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김선호를, 선호하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20.12.24 15:45 수정 2020.12.24 16:04 조회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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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서브병에 한 번 빠지면 약도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메인 남자 주인공이 아닌 서브 주인공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걸 '서브병'이라 부른다. 여자 주인공을 짝사랑만 하다가 끝날 서브 주인공의 짠한 결말을 알기에, 그를 아끼는 시청자도 같이 가슴앓이를 할 수밖에 없어 '서브병'은 치료할 수 없다고 한다.

'가을동화'의 원빈, '선덕여왕'의 김남길, '상속자들'의 김우빈 등 그동안 '서브병'을 일으킨 대표적인 캐릭터들이 있다. 그리고 최근 '서브병' 유발 리스트에 한 명이 더 추가됐다. 지난 6일 종영한 tvN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한지평 역을 소화한 배우 김선호다.

보육원 출신으로 외롭게 성장한 한지평이 좋은 어른 최원덕(김해숙)을 만나 가족의 따뜻함을 배우는 모습은 울컥한 감동을 자아냈다. 또 성공한 투자자로 독설을 쏟아내는 한지평이지만, 그 안에 배어있는 어쩔 수 없는 '순둥이'의 착한 성품은 그를 응원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여주인공 서달미(수지)를 돕는 '키다리 아저씨' 한지평은, 때론 프로페셔널하고 지적인 모습으로, 때론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여심을 뒤흔들었다.

드라마 속 한지평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던 건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연기한 김선호가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했다면, '역대급 서브병 유발자'라는 극찬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터. 김선호가 아닌 한지평은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김선호

▲ 인기 많이 어색…"지금 잘하고 있어" 댓글에 울컥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스타트업'이라는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서, 함께한 사람들이 끝까지 웃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다 좋으신 분들이라 조금의 무리도 없이 행복하게 작품을 끝낼 수 있었죠. 끝이라니 굉장히 아쉽게 느껴져요. 지평이를 못 만난다는 아쉬움이 너무 크고요. '한지평'이라는 인물로 살아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김선호가 '스타트업'을 출연하게 된 계기는 박혜련 작가와 오충환 감독의 영향이 컸다. 박혜련 작가가 쓴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오충환 감독이 연출한 '닥터스', '호텔 델루나' 등의 작품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는 김선호에게 '스타트업' 출연은 망설일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두 분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어요. 대본을 보니 글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죠.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함께할 수 있다면 너무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제게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한지평을 보며 '서브병' 앓이를 호소한 시청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배우 김선호로 이어졌다. 요즘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김선호 관련 글들의 조회수가 폭발하고, '스타트업' 방송 전 62만 명이었던 김선호의 개인 SNS 팔로워 수는 390만 명까지 늘었다. 2020년 12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남배우는 김선호라 감히 말할 수 있다. 데뷔 이래 가장 뜨거운 인기, 김선호는 어떤 기분일까.

"사실 많이 어색하고 믿기지가 않아요. 그래도 주변 분들께서 좋은 반응들, 좋은 기사들도 많이 보내주시고, 말씀도 많이 해 주셔서 점점 실감이 나고 있어요. 그리고 길을 다닐 때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어색하면서도 좋고, 감사해요. '배우 하길 잘했다'라는 생각도 들고요. 많은 분들 덕분에 배우 생활을 행복하게 하고 있는데, 그 과정을 또 행복하게 바라봐주시고, 함께해주시니까 정말 기분이 좋아요. 덕분에 행복하고 과분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김선호

물론 인기도 좋지만, 배우에게 가장 큰 기쁨은 연기에 대한 칭찬이다. 김선호는 시청자의 댓글 중 가장 기분 좋았을 때가 '스타트업' 10부에서 한지평이 국수를 먹다가 서달미에게 고백했던 장면에 대한 반응들이라 밝혔다.

