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김희선, 오 우리의 여신님

강선애 기자 작성 2020.11.14 07:39 수정 2020.11.15 17:34 조회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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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김.희.선, 이름 세 글자가 주는 묵직함이 있다. 90년대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녀'로 불렸는데 20년 넘게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굉장한 미모의 소유자, 출연 드라마마다 히트시키고 각종 착용 아이템의 완판 신화를 이끈 트렌드 세터, 털털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안티마저 돌아서게 만드는 매력 부자, 무엇보다 21세의 나이로 방송 3사 통틀어 최연소 연기대상을 수상할 만큼 탄탄한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 이 모든 걸 가진 '천상 스타'가 바로 김희선이다.

"안녕하세요. 제 목소리 잘 들리시나요? 비대면 인터뷰가 아직 어색한 40대 김희선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모니터 넘어 화상 인터뷰로 만난 김희선은 첫인사를 이렇게 건넸다. 화상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게 신기하고 낯선 40대라며 자신의 나이를 셀프 디스(?)하면서도, 처음 경험해보는 신기술에 들뜬 기분이 느껴졌다. 이 짧은 자기소개만으로도, 솔직한데 털털하고, 재미있는 도전을 즐기는 그녀의 유쾌한 성격이 묻어나 미소가 번졌다.

김희선을 만나면 제일 먼저 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연기나 인생에 관한 거창한 게 아닌, 미모에 대한 가벼운 질문이었다. 첫 질문으로 "'대한민국 대표 미녀'라는 수식어로 오랫동안 불려 왔는데, 그런 소리를 듣는 솔직한 심경과 미모를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하다"라고 던졌다. 질문을 들은 김희선은 "하하하. 대한민국 대표 미녀라니, 말만 들어도 감사하네요"라며 호탕한 웃음부터 터뜨렸다.

김희선

"저도 이제 예전 같지 않아요. 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건 다 쓴 거 같아요.(웃음) 앞으로 이걸 유지하려면, 저도 관리라는 걸 좀 해야 할 거 같은데. 얼마 전에 허리 디스크가 조금 터졌어요. 제가 평소에 운동을 안 했는데, 계속 안 하면 나중에 화장실 갈 때 기어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근력을 키워야 한다고 해서 필라테스를 끊었어요. 운동을 하니 하루하루 몸이 다르긴 해요. 앞으로 운동을 열심히 해 보려고요. 미모 유지 비결이라고 할 건 딱히 없는데, 스트레스를 잘 안 받고 나쁜 건 빨리 잊는 성격이 한몫한 거 같아요. 스트레스를 받아도 좋은 사람들과 술 마시면서 수다를 떨면 풀리더라고요.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는 게 말로는 쉬운데 어려운 일이잖아요? 전 그걸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 해요."

김희선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앨리스'에서 시간여행자 박선영과 천재 물리학자 윤태이, 1인 2역을 맡아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연기를 소화했다. 실제 나이 40대인 김희선은 20대 대학생 윤태이를 연기하며 위화감 없이 여전히 빛나는 미모로 화제를 모았다. 1999년 방영된 드라마 '토마토' 시절의 전성기 때와 똑같은 방부제 미모라는 반응까지 나왔다.

"어떻게 똑같겠어요. 제일 변한 게 목소리더라고요. '토마토' 때는 이 목소리가 아니었어요. 나이가 들면 성대도 변하나 봐요. 목소리를 그때처럼 흉내 내보려 했는데 안 됐어요. 나름 '토마토' 때가 연상되게 하고 싶어 헤어밴드를 머리에 하고 곱창밴드도 손목에 찼어요. 그때의 절 사랑해주신 분들은 눈치채라고 일부러 포인트를 줬죠. 안 변했다고 하면 감사하긴 하지만, 제가 보기에 똑같진 않더라고요.(웃음)"

김희선

▲ 모험 반, 도전 반으로 선택한 '앨리스'

김희선이 시간여행을 다루는 SF 드라마인 '앨리스'를 선택한 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이미 시공간을 넘나드는 '신의', 영혼이 바뀌는 '나인룸' 등 평범하지 않은 설정의 작품에 참여했던 그녀다. 오히려 김희선이 배우 주원(박진겸 역)의 엄마 역할을 연기한다는 점이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내가 주원 엄마를?' 하는 생각에 초반에 선뜻 감독님한테 하겠다는 답을 못 드렸어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던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앨리스'가 욕심이 났던 건, 제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부분이었어요. 저희 드라마가 특이한 게 처음에는 시놉시스 없이 4부까지 대본만 있었어요. 그 대본을 보고 출연 결정을 해야 했는데, 감독님이 설명해 주시는 드라마의 큰 틀과 메시지가 믿음이 갔어요. 또 SF가 공감이 안 갈 수도 있지만, 선영이의 모성애가 살면 괜찮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했고요. 모험 반, 도전 반으로 '앨리스'를 선택했죠."

