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4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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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피해자에 미안한 적 없고 앞으로도 없다"…9명 살해하고도 웃었던 '악인전' 진짜 주인공

작성 2026.08.14 15:41 조회 5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13일 방송된 '악인전 - 죽음의 사냥꾼들'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배우 김동준, 가수 윤보미, 배우 배해선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남편의 납치

때는 2005년 11월 18일, 금요일 밤. 충남 천안의 한 가정집이야. 아내가 동료들과 술 한잔하고 온다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어. 때마침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찜질방에서 자고 다음날 들어오겠다는 거야. 평소 가정적이고 건실한 남편이라 아내는 그냥 알았다고 했어.

그런데 다음날, 찜질방에서 자고 온다던 남편이 점심때가 다 되도록 오지를 않아. 게다가 연락도 안 돼. 시간이 지나 날은 점점 어스름해지고 오후 6시가 지났을 무렵이야. 집 초인종이 울렸고, 아내는 급히 문을 열어봤어. 그런데 문 앞에 한 남자가 서있어. 처음 보는 남자야.

"아 저 택시기사인데요. 이거 좀 전해주라고 부탁을 받았어요."

택시기사라는 남자가 흰색 봉투를 하나 건네. 봉투를 받은 아내가 경황이 없는 사이, 택시기사는 그냥 떠나버렸어. 아내는 급히 봉투를 열어봤어. 봉투에 든 건 청첩장이야. 갑자기 웬 청첩장일까? 그런데 청첩장 내용을 확인한 아내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고 말아. 바로 이날, 급히 연락을 받은 사람이 또 있어. 일단 그 사람을 먼저 만나볼게.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날 집에서 쉬는 날이었는데, 사건을 접수 받아서 갑자기 저녁에 동원됐어요. 형사들 나오라고 해서 나갔는데, 갔다 금방 올 줄 알았는데."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휴무인 형사들까지 동원될 정도의 사건이 일어났다는 거지. 청첩장에는 도대체 어떤 내용이 적혀있던 걸까? 평범해 보이는 청첩장인데, 뒷면에 수상한 편지가 적혀 있었어.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보 난데, 내가 지금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어. 나의 생명이 달려있는 일이야. 내가 요구하는 5천만 원을 현금으로 준비해서 2005년 11월 21일 16시 정각에 천안광장 택시 승강장으로 5천만 원을 가방에 넣어 승용차에 놓고 비상깜빡이를 켜고 대기하면 돈을 받으러 간 사람에게 바로 건네주기 바람. 혹 노파심에 강조하는데 신고를 하면 남편은 죽는다."

집으로 협박 편지가 온 거야. 5천만 원을 주지 않으면 남편이 위험하대. 편지를 읽은 아내는 "남편이 납치 당한 거 같다"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어.

그런데 협박 편지에서 눈에 띄는 게 있었어. 글씨체가 우선 2개야. 위는 남편 글씨체 같은데, 아래에 쓰인 내용 부분은 글씨체가 달라.

남편과의 마지막 연락은, 11월 18일이었어. 충남에 있는 한 대학교의 직원인 남편 정 씨(가명)는 동료들과 식사를 하고 2차로 맥주집에 갔다가, 밤 9시경에 헤어졌다고 해. 함께했던 동료들에게 물어봐도 특별한 일은 없었어. 그런데 밤 10시 30분경 남편 정 씨에게서 찜질방에서 자고 다음 날 들어간다는 연락이 왔던 거야. 그리고 19일 협박 편지가 도착했어. 정 씨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고, 타고 나갔던 고급 승용차도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야.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차가 없다, 피해자 차가 없으니까 차 찾으라고 그러고. 새벽 4시, 5시까지 계속 있었어요."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그리고 다음날은 11월 20일 일요일. 협박 편지에 처음에 21일에 돈을 전달하라고 했잖아? 은행이 쉬는 일요일은 현금을 준비하기 힘들 테니까. 그동안 형사들은 정 씨의 동선 파악, CCTV 확인, 주변 수색에 목격자 탐문까지 다 해봤어. 하지만 별다른 단서는 나오지 않아. 그러는 사이, 돈을 전달하라고 한 21일 날이 밝았어. 아직 범인에 대한 단서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야. 돈을 전달하는 그 순간이 어쩌면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지 몰라. 자, 그럼 11월 21일 긴박했던 그날로 가볼게.

