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박하선 "16년간 착한 연기만…이제 내 얘기 하는 게 두렵지 않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20.12.16 16:39 수정 2020.12.16 16:59 조회 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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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을 뜻하는 신조어 '경단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늘 화려함 속에 사는 것처럼 보이는 여배우도 얼마든지 경단녀가 될 수 있다. 미혼일 때와 비교해 결혼 후 남편, 아이가 생긴 후 들어오는 작품의 수나 스타일이 크게 달라지는 게 현실이고, 거기서 계속 기존의 눈높이를 고수하다 보면 그나마 있던 러브콜도 사그라들어 작품 선택의 폭이 더 좁아진다.

배우 박하선은 최근 한 웹토크쇼에 출연해 직접 겪은 여배우의 '경단'을 언급했다. 그녀는 "열애가 알려지고 2년, 또 결혼 임신 육아로 2년, 그렇게 처음 쉬어봤다"며 더 이상 '만인의 연인'의 이미지를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캐스팅 순위에서 밀리고 연기자로서 활동이 위축됐던 경험을 전했다. 특히 박하선은 "더 속상한 건, 같은 유부인데 미혼 하고만 작품 하겠다는 분들이 있다"며 남자 배우한테 유부녀란 이유로 캐스팅을 거절당했던 경험까지 털어놨다. 박하선의 솔직한 고백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응원을 보냈다.

박하선은 경단녀의 위기에서 마냥 주저앉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니즈가 달라졌다는 걸 받아들였고, 거기에 맞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현재 자신에게 잘 맞는 작품과 캐릭터들을 찾았다. 유부녀라서 안 된다면 유부녀 역할로, 엄마라서 안 된다면 엄마 역할로, 지금 자신의 모습과 닮으면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알아봤다.

그래서 최근 박하선이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 확실히 기존과는 다른 느낌이다. 지난해 방송된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에서는 불륜이란 금기된 사랑으로 혹독한 홍역을 겪는 여성 손지은을 연기했고, 최근 종영한 tvN '산후조리원'에서는 육아면 육아, 남편 내조면 내조, 모든 것에서 완벽해 보이지만 남모를 고민과 아픔을 지닌 조은정 캐릭터를 소화했다. 지금은 카카오TV 웹드라마 '며느라기'에서 난생처음 시월드에 입성해 우여곡절을 겪는 며느리 민사린 역으로 활약 중이다.

박하선은 이 작품들에서 모두 호평을 이끌어냈다. 작품성과 연기력 인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캐릭터들이 모두 '유부녀'였는데, 많은 시청자로부터 '공감 간다', '박하선의 재발견', '인생 캐릭터'라는 호감 섞인 반응들을 얻었다.

가수 나훈아는 노래 '테스형'에서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지만,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이라며 답답해했다. 지금의 자신과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영리하게 움직이고 있는 박하선은, 적어도 '테스형'에게 답답함을 호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런 박하선이라면, 더 이상 '경단녀'로 오랜 기간 연기를 쉬는 일은 없을 거 같다.

박하선

▲ '산후조리원' 조은정, 스스로 인정하는 '인생 캐릭터'

"'산후조리원'의 조은정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나 정말 행복한 한 달이었고, 조은정을 떠나보내기가 무척 아쉬웠어요. 좋은 평을 많이 받은 작품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대본, 연출, 배우, 제작진 모두 완벽한 작품에 함께 해서 영광이었고요. 너무 아쉬워서 시즌 2를 꼭 했으면 좋겠어요. 함께 열광적으로 호흡하고 지지해준 시청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박하선은 조은정 캐릭터를 스스로 '인생 캐릭터'라고 언급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겉으론 우아하고 기품 있어 보이지만, 때론 고집 세고 이기적이기도, 때론 인간적이고 짠하기도 했던 조은정을 생생하게 살아있는 연기로 표현한 박하선과 잘 어울린다며 '인생 캐릭터'라고 칭찬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박하선 스스로도 이를 '인생 캐릭터'라고 인정한다는 것이 신선했다.

"조은정은 우아하고 도도하면서도 웃기고 짠하고 귀엽고 슬프고. 여러 가지 매력과 인간적인 모습이 있는 정말 복합적이고 버라이어티한 캐릭터였어요. 이 정도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연기할 수 있을지 몰랐고, 그래서 촬영하는 내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저한테도 '인생 캐릭터'였는데,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그런 말이 나와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반응들이 너무 재미있었고, 마지막 촬영을 하기 싫을 정도로 스스로 조은정에 대한 애착이 강했어요.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모두들 그렇게 얘기해 주시고 같이 느껴주셔서 감사했죠. 항상 제 루틴이, 대본을 처음 받아 들면 '살아있게'라는 말을 적어둬요. '이건 무조건 대체불가능한 캐릭터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조은정을 다른 배우가 연기했어도 됐겠다'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어요."

지난 2017년 2년 열애 끝에 배우 류수영과 결혼한 박하선은 그 해 딸을 출산했다. 결혼, 출산, 육아를 모두 경험해 본 입장에서 박하선도 이번 작품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자신의 조리원 생활이 떠올랐다.

