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화)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곽시양, 태양이 떠오를 시간

강선애 기자 작성 2020.11.19 11:51 수정 2020.11.19 12:14 조회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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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시양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곽시양, 태양(陽)이 떠오를 시간(時)이란 뜻의 이름이다. 배우 곽시양(본명 곽명진, 33)이 예명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흔치 않은 이름인데 멋스럽고 뜻까지 좋으니, 자기 개성을 연기에 녹여내야 하는 배우 이름으로 딱이란 생각이었다.

"부모님도 절 시양이라고 부르세요.(웃음) 그러다 보니 개명까지 고민해봤는데, 개명하고 그 후 절차가 쉽지 않은 문제더라고요."

곽시양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확실히 그의 태양이 조금씩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4년 데뷔한 이래 매년 꾸준히 작품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배우로서 입지를 넓혀 가는 중이다. '오 나의 귀신님'의 꽃미남 요리사 서준이나,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의 다정한 준우처럼 인상적인 캐릭터로 대중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앨리스'에서 소화한 유민혁으로 그야말로 '매력 포텐'을 터뜨렸다.

곽시양의 매력 중 기본 바탕은 '남성미'다. 잘생긴 얼굴은 물론, 187cm의 큰 키에 수트가 잘 어울리는 다부진 체격, 중저음의 목소리까지 이상적인 남성성을 다 갖췄다. 그리고 그가 연기한 유민혁은 이런 곽시양이기에 형상화 시킬 수 있었던, 완벽하고 멋진 남성미의 결정체였다.

곽시양

▲ 이상적인 남성상 유민혁, 그래서 끌렸다

극 중 유민혁은 딱 떨어지는 수트를 입고 날렵한 몸놀림으로 악당을 제압했다. 또 영특한 머리와 확고한 신념으로 자신의 일은 프로페셔널하게 해냈다. 무엇보다 수십 년간 한 여자만 바라본 순정이 있었고, 그 여자를 지키기 위해 끝내 목숨까지 바쳤다. 곽시양도 유민혁이 이런 남성이기에 끌렸다고 한다.

"처음 '앨리스' 대본을 봤을 때는 좀 어려웠어요. 그런데 대본을 볼수록 내용을 알수록, 재미있더라고요. 또 유민혁이 너무 멋있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남성상이었죠. 그래서 이 역할이 탐났어요. 제가 원래 성격은 장난기 많고 유쾌한데, 유민혁은 무겁고 책임감도 투철하고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의지도 강하고. 저랑 반대라서 더 끌렸어요. 제가 꿈꿔 온 남성상이 이런 유민혁이 아닐까 싶었죠."

유민혁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곽시양은 남성적인 매력을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외적으로는 체중 감량과 운동으로 좀 더 다부진 몸매와 액션 연기의 기틀을 마련했고, 내적으로는 몰랐던 아들의 존재를 알게 되는 유민혁의 감정에 몰입하고자 신경 썼다.

"외적으로 날카로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체중 감량과 함께 운동을 했어요. 액션신이 많아서 주원 씨랑 틈틈이 연습을 많이 했고요. 그런 노력으로 그나마 시청자가 볼만한 액션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대본은 항상 달고 살았어요. 촬영이 없을 땐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냈고요. 유민혁처럼 자신이 아빠란 걸 뒤늦게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나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죠. 아빠 경험이 없다 보니 주변 사람들한테 많이 물어보기도 했고요."

곽시양

곽시양은 노력만큼 유민혁을 멋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완성했다. 액션신을 소화하며 갈비뼈가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탄탄한 사전준비와 몸을 사리지 않는 도전으로 유민혁 표 수트 액션을 탄생시켰다. 과묵한 성격으로 크게 티를 내지 않는 유민혁이었지만, 윤태이(김희선 분)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 갈등 관계였던 박진겸(주원 분)이 아들이란 걸 알게 된 후 그를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 곽시양을 통해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하지만 곽시양은 자신의 평가에 냉정했다.

"이번 작품을 끝내고 나니 많이 고맙기도, 많이 미안하기도 해요. 촬영장에서 항상 즐겁게 해주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같이 고민해주던 스태프들에 감사하고, 제가 고심하고 연기한 걸 공감해준 시청자분들께도 감사해요. 반면에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미안한 감정도 들어요. '앨리스'는 제 마음 한 켠에 오랫동안 크게 남아있는 작품이 될 거 같아요."

▲ 사랑스러운 김희선, 진짜 프로 같았던 주원

'앨리스' 16부 동안 유민혁이 웃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그만큼 애달픈 사연이 많았기 때문이다. 곽시양도 "유민혁 캐릭터가 한 번도 웃은 적이 없더라. 전 웃고 즐기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런 무거운 유민혁을 표현하는 게 심적으로 좀 힘들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2050년에서 시간 이동으로 1992년에 간 유민혁은 연인 윤태이를 그곳에 남겨두고 홀로 돌아왔다. 윤태이의 뱃속에는 유민혁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고, 윤태이는 1992년에 남아 아들 박진겸을 낳았다. 그리고 28년이 지난 2020년, 유민혁은 박진겸이란 아들이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아들의 존재를 몰랐던 유민혁에게도, 아직 미혼인 곽시양에게도 '부성애'란 낯선 감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죠. 그래서 감정의 포커스를 태이한테 맞추려 했어요. 민혁인 태이를 혼자 두고 돌아왔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을 가졌고, 이후 태이가 다른 남자를 만나 잘살고 있다는 거짓 소식을 듣고는 그녀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속앓이를 했을 거예요. 민혁이한테 늘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은 태이였고, 아들인 걸 알았어도 진겸이는 그다음이었겠죠. 그래서 태이를 생각하는 마음에 먼저 집중하려 했어요. 그러다 보니 민혁이가 진겸이한테 '내가 아빠다'라고 말하지 못하는 마음, 오랫동안 옆에서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이 자연스럽게 느껴져 저도 그 마음에 많이 아팠어요."