▲ 약속의 그날

협박 편지에 적힌 택시 승강장이야. 수많은 택시가 오가고 행인들은 바쁘게 걸어다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모습이야. 하지만 이건 단지 겉으로만 보이는 모습일 뿐, 지금 이곳은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득해.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는 (약속 시간이) 4시면 벌써 12시~1시면 배치돼 있어요. 한 개 팀이 7명이니까, 49명? 더 동원됐죠. 지방청에서도 오고 그랬으니까. 다 주변에 있었어요. 왜냐하면 어디로 차를 돌릴지 모르기 때문에, 주변에 위장하고 멀리 떨어져 있었죠."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지금 수십 명의 경찰들이 행인, 택시기사, 노점상으로 위장한 채 매의 눈으로 주의를 지켜보고 있어. 어느새 약속한 시간인 오후 4시야. 정 씨의 가족이 돈가방을 실은 차를 택시 승강장에 세웠어. 그리고 협박편지에 적힌 대로 비상깜빡이를 켜고 기다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형사 한 명이 짐칸 쪽에 몸을 숨기고 있어. 일촉즉발 폭풍전야의 상황. 1분, 2분, 3분… 그때! 어떤 남자가 자동차 문을 두드려. 퀵서비스 기사가 왔어.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가족은 일단 그 기사에게 돈가방을 건네줘. 가방을 받은 이 남자는 그대로 떠나버려. 이 남자 범인일까? 형사들은 돈가방을 받아 간 그 퀵서비스 기사를 은밀하게 따라가서, 한가한 지점에서 잡았어.

"저 그냥 이거 의뢰받은 건데요. 이거 물건 받아서 식당으로 갖다 달라고요."

진짜 퀵서비스 기사였어. 범인은 퀵서비스를 이용해서 돈가방을 받으려는 거지. 형사들은 퀵서비스 기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직접 돈가방을 배달하면서 동태를 살피기로 했어.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한 형사는 의뢰받은 대로 그 식당으로 향했어.

식당은 택시 승강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설렁탕집이었어. 위장한 형사가 돈가방을 들고 식당으로 들어가. 식당 안을 쭉 살펴보는데, 이상한 낌새는 없어. 그리고 식당 주인에게 "물건 배달 왔다"라고 말을 했어. 그러자 주인이 돈가방을 받아서 식당 한 구석에 뒀어. 뒤쫓던 형사 몇 명이 곧바로 손님인 척 식당 안으로 들어가고, 식당 밖에서도 물샐 틈 없는 감시가 펼쳐져.

"계속 지켜보고 있었죠 우선은. 돈가방이 여기 있으니까. 납치범이 찾으러 오나 안 오나."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바로 그때, 식당 문이 열려. 남자 한 명이 들어오더니 바로 카운터로 향해.

"여기 물건 맡겨진 거 있죠? 그거 좀 찾으러 왔는데요."

대기 중인 형사들의 눈빛, 순간 날카로워졌어. 그런데 식당에 들어온 남자, 택시기사로 보여. 식당 앞에 택시를 세워놓고 들어온 거였어. 또 다른 사람을 이용해서 돈가방을 옮기려는 걸까?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택시기사로 보이는 남자는 돈가방을 받아서 그대로 택시를 타고 가버렸어. 이번에도 당연히 형사들이 따라붙었지. 그리고 택시가 도착한 곳은, 식당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소야.

이번엔 한 포장마차야. 돈가방을 옮긴 택시기사를 확인해 보니 진짜 택시기사야. 범인이 다른 사람들을 시켜 계속 돈가방의 위치를 바꾸고 있는 거야. 어느새 해는 지고, 주위는 어둑해져. 이번엔 직접 나타날까? 그때, 포장마차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와. 주인이 전화를 받았는데 남자야. 이 남자는 "거기 물건 맡겨진 거 있죠? 지금 찾으러 가겠습니다"라고 말했어. 이번엔 진짜 나타날까?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안 왔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때 당시에, 설렁탕집에서 눈치를 채고. 혹시나 한 번 더 포장마차를 돌려본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는) 포기한 것 같아요."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결국 인질범은 5천만 원을 포기하고 나타나지 않았어. 정말 이대로 범인을 놓치고 마는 걸까? 앞으로 인질범한테 또 연락이 올 거라는 보장도 없잖아. 그러니까 어떻게든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아야 돼. 그럼 어떻게 단서를 찾아볼 수 있을까?

