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냉미녀NO, 똘끼YES"…배우 서지혜의 진짜 모습

강선애 기자 작성 2020.07.27 15:42 수정 2020.07.27 17:05 조회 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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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혜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는 실제 자신의 성향과 다르더라도 외형이나 이미지가 어울려 캐릭터를 선택하기도, 반대로 실제 자신의 모습과 비슷해 연기가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 캐릭터를 선택하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배우 서지혜의 행보는 전자에 가깝다. '질투의 화신'의 홍혜원, '흑기사'의 샤론', '사랑의 불시착'의 서단 등 화려한 미모와 도도한 표정, 감정 기복 없이 차가운 말투가 특징인 캐릭터들을 주로 선보여왔고, 이런 '냉미녀' 캐릭터들은 서지혜의 외형과 꽤 잘 어울렸다.

배우들의 실제 모습을 알기란 쉽지 않다. 관찰 예능에 나와 일상을 공개하지 않는 한, 막연하게 연기한 작품 속 캐릭터와 그 배우가 비슷할 거라 여긴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은 가끔 억울(?)할 때도 있다. 실제의 서지혜는 '냉미녀'와 거리가 멀다. 도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고 잘 웃고 외향적인 성격이다.

'냉미녀'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서지혜가 오랜만에 자기와 딱 맞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에서 연기한 우도희 캐릭터는, 실제 서지혜와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똘끼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밝고, 따뜻하고 인간적인, 그래서 사랑스러운 캐릭터. 우도희를 통해, 차가운 레이저 눈빛을 거두고 오랜만에 활짝 웃는 서지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지혜

실제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서지혜 스스로도 신이 나서 연기했고, 만족도도 높다. 기존 캐릭터들과 다른 연기를 선보여야 해서 서지혜 자신에게도 일종의 도전이었는데, 잘 해냈다는 대견함이 있다. 전작 '사랑의 불시착'의 대박 성공에 비해 '저녁 같이 드실래요'가 시청률적인 면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작품을 끝낸 후 유독 더 뿌듯하고 홀가분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그만큼 만족도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이 서지혜에게 더 각별한 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는 것이다. 주로 남자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두 번째 여자 캐릭터에 멈춰있던 서지혜가, 남자 주인공과 사랑을 이루고 행복하게 웃으며 끝나는 로코의 첫 번째 여자 주인공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여러모로 서지혜에게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의미 있는 드라마다.

▲ '사랑의 불시착' 이어 '저녁 같이 드실래요'까지, 1년 동안 두 작품 알차게

서지혜는 올해 초 '사랑의 불시착'이 끝나자마자 바로 '저녁 같이 드실래요'에 합류했다. 쉼 없이 두 작품을 연속으로 하느라 체력은 고갈됐으나, 두 작품 모두 서지혜라는 배우의 매력을 드러내기에 충분했기에 만족스러운 행보였다

"1년 동안 두 작품을 아주 알차게 했죠. 뿌듯하고, 섭섭하기보단 시원한 감정이 커요. 이런 두 작품을 제가 할 수 있었단 게 행운 같기도 하고. 다 끝낸 지금의 심정은, 홀가분하고 기분이 좋아요."

'사랑의 불시착'이 시청률 20%를 넘기며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바로 '저녁 같이 드실래요'에 들어가는 게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지혜는 시청률적 부담보단,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부담이 컸다고 말한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는 항상 부담감이 있어요. '저녁 같이 드실래요'도 마찬가지였죠. '사랑의 불시착'이 잘 돼서 느끼는 부담감이 아니라, 지금껏 보여준 이미지와는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과연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이런 부담감으로 작품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고민 많이 하고 불안감도 컸는데, 감독님, 동료 배우들과 계속 의견을 주고받으며 우도희 캐릭터를 조금씩 잡아갈 수 있었어요."

서지혜

배우가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은 상대 배우다. 특히 '저녁 같이 드실래요'가 로맨틱 코미디다 보니 로맨스 상대 역과의 호흡은 더 중요했다. 서지혜의 상대 남자 배우는 김해경 역 송승헌이었다.

"승헌 오빠를 실제로 만나기 전에는, 이미지 때문에 굉장히 점잖은 분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의외로 재미있고, 저보다도 장난기가 많은 분이더라고요. 제가 원래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친해지는데 오래 걸리는 편인데, 오빠가 잘 받아줘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어요."

