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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TD]'손톱 먹은 들쥐' 설화의 섬뜩한 재탄생…'들쥐'가 선사하는 현실 공포

작성 2026.08.27 16:36 조회 4
들쥐 류준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OOTD]는 오늘의 착장을 뜻하는 'Outfit Of The Day'를 'Ott Of The Day'라는 약자로 변형한 것으로 '오늘의 OTT'라는 의미입니다. OTT 콘텐츠 추천이나 OTT 주요 이슈 등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손톱을 잘라 아무 데나 버렸다가 그 손톱을 먹은 들쥐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인간으로 변신해 진짜를 사칭한다는 '손톱 먹은 들쥐' 설화. 옛날 옛적 신기한 요물 이야기로 치부됐던 이 설화가 현대판 미스터리 스릴러로 재탄생했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들쥐'(극본 이재곤, 연출 김홍선)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들쥐'는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문재'(류준열 분)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노자'(설경구 분), 그리고 형사 '순용'(이규형 분)이 들쥐의 정체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추적 스릴러다.

문재는 3년간 고급 펜트하우스에 은둔하며 작품 활동을 해 온 소설가다. 사람들은 그를 '천재 작가'라 부르지만, 필명으로 활동하는 그는 이름도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존재다. 유일한 친구인 수현(무진성 분)하고만 소통하며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생활을 해 온 문재. 어느 날 휴대폰 은행 앱이 문재의 지문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의 평온했던 삶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문재는 한순간에 집도, 돈도, 자신의 이름과 신분까지 모든 걸 정체불명의 누군가에게 빼앗긴다. "내가 제문재라고!"라고 아무리 소리쳐봐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 모든 걸 잃어 초라해진 행색에 폭행까지 당해 엉망이 된 얼굴로, 마치 시궁창에 처박힌 들쥐처럼 어두운 골목 끝에 웅크리고 있던 그때. 철조망 건너 문재와 똑같이 생긴 남자가 나타나 묻는다.

"내가 누구게? 궁금하지?"

문재는 그 순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자신의 모든 걸 빼앗아 간 자가 바로 이놈, '들쥐'라는 것을.

들쥐 류준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들쥐'는 현실과 맞닿아 있어 더 소름 끼치는 공포를 선사한다. 나와 똑같이 생긴 누군가가 나인 척 행동하고, 지문과 주민등록번호 등 모든 신상정보가 내가 아닌 '그'를 진짜라고 가리킨다면? 나는 어떻게 '나'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개인정보 노출이 손쉬운 현대 사회에서 이미 유사한 범죄들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현실적인 공감대를 깊게 자극한다. 나아가 한 사람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문재는 자신이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이미 모든 정보를 들쥐에게 도용당한 후라 입증이 쉽지 않다. 내가 나인 것을 증명하지 못해 '가짜'가 되어버린 절망적인 상황 속, 과거 문재가 돈을 빼돌렸던 사채업자 노자까지 문재를 잡기 위해 판에 뛰어든다. 그렇게 돈으로 얽힌 이들의 불편한 공조가 시작되고, 여기에 무연고 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 순용까지 이들의 뒤를 밟는다. 그리고 사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 모든 것이 들쥐의 치밀한 설계라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들쥐 류준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실 신분 도용을 소재로 한 작품은 많았다. 영화 '화차'부터 '안나', '레이디 두아' 등 강렬한 서스펜스를 선사했던 기존 작품들이 우연한 기회에 남의 신분을 도용하기 시작했다가 스스로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들쥐'는 시점이 반대다. 누군가의 치밀한 설계 하에 신분을 도용당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극도의 혼란과 불안감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러면서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따라가게 만든다. 각 인물의 심리에 공감하며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추적기가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들이 모인 만큼 '들쥐'는 배우들의 연기 합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류준열은 문재와 들쥐, 얼굴은 같지만 분위기가 전혀 다른 두 인물을 소화하며 필모그래피 최초로 1인 2역에 도전한다.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문재의 혼란과 절박함을 섬세하게 연기하는 한편, 이 모든 것을 설계한 들쥐의 날카롭고 미스터리한 면모를 절제된 연기로 밀도 높게 표현한다.

들쥐 류준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들쥐 류준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설경구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사채업자 노자를 맡아, 거칠면서도 은근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이규형은 진실을 쫓는 형사 순용의 집요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사전 리뷰를 통해 4회까지 감상한 '들쥐'는 장르적 재미가 상당한 작품이다. 다음 화를 궁금하게 만들어 망설임 없이 재생 버튼을 계속 누르게 만든다. 문재의 추락과 인물들이 얽히는 과정, 들쥐를 쫓는 동선을 따라가며 강한 긴장감을 즐길 수 있다. 들쥐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의 설계는 어디까지인지, 어떤 사연으로 문재를 이토록 잔인하게 옭아맸는지 추리해 보는 몰입감이 뛰어나다.

다만 총 회차가 10부작이라는 점은 약간의 우려를 남긴다. 이미 4회까지 빠른 속도로 많은 이야기가 전개됐고, 극 중 주요 인물이 사망하는 파격적인 사태까지 발생했다. 남은 6화 동안 늘어지지 않고 쫀쫀한 전개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럼에도 김성오, 현봉식 등 무게감 있는 배우들이 포진해 있어 이들이 보여줄 활약에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들쥐'는 오는 28일 오후 5시, 10부 전 회차가 동시 공개된다.

[사진=넷플릭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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