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서 계속]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유연석은 순정남과 비열남이 묘하게 다 어울리는 배우다. 영화 '건축학개론', '늑대소년'에선 악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tvN '응답하라 1994'와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선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정으로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전혀 다른 두 매력이 동시에 느껴지는 남자 유연석. 그에게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 와인을 사랑하는 로맨티시스트
유연석은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서현진과의 첫 키스신을 앞두고 손수 와인을 준비했다. 그 와인을 서현진뿐만 아니라 현장의 연출자, 촬영감독, 조명감독 등과 나눠 마셨다. 초반부터 격정적인 키스신을 선보여야 해서 연기하는 사람도 촬영하는 사람도 모두가 부담스러웠던 상황. 이 때 그가 가져온 와인 한 잔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 때 모두가 나눠 마신 와인이 큰 도움이 됐어요. 와인을 한 잔씩 마시니 촬영장 분위기가 낭만적이고 로맨틱하게 바뀌었죠.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낯부끄러워질 수 있는, 더군다나 1회 때 키스신이라 현장에 다소 긴장감이 감돌았는데 와인 한 병이 얘깃거리도 되고 분위기도 바꿔놓고 좋더라고요. 그게 소주였다면 또 달랐을 거예요. 키스신 전에 가글을 준비하는 것보단, 와인 한 잔 준비하는 게 더 효과적일 거 같아요.”
유연석은 와인을 사랑하는 남자다. 이태원에서 직접 와인바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끝난 후, 그동안 촬영 스케줄 때문에 가기 힘들었던 와인바에 들러 새로운 와인 리스트를 만들기 위한 시음도 진행했다. “와인을 좋아한다. 지인들과 함께 와인을 나누는 그 분위기가 좋다”라고 말하는 유연석의 눈빛에선 달콤한 로맨티시스트의 향기가 짙게 묻어났다.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려고 해요. 이벤트가 있으면 친구들과 제 아지트 공간에서 같이 술 한잔하기도 하고. 뭐가 '로맨티시스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런게 '낭만' 아닐까요.”
'낭만닥터 김사부'의 강동주(유연석 분)는 윤서정(서현진 분)을 향해 마음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이었다. 윤서정과 싸우다가 돌연 키스를 해버리는 '직진남'이었다. 그렇다면 실제 유연석의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전 동주처럼 그렇게 돌진하진 못할 거 같아요. 그렇다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고. 제 연애 스타일은 직진도 후진도 아닌, 그 중간쯤 되겠네요. 그럼 좌회전남? 우회전남? 하하.”
# 길었던 무명기간, 그걸 버틸 수 있었던 힘
앞서 언급했듯, 유연석은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해 2013년 '응답하라 1994'로 큰 주목을 받기까지, 10년의 긴 시간을 묵묵히 걸어왔다. 일일극, 주말극, 미니시리즈 가리지 않았고, 작은 배역에도 최선을 다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버틸 수 있었죠. 단순히 돈을 바랐다면 쉽지 않았을 거예요. 연기는 제가 어릴 때부터 너무 좋아했던 꿈이고, 그 꿈을 이뤄가는 과정의 즐거움이 있었어요. 연기라는 게 혼자하는 작업이 아니잖아요.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인물을 탐구하는 그 과정이 즐거웠어요.”
어릴 적 유연석에게 연기를 가르친 사부들은 “10년은 연기해 봐야, 이 길이 진짜 내가 갈 길인지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겠냐”라고 조언했다. 그 말을 새겨들은 유연석은 10년을 버텼고, 신기하게도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응답하라 1994'를 만났다. 배우로서 유연석의 '꽃길'이 시작된 지점이다.
유연석은 스스로에 대해 “특별한 개성이나 잘난 부분이 없다”라고 냉정하게 평가한다. 대중에게 자신을 쉽게 기억시킬 만한 뚜렷한 개성이 없다는 게 콤플렉스였고, 강한 개성을 지닌 배우들이 부럽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하지만 그의 긍정적인 성격은 발상의 전환을 가져왔다.
“제가 배우로서 비록 심심한 이미지일지라도, 거기에 색깔을 다르게 입히면 얼마든지 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오히려 제 장점이고 하나의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한 가지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 속 여러 가지 캐릭터에 절 입혀보려 했어요. 그게 절 찾아가는 과정이자, 스스로를 더 넓혀 장점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었죠.”
# 열정이 식지 않는, 사람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낭만닥터 김사부'를 훌륭하게 끝낸 유연석은 자신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 '진짜 사부'인 배우 이순재와의 연극을 준비한다. 이순재 60주년 기념공연인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의 지방공연(의정부, 수원)에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유연석은 대학시절 은사이기도 한 이순재에게 배우로서 큰 존경심을 품고 있었다.
“배우로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도전해 보고 싶어요. 열정이 식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이순재 선생님과 작업도 하는데, 지금의 연세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선생님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60년 연기할 때까지 열정이 식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난 십여년 동안 꾸준하게 배우로서 길을 밟아온 유연석. 그 바탕에는 이미 강한 연기 열정이 존재한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연기가 즐거워 끊임없이 도전해 온 그가 '열정이 식는 날'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낭만'을 물었다. "유연석에게 낭만이란?"
“'낭만닥터 김사부'에선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계속 질문했어요. 저도 배우이기 전에 사람이에요. 사람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무리 바빠도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드라마 속 김사부처럼 굉장한 수술을 하다가도 비틀즈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사람냄새 나는 배우이고 싶어요.”
[사진제공=킹콩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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