'저녁 같이 드실래요'의 방송 초반에는 반가운 얼굴이 카메오로 등장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서지혜의 상대 역할을 소화했던 배우 김정현이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김정현이 연기한 구승준 캐릭터가 죽는 바람에, 서단 서지혜와의 사랑은 새드엔딩으로 끝났다. 하지만 '저녁 같이 드실래요'에서 김정현은 우도희의 초반 남자친구로 등장, 바람피우는 나쁜 남자 역할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정현이랑은 이미 합을 많이 맞췄던 지라, 같이 연기하는 게 너무 편했어요. '사랑의 불시착' 때 알콩달콩 하지 못했던 커플이라, 이번 카메오 출연을 반기는 팬들이 많더라고요. 정현이가 흔쾌히 카메오 출연을 수락해줘서 고마웠죠. 지금 드라마 촬영 중일 텐데, 나중에 밥 한 번 사주려고요. 혹시라도 그 친구가 부른다면, 이번에는 제가 어디든 달려가야죠."

▲ 나와 닮았던 우도희 "누구나 똘끼 조금은 있지 않나?"

우도희가 실제 서지혜와 닮았다 한들, 서지혜의 '냉미녀' 캐릭터에 익숙한 대중이 보기에 우도희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서지혜도 그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다. 게다가 초반에는 서단이 완벽히 지워지지 않은 상태라, 거기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었다.

"아무래도 기존에 보여드렸던 캐릭터들과 우도희가 다른 부분이 많아서 고민이 됐죠. 초반에는 '사랑의 불시착'이 끝난 지 얼마 안되고 '저녁 같이 드실래요'에 들어가다 보니, 저도 모르게 서단의 북한 말투가 나오더라고요. 아직 서단을 완전히 지워내지도 못했는데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려다 보니, 그것도 곤혹스러웠어요. 걱정도 많았고, 동시에 '하다 보면 되겠지' 하는 막연함도 있었어요."

앞선 '냉미녀'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서지혜를 보며 주변 지인들은 "가증스럽다"라고 장난스레 말했다고 한다. 도도한 척, 예쁜 척, 실제 서지혜와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우도희 캐릭터를 연기하는 서지혜를 보면서는 "드디어 너랑 비슷한 캐릭터를 맡았구나"라는 반응들이 나왔다.

서지혜

"차가운 도시녀의 느낌이 나는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하다 보니, 제가 조용할 거 같나 봐요. 실제 제 모습과 비슷한 건 도희 쪽이에요. 감독님도 저랑 미팅하며 제 웃는 소리를 듣고 바로 '아니구나' 했대요.(웃음) 제 친구들은 도희를 보며 '너랑 비슷한 캐릭터를 맡았구나', '편해 보인다'고 말해줘요. 또 '너의 똘끼를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라고도 하고요. 똘끼는, 누구나 조금씩은 있지 않나요? 숨기고 살뿐이지.(웃음)"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해서 연기가 더 쉬웠던 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바라보는 저와, 제가 생각하는 제 모습에 갭이 있잖아요? 그래서 아무리 저와 비슷한 캐릭터라도 연기가 쉽진 않았어요. 어떻게 하면 재미난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오히려 어렵게 느껴진 부분도 있고요. 드라마라 더 극대화시켜야 하는 점에서 어려웠던 것도 있고요."

서지혜는 잘 웃고 잘 울고, 술 먹고 주사도 부리고 욕도 좀 하는 '똘끼' 충만한 우도희를 연기했다. 감정을 절제하고 미세한 표정 변화에 신경 써야 했던 기존 캐릭터들과 달리 다소 과장된 연기가 필요했는데, 그게 자연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우도희를 완성했다.

"제가 이 역할을 맡았을 때 초반에 느낀 두려움을 떨치고 잘 헤쳐나간 거 같단 생각을 스스로 하고 있어요.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작업이었고, 즐겁고 재미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한테 후한 점수를 주고 싶고, 그만큼 다 끝내고 나니 만족스럽고 홀가분한 기분이 들지 않나 싶어요."

서지혜

▲ 서지혜의 연기, 그리고 사랑

서지혜는 나이 서른을 넘어서며 배우로서의 행보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역할을 기가 막히게 잘 맡아 척척 해냈다. 연기도 한층 안정적으로 변했다. 서지혜는 이 모든 게 '마음가짐'의 변화에서 온 것이라 설명했다.