▲ 소주병에 남겨진 단서

우선 범인이 퀵서비스 기사에게 의뢰할 때 쓴 번호는, 대포폰이야. 형사들은 그 대포폰의 판매자를 찾는 한편, 퀵서비스 기사, 택시기사, 식당 주인, 포장마차 주인을 싹 다 조사를 했어. 그러던 중 식당 주인에게 결정적인 이야기를 듣게 돼.

"전날 남자 둘이 점심 먹으러 와서, 소주 한 병도 먹고 가면서 '내일 오후쯤에 택배 물건이 하나 올 건데 보관 좀 해달라'고 그러면서 한 2, 3만 원 더 주고 갔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안 그래도 형사들은 단독범의 소행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성인 남자를 납치하고 피해자의 자동차까지 끌고 간 걸로 봐서는 최소한 2인 이상의 범행이라고 생각한 거지. 그럼 지금까지 용의자에 대해 알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남자 두 명, 그리고 용의자들의 몽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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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몽타주만으로는 찾기가 어렵겠지. 그렇다면 용의자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건 없을까? 사실 정말 중요한 단서는 이미 나왔어. 바로 지문! 테이블은 닦고 식기들은 청소를 했겠지만, 혹시 그들이 마신 소주병이 남아있다면? 거기서 지문이 나올 수 있겠지?

다행히 소주병은 남아 있었어. 형사들은 소주병을 모두 수거해서 긴급 감식을 의뢰했어. 지문이 나왔어. 근데 아주 많이 나왔어. 그런데 그 중에 하나가 탁 걸렸어. 지문 중에 전과 5범인 남자가 확인된 거야. 40대 중반의 노 씨.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불량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가 상해 치사죄를 저지른 적이 있었어. 그 후에도 상해, 특수 강도 등으로 교도소를 수차례 들락거린 인물이야.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자들의 얼굴을 봤던 사람들에게 노 씨의 사진을 보여줬어. 그랬더니 자신들이 본 남자가 맞다는 거야. 용의자 한 명이 특정됐어. 그럼 바로 이 노 씨를 찾아야겠지? 지금 납치당한 정 씨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잖아.

그런데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찾아가 봐도, 통신, 금융, 차량을 조회하고 탐문을 해도, 노 씨의 행방이 오리무중이야. 형사들의 마음이 새카맣게 타들어가. 그러던 중 용의자 노 씨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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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칙금 납부 통고서. 노 씨가 다른 사람 차를 운전하다가 교통단속에 걸린 적이 있는 거야. 차를 빌려준 사람은 노 씨와 가까운 사람일 가능성이 높겠지? 형사들은 그 길로 자동차 명의자를 찾아가. 명의자는 어떤 여자였어.

"그 사람이랑 이미 헤어졌다고요. 그래서 저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니까요."

노 씨의 전 연인이었어. 형사들은 작은 실마리라도 얻으려고 노 씨에 관해 끈질기게 물었어. 그리고 노 씨와 친하다는 친구 심 씨(가명)의 존재를 알아냈어. 심 씨는 노 씨의 동창이자 고향 친구 사이였어. 그렇다면 이 심 씨가 2인조 인질범 중에 하나일까?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심 씨는 그동안 평범하게 사회생활을 해왔다고 해. 숱하게 교도소를 들락거린 노 씨와는 달리 심 씨는 금고 이상의 전과도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용의자가 맞을까? 확인해봤더니 식당에 왔던 그 또 다른 남자 심 씨가 맞았어. 식당에서 밥과 소주를 먹고 물건을 맡아달라고 한 그 남자들의 정체, 노 씨와 심 씨로 확인된 거야.

그런데 문제는 심 씨 또한 찾을 수가 없어. 용의자 두 명을 모두 특정했지만 둘 다 행방이 묘연한 상황인 거야.