곽시양

유민혁이 윤태이를 향한 가슴 뜨거운 남자의 순애보를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었던 건, 두 캐릭터를 연기한 곽시양과 김희선의 케미가 잘 어울렸기에 가능했다. 곽시양은 김희선으로부터 배우가 갖춰야 할 진정한 자세를 배웠다.

"희선 누나는 굉장히 밝고 러블리해요. 처음에 잘 모를 땐 누나가 깍쟁이일 줄 알았는데, 겪어보니 정말 사랑스럽고 유쾌한 사람이더라고요. 촬영장에 누나가 오면, 늘 분위기가 즐겁게 바뀌었어요. 촬영장이 그렇게 유쾌해야 작품이 잘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사람이 많이 남는구나'를 배웠어요. 제가 나중에 누나 같은 사람이 된다면, 즐거운 현장을 유도할 수 있는 배우가 돼야겠구나 다짐했죠."

갈등 관계로 치닫다가 부자관계인 걸 뒤늦게 깨닫고 절제된 슬픔을 공유했던 박진겸 역 주원과 곽시양은 실제로는 87년생 동갑내기다. 곽시양은 동갑이지만 주원을 통해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주원은 연기 경험도 선배인데, 열정도 대단한 친구예요. 주원이 '앨리스' 촬영을 하면서 영화 촬영도 병행했는데, 분명 힘들 텐데 그런 내색을 전혀 안 했어요. '아, 이게 프로인가?' 싶더라고요."

곽시양은 '앨리스'와 관련한 모든 것이 좋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힘든 부분은 분명 있었을 터. 그가 힘들다고 느낀 건 외부적인 요인이 아닌 스스로의 연기에 불만족해서 오는 스트레스였다. 평소 성격은 허허실실 '한량'이라는 그가 연기에 있어서만은 완벽주의자다.

"전 작품을 할 때마다 힘든 게, 스트레스를 혼자 너무 많이 받아요. 남들이 봤을 땐 괜찮다고 하는데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게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연기할 때 힘이 더 들어가기도 하고요. 이번 작품은 액션이 많아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몸, 감정, 스트레스의 3단 콤보였죠. 그래도 제가 이 일을 좋아하는 건, 다 끝나고 나서 모니터를 하면 그게 그렇게 행복해요. 그동안 고생했던 것에 보람도 느끼고, 주변 반응까지 좋으면 사람들이 조금은 절 인정해준다는 생각에 행복감을 느껴요. 그럼 '내가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지고요. 그래서 이 일이 좋고,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곽시양

▲ 늦게 시작한 연기, 오래오래 하고 싶다

곽시양이 자신의 연기에 이토록 냉정한 건, 남들보다 연기를 다소 늦게 시작해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군 복무 시절에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제대 후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그때가 20대 중반의 나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크면 연예인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막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죠. '내가 연기자를 해야겠다'라는 마음이 있으면 막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부딪쳤어야 했는데. 너무 몰랐고, 그럴만한 열정이 없었어요. 옆에서 조언해 줄 누군가도 없었고요. 그렇게 남들이 하는 대로 살고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군대에 갔어요. 거기서 드라마를 봤는데, '저 카메라 앞에서 내가 막 신나게 연기하면 재미있겠다'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때부터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가만히 있지 않고,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배우가 되기 위해 움직여야 할지 계획을 짰어요. 제 인생에 있어 군대는 큰 도움이에요. 미래를 바꿨으니까요."

그래서 '앨리스'처럼 시간 이동이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곽시양은 망설임 없이 10년 전, 20대 초반일 때를 꼽았다.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것저것 많이 부딪칠 열정과 자신감이 있을 거 같아요. 늦게 데뷔한 게 조금 아쉬워요. 그렇다고 더 일찍 데뷔했다고 지금이 쉬울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조금 더 일찍 연기를 시작했다면, 지금 조금은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거죠."

곽시양

비록 남들보다 늦게 연기를 시작했지만, 곽시양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배우의 길을 차근차근 걸어가고 있다. 그 걸음 걸음마다 성실한 노력과 반성이 뒷받침되기에, 곽시양은 한 작품을 끝낼 때마다 한 뼘씩 더 성장한다.

"배우로서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지 않게, 적당한 속도로 잘 걸어가고 있는 거 같아요. 노력을 안 한 작품은 없고,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아 내가 어느 정도 성장했구나'를 느껴요. 스트레스를 받을 땐 '배우 괜히 한다고 했나' 후회하기도 하는데, 작품이 끝나고 모니터를 하면 그게 그렇게 행복해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구나, 하는 뿌듯함도 생기고요."

곽시양은 연기를 오래오래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게 오랫동안 연기를 해 나가다가 그가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 '시양타운'을 만드는 것이다. '내 사람'을 챙길 줄 아는 그이기에 내놓을 수 있는 엉뚱한 발상이다.

"똑같은 모양의 집 여덟 채 정도를 지어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사는 게 꿈이에요. '시양타운'을 만드는 거죠. 주변 지인들한테는 나중에 '시양타운'에 들어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웃음) 그러기 위해선 제가 이 일을 오랫동안 꾸준히 할 수 있어야겠죠. 오래 연기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연기적인 한계치에 부딪칠 수도 있고, 미래는 불확실한 거니까요. 제가 열심히 해야죠. 제가 연기를 잘해야만 사람들이 계속 찾을 테고, 받은 선택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제가 또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사진제공=스타하우스, '앨리스' 스틸컷]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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