실제로 이번 드라마에서 김희선은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박선영과 윤태이라는 1인 2역만으로도 힘들 텐데, 시간이동, 평행세계까지 아우르며 복잡한 인물 설정을 연기해냈다. 배우 입장에서 이런 복잡한 상황을 시청자가 이해하도록 하려면, 보다 더 설득력 있게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을 터. 김희선은 어떻게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기 기준을 잡았을까.

"물론 다른 두 역할을 한다는 게 어려웠고, 거기에 시간이동에 평행세계까지 있어 복잡하긴 했죠. 고민도 더 많이 해야 했고, 촬영하고 나서도 매번 '이게 맞나' 확신이 안 들었어요. 그래도 제 나름대로 기준을 잡은 건, 선영이는 모성애가 살아야 진겸이가 시간여행을 하면서까지 엄마를 구하려 할 거 같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선영에게서는 아들을 생각하는 엄마의 모성애를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태이는 시간여행의 난관을 헤쳐나가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캐릭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진겸이도 시청자도 어렵다고 여길 시간이동의 문제를, 같이 풀어나가고 쉽게 전달하는 존재로 표현하고자 했죠. 그렇게 나름 두 캐릭터에 차이점을 주려고 노력했어요."

김희선

털털한 성격과 친화력으로 예전부터 어딜 가든 인기 많은 배우로 유명했던 김희선은 '앨리스' 촬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열 살 넘게 차이 나는 주원, 곽시양, 이다인 등 젊은 후배 배우들과 좋은 케미로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를 이끌었다.

"선배라고 해서 대접을 바라지 않으면 되는 거 같아요. 그 친구들도 절 너무 어렵게 대하면 친해질 수 없었을 텐데, 서로 농담도 주고받고, 가끔 저한테 애교도 부리고 해서 빨리 친해질 수 있었어요. 촬영 대기할 때 대기실에서 기다려도 되는데, 저희는 다 같이 세트장에서 기다렸어요. 같이 논다는 기분으로 웃고 떠드느라 바빴죠. 그 정도로 다들 편했고, 코드가 잘 맞았어요. 요즘엔 그런 친구들만 연기를 하나요? 이상하게 후배들이 다 착하고 성실했어요.(웃음)"

▲연기 때려 칠 생각 들 때쯤…결혼 계기로 열정 되찾아

김희선은 1993년 '공룡선생'으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무려 28년 동안 계속 '톱스타'로 살아왔다. '톱스타'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로서 기본적으로 연기력과 흥행력을 갖춰야 하고, 외모와 인성에서도 스타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김희선은 그 모든 걸 오랜 세월 지키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톱스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건 복인 거 같아요. 작품이 좋아도 역할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역할은 좋은데 제가 해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고민할 때가 있죠. 함께 하는 감독님이나 배우들도 중요하고요. 작품도 역할도 감독님도 배우들도, 이 모든 조건이 다 잘 맞는 걸 찾기가 힘든데, 간절히 원할 때 그런 게 하나씩 제게 주어지더라고요. 톱스타라기보단, 제게 주어진 그런 복들 때문에 좋게 봐주시는 거 같아요."

김희선

아무리 대한민국 대표 미녀라도,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 속에 산 톱스타라도, 분명 슬럼프 한 번은 겪었을 것이다. 김희선에게 지난 시간 슬럼프는 없었는지, 연기를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적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 고비를 결혼으로 극복한 거 같아요. 20대 때는 쉬지 않고 일한 기억밖에 없는데, 그게 100% 제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연기보다 감독님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수동적으로 연기하곤 했죠. 그게 좀 힘들었어요.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려던 찰나에 결혼을 했어요. 결혼을 하고 좀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며, 다시 열정을 갖게 된 거 같아요. 만약 30대에도 계속 20대처럼 일을 하고 연기를 했다면, 진작에 연기를 때려 쳤을 거에요. 그 고비에 결혼을 하고 저만의 시간을 갖고 아이를 낳으며, 다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열정을 끌어 올렸다고 생각해요. 위기를 잘 견디고 버텼죠."