▲ 외제차 타면 죽는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어.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 죽는다"는 거야. 이게 무슨 말일까?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저는 최진섭이라고 합니다. 2005년에는 지방 언론사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당시에 천안 담당 기자였어요. 대부분 경찰서 출입 기자는 신입 기자들이 많이 합니다. 막내 기자다 보니까 경찰서에 거의 매일 출근을 했거든요. 그때 사건 사고가 많이 있었죠. 지역 분위기가 그야말로 좀 흉흉했어요. 실제 그런 얘기들 많이 돌았었어요. '외제차 타면 잡혀간다' 또 고급차도요. 그때만 해도 벌써 20년 전이니까요. 일단 그 경리부장(피해자 정 씨) 차가 그랜저였던 걸로 기억을 하고요. 처음에 한 두건 사건이 있을 때는, 그렇게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차량들이 그래도 좀 고가의 차량이다 보니까. 좋은 차 타고 다니면 죽는다는 흉흉하는 소리도 있고 그랬었죠."

-최진섭, 당시 지방 언론사 기자

비슷한 사건이 더 있다는 거야. 고급 승용차를 탄 사람을 노리는 범죄가 말이야. 도대체 어떤 사건들이 있었던 걸까?

우리가 처음 다룬 대학교 직원 정 씨 사건은 2005년 11월 18일 충남 천안에서 발생을 했어. 그리고 이 사건 9개월 전 2월 25일에도 천안에서 또 살인사건이 한 건 더 있었어. 어떤 사건인지 들어볼게.

"천안시 백석동 노인회관 앞 공터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O 모 씨가 흉기에 찔려 숨져 있는 것을 O 씨의 처남 A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O 씨는 목과 등 부위를 예리한 흉기에 찔린 채 뒷좌석에 쓰러져 있었다."
-당시 기사 내용 中

"차가 외제차였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원한에 의한 또는 계획적인 살인이 아니고, 우발적인 살인으로 처음에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최진섭, 당시 지방 언론사 기자

이 사건은 별다른 단서가 나오지 않은 채 미제로 남아있었어. 그리고 열흘 뒤인 3월 5일, 또 다른 살인사건이 터져. 이번에는 충북 청주야. 그런데 피해자는 천안에서 옷가게를 하는 사람이었어. 옷가게 사장은 무슨 일을 당한 걸까? '꼬꼬무'가 피해자의 지인을 만나봤어.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여기서 장사하던 사람이 집에 가다가 죽었으니까 잘 알지. 그 사람이 차를 외제차를 타고 다니니까. 그런 범죄자들이 그걸 노렸겠지. 그 사람(피해자)네 집이 청주인데, 거의 청주 으슥한 국도변이야. 그러니까 아마 이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지목을 했었겠지 그 범죄자가."

-당시 피해자 지인

또 외제차가 나오지?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한테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볼게.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귀가자 신고가 들어왔는데요. 스포츠 의류매장을 하는 30대 초반의 남성인데, 평소와 다르게 퇴근해서 출발한다고 그랬는데 연락이 안 되고. 또 외제차를 타고. 그런 상태에서 차량 유기 신고가 들어온 거죠. 뒤 범퍼 부분에 추돌 흔적도 있고. 손괴 부분이 있어서, 이상하다고 신고가 들어온 거예요. 그래서 그 신고를 받자마자 '피해자 차량인가 보다' 그래서 바로 현장에 나갔죠. 차량하고 이 피해자분하고 떨어져 있었어요. 차량에서 한 3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 거기에 엎어진 상태로 발견됐는데. 케이블 타이라 그래서 전선 묶을 때 쓰는 게 있거든요. 크고 작은 게 있는데, 큰 거로 뒤로 결박돼 있는 상태였어요."

