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드라마

[TV랩] '악녀' 김소연은 이번에도 옳았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20.12.16 12:09 수정 2020.12.16 12:19 조회 5,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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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김소연이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착한 성품이라는 건 익히 유명한 이야기다. 그를 겪은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착하다"고 입을 모으고, 대중이 보기에도 가끔 공개되는 일상의 모습이나 예능 출연분에서 그의 사랑스러운 매력과 선한 마음씨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그런 김소연이 '악역'만 만나면 180도 달라진다. 지난 2000년 MBC '이브의 모든 것'에서도 질투심과 욕망 가득한 허영미 캐릭터를 소화하며 악녀의 진수를 보이더니, 딱 20년이 지난 현재 SBS '펜트하우스'에서 천서진 역으로 매번 안방극장에 소름을 유발하고 있다.

지난 15일 방송된 '펜트하우스' 15회는 그야말로 김소연의 회차였다. 방송 말미 10분간 휘몰아친 김소연의 광기 어린 연기는 처절함과 슬픔, 분노와 두려움을 모두 담아내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천서진(김소연)은 아버지 천명수(정성모)가 자신에게 청아재단 차기 이사장 자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있는 청아예고 이사장실로 뛰어갔다. 천서진은 아버지에게 무릎을 꿇고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라며 애원했지만, 냉정한 아버지의 반응에 울부짖었다. 급기야 천서진은 우산도 없이 폭우가 내리는 밖으로 아버지를 쫓아나갔고, "적당히 좀 하세요! 제가 잘못 살았다면 그건 다 아버지 때문이에요"라고 원망을 터트렸다.

천서진은 본인 대신 동생 이름이 차기 이사장으로 적힌 선임장이 든 아버지의 가방을 빼앗으려 필사적으로 달려들었고, 격한 실랑이 끝에 아버지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버지를 보고 놀란 천서진의 눈빛은 한순간에 돌변했다. 그는 가방에 있는 선임장을 빼 들고는 쓰러진 아버지를 뒤로 한 채 도망쳤다.

레슨실에 도착한 천서진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피가 묻은 손으로 미친 듯이 피아노를 연주했다. 광분한 채 눈물을 떨구던 천서진은 "날 이렇게 만든 건 아버지예요. 너무 억울해 마세요 아버지. 그래도 하나는 해주고 가셨으니"라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지어 보이는 엔딩을 펼쳤다.

아버지의 죽음마저 외면하는 천서진의 패륜적인 행동을 연기하며, 김소연은 매 순간 소름을 유발했다. 김소연은 약 10분 남짓의 분량 속에서 절정으로 치닫는 전개에 맞게 다양한 감정으로 휘몰아치는 천서진을 표현했다. 아버지에게 매달릴 때는 처절하게, 냉정한 아버지 앞에서는 분노와 경멸을, 쓰러진 아버지를 보며 경악했다가,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비열하게 돌아서고, 마지막에는 초조함과 두려움, 동시에 광기가 느껴지는 피아노 연주를 하며 웃기까지 하는 어려운 연기를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해냈다. 발성과 발음도 나무랄 데가 없었고, 눈빛과 얼굴의 미세한 근육마저 광기 가득한 천서진을 표현하는데 완벽했다.

김소연

해당 회차 방송 이후 시청자 반응은 폭발적이다. 시청자들은 해당 장면이 담긴 온라인 영상 클립에 댓글을 달며 김소연의 연기를 '폭풍칭찬' 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광기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듯", "연기대상 대상은 무조건 김소연", "대상 트로피 각인 시작하자", "신들린 미친 연기였다", "보는 내내 소름 돋았음", "연기력에 놀라 말도 안 나온다", "김순옥이 쓰고 김소연이 찢었다" 등의 댓글로 김소연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김소연이 악역을 연기할 때 보여주는 연기력과 에너지는 가히 놀랍다. 특히 실제로는 '착한' 김소연이 자신과 180도 다른 '악한' 캐릭터를 그토록 잘 소화한다는 점에서, 그 간극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오랜 연기 경력을 바탕으로 다른 캐릭터 연기도 충분히 잘하는 김소연이지만, 그런 이유로 악역을 연기할 때의 반향이 더 크기도 하다.

20년 전 '이브의 모든것'을 할 때도 악역 김소연은 선역 주연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이번 '펜트하우스'로 오랜만에 악역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그때보다 더 단단해진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 패륜적인 악행까지 일삼는 천서진 캐릭터를 절대 미화하면 안 되겠지만, 김소연의 소름 끼치는 연기는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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