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주연'도 거뜬한 데뷔 4년차, 이도현의 가능성

강선애 기자 작성 2020.12.01 15:40 수정 2020.12.01 16:04 조회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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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현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한 드라마에 쏟아붓는 돈과 인력을 고려하면, '주연'이 갖는 무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큰 비중의 역할을 거뜬히 소화할 안정적인 연기력을 갖춰야 하고, 작품 흥행에 기여할 수 있을 만큼 인기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연기와 인기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톱스타들이 주로 주연의 자리에 앉는다.

신인 배우가 주연을 맡는 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신인이 주연 자리를 꿰찼을 때 '파격 발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도 그런 이유다. 데뷔한 지 4년, 아직은 '신인'으로 불리는 게 더 자연스러운 배우 이도현은 이번에 그 '파격 발탁'의 주인공이 됐다.

이도현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18 어게인'에서 원래는 37세에 아내와 쌍둥이 자녀를 둔 '아저씨'인데, 어느 날 갑자기 18세 고등학생의 몸으로 돌아가 고우영이란 가명으로 우여곡절을 겪는 홍대영 캐릭터를 연기했다. 37세의 정신에 18세의 몸을 지닌 홍대영이자 고우영, 복잡한 설정만큼 표현하기 힘든 이 역할을 이도현은 안정적인 연기로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왜 제작진이 신인인 그를 주인공으로 '파격 발탁'했는지, 드라마를 본 시청자라면 누구나 그 선택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데뷔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았기에 이도현의 필모그래피가 다채롭지는 않다. 하지만 한 작품 한 작품이 강렬하다. 이도현은 2017년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정경호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SBS 에서 안효섭과 함께 조정부 3인방 멤버 중 하나로 활약했고, 2019년 tvN '호텔 델루나'에서 아이유의 과거 로맨스남 고청명 역으로 여심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2020년, 첫 주연작인 '18 어게인'을 만나 작품을 완전히 씹어먹었다. 주연으로서 가능성을 제대로 입증한 신인 배우 이도현의 진가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이도현

▲ 막상 주인공 되니 큰 부담…더 악착같이 준비했다

첫 주연. 오랫동안 바랐던 꿈이 현실이 됐다.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그만큼 큰 부담감이 몰려왔다.

"'나도 언젠가 주인공 할 거다'란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막상 주인공이 됐다는 말을 전해 듣고 웃지를 못했어요. '큰일 났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란 부담과 걱정이 많이 됐죠. 그래서 더 악착 같이 파고들고 더 열심히 준비했어요. 처음엔 부담감이 컸지만 그게 책임감으로 변해, 더 좋은 마음으로 작품에 임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도현이 고우영 캐릭터에 끌렸던 건, 농구선수라는 설정이 컸다. 실제 이도현도 학창 시절에 농구선수로 활약했던 바. '농구선수 고우영'을 누구보다 잘 소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농구를 다루는 작품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오랜만에 농구가 소재로 들어간 드라마라 더더욱 하고 싶었어요. 그 부분은 제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수월하게, 멋지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근데 막상 캐스팅이 되고 나선 그 자신감이 사라지더라고요. '어떡하지' 싶었죠.(웃음)"

이도현이 가장 크게 부담을 느꼈던 부분은 37세 홍대영 본체를 연기하는 배우 윤상현과 괴리감이 느껴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극 중 18세 고우영과 37세 홍대영은 결국 동일인물이기에, 두 캐릭터를 각각 연기하는 이도현과 윤상현이 몸은 달라도 비슷한 결을 유지해야 했다.

"윤상현 선배님처럼 보여야 한다는 게 부담이 많이 됐어요. 전에는 제 모습만 보여드리면 됐지만, 여기서는 제 모습도 보여야 하고, 그 속에서 윤상현 선배님과 교집합도 많아야 했죠. 1부에서 윤상현 선배님에서 저로 모습이 바뀌었을 때, 시청자가 괴리감을 느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배님의 말투, 톤, 제스처, 걷는 자세 등을 관찰하며 비슷하게 하려 노력했죠. 선배님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대본 리딩도 같이 했고, 대사를 녹음해서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그걸 듣고 따라 하며 연습했죠."