-이찬호, 당시 청주 흥덕경찰서 형사

피해자 차량에 추돌 흔적이 있었다고 했지? 누군가 일부러 뒤에서 차를 박고 범행을 한 걸까? 이찬호 형사는 사건 현장과 시신을 보자마자 떠오른 게 있었다고 해. 열흘 전 천안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떠오른 거야. 이 두 사건이 유사한 점이 있거든.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05년 당시에는 외제차가 많지 않았어요. 그런 상태에서 외제차가 피해 대상이다, 외제차 운전자가. 범행 수법 중에 피해자들 결박한 도구가 케이블 타이라고, 전선 묶을 때 쓰는 거거든요. 이게 또 동일했습니다. 온몸에 반항한 같은 게 없었거든요. 그 얘기는 뭐냐면, 일시에 제압했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면 혼자가 아니고 2인 이상이다, 이거는 단독 범행이 아니다. 그랬을 때 충남 천안 건하고 매우 유사했어요."

-이찬호, 당시 청주 흥덕경찰서 형사

그렇게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서 터지니까, 연쇄 범죄의 가능성이 당연히 의심됐던 거야. 이찬호 형사를 비롯한 많은 형사가 밤낮 없이 뛰어다녔어. 비슷한 사건이 또 생길까. 조바심이 났거든.

"출근하고 퇴근 시간이 정해지지 않고 계속 일했던 느낌? 그래도 빨리 잡아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지나가는 차량을 일일이 다 세워서 탐문하고. 며칠째 계속 굉장히 노력했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범인이) 나오지 않으니까 정말 힘들었었어요."
-이찬호, 당시 청주 흥덕경찰서 형사

▲ 동창들의 연쇄살인?

그런데 불과 10여일 뒤. 천안에서 또 사건이 일어나게 돼. 혹시 영화 '악인전' 본 적 있어? 마동석, 김무열 배우가 출연했던 바로 그 영화. 이 사건이 '악인전'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야.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피해자는 차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었어. 그런데, 피해자의 차를 누가 뒤에서 박은 거야. 근데 이거 들어본 이야기 아니야? 청주 사건 차량도 뒤에서 추돌한 흔적이 있었잖아. 뭔가 비슷하지? 피해자가 차에서 내렸고, 가해 차량에서도 남자가 내려. 그런데 이 남자, 경찰 점퍼를 입고 있네?

남자는 악수를 청하며 자신을 경찰이라고 소개했어. 그렇게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며 한동안 대화를 나눴다는 거야. 그리고 피해자가 자신의 차로 돌아가려는 그때, 머리를 공격당해. 그 순간 남자 한 명이 더 가세해서 피해자를 함께 폭행하며 강제로 차에 태웠다는 거야. 자, 이 사람들 경찰일까? 당연히 아니지. 그런데 지금 이 사건, 사건 설명이 상당히 자세하지 않아? 납치를 시도하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한 거야.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당시에 피해자가 진술한 내용이, 경찰복도 입고 있었고 굉장히 어설프기도 하고 이상했다고. 얘네가 경찰이 아니다라는 걸 직감했다고. 그래서 저항하면서 싸웠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최진섭, 당시 취재 기자

피해자가 무사했던 거야. 그런데 피해자가 '얘네 경찰이 아니다'라고 바로 직감했다고 했잖아.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이유가 있었어. 피해자가 동네에서 알아주는 폭력배였대. 그러다 보니까 경찰들을 많이 접했을 거 아니야. 그래서 수상한 점을 확 알아볼 수 있었던 거래.

어쨌든 이렇게 천안에서 또 다른 강도상해 사건에 있었던 거야. 피해자는 범인 두 명 중 한 명의 얼굴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어. 대화를 했으니까. 대학교 직원 납치 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되고 나서, 강도상해 사건 피해자한테도 용의자 사진을 보여줬다고 해. 대답은 역시 자신을 납치하고 폭행하려고 했던 그 남자가 맞다는 거야. 그러면, 이 사건들 모두 동일범의 연쇄 범죄일까? 그렇다면 용의자 노 씨와 심 씨가 연쇄살인범일 수 있다는 거야.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두 사람은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의 고향 친구 사이였어. 노 씨는 서울에서 심 씨는 천안에서 각자 생활을 하다가 최근 채석장에서 함께 일을 했대. 노 씨의 경우에는 교도소를 들락거렸지만, 심 씨의 경우에는 40대 중반까지 평범한 생활을 해왔다고 했잖아. 이 두 사람 정말 연쇄살인범이 맞을까?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볼게.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가 통상 이런 사건들이 발생이 되면 사건하고 사건 간에 있어서의 사건 연계 분석을 우리가 시도합니다. 우선적으로 피해자 선정 문제인데요. 피해자 선정은 철저하게 금전을 목적으로 해서 그 대상은 겉으로 봤을 때 외제 차량이라든가 고급 차량을 타고 있는 사람을 선정했다라고 하는 그런 공통점이 있고요. 또 하나는 범행수법. 이제 피해자를 제압을 하는데 통상적으로 노끈을 묶는다든지 테이프를 묶는다라는 그런 것이 있는데, 테이블 타이로 묶고 있어요. 그것도 이제 공통점이고. 또 살해를 하고 난 이후에 차량과 시신을 유기를 해서 처리를 한다라고 하는 그런 점. 이런 여러 가지 것들이 일치하고 있다는 거죠. 이 사건이 연쇄살인일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라고 볼 수 있어요."

