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시즌 3도 무조건 합니다"…김민재, '낭만닥터 김사부' 믿음의 이유

강선애 기자 작성 2020.03.14 10:41 수정 2020.03.15 14:51 조회 10,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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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한국에서 시즌제 드라마가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시청자 인기에 힘입어 시즌제로 제작을 시도하지만, 오히려 첫 시즌의 명성마저 갉아먹는 호응과 완성도로 초라하게 퇴장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SBS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는 달랐다. 최근 종영한 시즌2는 첫 회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로 출발하더니, 마지막 회는 시청률 27%를 찍으며 시즌1 못지않은 큰 인기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휴머니즘 가득한 스토리 위에 촌철살인의 사회 메시지를 얹는 강은영 작가의 필력, 이를 따뜻하게 앵글에 담아내는 유인식 감독의 연출력, 여기에 어딘가 있을 것만 같은 돌담병원을 그려낸 배우들의 공감 가는 열연이 더해져 빈틈없이 알찬 드라마를 완성했다.

두 시즌의 연속 흥행으로 '낭만닥터 김사부' 하면 떠오르는 배우들이 있다. 김사부 역 한석규를 비롯해 오명심 역 진경, 장기태 역 임원희 등 시즌 1, 2를 모두 아우른 배우들이다. 그 가운데 남자 간호사 박은탁 역을 연기한 김민재는 가장 어린 배우다. 김민재는 20대 초반의 나이에 '낭만닥터 김사부'를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경험했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김사부라는 '좋은 어른'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김민재도 이 작품을 하며 스스로 느낀 게 많다. 훌륭한 선배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하며 배우로서 성장한 것 외에도, 인간적으로 좋은 어른이란 뭔지, 낭만이 뭔지에 대해 깊이 통찰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 김민재는 '낭만닥터 김사부'에 대한 애정이 그 누구보다 크다. 청춘물의 주연으로 주목받던 시기에도, 비중이 줄어드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의 출연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민재가 품고 있는 이런 마음가짐은 혹여나 시즌3가 제작된다 해도 변치 않을 예정이다. 그만큼 '낭만닥터 김사부'는 그에게 '인생작'이기 때문이다.

김민재

Q. '낭만닥터 김사부'의 두 번째 시즌도 끝났어요. 처음 끝냈을 때랑 느낌이 좀 다른가요?
김민재: 너무 다시 하고 싶었던 드라마라, 하면서 정말 재밌고 행복했고 보람찼어요. 끝나니 전보다 더 아쉬운 거 같아요. 잠깐 쉬고 다시 돌담병원에 출근해야 할 거 같은 느낌이에요. 다른 작품을 하면서도 이처럼 연기할 때 희열을 느끼고, 사람들과 같이 웃고 슬퍼할 수 있을지 싶고... '낭만닥터 김사부'와 함께 하는 시간들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욕심이에요.

Q. 배우로서 느낀 '낭만닥터 김사부'의 강점, 강은경 작가 대본만의 매력이 뭔가요?
김민재: 다른 대본을 보다 보면, 안 읽힐 때도 있고 잘 이해가 안 갈 때도 있어요. 그런데 '낭만닥터 김사부'는 계속 보고 싶은 대본이에요. '어떻게 이러지?' '와 대박이다'라고 감탄하면서 보게 돼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다 그렇게 느낀대요. 대본을 보면 작가님만의 깊은 따뜻함이 있어요. 저도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한 명의 젊은이인데, 어른들한테 듣고 싶은 말, 어른들이 이러면 좋겠다, 하는 이상적인 것들이 대본에 쓰여 있어요. '낭만닥터 김사부'는 정말 좋은 작품인 거 같아요.

Q. 그런 이유로 시즌2 출연 제의도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나요?

김민재: 물론 그런 이유도 있고, 함께 한 배우들, 감독님의 존재도 크게 작용했죠. 제가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을 했을 때가 스물한 살의 사회 초년생이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뭐가 맞는 건가, 저 스스로 고민하던 시기였죠. 그때 이 작품을 만나 '이렇게 살면 되겠구나', '이런 게 멋진 어른이구나' 하는 걸 정말 많이 배웠어요. 배우로서도 너무 좋은 선배님들을 많이 알게 돼 좋은 가르침을 받았고요. 그래서 시즌2가 다시 제작된다는 말이 나왔을 때,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다시 할 수 있어 너무 감사했고요. 시즌3가 제작된다면, 전 그때도 할 거예요. '낭만닥터 김사부'는 저의 인생 작품이에요.

김민재

Q. 은탁쌤은 과묵한데 할 말은 하고 정의롭고 어른스러운 간호사로, 수쌤(진경 분)과 함께 돌담병원 간호부를 든든하게 이끌었죠. 시즌1과 비교해 시즌2의 은탁쌤을 연기하며 달리 표현한 부분이 있나요?
김민재: 굳이 달라진 점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어요. 3년이 지나도 돌담병원에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캐릭터의 달라진 점보단, 자연스러운 점을 보여주고자 했죠.

