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박규영 "안주하지 않고 나답게, 다음이 궁금한 배우 되고파"

강선애 기자 작성 2020.08.26 14:11 수정 2020.08.26 16:17 조회 6,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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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영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로 데뷔한 지 4년, 아직 신인의 경계에 선 박규영은 오디션을 통해 캐릭터를 따냈고, 그렇게 맡은 역할은 묵묵히 자신의 몫을 수행해 왔다. 눈썰미 좋은 시청자라면, 그동안 겹치는 이미지 없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던 이 배우를 발견해 왔을 터.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철부지 마마걸 오지율, '녹두꽃'의 비극에 처했던 규수 황명심, 그리고 이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간호사 남주리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비슷한 지점이 없었던 캐릭터들을 박규영은 자기만의 색깔로 매력 있게 그려냈다.

1993년생으로 올해 만 27세인 박규영은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에 재학하던 중 한 연예기획사에 발탁돼 연기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요즘 배우들이 10대 때부터 연기에 뜻을 품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기량을 발전시키는 것에 비해서는 다소 늦은 출발이었다. 하지만 박규영은 서둘지 않았다. 웹드라마, 단막극부터 시작해 정극의 단역부터 조연까지, 차례차례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전작에서의 좋은 활약은 다음 작품의 튼튼한 발판으로 이어졌고, 처음으로 오디션 없이 작품 출연 기회를 잡았다. 그게 바로 최근 종영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였다.

박규영은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정신병원 간호사 남주리 역을 맡아 팔색조 매력을 선보였다. 청순한 외모인데 간호사로 일할 땐 똑 부러지는 프로였고, 엄마 강순덕(김미경 분)과는 진짜 모녀 같은 모습으로 공감을 자아냈으며, 짝사랑하는 문강태(김수현 분) 앞에서는 서툴고 답답했지만, 자기를 좋아해 주는 이상인(김주헌 분)에게는 속을 드러내기도 하는 순수한 '썸'으로 설렘을 선사했다. 싫어했던 고문영(서예지 분)과 진짜 마음을 나누며, 점차 사랑도 우정도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였던 남주리. 특히 술을 마시면 제2의 자아가 나와 파격적인 술주정을 하던 그녀를 박규영은 귀엽고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만나는 상대마다 다채로운 케미를 보여주며 모든 면에서 매력적이었던 남주리는 그렇게 배우 박규영의 필모그래피에 첫 '인생 캐릭터'가 됐다.

박규영

▲ 남주리로 살았던 4개월, 다양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어 행복해

"4개월간 남주리를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드라마가 각자 인물들의 아픔을 어느 정도 치유하고 따뜻하게 마무리한 거 같아 저도 따뜻함을 느꼈어요. 보람이 정말 컸고, 행복한 작품이었어요."

드라마 종영 소감을 묻자 박규영의 눈빛에선 정말 '행복'이 묻어났다. 그동안 자신이 연기한 어느 캐릭터보다 남주리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결과물에서 오는 단순한 만족감이 아니었다. 인기리에 방송돼 온 드라마가 따뜻한 결말을 맞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캐릭터도 좋게 봐준 시청자가 많아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었다.

자신이 주목받는 걸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박규영은 부모님과 주변 반응으로 그나마 인기를 체감한다고 했다.

"부모님이 너무 좋아해 주셨어요. 부모님이 모임 같은데 나가시면, 친구 분들이 제 이야기를 많이 하나 봐요. 그럼 어깨 으쓱하고 자랑스러워해 주시니까, 그런 게 좋아요. 주변 친구들도 이번 드라마를 잘 봤다고 많이들 이야기해주고. 그런 면에서 체감이 되긴 하지만, 지금도 절 알아봐 주시는 분들을 보면 신기하곤 해요."

짧은 단발머리에 수수한 스타일링, 차분한 말투가 인상적이었던 남주리. 이런 남주리의 외형은 철저한 캐릭터 분석에서 탄생한 결과였다.

박규영

"주리는 병원에서 일하니 차분하고 단정하게, 머리도 짧게 잘라보면 어떨까 해서 그런 헤어스타일을 시도해 봤어요.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주리나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지율이나, 다 제 안에 있는 구석들을 바탕으로 해요. 처음 캐릭터를 보면, '내 어떤 모습을 꺼내 보이면 좋을까'를 생각하죠. 주리는 차분한 성격에 자기 이야기를 조곤조곤 잘 전달하고 싶어 하는 인물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목소리 톤도 차분하게, 말의 속도도 조금 천천히 하려 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박규영 표 남주리는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시청자의 큰 지지를 받았지만, 정작 박규영은 "항상 연기한 모든 신이 아쉽고, 내 연기를 모니터 하며 반성한다"라고 냉정한 태도를 보였다. 그래도 자신의 남주리 연기 중, 그나마 잘했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말해달라 부탁했다.

"주리가 취해서 술주정하는 연기는 제가 봐도 재밌긴 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시청자 분들도 좋아해 주셨고, 현장에서 선배님들도 좋다고 칭찬해주셔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죠. 평소의 주리랑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는데, 그런 면들을 많이들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실제의 저는 술을 잘 못 마셔요.(웃음)"

맡는 캐릭터마다 이미지가 다 달랐던 박규영. 그녀 스스로도 "주리 빼고는 다 오디션이었는데, 제가 봐도 너무 다른 역할들을 맡았다. 극과 극을 달리는 캐릭터들을 했는데, 그게 운이 좋았던 거 같다"라며 신기해했다. 그 가운데 실제 자신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를 묻자, 박규영은 "주리에 조금 더 가깝다"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이 소화했던 캐릭터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캐릭터로도 남주리를 꼽았다.