이도현

이도현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좀 더 아저씨처럼 보이기 위해 팔자걸음으로 걸었고, 원래 목소리는 저음이지만 톤을 높였다. 일부러 잔소리하는 버릇을 만들려 했고, 말 속에 '쯧', '쓰읍' 하는 추임새를 넣었다. 그렇게 고우영은 얼굴은 어려 보이지만 대사를 들었을 때 아저씨라는 느낌이 강하게 베어 나오는 인물로 탄생했다.

고우영과 홍대영이 동떨어져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던 만큼, 이도현은 이런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반응들에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진짜 윤상현 같다'라는 반응이 제일 좋았어요. 윤상현 선배에서 저로 바뀔 때, '저건 뭐야?'라는 반응이 나오면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이도현으로 보이면, 그 자체로 작품에 민폐가 되는 것이었죠. 그래서 부담이 컸는데, 다행히 '윤상현 같다'는 말을 들어서 정말 뿌듯했어요."

▲ 남편도 아빠도 처음, 스스로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이도현에게 처음은 '주연'만이 아니었다. 아내를 둔 남편, 쌍둥이 자녀가 있는 아빠를 연기한 것도 처음이었다. 실제 만 25세의 이도현이 느끼기에는 다소 먼 미래의 일이기에, 제대로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것이었다.

"부성애가 어떤 감정일지, 처음엔 감을 못 잡았어요. 제가 너무 어려워하니까 감독님이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네가 강아지를 키우는 마음의 100배야'라는 힌트를 주셔서 그렇게 대입해 봤어요. 근데 그것도 어느 순간 한계점에 부딪치더라고요. 그때부턴 제 가족에 대입하고 공감해보려 했어요. 근데 그것조차도 한계점에 부딪쳤고, 결국엔 다정(김하늘 분)을 아내로 보려 하고 시우(려운 분), 시아(노정의 분)를 아이들로 보려 하며 극 중 상황 자체에 집중하려 했어요. 사석에서도 려운, 정의한테 잔소리하고 꼰대처럼 굴었죠. 아마 그 친구들은 '이 형 왜 이래' 했을 거에요.(웃음) 일상에서도 홍대영처럼 하려 했던 모습들이 촬영할 때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극 중 홍대영은 18세 고우영의 몸으로 가족들과 부딪치며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을 되찾고, 서로 간의 오해를 풀며 진정한 가족애를 완성한다. 학창 시절 여자친구와 아이를 낳으며 연을 끊고 지냈던 아버지와의 관계도 회복하며 둘도 없는 부자 사이로 거듭난다. 실제 한 가정의 아들인 이도현도 공감하고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

"실제의 저와 아빠는 사이는 좋은데 낯 간지러운 말이나 행동은 서로 잘 못하는 전형적인 부자관계예요. 이번 작품을 하며 반성 많이 했어요. 그래서 아빠에 대한 태도나 말투가 조금은 살가워진 거 같아요. 안 하던 포옹도 해요. 처음 포옹할 땐 아빠도 민망해하셨는데, '허허 왜 그래' 하면서도 피하지 않고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도현

김하늘이 연기한 정다정 캐릭터는 홍대영과 부부 사이. 이도현은 한참 선배인 김하늘과 부부로서 애증의 감정을 나누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아무래도 하늘 선배를 알기 전에는 무서운 감정이 있었어요. 워낙 선배님이니까요. 막상 누나랑 같이 연기하고 대화를 나눠보니, 굉장히 착하고 따뜻한 분이더라고요. 제가 왜 초반에 그런 걱정을 했나, 싶었죠.(웃음) 연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편하게 많이 해주셨어요. 우영이가 어떻게 하면 더 설렐지, 더 남편처럼 보일지, 실제로 결혼 경험이 있는 선배님이라 제가 놓치고 가는 부분들을 바로 잡아주곤 했어요."

이도현과 김하늘의 '예상보다' 진한 키스신은 화제를 모았다. 특히 14부에서 고우영이 홍대영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 정다정과 서울 야경을 배경으로 나눈 눈물 섞인 키스는 아름다운 명장면으로 남았다.

"원래 그 장면이 대본에서는 포옹신이었는데, 인물들의 감정선 상 키스신이 맞는 거 같다는 모두의 의견을 반영해 키스신으로 변경했어요. 그 전에는 가벼운 입맞춤 신만 찍었는데, 감독님이 그 키스신은 진하게 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너무 떨렸어요. 촬영 전날부터 잠을 못 잤죠. 남편으로서 하는 키스이니 제가 리드도 해야 하고, 혹여 하늘 선배나 보는 시청자가 불편해하면 어쩌나 걱정도 있었고요. 현장에 가서 세세하게 대화를 나누고 동선 체크를 하고 리허설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제가 걱정하고 잠을 못 잤던 게 무색할 정도로 편안하게 촬영이 이뤄졌어요. 괜히 걱정했다, 싶었죠."

