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6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남궁민 "연기 겉멋 들었던 과거, 예능 안 나가려 했다"

작성 2015.06.09 17:49 조회 1,440

남궁민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SBS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배우 남궁민이 연기한 권재희 캐릭터는 치밀하고 완벽했다. 다정다감한 셰프의 모습 뒤에 연쇄살인마라는 자신의 끔찍한 정체를 숨겼고, 살인을 저지를 때는 빈틈없는 알리바이로 경찰수사를 오리무중에 빠뜨렸다.

실제 남궁민은 허술했다.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으러 공휴일에 가서, 또 신분증을 두고 가서 번번이 실패하고 돌아온, 의외로 허당기가 다분한 남자였다. 또 “그럼 다음에 다시 가지 뭐”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줄 아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얼굴로 비소를 짓던 드라마 속 권재희와 현실 속 남궁민은 180도 달랐다. 남궁민은 허술한 게 매력이었고, 그게 더 인간적으로 보였다. '살인마' 권재희에서 '인간미' 넘치는 본모습으로 돌아온, 남궁민을 만났다.

남궁민

Q. 권재희와의 작별은 잘 했나?

A. 드라마가 끝나면 빨리 잊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 그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남아있는 느낌들은 어쩔 수 없더라. 얼른 다음 작품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Q. 사이코패스 연기가 소름끼치도록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캐릭터를 연구했나?
A. 많이 고민하지 않고 편하게 생각했다. 원래 내가 지향하는 연기 스타일이 어떻게 보일까 고민하기 보단, 짧은 순간에 느껴지는 대로 연기하는 거다. 권재희도 대본을 읽고 느껴지는 대로 연기했다. 살인마라는 게 예전에는 표정이 우악스럽거나 과장된 연기로 표현됐는데, 요즘엔 카메라가 가까이 들어오니 그럴 필요가 없다. 디테일하고 절제하면서 풀어내는 게 오히려 더 무서워 보일 거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Q. 그 '절제'하면서 연기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A. 처음부터 권재희는 굉장히 매력있는 역할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분량에 상관없이,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 오면 잘 살려 연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무서운 역할이라 해서 한 부 전체를 무섭게 연기하면 안 된다. 그러면 보는 사람들이 버겁다. 힘을 빼고 연기하다가, 포인트가 되는 부분에서만 힘을 주면 그게 더 무서울 수 있다. 나머지는 편하게 가되, 그런 느낌이 오는 장면은 놓치지 않고 힘 있게 표현하려 했다.

Q. 권재희가 살인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개인적 사연이 자세히 다뤄지지 않고 마지막 회에서 죽음을 맞았다. 결말이 아쉽진 않았나?
A. 한국의 드라마 제작환경에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가 힘들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드라마를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글은 작가님의 몫이고, 연기자는 그걸 열심히 연기하면 된다. 작가님 나름대로 그렇게 쓴 이유가 있을 거다. 난 다 이해한다. 예전엔 그걸 이해 못 해 끙끙 앓은 적이 있지만, 이젠 그러지 않는다.

Q. 끙끙 앓은 적이 있다는 게 무슨 말인가?

A. 옛날에 그랬다. '여기서 내가 왜 이런 대사를 해야하지', '작가님은 왜 이렇게 써주셨을까' 하는 생각에 힘들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한다. 작품이 그렇게 흘러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본다.

남궁민

Q. 배우로서 해탈한 느낌이다. 그렇게 내려놓게 된 계기가 있는가?

A. 그만큼 나이가 들었기도 하고, 또 내가 마땅히 대표작이라 할 만한 게 없다. 그건 아직 배우로서 정점에 오르지 못했다는 이야기인데, 그 자리에 오르려면 어느 정도의 운도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운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정점을 찍어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단 좀 더 배우로서의 삶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그냥 하던대로, 연기를 즐기면서 편하게 하려 노력한다.

Q. 예능프로그램에서 보기 힘들던 남궁민이 갑자기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 출연한 것도 그런 내려놓음, 열린 마음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가?
A. 예전엔 배우가 연기를 잘 하려면 예능에 출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드라마 주연배우 네 명이 모두 예능에 나가기로 했는데 나만 혼자 빠진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연기에 대해 겉멋이 들었던 거 같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러다 뭐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가야 한다는 생각, 자기를 찾아주고 그 취지가 나쁘지 않다면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마음이 열린 후 '우결'에서 제의가 들어와 출연했다. 잘 한 거 같다.

Q. 원래 매사에 긍정적인 성격인가?
A. 옛날에 드라마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회식까지 참여한 적이 있다. 그런데 촬영에 나가기 1주일 전에 하차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다. 이런 경우 보통 술을 마시며 괴로워하지 않나? 근데 난 괜찮았다. '또 열심히 준비하면 되지' 그런 생각이었다. 긍정적이라서 그랬다기보다는 내가 한 행동, 그에 따른 결과물을 믿는 편이다. 그래서 예전엔 혼자 연기트레이닝을 엄청 열심히 했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면 또 기회가 올 거라 여겼다.

Q. 남궁민이 선과 악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는 걸 이번 작품을 통해 제대로 보여줬다. 또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A. 연기 스펙트럼을 계속 넓혀가고 싶다. 난 안 해본 게 없다. 아침극, 단막극, 일일극, 미니시리즈, 주말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많은 역할들을 해봤다. 웬만한 건 다 해봤지만, 그래도 또 다른 걸 해보고 싶다. 좀 더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Q.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A. 내가 쓴 시나리오가 세 개 정도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걸 활용해 영화를 만든다든지 연출을 한다든지 상업적이지 않은 뭔가를 해보려 한다. 조만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계속 연기, 작품 얘기만 했다. 결혼적령기인데, 연애는 안 하는가?
A. 여자를 만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내 눈이 높다고 생각하는지, 주변에서 소개팅을 시켜주려 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일에 집중하는 게 괜찮은 거 같다. 몸은 좀 힘들어도, 일을 하는 게 좋다. 일을 안 하고 좀 쉬면 심적으로 힘들어지는데, 일을 끝내고 쉬면 그 휴식이 그렇게 꿀맛일 수 없다.

[사진제공=935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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