"'지평이의 고백이 담백해서 차라리 좋았다'라는 댓글들이 있었어요. 달미에게 고백할 때, 너무 무겁지 않게, 부담 주지 않으려고 하는 지평이의 모습이 좋았다는 말씀이었죠. 해당 장면을 준비하고 촬영하면서 '지평이라면 달미에게 담백하고 덤덤하게 자신의 마음을 툭 이야기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지점이 시청자 분들께도 전달이 되었구나 싶어 너무 좋았어요. 사실 너무 신나서 내적으로 소리를 지를 정도였어요.(웃음)"

팬들이 보내준 응원의 메시지들도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의 노력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팬들의 애정 어린 마음들은 고스란히 전해져 김선호에게 울컥한 감동을 안겼다.

"'스타트업' 마지막 회 방송 때 팬분들께서 제 인스타그램에 댓글로 '선호야, 너 지금 잘하고 있어'라는 댓글을 엄청 많이 달아주셨어요. 마지막 회 방송이 끝나고 그 많은 댓글들을 하나씩 살펴보는데, 정말 울컥하고 감동했어요. 고민이 많았던 작품이었는데,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주신다는 게 느껴져서 큰 힘을 얻었죠."

▲ 한지평과 싱크로율 50%…친구처럼 편한 연애가 좋아

한지평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김선호는 내적인 면과 외적인 면, 모든 부분에서 신경 쓰고 노력했다. 한지평이라면 어떻게 걸을까, 어떻게 말할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럴 땐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을까 등 한지평이 할 법한 행동들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또 한지평이 입는 슈트 스타일링에도 신경 썼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한지평이 만나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한지평이 지닌 다양한 모습이었어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지평이라는 인물이 보이는 태도에 대한 차이를 많이 두려고 했죠. 원덕을 만났을 때, 달미를 만났을 때, 도산(남주혁)이를 만났을 때 등 만나는 인물에 따라 지평이는 어떤 행동을 할까, 이런 고민들을 많이 했어요. 감독님과 이야기 나누며 여러 가지 준비한 것들을 실행해보면서 지평이란 인물을 만들어나간 것 같아요."

김선호

그런 고민 끝에 탄생한 한지평은 흠잡을 데 없는 매력남으로 여성 시청자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정작 김선호는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서는 늘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며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않는 분위기다.

냉정하고 독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이었던 한지평. 김선호는 한지평과 자신의 싱크로율에 대해 50% 정도라고 답했다.

"'한지평'이라는 인물을 제가 연기했으니 50% 정도 아닐까요?. 지평이처럼 남들한테 차가운 말도 잘 못하고, 실제로는 좋은 집, 좋은 차도 없지만, 그래도 저라는 사람이 연기했으니 절반 정도는 저의 모습이 묻어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서달미를 짝사랑하며 한지평은 따뜻한 츤데레이자 키다리 아저씨로 뒤에서 묵묵히 서달미를 도왔다. 서달미가 부담스러움을 느끼지 않게 배려하며 조금씩 마음을 드러냈다. 실제 김선호는 어떤 사랑관, 연애 스타일을 추구할까.

"전 편한 연애가 좋은 것 같아요. 언제 봐도 즐거울 수 있는 친구 같은 사이면 좋겠어요. 한지평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저도 연애를 할 때 서로 '존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에요. 상대방이 하는 일, 제가 하는 일을 서로 존중받고, 존중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지평이처럼 헌신을 다해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종종 해봤는데,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김선호

김선호는 '스타트업'에서 자신과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장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늘 배운다는 생각으로 상대의 장점부터 보려 하는 그의 삶의 태도가 묻어났다. 짝사랑 서달미 역의 수지, 사랑의 라이벌 남도산 역의 남주혁, 친할머니 이상의 따뜻함을 알려준 최원덕 역의 김해숙, 직장 상사이자 멘토 윤선학 역의 서이숙과의 연기 호흡을 묻는 질문에 김선호는 장점들을 줄줄이 읊었다.

"수지 배우는 이미 많은 분들께서 아시겠지만, 집중력이 뛰어나고 연기를 훌륭하게 하는 여배우라고 생각해요. 연기할 때 매 순간 집중력이 뛰어나고 차분했던 것 같아요. 현장 분위기도 유쾌하게 이끌 줄 아는 좋은 배우라 저도 유쾌하게 촬영했어요.