"하나를 고르기가 정말 힘든데, 주리가 아닐까 싶어요. 주리를 연기하며 여러 결의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사랑을 주기도, 받기도, 절제하기도, 폭주하기도, 그런 다양함을 연기할 수 있어서 저도 재밌었어요."

박규영

▲ 김수현 서예지 김미경 김주헌... 좋은 사람들이 모였던 작업 환경

극 중 남주리는 문강태를 오랫동안 짝사랑했다. 그러던 중 자신에게 첫눈에 반한 이상인을 만났고, 이상인의 적극적인 호감 표현에 남주리도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박규영은 이런 남주리의 감정 변화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주리한테 강태는, 상처를 보듬어주고 따뜻함을 주고 싶은 존재였던 거 같아요. 그게 계속 벽을 보고 하는 외침이었다면, 갑자기 나타난 상인은 반대로 주리한테 뭔가를 주려고 하는 사람이었죠. 어떻게 보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던 주리에게 상인은 기댈 구석, 숨 쉴 구멍, 넓은 품으로 자신을 안아줄 사람으로 다가왔어요. 그렇게 이해하니 자연스럽게 주리의 감정연기가 나올 수 있었어요."

박규영은 연기 호흡을 맞춘 김주헌에 대해 배역 이상인처럼 "따뜻하고 마음이 넓은 분"이라 평했다. 그런 김주헌과 작은 부분 하나하나까지 대화를 나누며 남주리-이상인의 '썸'을 말랑말랑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박규영은 극 중 이상인이 손톱만한 깻잎쌈을 남주리 입에 넣어준 장면이 네티즌 사이에서 "쌈이 너무 작다. 너무한 거 아니냐"며 재미있는 논란(?)으로 회자됐던 에피소드에 웃음을 터뜨렸다.

"불판 위 삼겹살을 쌈장에 찍어 깻잎에 싸서 쌈을 만들어 제 입에 넣었던 건데. 그게 '쌈 논란'으로 불리며 다들 재미있어하더라고요. 저도 그런 반응들을 보며 같이 웃었어요. 다 제 탓이에요. 제가 당시에 고기를 굽는 역할이었는데, 연기를 하면서 굽다 보니 고기를 너무 잘게 잘랐거든요. 그걸 쌈으로 싸니 작게 나온 거죠. 근데 그 고기는 정말 맛있었어요.(웃음)"

박규영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 남주리와 이상인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살짝 겹치는 장면으로 이들의 '썸'이 완성됐음을 알렸다. 더 진전된 러브라인이 그려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냐고 묻자 박규영은 "그래서 뒤가 더 궁금하지 않나. 손가락 장면도 너무 예쁘게 표현돼서 좋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문강태와 이상인 사이에서 마음이 변해갔던 남주리처럼, 실제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누굴 택하겠냐는 질문에는 "날 좋아해 주는 사람이 맞는 거 같다"라는 솔직한 답변도 덧붙였다.

박규영은 김주헌 외에도 '사이코지만 괜찮아' 모든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정말 좋은 분들이 모인 작업 환경이었어요. 다들 서로를 챙기면서 잘 지냈죠. 특히 저희 어머니 역, 김미경 선생님은 후반부에 제가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케미가 정말 좋았어요.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고요. 사이가 너무 좋아서 웃다가 NG를 내기도 했죠. 김수현, 서예지 선배님도 먼저 다가와주셨어요. 제가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먼저 '밥은 먹었니'라며 친근하게 다가와 주시고, 같이 붙는 신에서는 '이건 이렇게 해볼까?'라며 배려도 많이 해주시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죠."

▲ 안주하지 않고 나답게, 다음이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술만 마시면 180도 돌변해 과격한 표현을 섞어가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던 남주리. 실제 박규영은 그런 온앤오프 버튼 없이 평소에 솔직하려고 노력하는 성격이라 한다.

"전 항상 솔직하려 노력하고 뭘 숨기거나 그런 걸 안 좋아해요. 뭐든 솔직한 게 제 마음도 편한 거 같아요. 대신 솔직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기분이 안 나쁘게 조심해야죠. 늘 예의를 갖추고 진솔하게, 솔직하게 하려는 말을 가장 예쁜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애써요. 그게 항상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요."

박규영이 늘 솔직할 수 있는 건 긍정적인 성격이 바탕이 된다. 스스로 고민거리를 끌어안고 있지 않으니, 평온한 심리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걱정할 게 차고 넘치는 요즘 세상에서, 이런 박규영의 긍정성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게 아닐까.

"저도 물론 고민도 걱정도 있죠. 근데 그걸 끌어안고 있진 않아요. '오늘 고민은 오늘까지' 하고 자고 일어나서 씻어내자는 주의예요. 고민하고 걱정해봐야 해결되는 게 아니잖아요. 긍정적인 방향으로, 오늘 걱정은 오늘까지! 그런 스타일이에요."

박규영

원래 전공과는 다르게 뒤늦게 선택한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박규영은 데뷔 이후 지난 4년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요. 다음에 맡을 역할은 이번 역할에서 배운 걸 토대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 그런 마음이라면 잘 가고 있는 거 아닐까요? 제가 연기를 잘하고 있는지, 발전하고 있는지 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저 제가 연기한 캐릭터를 많이들 좋아해 주시면 그걸로 된 거 같아요 저는."

이번 작품에서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앞으로 박규영의 연기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다. 이제 배우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박규영에게는 그런 기대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오늘 걱정은 오늘까지"의 박규영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바로 '나답게' 였다.

"그게 부담으로 느껴진 순간은 없어요. 그냥 제가 계속 해왔던 방식으로 저답게, 저를 꺼내고 녹여내며 연기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대신 안주하지 않고 좀 더 고민하면서요. 다양한 색깔의 캐릭터를 입어보며, 다음에 뭘 할지가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진=사람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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