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꾸준히 작품 수를 늘려가고 있는데, 굳이 기존에 연기했던 캐릭터와 다른 걸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설령 '빵꾸똥꾸' 해리랑 비슷하게 보일지언정, 스스로 재미있는 캐릭터라 여겨지면 망설임 없이 선택한다.

최근 시즌1 방송을 끝낸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에서 연기한 유제니 캐릭터가 그러했다. 자기밖에 모르고 남을 괴롭히는 걸 즐기는 어린 악역인데, 철없는 어리광과 허술한 모습이 때론 사랑스러워 보였다. 거기에 은근 '츤데레'적인 면모까지. 유제니와 정해리는 묘하게 결이 비슷했다. 그래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제니는 빵꾸똥꾸 해리의 고딩 버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진지희가 과거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만 했다면, 유제니 캐릭터를 선택하면 안 됐다. 하지만 진지희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니와 해리가 충분히 다르고, 그런 디테일의 차이를 연기하는 게 재미있을 것이라 여겼다. 또 제니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 '빵꾸똥꾸' 이후 12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스스로의 연기도 성장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과거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건 아역배우 출신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마음이다. 그렇다고 제 몸에 안 맞는 배역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거나, 연기 변신에만 혈안이 되어선 안 된다. 자칫 잘못하면 어릴 적부터 공고히 다져온 배우로서의 신뢰감마저 잃을 수 있다.

진지희는 '빵꾸똥꾸' 해리가 겹쳐 보이더라도, 자신이 보유한 매력과 역량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유제니 캐릭터를 골랐고, 기대만큼 잘 연기해냈다. '빵꾸똥꾸'는 진지희를 계속 따라다닐 과거의 영광이다. 잊혀지지 않을 과거라면, 차라리 끌어안고 가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진지희의 선택은 참 영리하다.

진지희 (제공 씨제스)

▲ "유제니, 알고 보면 단순하고 순수한 캐릭터"

'펜트하우스'는 자극적이지만 중독성 있는 스토리, 빠른 전개와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열연이 시청자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3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즌1이 이제 막 끝났는데, 시즌2가 얼른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시청자 바람이 이어지는 중이다.

'김순옥 유니버스'의 집약체였다는 평가를 받는 '펜트하우스'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했고, 배우들은 저마다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유제니 역의 진지희도 마찬가지였다. 악해 보이는데 단순하고, 철없어 보이는데 은근 귀여운 유제니를 사랑스럽게 표현하며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완성시켰다.

"제니가 단순한 친구예요. 화를 낼 땐 화를 내고, 기분이 좋으면 좋다는 걸 드러내는, 느끼는 대로 감정표현이 솔직한 아이죠. 엄마 강마리(신은경 분)가 제니를 엄청 사랑해주는데, 그렇게 사랑받기 위해선 제니에게 사랑스러운 모습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고, 또 중3 때부터 성장해 가는 과정이 담기기에, 체중관리나 의상 같은 면에서도 제니가 성숙해가는 모습을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극 중 대한민국 최고의 주상복합 헤라팰리스에 사는 아이들은 부모의 부와 권력을 뒷배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잘못된 가치관을 갖고 온갖 악행을 일삼는다. 가난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는다. 진지희가 연기한 유제니도 그런 헤라팰리스 아이들 중 하나였다. 민설아(조수민 분) 괴롭히기에 동참했고, 배로나(김현수 분)와는 중학교 때부터 오랫동안 악연을 이어왔다.

그런데 '펜트하우스' 시즌1 최종회에서 유제니는 배로나를 챙기며 달라진 모습으로 의아함을 자아냈다. 엄마 오윤희(유진 분)가 살인범으로 잡혀간 후 홀로 남아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하고 있는 배로나에게 유제니는 무심한 척 샌드위치를 건네며 끼니를 챙겼다. 진지희는 제니의 이런 행동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을까.

