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투가 독특하단 말, 영화와서 처음 들었어요."
영화 '아부의 왕'(정승구 감독, 21일 개봉)으로 스크린에 컴백한 송새벽을 만났다. '마더', '방자전', '7광구', '해결사', '부당거래', '위험한 상견례'에 이어 '아부의 왕'까지. 스크린 주연으로 발돋움 한 송새벽은 소속사 거취 문제로 인한 휴지기를 끝내고 '아부의 왕'을 통해 본격적으로 활동 날개를 달았다.
'아부의 왕'은 융통성 제로의 순수남 동식(송새벽)이 마법의 화술 아부로 '아부의 꼼수'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송새벽과 애드리브의 제왕 배우 성동일의 앙상블이 볼 만 하다.
성동일-송새벽의 '신(新) 코믹 콤비'를 앞세운 이 영화에서도 역시 돋보이는 것은 배우 송새벽의 개성이다. '방자전'에서 무심한 듯 시크하면서도 약간은 어눌해보이는 독특한 말투는 관객들을 단숨에 초토화시켰다. '위험한 상견례' 역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송새벽 특유의 말투는 강력한 웃음포인트였고, '아부의 왕'에서도 진지한 순간에서나 코믹한 순간에서나 느릿느릿 보는 사람을 집중시키는 송새벽표 말투는 여전하다. 어떤 순간에는 '저게 연기일까 아니면 실제 모습일까'란 의문이 들 정도로 꾸미지 않은 듯한 대사와 화법은 배우 송새벽의 강점이자 약점일 수도 있다.
"말투 등이 매번 같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고, 계속 코믹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부담은 없나"란 솔직한 질문에 송새벽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 받는 대본과 캐릭터에 충실할 뿐"이라며 "아직 내가 막 대본을 고르고 선택하고 이럴 위치가 안 된다. 들어오는 작품들 중에서 내가 잘할 만한 좋은 것을 선택하고, 그에 따라 충실히 연기하는 것 뿐"이라며 코믹 연기나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송새벽은 연극 배우로 그 실력을 인정 받았다. 연극 배우 출신인 송새벽은 14여년 동안 대학로에서 극단 생활을 해왔다. 작년 말에는 연극 '해무'를 통해 관객들을 만났다. '대학로의 미친존재감'이라고 불리는 그다.

그런데 송새벽은 연극 무대에 설 때는 단 한번도 말투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극할 때는 말투가 특이하다거나 이상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영화를 하면서 처음 들었다. 그게 캐릭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문득 송새벽이 연기하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궁금했다. 이에 "그 땐 또 송새벽표 햄릿이 나올 것"이라는 자신감 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79년생. 20살 때부터 배우 한 길만 걸어온 그는 영화 속 동식처럼 직장 생활은 짧게라도 해본 경험이 없다. 이런 그에게 직장 내, 사회 생활 속 '아부'는 거리감을 느낄 법도 하다. 영화 속 '감성영업'이라고 불리는 아부. "감성영업을 잘 하는 편인가?"란 질문에 그는 "감성영업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한다"라며 웃어보였다.
"주위에 아부를 잘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저도 그 중 한명인 것 같아요. 이 영화를 찍고 나서 감성영업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아부는 어찌됐건간에 사람에 대한 배려이고 자기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좋은 의미가 있다고 봐요. 그렇기때문에 좋은 아부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아부란 소재가 재미있었고 테크닉적인 아부가 아닌, 인간관계에서 진심이 깔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방자전'으로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후 연속 주연을 꿰찼다. 또 '방자전', '위험한 상견례'가 모두 3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그는 "크게 출연한 것은 없지만 생각해 보면 다 잘됐다. 작품 복이 있다"라며 "관심을 가져 주셔서 그저 감사하다. 앞으로 제 숙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며 겸손한 모습도 보였다.
독특한 특별출연이었던 '부당거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방자전' 당시 류승완 감독이 현장에 놀라와서 송새벽을 보고 연락처를 물었고, 그 인연으로 함께 작업하게 됐다. 송새벽은 "'부당거래' 마누라 등쳐먹는 역은 제가 봐도 참 그 캐릭터는 그래요"라는 그의 말은 영화 속 캐릭터와 겹치며 웃음을 자아냈다.
성동일과 찰떡 궁합을 자랑하지만 정작 송새벽은 애드리브를 잘 안치는 배우다. 상대방이 치면 그걸 받는 정도라고.
"애드리브는요, 전 제 대사하기도 바빠요. 애드리브는 고수들이나 하는 거에요. 성동일 선배는 생각지도 못한 애드리브가 나오니까 항상 초긴장하며 촬영에 임했어요. 근데 적재적소에 맞는 애드리브를 너무 훌륭하게 치시니까 너무 감탄스럽더라고요. 그 만큼 고민을 많이 하시고, 좋은 작품을 내는 것 같아요."

성동일에 대해 그는 "술이 아니면 야식이라도 꼭 함께 드시고 들어가시는 따뜻한 선배"라고 말했다. "항상 주변 사람들을 앤돌핀 넘치게 하시는 분"이라고도 설명했다. 촬영 중 웃어서 NG가 나지는 않았냐고 묻자 "안 내려고 해도 안되는 게 있다. 허벅지를 꼬집어도 어쩔 수 없이 터져나오는 게 있는데, '암요. 그럼요. 당연하죠. 별말씀을'이라고 말하며 춤추는 신이다. 대사도 그렇고 자세도 재미 있어서 웃음을 못 참았어요. 그 장면이 생각이 난다"라고 전했다.
영화 속 동식과 본인이 닮은 점에 대해서는 "성격이 막 활달한 편은 아니라는 것"을 꼽았다.
"동식이 막 활달한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저도 그래요. 그 때 그 때 다르긴 하지만 낯을 가리고 막 쾌활한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총대를 메야 한다면 피하지는 않죠. 마냥 꿍하고 있는 성격도 아니에요."
"그래도 어느 순간 보면 카리스마가 있는 것 같은데"라고 기자가 감성영업(?)을 하자 "카리스마 있죠, 남자인데. 당연히 있죠"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오랜 기간 함께 해 온 극단 사람들에게는 '아부'를 하냐는 질문에는 "잘 못헤요. 그냥 한 번씩 깨물기도 하고.."라고 답해 다시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로서 본인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이에 송새벽은 사뭇 진지해졌다.
"저 어떻게 말해야 되나..좋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장점은 정말로 솔직히 모르겠어요. 남들이 '너 이런 부분 좋더라' 이러면 감사할 뿐이에요. 단점은 엄청납니다. 매 작품마다 보여요. 원론적으로 작품을 볼 때 '딱 여기서 나한테 치이는 게 뭐지?' 이런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런데 제 외모나 성격에는 크게 불만은 없어요. 외모요? 다들 평범하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그것도 감사하죠."
(OSE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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