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신재휘 "조진웅 선배처럼, 존재 자체가 장르 되는 배우 되고파"

강선애 기자 작성 2020.05.07 13:56 수정 2020.05.07 14:07 조회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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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휘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오디션을 거쳐 작품에 투입되는 신인 배우는 출연의 기회를 잡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그게 '좋은' 작품일 확률은 더더욱 낮다. 데뷔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인 배우 신재휘는 그 천금 같은 기회를 잡았다. 작품성과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호평 속에서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에 출연한 것. 신재휘가 다른 신인들에 비해 '행운아'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눈에 보이는 행운이라도 거머쥐지 못한다면 신기루 같은 허상일 뿐이다. 신재휘는 그 행운을 잡아낼 수 있는 자질이 충분히 있었다. 배우에게 있어 자질이란, 당연히 연기력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인 신재휘는 그동안 탄탄하게 쌓아 올린 연기력을 바탕으로 '아무도 모른다'에서 백상호(박훈 분)의 수행비서 오두석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냈다.

'아무도 모른다' 속의 오두석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캐릭터였다. 과묵하지만 날카로운 이미지로 백상호의 악행을 돕는 수행비서였다가, 백상호 앞에서 편하게 누워있기도 하는 친 남동생 같았다가, 마지막에는 백상호를 버리고 자신이 살 궁리를 하는 배신자이기도 했다. 형사들에게 밀리지 않는 찰진 액션을 보여주기도, 반대로 신장 투석을 받으며 병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분량이 많은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신재휘는 오두석을 통해 충분히 다양한 모습을 그려냈다.

신재휘

▲ 9kg 감량하며 만들어낸 오두석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좋았다"

지난해 5월경 오디션을 보고 오두석 캐릭터를 따낸 신재휘는 같은 해 10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7개월 가까이 '아무도 모른다'와 함께 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체중 감량'이었다. 원래 마른 체형이었지만 오두석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신재휘는 혹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오두석은 날카로워 보여야 한다는 게 우선이었어요.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그 모습이 날카롭게 보이려면,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식단 조절, 운동을 하며 9kg 정도를 감량했어요. 거기에 깔끔한 헤어스타일, 차분한 색깔의 의상으로 단정하지만 날카로워 보이는 오두석의 외형을 완성했어요."

오두석을 비롯한 극 중 밀레니엄 호텔 멤버들, 백상호, 고희동(태원석 분), 배선아(박민정 분)는 묘한 관계성을 띠었다. 같은 보육원 출신으로 가족 같은 끈끈함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서로 간의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악행을 저지르고 숨기는 것에 쿵짝이 잘 맞다가도, 결국엔 뒤통수를 치는 불신이 존재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악인의 무리는 보통의 드라마와는 결이 달라 독특한 재미를 선사했다.

신재휘

"밀레니엄 호텔 식구들의 전반적인 문제가 '결핍'이라고 봤어요. 어딘가 결핍됐는데 성장과정에서 그걸 채워줄 좋은 어른을 못 만났고, 반대로 나쁜 어른들을 만나 자라면서 병든 거라고 생각했어요. 누구에게나 결핍은 있잖아요? 그 지점에서 오두석을 이해하려 했어요. 제가 심적으로 힘들었을 때 도움이 됐던 것들이 뭔가. 그게 두석이한테는 백상호였을 테니까요. 물론 두석이는 너무 특수한 상황에 놓인 인물이라 공감이 쉽게 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접근하니 그나마 이해가 되더라고요."

감정표현이 다채로운 캐릭터는 오히려 연기하기가 수월하다. 기쁠 땐 크게 웃고, 슬플 땐 오열하면 되니까. 반대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무뚝뚝한 캐릭터는 배우의 섬세한 표현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연기하기에 더 까다롭다. 오두석이 딱 그런 캐릭터였다.

"오두석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친구이다 보니, 자칫하면 아무것도 아닌 애로 보일 거 같았어요. 두석이의 흐름도 있고, 그게 충돌하는 지점도 발생하는데, 희동이나 상호 캐릭터처럼 심경변화가 크거나 즉각적으로 보이지 않는 캐릭터라 그걸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그래서 같이 연기하는 선배 배우들과 상의를 자주 했고, 감독님의 도움도 받으며 캐릭터를 잡아갔어요.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재미있고 좋은 경험이었죠."

▲ 학교를 떠나서도 '배운다'는, 기분 좋은 느낌

밀레니엄 호텔 악인 캐릭터들의 기묘한 케미는 신재휘, 박훈, 박민정, 태원석의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본 촬영 전에 항상 따로 만남의 시간을 가지며 캐릭터를 분석하고 어떻게 연기하는 게 좋을지 논의했다.

