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SBS연예뉴스 ㅣ 강선애 기자] 배우 김태희가 SBS 월화극 '장옥정, 사랑에 살다'(극본 최정미, 연출 부성철/이하 '장옥정')를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냉혹하게 말해 대중에게 있어 김태희는 '배우'보단 '예쁜 CF스타' 이미지가 강했다. 배우로 활약한지 10년이 넘었지만 '김태희' 하면 출연작보다 CF 속 예쁜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물론 '천국의 계단'이나 '아이리스' 같은 잘된 작품들이 있었지만, 김태희보단 같이 출연했던 다른 배우의 잔상이 더 짙게 남은 작품들이었다.
김태희가 배우로서 존재감이 미비했던 이유는 좋게 평가받지 못한 연기력에서 기인했다. 김태희는 출연작마다 대중의 냉혹한 연기력 평가를 받았고, 이는 '연기력 논란'이라는 배우에겐 무서운 말로 이어졌다. 그동안의 작품에서 김태희가 연기를 잘했건 못했건 간에, 대중의 차가운 평가는 김태희 스스로를 더욱 주눅들게 만들었다.
이런 김태희가 '장옥정'을 만나 배우로서 꽃을 피웠다. 그는 첫 사극도전임에도 이전과 비교해 몰라보게 달라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시청자가 '김태희=장옥정'으로 감정이입해서 드라마에 빠져 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론 '장옥정' 방송 초반에는 김태희의 연기력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태희의 얼굴 표정이 경직돼 있고 지나치게 또렷한 발음이 극 몰입을 방해한다는 비판이었다. '장옥정'이 24부작이라 아직 갈 길이 먼데, 방송 초반부터 김태희의 연기력을 꼬집는 의견들이 나오자 극 전체가 흔들리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김태희는 회를 거듭할 수록 달라졌다. 갈수록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장옥정의 감정 변화에 맞춰 김태희도 서서히 '장옥정화' 되어갔다. 그는 단아하면서도 강단있는, 또는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목숨도 내줄 수 있는 장옥정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연기했다. 독기어린 모습부터 순애보적인 모습까지, 김태희의 다양한 감정연기는 시청자가 충분히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장옥정'은 기존에 장희빈을 소재로 한 작품들과는 달랐다. 독한 요부로 표현됐던 장희빈이 아닌,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한 '여인'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장희빈의 모습을 시청자에 선보였다.
이를 두고 '신선한 도전'이란 평가와 '역사왜곡'이란 비판이 동시에 나왔지만, 적어도 김태희는 '장옥정, 사랑에 살다'란 제목과 부합하는 '여인' 장옥정을 표현하기에는 최적의 캐스팅이었다. 선한 눈망울로 이순(유아인 분)을 바라보고 눈물짓는 김태희표 옥정이었기에, 옥정이 독해져도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변화, 배우로서 한층 성숙해진 김태희는 '스타'로서의 태도도 달라졌다. 신비로운 이미지로 대중과 동떨어진 곳에서 살 것 같았던 '스타 김태희'는 대중의 곁으로 한 발자국 더 다가왔다. 직접 SNS에 글과 사진을 올리며 '장옥정' 홍보에 팔을 걷어붙였고, '인간극장 패러디'와 같은 재미있는 사진들로 대중과 소통하려 애썼다.
결과적으로 김태희는 '장옥정'을 하면서 긍정적인 것들을 많이 얻었다. 물오른 연기력은 'CF스타'라는 오명을 벗게 했고, '스타 김태희'는 '인간 김태희'라는 친근한 이미지까지 껴안을 수 있게 됐다. 또 그동안 연기력 논란에 스스로 주눅들어 있던 김태희가 연기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김태희의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가 '장옥정'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장옥정' 후속으로는 '추적자 THE CHASER' 제작진이 만들고 배우 고수, 손현주, 이요원 등이 출연하는 '황금의 제국'이 오는 7월 1일부터 방송된다.
[사진=SBS, 김태희 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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