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첫 전성기 '근수저' 김민경 "살이 빠지고 안 빠지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강선애 기자 작성 2020.12.10 18:09 수정 2020.12.10 19:02 조회 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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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나이 마흔, 새로운 분야에서 몰랐던 소질을 발견하기엔 다소 늦은 나이다. 자라나는 10대도 아니고, 이것저것 도전했다가 실패해도 리스크가 적은 20대도 아니고, 지켜야 할 게 많고 안정적인 생활에 적응된 40대의 나이에, 뭔가 새로운 걸 도전해 재능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개그우먼 김민경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그것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운동'이란 분야에서. 운동과 담쌓고 지내던 그녀가 나이 불혹에 운동을 시작했다. 물론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다. '오늘부터 운동뚱' 방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동에 발을 담갔는데, 누구도 예상치 못 한 결과가 나왔다. 김민경은 도전하는 종목마다 엄청난 운동신경과 재능을 발휘해 놀라움을 자아냈고, 대중의 응원을 받는 '운동 신동(?)'으로 거듭났다.

2008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렇다 할 유행어 하나 없었던 그녀가 '근수저'라는 애칭을 얻었다. "태릉이 놓친 인재", "체육 대신 제육을, 운동 대신 우동을 선택한 김민경" 등 재치 넘치는 누리꾼들의 뜨거운 반응도 이어졌다. 김민경은 나이 마흔에 운동을 시작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개그맨 데뷔 12년 만에, 마침내, 누구나 인정하는 '첫' 전성기가 왔다.

김민경

▲ '근수저' 애칭 행복... 운동은 지켜야 할 시청자와의 약속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김민경은 "그런 질문받을 때마다 부끄럽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올해 너무 큰 관심과 칭찬을 받았는데, 물론 누군가가 칭찬해주면 기쁘긴 하지만, '내가 이런 관심을 받아도 되나. 아직 많이 부족한데' 싶어요. 혹시라도 제가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조심성이 더 커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눈치도 더 보게 되고요. 너무 좋으면서도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져서 솔직히 제 몸이 좀 경직됐어요."

인기 앞에 겸손한 태도를 보인 김민경은 그래도 '근수저'란 애칭에는 기쁜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전 개그우먼이지만 딱히 유행어도 없고, 어릴 때조차도 별명 같은 게 없었어요. 뚱뚱한 애들한테 흔히 '돈까스'라는 별명이 붙는데, 전 그런 것도 아예 없었어요. 그렇게 별명이 없던 저인데, '운동뚱'을 하며 '근수저'란 새로운 말이 나오고, 격투기를 하면 '미니스', 축구를 하면 '손흥민경', 그런 별명들이 생기는 걸 보며, 그만큼 제게 관심이 있구나 싶어 기분이 너무 좋고 행복해요. 댓글들을 자세히 보는 편인데, 재미있는 댓글들이 많더라고요. 개그맨들보다 더 기발한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오늘부터 운동뚱'(이하 운동뚱)은 김민경이 2015년부터 출연 중인 예능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운동 프로젝트다. 지난 1월 '맛있는 녀석들' 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아령이 고정된 테이블을 한 손으로 들어올리며 괴력을 발휘한 김민경은 '운동뚱'의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제 인생에 운동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운동은 하면 힘든 거니까요. 테이블 위 아령만 들어 올리면 운동을 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어떻게든 들었던 건데, 테이블까지 같이 들릴 줄은 몰랐죠. 저도 기가 막혔어요. 그때 양치승 관장님이 나타났고, 다음에 만날 약속을 바로 잡더라고요. 그렇게 '운동뚱'이 시작됐어요."

김민경

김민경은 '운동뚱' 안에서 헬스, 필라테스, 축구, 야구, 격투기 등 다양한 종목에 도전했는데, 그때마다 남다른 운동신경과 빠른 습득력으로 코치들을 당황시켰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도 김민경의 운동 재능에 놀라워했고, 힘들지만 열심히 운동하는 김민경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이런 '운동뚱'의 높은 인기는 회차별 수백만 건의 조회수로 이어졌다.

"처음엔 힘들어서 투정도 부리고 짜기도 했어요. 그런 모습들마저 '힘드니까 저러지' 라며 이해해주시고 힘내라고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제가 잘하면 '대단하다'며 칭찬도 해주시고요. 그런 시청자 반응이 제가 버틸 수 있는 힘이 됐어요. 영식이 형(담당 PD)과 저, 둘만의 약속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이미 포기했을 거예요. 이건 '맛있는 녀석들'의 팬들, 시청자들과의 약속이니 제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견딜 수 있었던 거 같아요."

▲ 다이어트 NO, 건강을 위한 운동

사실 김민경은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며 보다 더 일찍 운동이나 다이어트에 도전할 수 있었다. '헬스걸' 코너에서 이승윤의 지도 하에 권미진, 이희경이 다이어트를 할 때, 김민경한테도 제안이 들어왔었다. 하지만 그때의 김민경은 바로 거절의 뜻을 밝혔다.

"'개콘'에서 살 빼는 코너를 하자고 했을 때, 전 못하겠다고 했어요. 살을 빼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혹시라도 살을 못 빼면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거라는 부담도 있었죠. 근데 '운동뚱'은 달라요.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라, 더 건강해지기 위해, 더 맛있게 먹기 위해 하는 거죠. 굳이 체중을 줄일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운동뚱'에서는 시키는 대로 운동만 해요. 식단 조절 없이 늘 먹던 대로 먹으면서요."