"20대 때의 전 아무것도 모르고 열정과 패기로만 연기하려 했어요. 연기의 연 자도 모르고요. 물론 지금도 연기를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연기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그게 절 변화시키지 않았나 싶어요. 20대 때는 '연기 생활이 내게 맞는 건가' 하는 의문도 있었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어요. 그 시기가 지나며, 연기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바뀌었어요.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에 스트레스는 예전보다 지금 더 받아요. 하지만 그게 절 성장시키는 느낌이에요. 지금이 연기가 훨씬 더 재미있어요. 그 '재미' 안에는 고난도 시련도 아픔도 있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게 드라마 '펀치'를 할 때부터였어요. 그때 마음가짐이 바뀌고 연기에 변화를 주며 심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재미와 희열감을 느꼈죠."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김해경이 우도희와 처음 만났을 때 함께 먹은 컵밥을 다시 먹으며 프러포즈하는 걸로 끝났다. 비싼 레스토랑에서 화려한 프러포즈는 아니었지만, 둘만의 추억을 다시 상기시킬 수 있는 의미 있고 아름다운 프러포즈였다. "나도 프러포즈에 대한 환상이 있다"는 서지혜는 그런 드라마의 엔딩을 마음에 들어했다.

"프러포즈에 대한 여자들의 환상이 좀 있지 않나요? 저도 환상이 있는데, 해경이와 도희의 프러포즈는 좋았던 거 같아요. 둘만의 연결고리,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요. 저도 거창한 프러포즈를 바라는 건 아니에요. 다만, 결혼 준비 다 해놓고 뒤늦게 프러포즈하는 건 싫어요. 요즘에 많이들 그러더라고요. 전 결혼 약속 전에, 진짜 단어 그대로 '나랑 결혼해 달라'는 의미의 프러포즈를 먼저 받고 싶어요."

서지혜

30대 후반으로 달려가는 나이, 서지혜도 연애와 결혼을 꿈꾸지만 급한 마음은 아니다. 오히려 열심히 일하고 혼자 뭔가를 할 수 있는 지금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마음이다.

"30대 초반엔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없어졌어요. 포기한 건 아니에요. 언젠가 누군가 옆에 있다면 자연스럽게 하겠지, 그런 편한 마음이에요. 결혼을 꼭 당장 해야 한다는 급한 생각은 사라졌어요. 결혼한 친구들이 '지금을 즐기라'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지금 이 시기도 나중의 제가 누릴 수 없는 시간인 거 같아요. 저 혼자만의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이니까, 조금 더 즐겨도 될 거 같아요."

서지혜가 바라는 이상형은 '친구 같은' 남자다. 편하게 친구처럼, 손 잡고 같은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연애를 하기도 갈수록 쉽지 않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서지혜의 고민은, 또래 다른 여성들의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예전의 전, 사랑에 소극적인 편이었어요. 만약 지금의 제가 사랑을 한다면, 적극적으로 변할 거 같아요. 예전의 만남들이 후회로 다가올 때가 있는데, 제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지 않았을 때 나중에 그게 후회되더라고요. 그래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제 마음을 온전히 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그것도 누군가를 만나야 가능한 이야기겠지만요.(웃음) 나이가 들수록 사랑이란 감정이 굉장히 어려워요. 한 사람에게 올인하는 게 정말 쉬운 게 아니고, 순수한 사랑이 있어야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요즘엔 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하니, 그것도 어려운 일이죠."

1년 동안 두 작품을 하며 모든 걸 쏟아부은 서지혜는 당분간 휴식하며 리프레쉬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집순이'와는 거리가 먼 성격이라, 쉬는 동안 뭘 할지 이것저것 계획을 짜고 있다.

"차기작은 쉬는 시간을 좀 갖고 차근차근 조금씩 보려고요. 좋은 캐릭터가 있다면 빠른 시일 내로 돌아올 수도 있지만, 지금은 저만의 시간을 조금 가지려고 해요.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데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마음껏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찾아보고 있어요. 전 집순이가 아니고 활동적인 편이라, 뭐라도 해야 하거든요. 이번엔 요리를 배워볼까, 생각 중이에요."

[사진제공=문화창고]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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