-오윤성 교수,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형사들 역시 이 사건들은 연쇄 범죄, 연쇄살인범 소행으로 심증을 굳혔어.

▲ 마침내 잡은 범인

그렇게 납치 발생 한 달이 지나갈 무렵이야. 경찰서로 전화가 왔어. 용의자 노 씨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제보가 왔어. 제보자는, 또 다른 용의자 심 씨의 형이었어. 심 씨의 형은 어떻게 노 씨의 위치를 알고 있는 걸까? 형사들은 노 씨와 심 씨의 행방을 찾으면서 용의자 가족들에게도 협조를 구해놓았다고 해. 그런데 심 씨가 형에게 전화를 해서 "이 짓 더 못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거야. 그러곤 노 씨의 위치를 알려주고 신고하라고 했대. 전화를 건 심 씨의 형은 이렇게 말했어.

"동생이 노 씨가 지금 다리 수술 받고 서울의 한 병원에 있다고 했어요."

전화를 받은 형사들은 급히 서울의 한 병원으로 출동을 했어. 그날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 저녁이야. 도착해서 보니 병원에 노 씨는 없었어. 외출을 나갔대. 혹시 눈치채고 도망을 간 걸까? 아니면 거짓 제보였던 걸까? 즐거운 크리스마스 날, 형사들은 밤새 잠복에 들어가.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저 앞에서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면서 한 남자가 들어오고 있어. 노 씨야. 사건 발생 39일째에 드디어 노 씨가 검거돼. 노 씨는 크리스마스라 여자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대.

마침내 진술실에서 노 씨와 마주 앉은 형사들. 몽타주와 사진으로 정말 눈 빠지게 봐온 얼굴이야. 실물로 본 노 씨는 어땠을까?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눈빛은 약간 눈동자가 회색빛이 나는데, 살기로 가득했습니다. 눈에 살기가 얼마나 띠어있는지, 유치장 여직원이 눈을 못 마주칠 정도로 살기가 심했어요."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형사가 납치된 정 씨 어디 있냐고 물었어. 그러자 "정 씨요? 전 모르는 사람인데요?"라고 말해. 형사들은 골프채와 시계를 꺼내 보여주며, 이 물건들을 아냐고 물었어. 이건 노 씨의 은신처에서 찾은 피해자 정 씨의 물건들이야. 노 씨는 "이거요? 문 열린 차가 있길래 훔친 겁니다"라고 해. 절도는 인정한대. 하지만 정 씨를 납치한 적은 없다는 거야. 그러면서 형사에게 이런 말을 해.

"형사님, 짜장면 좀 시켜줘요. 감방 가면 다른 건 다 먹을 수 있는데, 짜장면은 좀 힘들더라고."

형사들은 정말 환장할 노릇이야. 하루라도 빨리 피해자 정 씨를 찾아야 되는데, 노 씨는 어떤 증거를 내밀어도 그저 모르쇠야.

"조사를 하다 보면 (노 씨가) 다혈질이거나 이러진 않고 냉철하죠. 선을 딱 지키고 이걸 넘어가면 안 되겠다 싶으면 그 이상은 답변 안 하고."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이런 노 씨에게 김 형사가 '아들' 얘기를 꺼냈어. 노 씨가 다른 이야기에는 입을 다물어 버렸으면서, 유독 자신의 아들 이야기는 많이 했다는 거야. 김 형사는 말해.