진지희 (제공 씨제스)

"제니의 성격과 부합하는 행동이라 여겼어요. 제니가 단순한 캐릭터인데, 악행을 펼치지만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직전 회차에서 로나가 쓰레기를 맞는 우리를 구해줬는데 그때 로나한테 감동한 것도 있고, 그간 로나를 괴롭힌 것에 반성의 마음도 생긴 거 같아요. 제니 입장에서 아직 로나를 막 좋아하게 된 건 아니지만, 힘든 일에 처한 로나에게 '이 샌드위치 먹으며 너도 좀 쉬어'라는 마음의 표현을 한 거라 생각했어요."

극 초반 학교폭력의 주체였던 유제니가 중간 과정 없이 갑자기 배로나를 챙기는 유일한 친구로 변한다면 설득력을 잃게 된다. 캐릭터의 변화를 미리 알고 있던 진지희는 나름 처음부터 기초를 다졌다.

"후반부에 제니가 로나의 '츤데레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작가님께 들어 알고 있었어요. 후반에 그 모습을 살리려면, 초반에 로나를 더 못되게 괴롭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로나를 괴롭혀야 더 불쌍해 보일지, 그런 고민을 초반에 많이 했죠. 후반부에 엄마가 경찰에 잡혀가는 신 같은 걸 보면 제니의 표정이 전과 조금은 달라요. 시간의 흐름도 고1 후반이 됐기에, 제니도 그만큼 성장했을 거고요. 제니의 변화가 급격하게 보이지 않도록, 그런 세세한 부분을 염두하며 연기하려 했어요."

▲ "실제 성격은 어른스러워…유제니와 많이 달라"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자도, 때린 사람은 발 뻗고 못 잔다'는 말이 있다. 극 중 연기였지만, 친구들을 괴롭히는 상황에 진지희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아무리 드라마고 연기지만, 누굴 때리면 제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제가 로나를 때리는 신을 찍을 땐, 그날은 하루 종일 로나한테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았어요. 연기라 할지라도 악의적인 마음을 담고 연기해야 하니, 상대방한테 피해가 가는 거 같아 항상 미안하고 불편해요. 당하는 입장이 아니라 육체적으로 힘든 건 없었지만, 정신적으로나 심적으로 좀 많이 어려웠던 거 같아요."

유제니와 달리, 실제 진지희는 어른스러운 편이라 한다. 굳이 비슷한 부분을 꼽자면 밝은 성격 정도. 전체적으로 유제니와의 싱크로율은 낮은 편이라 자평했다.

"재미있는 걸 보면 꺄르르 웃고 발랄한 부분들은 제니랑 좀 비슷한 거 같긴 한데, 저와 싱크로율이 높진 않아요. 전 진중할 땐 진중해요. 주변에서 어른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요."

진지희 (제공 씨제스)

자신과 다른 성격의 유제니를 연기하기 위해, 진지희가 가장 많이 참고한 사람은 엄마 강마리 역의 배우 신은경이었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헤라팰리스 아이들은 악한 성격과 행동이 부모와 꼭 닮아 있었다. 강마리와 유제니도 마찬가지. 푼수 같은 성격부터 오버스러운 표정까지 모든 면에서 비슷했다. 진지희는 신은경이 표현하는 강마리를 따라 하려 애썼다.

"김순옥 작가님이 '아이들은 헤라팰리스 어른들의 데칼코마니, 미니미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신은경 선배님의 영상을 많이 찾아봤죠. 처음 대본리딩 할 때도 선배님의 모습을 살펴보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호흡하시는지, 어떻게 연기하시는지 연구했어요. 제가 많이 따라 하려고 했죠."

진지희는 강마리-유제니에게서 재미있는 모녀 케미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모두 신은경의 배려 덕분이었다고 공을 돌렸다.