"저도 엄마가 처음이었고,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었어요. 한 번은 조리원에서 너무 힘들어서 친구에게 울면서 전화했던 기억이 나요. 그 친구는 29살에 아기를 낳았는데 친구 또한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콜라를 마시면서 버텼다고 하더라고요."

박하선

'산후조리원'에선 출산도 육아도 초보인 엄마들에게 조리원 내 다른 엄마들이 큰 도움을 준다. 박하선에게도 실제 그런 '조동'(조리원 동기)이 있다.

"제 '찐 조동' 친구들이 드라마 시작 전부터 너무 기대를 했고 방송 이후에도 재미있게 봤다며, 우리 조리원 때가 생각난다고 피드백을 많이 줬어요. 드라마에 대한 피드백은 제 주변 친구나 지인 반응이 가장 정확한데, 이렇게 끝까지 재미있다며 피드백을 준 적은 처음이에요. 얼마 전에도 단톡을 했는데, 이 분들과는 전우애 같은 게 있고 실제로도 굉장히 힘이 돼요. 애를 키울수록 정보싸움인데 그런 점에 있어서 너무 든든하고 고마워요."

심지어 현실 '조동'은 박하선이 조은정 캐릭터를 구축할 때도 큰 도움을 줬다. 조은정의 세세한 부분들이 더 공감 갔던 이유는, 박하선이 실제 경험들을 캐릭터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조은정 캐릭터를 구축할 때, 저의 실제 조동 모임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어요. 조동 모임 중에 한 분이 시크하게 책을 추천해 주는 등 굉장히 프로페셔널하셨는데 이 분과 함께, '둘째 맘'이라 여유 있고 항상 웃으며 인사하시는 분이 두 분이 계셨는데 그 두 분께 직접 말씀을 드리고 두 분의 캐릭터를 섞어서 캐릭터를 구축했어요. 제게 굉장히 도움이 됐던 분들이시죠."

조은정은 전업주부면서 아이들 육아와 남편 내조에 '완벽'한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실제 박하선은 어떤 엄마, 어떤 아내일까.

"저는 아이에게는 친구 같은 엄마이고 싶어요. 아이가 제게는 뭐든지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저 또한 아이와 뭐든 동행해 줄 수 있는 엄마, 편하고 어렵지 않은 엄마였으면 좋겠어요. 아내로서는, 아내라기보단 극 중 은정이처럼 계속 여자였음 좋겠다고 생각해요. 어떤 스타일이라 정의하긴 어렵지만 그냥 친구 같은 아내, 동지 같은 아내인 것 같아요. 부부는 육아 동지이니까요. (웃음)"

반대로 류수영은 어떤 아빠, 남편 스타일인지 물었다.

"육아는 함께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서로 잘 맞추며 하고 있고, 남편이 옆에서 많은 힘을 줘요. 같은 배우이다 보니, 원래는 조언도 해주고 도움도 많이 주는 편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크게 조언을 받은 게 없었어요. '산후조리원'과 '며느라기'에 대해서는 별로 말해 줄 게 없었는지 말보다 응원을 많이 해 줬어요. 이 작품은 워낙에 제 전문분야여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어요. (웃음)"

박하선

▲ 착해 보이기만 하던 박하선이 달라졌다

예전에 '박하선' 하면 단아하거나 청순하고 착한 느낌이 먼저 떠올랐다. 그런 이미지 때문에 '동이'의 인현왕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박하선, '유혹'의 나홍주 같은 캐릭터를 주로 소화했다. 그런 박하선에게 '산후조리원'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녀는 조은정을 통해, 밉상과 코믹 연기까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눈이 처져서 얌전하고 단아하게 보이는 거 같아요. 이런 외모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죠(웃음). 이번에는 대중분들이 '저런 얼굴로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하지'라고 생각해 주셔서, 그래서 더 희열을 느끼고 재미있어하신 거 같아요. 좀 더 친근하고 편하게 생각해주셔서 다행이죠."

단아하고 청순했던 박하선의 캐릭터들은 결혼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혼 여성'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불륜을 하기도(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아이를 낳기도(산후조리원), 시월드에 시달리기도(며느라기) 한다. 결혼이 배우 박하선의 선택에 큰 변화를 준 듯하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이후부터 작품을 통해 제 얘기를 하는 게 두렵지 않아요. 예전에는 진짜 나를 숨기고자 했다면, 이제는 저에겐 여러 모습들이 있는데 거칠 것 없이 다 보여줘야겠다라는 배우로서의 사명감 같은 게 생겼어요. 나를 보여줘도 사랑받을 수 있구나, 란 생각을 하게 됐고, 두려움이 많이 극복된 것 같아요."