"보통의 드라마 촬영장에선 이렇게 배우들이 사전에 모여서 연습을 많이 하지는 않죠. 전 신인이라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선배들이 먼저 '모여서 연습해보자'라고 해줘서 같이 만들어가는 재미를 알 수 있었어요.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내고 그걸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며, 정말 재미있게 연습했어요. 감독님도 저희가 준비해 온 걸 존중해 주셨고요. 마치 다 같이 한 편의 연극을 만드는 것 같았어요. 제가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없어서 처음에는 좀 어려웠는데, 선배들이 전부 동료 배우로서 절 존중해주셔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신재휘

악인들의 중심축이 백상호였던 것처럼, 이 배우들의 중심에는 박훈이 있었다. 박훈이 주도해서 배우들의 사전 연습을 이끌었고, 그의 아이디어로 밀레니엄 호텔 악인들에 기묘한 색깔을 입혔다. 신재휘는 박훈의 곁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박훈 형이 저한테 늘 하던 말이 있어요. '내가 이상하게 연기할 거니 놀라지 마'라고. 형은 전형적인, 그저 힘만 주는 악역을 하지 말자고 했어요. 대신 선인 듯 악인 듯 그 사이에 크게 낙차를 주는 연기를 해보자고, 그럼 더 무서울 거 같다고 했죠. 그 지점에 대해 다 같이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러다 보니 악인지, 동료인지, 혼선을 줄 만한 캐릭터들이 나온 거 같아요. 형한테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죠. 정말 좋은 선배예요."

'아무도 모른다'의 촬영장은 신재휘에게 있어서 모든 것이 배움의 장이었다. 밀레니엄 호텔 관련 배우들 외에도 김서형, 류덕환, 문성근, 권해효, 장영남, 박철민, 백현주 등 알아주는 연기파 선배들이 즐비했고, 심지어 안지호, 윤찬영, 윤재용 등 청소년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신재휘는 학교를 떠나서도 '배운다'는 느낌이 뭔지를 이번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무도 모른다'를 하며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선배님들은 물론, 어린 친구들한테도요. 연령을 불문하고 여기 나온 모든 인물들이 세밀한 연기로 작품에 녹아들었죠. 저만 제 몫을 잘하면 되는 현장이었어요. 학교를 떠나서도 이렇게까지 '배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현장이었다는 게,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 조진웅 선배처럼, 존재 자체가 장르가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신재휘는 고등학교 때 친구와 함께 연극 '카페인'을 본 후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작은 규모지만 무대를 꽉 채우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그 연극을 보고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그는 무턱대고 연기 입시 준비를 시작했고, 연기 지망생들에게 꿈의 학교인 한예종 연기과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차근차근 연기 공부를 해 온 신재휘는 지난해 7월 OCN 드라마 '미스터 기간제'로 정식 데뷔, 아직 데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인 중에 신인 배우다.

기간은 짧아도 지난 1년간 신재휘는 많은 것을 이뤄왔다. '미스터 기간제'를 시작으로 웹드라마 '엑스엑스(XX)'와 영화 '애비규환' 등을 찍었다. '아무도 모른다'의 종영이 아쉽지만, JTBC 드라마 '모범형사'의 방송도 앞두고 있다. 데뷔 1년도 안 된 신인 치고는 출연 작품 수가 상당하다.

"1년 만에 말도 안 되는 다른 삶을 살고 있어요. 작년에 데뷔한 후 지금까지, 정말 감사한 마음밖에 없어요. 제가 계속 일을 할 수 있고, 제 모습을 좋아해 주시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감사하고 행복해요. 그만큼 저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재휘

신재휘는 '아무도 모른다'를 비롯해 '미스터 기간제', '엑스엑스'에서 모두 악역을 맡았다. 아직 데뷔 초인데 계속 비슷한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학교에서 뮤지컬을 할 때는 선역을 많이 했었어요. 근데 왜인지 모르겠는데 드라마에서는 계속 악역을 하게 되더라고요. 악역이 싫은 건 아니에요. 다만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죠. 주로 스릴러 장르에서 가해자 역할을 맡았는데, 로맨틱 코미디나 휴먼 드라마에서 착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올해 개봉 예정인 영화 '애비규환'에서는 착한 역할을 맡았어요. 제 선한 연기도 기대해 주세요."

배우로서 안정적인 첫걸음을 걸어가고 있는 신재휘는 어떤 역할이든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할 줄 아는 배우로 대중에게 인식되는 게 목표다. 특히 그는 롤모델로 선배 배우 조진웅을 꼽았다.

"개인적으로 조진웅 선배님의 연기를 좋아해요. 다양한 역할을 자기 스타일대로 소화하고, 선역과 악역을 넘나드는 연기를 보여주시죠. 선배님처럼 존재 자체가 장르가 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되, 저라는 배우의 색깔이 분명하게 나오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신재휘

[사진=백승철 기자]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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