Q. 시즌1과 비교해 은탁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주연 배우가 연기한 윤아름 선생과의 로맨스라고 생각되는데요. 귀여운 뽀뽀신도 있었고요. 소주연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김민재: 너무 좋았어요. 소주연 씨가 실제로도 너무 착하고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을 잘하는 따뜻한 사람이에요. 연기도 잘하고 리액션을 특히 잘해서 커플 연기가 더 살았던 거 같아요. 저희 커플이 인기가 많았던 건, 소주연 씨의 리액션 연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Q. 본인 칭찬도 좀 해주세요. 배우로서 나만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김민재: 목소리인 거 같아요. 제가 이런 얘기는 잘 안 하는데... 한석규 선배님이 제 목소리가 좋다고 해주셨어요. "넌 목소리가 좋으니까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많이 경험해 봐라"고 말씀해 주셨죠. 선배님 목소리가 좋으시잖아요? 그런 분이 해주신 말씀이라, 저도 어디 가서 제 장점으로 얘기해도 되겠구나 싶어요.(웃음)

Q. 두 번의 시즌을 겪으며 한석규 배우를 오랫동안 지켜봤잖아요. 어떤 배우던가요?

김민재: 정말 김사부 같았어요.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았죠. 진짜 멋있으세요. '나도 꼭 저런 선배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사람을 잘 관찰하는 편인데, 단 한 번도 인상을 쓰는 걸 못 봤어요. 정말 따뜻하고, 최고의 선배님이에요.

김민재

Q. 마지막에 여 원장(김홍파 분)이 세상을 떠난 후에, 은탁쌤이 펑펑 눈물을 쏟았어요. 평소 감정표현을 잘하지 않는 은탁쌤의 오열이라 더 인상 깊은 장면이었어요.
김민재: 은탁이한테 여 원장님은 아버지나 할아버지 같은 존재였을 거라 생각했어요. 자세한 서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은탁이가 방황하던 시절에 김사부를 만나 간호사가 되고, 돌담병원에서 성장하며 김사부, 수쌤 외에 여원장님을 가장 오래 본 사람이니. 여원장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런 감정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집중해서 연기했고요.

Q.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1, 2에 모두 참여한 배우로서, 이 작품이 시청자의 사랑을 계속 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김민재: 현재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어른들에게 바라는 것, 또 어른들이 해줬으면 하는 것들, '내 주변에 저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이상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김사부는 어른으로서 '이거 해라, 저거 해야만 한다'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고 신경 써주면서도 '이건 너의 삶이니, 선택은 너의 몫이야'라고 존중해주죠. 또 이 작품에는 김사부뿐만 아니라 그런 어른들이 많아요. 전 개인적으로 그 장면도 좋았어요. 수쌤이 서우진(안효섭 분) 선생님한테 사과하는 장면이요. 나이를 떠나,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면 먼저 이야기를 꺼내고 사과할 수도 있다는 걸, 그게 진짜 어른이란 걸 보여줬죠.

Q. 이 시대의 젊은이로서, '낭만닥터 김사부'가 인간 김민재에게도 영향을 끼친 게 있을까요?

김민재: 멋있는 어른이 뭔지 알게 됐고, 저도 그렇게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또 '낭만'이란 걸 가져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낭만을 가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실의 벽에 부딪치는 순간이 굉장히 많이 오는데, 그럴 때 잘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비로소 낭만이란 게 오는 거 같아요.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김민재

Q. 맞아요.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자기 소신껏 낭만적으로 산다는 게, 어려운 일이죠.
김민재: 현실에서도 김사부처럼 그렇게 낭만적으로 사는 사람이 분명 있긴 할 거예요. 그런 착한 사람들이 피해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다 돌담병원 사람들처럼 살라고 할 수는 없겠죠. 그래도 착하고 확고한 의지가 있는 그런 사람들이 안 좋은 소리를 듣거나 피해를 보는 일이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어요.

Q. 사실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 이후 배우 김민재의 입지는 많이 달라졌어요. '최고의 한방', '위대한 유혹자',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등에서 주연배우로 활약했죠. 그러다가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에서 다시 조연으로 내려온 건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 같아요.
김민재: 아니요. 저한테는 너무 쉬운 결정이었어요. 시즌2가 너무너무 하고 싶었으니까요. 시즌1이 끝나고 어렴풋이 시즌2가 제작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부터 전 무조건 하겠다고 했어요. 다른 건 전혀 생각하지도, 고려할 필요도 없었어요.

Q. '낭만닥터 김사부'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네요. 그런 마음으로 시즌3도 제의가 들어온다면 당연히 할 건가요?

김민재: 무조건이죠. 해야만 하는 이유가 너무 많아요.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선배 배우들, 동료들, 감독님, 스태프들... 다 너무 좋아요. 특히 유인식 감독님은 천재 같아요. 신에 대한 설명이나, 배우가 좀 힘들어할 때 끌어내는 방식, 그런 순간순간들이 보고 있으면 정말 대단하다며 감탄하게 돼요. 그런 분들과 함께 라면, 시즌3도 무조건 해야죠.

김민재

Q. 만약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가 제작된다면, 어떤 이야기가 그려지면 좋겠어요?
김민재: 아직 김사부의 '모난돌 프로젝트'가 안 끝났잖아요. 그걸 마무리 지으려면 어쩔 수 없이 시즌3가 나와야겠네요.(웃음)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시즌3를 원하고 있어요. 작가님이 부담을 안 가지셨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동시에 이 작업을 한 번 더 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겨요. 그만큼 제게 소중하고 깊이 와 닿은 작품이니까요.

Q. 이제 활동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김민재: 조금만 쉬고 차기작이 확정되면 다시 준비하는 과정을 갖겠죠.

Q. 개인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기 장르나 캐릭터가 있을까요?
김민재: 액션물도 해보고 싶고, 장르물도 해보고 싶어요. 사실 아직 못 해본 게 너무 많아요. 못 해본 것들을 20대 때 다 해봐야, 30대 때 더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Q. 연기자로서 목표가 있다면요?
김민재: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제 꿈은 하나예요.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거요. 그런 소리를 듣는다면, 배우로서 잘 걸어왔다는 뜻이겠죠. 지금까지는 차근차근 잘 밟아가고 있는 거 같아요.

[사진=냠냠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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