"항상 선배님들과 연기하면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돼서 긴장을 많이 해요. 신은경 선배님은 너무 좋은 분이세요. 제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항상 먼저 배려해주시고, 괜찮냐고 물어봐 주시고, 제 연기에 항상 맞춰주려고 하셨어요. 주변에서 마리와 제니의 모녀 케미가 좋았다고 칭찬해 주셨는데, 신은경 선배님 덕분에 그런 케미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펜트하우스' 향후 시즌에서는 세신사인 걸 숨긴 강마리의 비밀, 두바이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감방생활 중인 제니 아빠의 정체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그 중심에서 유제니가 어떤 변화를 겪을 지도 앞으로의 '펜트하우스'를 즐기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만약에 제니가 그 비밀들을 안다면 난리가 나겠죠. 엄마만 믿고, 헤라펠리스 식구라서 제니가 당당했던 건데. 비밀들을 알게 된다면 엄마에 대한 배신감, 세상에 대한 좌절, 우울이 올 거 같아요. 시즌2의 제니가 어떻게 성장할지 저도 기대가 돼요. 시즌1에서는 보여드리지 못한, 다른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올 거 같아요."

진지희 (제공 씨제스)

▲ "아역 이미지 벗으려 하기보단, 내 역량에 맞는 재밌는 연기 하고파"

'빵꾸똥꾸' 정해리와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는 부담감을 안고도, 진지희가 굳이 유제니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전 캐릭터를 고를 때 '하이킥'을 염두하진 않아요. 연기 변신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부담보단 캐릭터의 매력을 보고 작품을 고르려 해요. 제니가 사랑스럽고, 제가 이 아이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제니를 선택했어요. 시청자가 제니를 해리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지만, 제 관점에서는 제니와 해리는 다른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겉으로 보기엔 악동이고 어린 애로 보이지만, 제니는 제니 나름대로 화를 내는 이유, 남을 괴롭히는 이유, 상처 받는 이유가 다 달라요. 그런 부분을 섬세하게 연기하고 싶었어요. 제 나이가 지금 23세인데, 해리를 연기할 때보단 그런 감정을 함축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고도 생각했고요."

진지희도 '아역 이미지를 벗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교복을 입고 10대 연기를 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지금의 모습처럼, 굳이 아역 이미지를 벗으려고 발버둥 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보다는 자신이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자는 생각이다.

"물론 저도 예전에는 아역 이미지를 벗고 싶단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제가 가질 수 있는 역량에 맞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지금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나중에는 김소연 선배님처럼 차가운 악녀 연기도 해보고 싶고, 수사물에서 형사 연기도, 걸크러쉬 면모의 캐릭터 연기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설령 캐릭터가 비슷해 보여도, 상황과 표현 방식이 다르니까 괜찮아요. 앞으로 해보지 못한 캐릭터에 계속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진지희 (제공 씨제스)

아역부터 출발해 연기 경력이 꽤 길지만, '펜트하우스'처럼 시즌2, 3까지 이어지는 긴 호흡의 작품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장기전의 드라마를 해보는 건 처음이라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긴 호흡을 위해 초반부터 탄탄하게 쌓아가야겠다는 마음이었죠. 나중에 제니가 변화해도 너무 어색하지 않게, 차근차근 쌓아야겠다는 관점으로 연기를 했어요. 상대방과의 호흡이 중요하고 중간중간 감초 역할도 해야 하는 캐릭터였는데, 그 흐름을 재미있게 풀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 신은경 선배님한테 많이 배웠죠."

2020년을 유제니로 보내며 시청자의 많은 사랑을 받은 진지희는 2021년도 유제니로 달린다. 그만큼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크다.

"제니는 저와 2020년을 같이 보낸, 애틋하고 정감 가는 캐릭터예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냈어요. 그만큼 '펜트하우스'는 저한테 큰 영향을 끼쳤고, 전작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뜻깊은 작품이라 생각해요. 2021년에도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새로운 제니가 되어, '펜트하우스' 시즌2로 돌아올게요."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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