김민경

'살을 빼는 다이어트가 아닌, 운동으로 건강해지기 위한 프로젝트'란 점은 '운동뚱'의 정체성에 중요한 지점이다. 김민경은 이 부분을 가장 크게 고민했고, 제작진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지만, '그래도 운동이란 걸 하는데 조금은 살이 빠져 보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영식이 형한테 이런 제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민경아, 우린 건강해지려고 운동하는 거지 너 살 빼려고 하는 게 아니야. 그거에 대해 스트레스받지 마'라고 말해주더라고요. '운동해도 똑같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그게 좀 스트레스였고, 조금이라도 날씬하게 보이고자 얼굴 경락을 받기도 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 그런 고민들이 다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정말, 살 빼기 위해서 운동하는 게 아니니까요."

체중 감량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지만, 그동안 워낙 운동을 기피했던 김민경은 '운동뚱'을 하며 자연스럽게 체중이 줄었다. 김민경은 "그동안 얼마나 운동을 안 했으면, '운동뚱' 꾸준히 하다 보니 절로 살이 빠지더라. 지금 9kg 정도 빠졌다"며 웃어 보였다. 그래도 여전히 다이어트를 따로 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김민경이다.

"전 그렇게까지 살을 빼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건강이 최고죠. 바빠지면서 지금은 경락도 받으러 안 가요. 사람들은 제가 살이 빠지고 안 빠지고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정말 열심히 운동하고, 더 건강해지고, 그래서 더 맛있게 먹는 걸 좋아해 주시는 거라 생각해요."

1981년생으로 올해 나이 마흔이 된 김민경은 '마흔앓이'를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운동의 장점으로 꼽았다. 또 운동을 통해 자신의 몸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배들이 나이 마흔이 되면 '마흔앓이'라는 걸 해서 아프다고 하던데, 진짜 마흔이 되니 몸이 아프더라고요. 그나마 제가 운동을 해서 덜 아프게, 이 정도로 버티고 이겨낸 거 같아요. 운동을 한 이후로 뭘 하든 간에 체력적으로 힘이 덜 들고, 퍼져있던 근육 같은 것들이 착착 달라붙어 간다는 느낌을 받아요. 확실히 운동을 하면서 제 몸에 더 신경 쓰게 됐어요. 예전에는 아프면 일단 참고 그러려니 하며 살았는데, 이젠 아프면 빨리 치료하려 해요. 운동을 하며, 제 몸을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끼게 된 거 같아요."

김민경

▲ 나이 마흔이 가져다준 긍정적 변화

모두가 뒤늦게 발견한 김민경의 운동 능력을 극찬하지만, 정작 김민경 본인은 "운동에 소질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사실 전 제가 운동을 잘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힘이 센 건 알겠는데, 소질이 있는 거까지는 모르겠어요. 제게 운동을 가르쳐주는 분들이 잘한다고 해주시는 건, 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으쌰으쌰 좋게 말씀해 주는 거라 생각해요. 그런 칭찬에 취해 제가 절 놓아 버릴까 봐, '너 듣기 좋으라고 하는 칭찬일 뿐이야'라며 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면도 있고요."

김민경이 스스로의 칭찬에 인색한 이유는 원래 갖고 있는 내성적인 성격에서 기인한다. 남들 앞에서 웃기는 직업을 갖고 있어 활달하고 외향적일 거 같지만, 김민경의 실제 성격은 정반대다.

"제가 개그맨이라 엄청 밝을 거 같지만, 원래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에요. 어릴 적 친구들은 제가 이런 일을 할 거라고 감히 상상도 못 했을 걸요. 예전에는 무조건 참고, 하고 싶은 말 못 하고, 남들의 이야기만 들어주며 답답하게 살았어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배우며 자라왔으니까요. 그래도 이 쪽 일을 하다 보니 많이 밝아졌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성격도 바뀌었어요. 40년을 이렇게 살아와서 쉽게 바뀌진 않지만, 보다 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게, 차츰차츰 절 놓아주고 있는 거 같아요."

김민경

김민경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나이 앞 자릿수가 바뀌면서 달라진 마음가짐에 있었다. 그리고 그 화력의 불씨는 동료 개그맨 문세윤이 던졌다.

"그동안 자존감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그런 삶을 살았는데, 39세의 마지막이었던 작년 12월에 세윤이가 그런 말을 했어요. '이제 누나 마흔이지? 누나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그 말이 너무나도 울컥했고, 제게 크게 와 닿았어요. '그래 난 이제 마흔이야, 뭐 그리 눈치를 보고 살아, 이제 주눅 들 필요 없어, 김민경 네 인생을 살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전 원래부터 마흔 살이 되는 게 무섭지 않았어요. 타로점이나 사주를 재미로 보면, 항상 '마흔이 되면 잘 된다'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나이 마흔을 긍정적으로 바라봤고, 막상 마흔이 되니 마음이 편했어요. 근데 실제로 마흔이 된 후 일이 잘 됐어요. 운동을 하게 됐고, 그로 인해 제게 좋은 기회들이 찾아왔죠. 마흔이라는 나이는, 오히려 제게 무기가 된 거 같아요."

외모지상주의 사회 속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뚱뚱한 걸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런 사회에서 '근수저' 김민경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 남다르다.

"사람들이 대놓고 '돼지', '뚱뚱해'라고 하면 싫은 건 당연한데, 전 이 캐릭터로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어요. 제가 덩치가 있으니 그런 캐릭터로 '개콘'을 했고, '맛있는 녀석들'까지 이어졌죠. 그러다 보니 운동도 시작하게 됐고요. 제가 이렇게 덩치가 크지 않았다면, 못 했을 일들이죠. 생각하기 나름인 거 같아요. 무조건 '뚱뚱하면 안 예쁘다'가 아니라, 기준과 인식이 달라지면 돼요. 이걸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꼭 '살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뚱뚱해도 운동을 하면서 건강할 수 있다면,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사진제공=JDB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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