남주혁 배우는 정말 좋은 배우고 동생이에요. 함께 하는 내내 많이 배웠고 매 순간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날만큼 즐거웠어요. 연기할 때 늘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센스들이 빛을 발하고, 덕분에 저도 함께 연기하는 순간을 즐길 수 있었죠.

김해숙 선배님께서는 진짜 '원덕'이라는 인물 그 자체셨어요.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매 순간 행복했고 즐거웠어요. 촬영 내내 정말 '내가 이 자리에 있다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감동스럽고 영광스러웠어요.

서이숙 선배님의 연기는 명확함이 있어요. 감정 연기에 능숙하시고 정확하세요. 그 표현 방법을 참 많이 배웠어요. 제 스스로가 풍부하고 정확한 표현력을 굉장히 부러워하는 사람인데, 그런 점에서 공부도 많이 했고 선배님께 누가 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연기를 하시지 않으실 때는 유쾌하셔서 같이 즐겁게 대화도 많이 했고요."

김선호

▲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사람이 되길

김선호가 요즘 핫한 이유는 '스타트업'이 전부가 아니다. KBS 2TV 예능 '1박2일'에 고정 멤버로 1년 넘게 활약하며 예능인으로서도 대중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예뽀(예능 뽀시래기)'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그는 이제 예능에 완벽히 적응해 한결 편한 모습으로 물 만난 고기처럼 자연스러운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저를 좋게 봐주시면 감사할 뿐이죠. 제 주변에 재미있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 친구들을 보고 배운 것이라 생각해요. 배우로서 장기간의 예능 출연이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긴 하지만, 지금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좋으니까. 현재로서는 부담보다는 즐거움이 더 커요."

김선호는 2009년 연극 '뉴보잉보잉'으로 데뷔해 잘생긴 외모와 탄탄한 연기력, 여기에 친절한 팬서비스까지 갖춘 연극배우로 주목받았다. '연극계 아이돌'로 불리던 그는 지난 2017년 드라마 '김과장'으로 처음 매체 연기에 진출했고, 이후 '최강배달꾼', '투깝스', '백일의 낭군님', '으라차차 와이키키2', '유령을 잡아라'를 거쳐 이번 '스타트업'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무대에서 매체로 옮겨 연기를 펼친 지난 4년을 돌아보며, 배우로서의 소회를 물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후회한 적 없어요. 매체에서 하는 연기는 무대에서 하던 연기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그리고 오히려 매체에 진출해 경험을 쌓으면 보다 폭넓고 다양한 무대 연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매체든, 무대든, 저에게 있어 더 열심히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후회한 적은 없어요."

김선호

지난 몇 년간 드라마 연기에 주력하면서도, 김선호는 무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바쁜 와중에도 1년에 한 작품씩은 무대에 올리며 연극배우로 꾸준히 관객을 만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 인기 정점을 찍은 그가 차기작으로 연극을 고른 것도, 그라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내년 1월에 개막되는 연극 '얼음'이라는 작품을 통해 관객 여러분께 인사드릴 계획이에요. 내년에는 조금 더 편안한 배우로 여러분께 다가가고 싶어요. 무엇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로서 김선호의 목표는 '이 역할은 김선호 아니면 안 돼'라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꿈은 이미 이룬 것처럼 보인다. 이번 '스타트업'을 통해 "김선호 아닌 한지평은 상상할 수 없다"는 칭찬을 받았으니까. 김선호가 팬들의 SNS 댓글들을 보고 울컥했다는 그 말을 지금 다시 해주고 싶다. 김선호는,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

"배우 김선호로서는 '이 역할은 김선호 아니면 안돼'라는 작품을 남기고 싶어요. 제가 보이지 않고, 오롯이 그 인물이 되어서 시청자 분들의 감정 이입을 돕고, 제가 아니면 이 역할을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와 작품을 남기고 싶어요. 인간 김선호로서는, 먼 훗날 나이를 많이 먹어서도 '그래, 좋은 삶을 살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배우 김선호로서든, 인간 김선호로서든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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