이도현은 '18어게인'을 하며 주연에 부족함 없는 연기력으로 호평을 이끌어냈지만, 스스로의 평가는 냉정했다. "모든 게 아쉽다"는 그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어떤 작품이든 제 연기에 스스로 만족한 적이 없어요. 그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 같아요. 제 원래 성격 자체가 만족을 못 하기도 하고, 100% 완벽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부족한 걸 찾아 계속 파고드는 구석이 있죠. 그렇게 하면 좀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에요. 제가 한 번 자만을 했다가 실패를 한 경험이 있어요. 고3 때 자만했다가 대입에 실패해 재수를 했죠. 그 경험 때문에, 저한테 칭찬을 하는 순간 다른 길로 빠져버릴 거 같단 생각이 들어 최대한 절 안 놓고 채찍질하는 스타일이에요."

이도현

▲ 진짜 출발선은 지금, 사람 살리는 배우 되고파

'18어게인'은 주인공이 과거의 몸으로 돌아가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가족을 지켜보며 서로 잊고 지낸 소중함을 되찾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런 판타지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떨까.

"만약에 10대의 저로 돌아간다면, 부모님을 좀 더 도와드리지 않을까 싶어요. 과거에도 도와드리긴 했지만, 그 당시엔 저도 힘든데 도와달라고 하시니 짜증을 좀 냈던 거 같아요. 멋모르는 10대였으니까요. 부모님이 여러 일을 하셨어요. 치킨 가게도 하셨고, 신문배달, 군고구마 장사, 택배 일도 하셨죠. 지금 이 감성을 갖고 그 나이로 돌아간다면, 부모님이 도와달라고 안 해도 제가 나서서 먼저 도와드릴 거 같아요."

이도현의 가족 이야기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가 가족을 끔찍이 아끼는 마음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부모님이 일을 쉴 수 있도록 자신이 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했던 이야기나, 발달장애가 있는 동생이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애틋하게 돌본 성장과정 등은 앞서 여러 매체를 통해 공개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전 동생 이야기를 하는 게 아무렇지 않아요. 장애인이란 게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동생한테도 '넌 일반 사람이랑 똑같아. 남들과 똑같이 해'라는 말을 많이 해줘요. 장애인이란 인식이 들어가는 순간, 악용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그런 사람들 때문에 예전부터 장애를 다르게 보는 걸 싫어했어요. 그래서 전 더 당당하게 이야기해요."

주인공의 아역, 조연을 거쳐 주연 자리에 오르기까지 4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분명 보통의 다른 배우들보다는 빠른 템포다. 이도현은 배우로서 스스로 잘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할까.

"제 꿈보다 빨리 실현된 거 같아 당혹스럽기도, 감사하기도 해요. 이렇게 운이 좋을 수 있나 싶기도 하고요. 절 선택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니까요. 저란 사람과 같이 연기해주신 선배님들한테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 지금까지 순탄하게 걸어오고 있는 거 같은데 중요한 건 앞으로죠. 회사 대표님과도 그런 말을 많이 했어요. '이제 출발점에 선 거 같다'고. 이제부터 더 열심히, 안전하게, 잘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도현이 배우로서 지키고 싶은 소신은 '사람 살리는 배우가 되자'는 것이다. 이 소신에는, 힘든 세상살이 속 누군가가 자신의 연기를 보고 힘을 얻길 바라는 이도현의 진심이 담겼다. '사람 살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도현에게서 '사람 냄새'가 한껏 묻어났다.

"세상이 삭막하고 힘든데, 제 연기를 본 시청자나 관객에게 힘을 드리고, 다시 한번 살아가고 싶다는 용기와 좋은 기운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학 공연에서 어떤 관객이 저한테 '연기 잘 봤어요. 저도 같이 울었어요'라고 말해줬는데, 당시 그 말에 제가 큰 힘을 받았어요. 그때 '이런 힘을 더 많은 사람한테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죠. 사람 살리는 배우가 되자, 그게 제 초심이자 신념이에요"

[사진제공=위에화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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