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SBS연예뉴스ㅣ손재은 기자] SBS 대기획 '뿌리깊은 나무'(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장태유 신경수)가 지난해 12월 2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그 여운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은 세종 이도 역의 한석규와 정기준 역의 윤제문. 극중 대립각을 세우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펼쳤고 무엇보다 소름 끼치는 절정의 연기력을 과시했다. 시청자들이 온전히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우며 극찬을 끌어냈기에 첫 번째 빅매치의 주인공으로 한석규와 윤제문을 선정했다.
# 한석규: 파격의 세종
'뿌리깊은 나무'가 방영되기 전 대중들의 머릿속에 실제 조선 4대 임금 세종은 오롯이 백성을 어여삐 여기는 마음만으로 한글을 창제한 성군으로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극중 세종은 인간적 관점에서 본능, 갈등, 나약함, 고뇌 등 여러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줬다.
이에 한석규는 변화무쌍해야만 했다. 첫 등장부터 '3단 욕설'로 예사롭지 않은 인상을 남기더니 끊이지 않은 욕설을 퍼붓고, 똥지게를 매는 등 권위보다 친밀함을 앞세운 맛깔 나는 연기를 펼쳤다. 그뿐이랴. 솔직한 감정 표현은 다혈질적인 세종을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가장 압권은 15회 속 '한석규의 3단 열연'. 아들 광평대군(서준영 분)이 납치되자 밀본의 윤평(이수혁 분)을 심문하는 장면에서 분노와 애원을 표하더니 이내 자신의 의지 표명까지 강렬하게 전달하며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전율을 느끼게 했다. '한석규의 3단 열연'은 순식간에 돌변하는 감정을 모두 토해 놀라움마저 던져줬다.
결과적으로 이번 드라마는 한석규가 왜 한석규인지 그 진가를 고스란히 드러낸 작품이 됐다. 그는 인자한 모습부터 다혈질적인 모습까지 세종을 재해석하며 파격에 파격을 더했다. 명품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다.
# 윤제문: 반전의 정기준
세종이 실제 인물인 반면에 정기준은 완벽한 허구의 인물이었다. 삼봉 정도전의 조카이자 밀본의 수장. 어린 세종에게 열패감을 안기며 등장했고 집현전 학사들의 의문사 사건이 전개될 당시 주체자임에도 불구하고 얼굴 한 번 드러내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이후 정기준의 실체가 공개되며 일대 파란을 몰고 왔다.
윤제문은 정기준이 신분을 숨기고 백정 가리온으로 위장했을 때 최하층민으로서 나약한 모습만을 강조했다. 세종을 비롯한 사대부들에게 늘 허리를 숙이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하물며 강채윤(장혁 분)에게도….
신분 앞에서 항상 두려움에 벌벌 떨어야만 하는 애절한 연기는 표정, 행동 등으로 완벽히 표현했다. 그 덕에 가리온이 정기준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시청자들은 충격 속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윤제문은 카이저소제 급 반전을 선사했고 시청자들을 제대로 속인 것이다.
이후 윤제문은 달라졌다. 정기준이 실체를 드러낸 이후 가리온과 180도 다른 인물을 선보였다. 밀본의 수장인 만큼 밀본원들을 제압했기 때문에 절대 카리스마로 밀어붙였다. 부드러운 설득보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선택했던 것. 윤제문은 자신만의 강인한 눈빛과 힘 있는 대사 톤으로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윤제문은 한 드라마에서 극과 극을 오가는 모습으로 폭 넓은 연기를 펼쳤다. 가리온이었을 때와 정기준이었을 때는 분명 같은 얼굴이지만 다른 모습이었다. 반전의 인물로 손색이 없는 연기였다.
# 최고의 장면: 세종과 정기준의 100분토론
한석규와 윤제문은 최고의 앙상블을 자랑하며 명장면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19회 세종과 정기준이 처음으로 동등한 위치에서 한글에 대해 논쟁을 펼친 신. 내용상 정기준이 세종에게 논리적으로 밀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연기만큼은 팽팽했다. 칼이 아닌 말만 오갔음에도 공격과 수비를 완벽히 완급 조절해 안방극장에 긴장감을 선사했다.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 승자는?
첫 번째 빅매치의 승자는 한석규. 이번 드라마를 통해 '제2의 전성기'의 포문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기 내공을 마음껏 내뿜었다. 한 나라의 왕은 물론이거니와 인간의 본성까지 완벽하게 표현하며 드라마의 인기를 끌어가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한석규와 대결을 펼친 윤제문은 역시 그동안 연극과 영화를 통해 쌓았던 명품 연기를 자랑하며 미친 존재감을 자랑했다. 하지만 한석규가 '뿌리깊은 나무'를 끌고 가는 중추적인 뿌리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 만큼 그의 아성을 무너트리기에는 벽이 너무 높았다.
(손재은의 빅매치는 드라마, 영화, 가요 등 연예계 라이벌들을 모아 승자를 가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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