김희선은 지난 2007년 연상의 사업가 박주영 씨와 결혼해 2009년 딸 연아 양을 품에 안았다. 남편과 딸은 김희선이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응원군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신랑하고 딸은 저한테 좋은 말만 해줘요. 신랑은 '어차피 찍은 거고 어차피 방송에 나가는 건데 뭐 어때'라며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말해주고, 딸은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데 엄마가 TV에 나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친구들이 '너네 엄마 TV 나온다' 하면 조금 우쭐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더 열심히 활동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근데 '앨리스' 방송 두 달 나간 것보다, '미운 우리 새끼' 한 번 나간 게 훨씬 반응이 뜨겁더라고요. 아이들은 확실히 예능에 더 눈길이 가나 봐요.(웃음)"

김희선

▲신비주의 벗은 지 오래…'믿보예배'가 되고 싶어

김희선은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늘 배운다"고 말했다. 연기에 있어서든 인간관계에 있어서든, 작품을 통해 계속 배움을 얻는다. 그리고 그 배움은 다음을 위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인간관계도 배우고, 배우로서 '이렇게 연기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것도 배워요. 이리 표현한 게 더 좋구나, 새롭게 시도해본 표정이나 대사톤이 이런 면에서 조금 더 낫구나, 그런 것들을 깨닫죠. 이번 '앨리스'는 SF 장르에 도전한 건데, 시청자 분들이 좋게 봐주신 거에 용기를 얻었고, 다음번에 또 다른 생소한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배웠어요.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정체하지 않고 계속 배우고 발전하는 배우 김희선.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연기'란 뭘까.

"연기하는 사람이 울 때 같이 울고, 그 사람이 웃을 때 같이 웃는, 그런 연기가 좋은 거 같아요. 얼마 전에 영화 '국제시장'을 다시 봤는데,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을 보며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울었어요. 저도 자식이 있다 보니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렇게 배우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상대방이 느낄 수 있다면 그게 좋은 연기가 아닌가 싶어요."

대중이 김희선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솔직함'이다. 20대 가장 잘 나가던 리즈 시절에도 "별명이 '토마토'다. 술을 토하고 마시고 토하고 또 마신다고 해서"라고 예쁜 얼굴로 거침없이 말하던 김희선의 입담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기본적으로 여배우들이 사생활을 숨기고 '신비주의'를 고수하던 시절, 김희선만의 통통 튀는 개성은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전 신비주의를 한 적이 없어요. 다른 배우들은 '술 못해요' 할 때, 전 주량 얘기를 했죠.(웃음) 말을 안 했으면 안 했지, 거짓말하거나 숨긴 적은 없는 거 같아요. 그때는 여배우가 어디 가서 술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분위기였죠. 저도 그렇게 똑같이 신비주의 콘셉트로 갔다면, 아마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걸요?"

김희선

김희선의 유쾌하고 솔직한 매력은 최근 출연한 '집사부일체', '미우새'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어졌고, 시청자의 반응은 역시나 좋았다. 김희선은 예능 출연에 굉장히 긍정적인 배우다. 연기 몰입에 방해가 될까봐, 혹은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싫어서, 예능 출연을 꺼리는 여타 배우들과는 다른 행보다.

"전 예능 출연 좋아해요. 예능에서 비쳐지는 제 모습이 평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편한 것도 있어요. 또 연기할 때와는 다른 제 예능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9개월간 드라마 열심히 한 것보다 '미우새' 한 번 나간 게 반응이 더 좋더라고요.(웃음) 예능이 힘들긴 한데, 예능 출연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에요. 계속 예능에는 출연하고 싶어요."

20대 때의 김희선은 '미녀배우'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연기력이 저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김희선을 지켜본 대중이라면, 그녀의 연기력에 꼬투리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믿고 보는 배우'를 뜻하는 '믿보배'라는 말로는 부족한 게 김희선이다.

"'믿보배'란 말이 정말 좋은 거 같아요. 그 세 글자로 다 표현되니까요. 배우는 이 말을 듣기 위해 열심히 연기하는 거 같아요. 전 '믿보배'도 좋은데, 믿고 보는 예쁜 배우, '믿보예배'가 되고 싶어요.(웃음)"

'믿보예배'만큼 김희선을 잘 표현하는 단어가 있을까. 미모도, 연기력도, 심지어 시원시원한 성격까지 갖춘 배우인 그녀는 이미 '믿보예배'다. 김희선이 더 아름다운 이유는, 과거에 얽매이지도, 미래에 의지하지도 않고, 바로 지금, 현재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점이다. 지금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때, 비로소 사람은 가장 빛날 수 있다.

"전 배우로서 지금이 좋아요. 예전에는 감독님이 '이렇게 해' 하면 제 의견보단 그걸 그대로 흉내 내기에 바빴어요. 지금은 제 생각대로 연기하고, 제 마음이 하고 싶은 걸 해요. 그런 면에 있어서 지금이 훨씬 더 좋아요. '앨리스'를 하면서, 만약에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언제로 가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전 현재가 너무 좋아요. 지금이 행복해요."

[사진제공=힌지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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