특히 '산후조리원'의 조은정과, '며느라기'의 민사린은 결혼한 여성의 현실을 그리며 많은 여성들의 큰 공감을 샀다. 연달아 두 작품을 소화한 박하선은 '기혼 여성 전문 여배우'처럼 여겨지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제 얘기라 공감이 너무 가고, 재미있으니까 끌렸어요. 이 작품들을 보는 미혼, 기혼 여성들뿐 아니라 그들의 옆에 있는 남성분들도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하게 됐어요. '산후조리원' 조은정은 저에겐 '도전'이었어요. 대본을 읽으면서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나는 알고 있는 모습이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어 도전이라고 생각했죠. 16년을 착한 연기만 해오다가, 막상 카메라 앞에 서서 비웃고 째려보고 다양한 연기를 하려니 스스로가 조금 어색했어요. 제 생각보다 화면에 못 나오면 어쩌지 두렵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다행히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며느라기'는 원작의 팬이었어요. 제가 실제로 산후조리에 있을 때 '조동' 친구들이 추천해줘서 보게 됐는데, 당시에 너무 재미있게 봐서 책까지 샀어요. 과하지 않게, 깔끔하고 적당히 고부갈등이나 가족 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 너무 좋았어요. 제가 먼저 작품을 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했을 정도로 열정도 있었고 너무 연기해 보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또 웹툰의 이야기들이 실사화되는 걸 보고 싶었고요. 이전에도 강풀의 원작 '바보', '아파트'라던가, '동이' 같은 작품에 출연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원작이 있을 때의 재미를 잘 알고, 저 또한 설득되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연기를 할 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더 풍부해지는 부분이 있어서 더 끌렸어요."

박하선

▲ 결혼, 출산이 왜 경력단절? 자연스러운 현상... 연기에 큰 자양분

박하선은 최근 작사가 김이나와 휴대폰 메신저로 대화하는 웹토크쇼 '톡이나 할까?'에 출연해 여배우의 경력단절과 유부녀라고 캐스팅에서 거절당한 사연을 밝혔다. 답답했던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꺼낸 것이지만, 이래저래 말을 아끼는 게 몸에 밴 여배우가 그런 말을 꺼내는 건,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기혼, 미혼, 애가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의 능력을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저 또한 능력에 있어서 뒤처지지 않으려 많이 노력하고 있고요. 능력이 아닌 결혼 유무, 자녀 유무가 왜 핸디캡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핸디캡이 아니고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말이에요. '경력 단절'과 같은 말은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 인식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하며 용기를 내서 얘기했어요."

결혼이 여배우로서 작품을 선택하는데 현실적인 걸림돌이 된 건 부정할 수 없다. 반면 연기적인 성장에 있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겪으며 박하선은 다양한 감정을 느꼈고, 이것이 연기적인 측면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여배우들에게 출산과 결혼, 육아라는 경험이 감정이 풍부해지는 데 큰 자양분이 되는 것 같아요. 인생에 큰 경험을 하고 나니 처녀 때는 눈물연기도 굉장히 힘들어했었는데 이제는 기사 헤드라인만 봐도 눈물이 나서 기사 클릭을 못할 정도로 감정이 풍부해졌고 이것이 스스로에게 큰 무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또 전보다 더 연기가 좋아졌고, 좀 더 간절해졌고,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지금은 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예전에는 그냥 젊고 예쁘니까 가능했던 것들이, 이제는 연기를 잘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고 금방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니까요."

박하선

인생의 큰 경험을 바탕으로 배우로서도 한 뼘 더 성장한 박하선은 최근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라디오 DJ가 된 것이다. 그녀는 SBS 파워FM에서 매일 오전 11시부터 '박하선의 씨네타운'을 진행하며 청취자들과 함께 영화와 관련한 수다를 나눈다.

"라디오 DJ는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어요. 제가 평소에 반신욕을 하거나, 요리를 할 때 라디오를 꼭 듣는 편인데, 그렇게 들어온 라디오를 제가 직접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또 하나의 매력은 사람들과의 소통인 것 같아요. 전날에 울적한 일이 있더라도 라디오 부스에 와서 사람들과 소통을 하다 보면 힐링이 되더라고요. 배우는 여러 가지 인간상을 표현해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해야 하는데, 라디오는 그 모든 걸 간접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굉장히 좋은 매체라고 생각해요. '씨네타운'을 하면서 일주일에 영화 4~5편을 보는데 이게 무척 도움이 돼요. 또 라디오 하면서 발성, 발음도 더 신경 쓰게 되고 제 목소리에 대한 자신감도 찾게 되는 것 같고요. 모든 게 저에게 자양분이랄까요. 그리고 게스트로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같은 배우로서 '어떻게 그렇게 연기 잘해요'라고 물을 수 있고, 여러 감독님들도 만날 수 있는 너무나 값진 시간이에요."

박하선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적으로는 아이를 잘 키우며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고, 외적으로는 배우로서 더 넓은 세계에서 연기를 하는 꿈을 꾼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인간 박하선'으로서의 목표예요. '배우 박하선'로서는 계속 쉬지 않고 좋은 연기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시대가 글로벌 해지면서 해외 진출에 대한 꿈도 꾸고 있어요. 좀 더 스펙트럼을 넓혀보고 싶어요."

[사진=키이스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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