"여봐요. 그 피해자 정 씨도 아들이 있어요. 해 바뀌기 전에 아버지 생사는 알아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러자 노 씨가 입을 열어.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형사님, 전 정말 납치랑 전혀 상관이 없는데. 제가 심 씨한테 들은 게 하나 있어요. 심 씨가 자기가 정 씨를 납치했다고 하면서 얘기한 장소가 있거든요.

노 씨는 자신은 범행과 무관하며 친구 심 씨에게 들은 얘기가 있다는 거야. 그렇게, 사라졌던 정 씨를 마침내 찾았어.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해 11월 납치됐던 충남 아산의 한 대학 경리부장 52살 정 모 씨가 하수구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정 씨는 지난해 11월 18일 밤 연락이 끊긴 뒤 다음 날 5천만 원을 요구하는 협박 편지가 가족에게 배달됐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정 씨는 결국 시신으로 발견됐어. 이 뉴스가 보도된 날이 1월 1일이었어. 그리고 얼마 뒤 또 한 건의 뉴스가 보도돼.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산 모 대학 경리부장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43살 심 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어제 저녁 10시쯤 안산시 OO동 한 원룸에 숨어있던 심 씨를 긴급 체포한 뒤 천안경찰서로 이송해 이 시각 현재까지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원룸 앞에서 한 3시간, 4시간 잠복하고 기다렸더니 한 50~60미터 앞에 롱패딩이 파란색이라 확 튀는 색이었거든요. 터벅터벅 비닐봉지 하나 들고 비틀비틀 걸어 오더라고요. 그걸 발견하고 쫓아가서 바로 잡았죠. 비밀봉지 안에 중국어 교재책이 있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중국으로 밀항 준비 중이었더라고요."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또 다른 용의자 심씨가 체포됐어. 결국 이렇게 용의자들이 모두 체포됐어. 그럼 심 씨는 범행을 인정했을까? 심 씨는 범행을 인정했어. 정 씨를 납치하고 살해했대. 노 씨하고 함께 말이야. 노 씨는 범행을 부인했었잖아. 친구 심 씨가 체포되고 함께 범행했다고 진술까지 했으니, 이제 노 씨도 인정했겠지? 노 씨는 이렇게 말해.

"심 씨가 거짓말하는 거예요. 전 납치도 살인도 안했습니다."

그러나 심 씨 말은 달라.

"아니 저도 처벌받는 마당에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노 씨랑 같이 한 게 맞습니다. 심지어 그 노 씨가 주도한 거예요. 아니 사실 계속 같이 다니다간 노 씨가 저까지 죽일까봐, 저도 무서웠습니다."

노 씨는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심 씨가 딴 놈이랑 해놓고 저한테 덮어씌우는 거예요. 저 절대 아니라고요."

▲ 살인 의혹

그런데 이것만이 아니잖아? 노 씨와 심 씨가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사건들이 아까 더 있었잖아. 앞에 나온 천안 담당 기자가 쓴 내용이야.

<대학 경리부장 납치 사건 제2의 유영철 우려>
"모 대학 경리부장 납치 피살 사건의 용의자가 지난 2003년 전 국민을 경악케했던 유영철만큼이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을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들이 다른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유사한 범죄 유형 외에 압수한 증거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압수한 증거품 중 300개가 한 묶음인 케이블 타이가 40여개가량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 한 사람에게 2, 3개가량의 케이블 타이를 사용했다면 최악의 경우 최소 15명에서 20명까지의 희생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시 기사 내용 中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이 있었어. 노 씨의 은신처에서 나온 압수품 중에 케이블 타이가 든 봉지가 있었대.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봉지에 표시된 개수 300개. 그런데 그 중에 한 40개 정도가 비어 있었다는 거야. 없어진 40개는 범행에 사용된 걸까?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때 당시에 사진을 봤었던 기억이 나요. 사체 사진. 사진을 봤을 때 팔이나 이런 데 케이블 타이로 묶어놓은 게, 1인당 많게는 4개까지. 한 2, 3개 정도가 사용이 됐었고. 경찰한테 물어봤을 때 '케이블 타이가 어느 정도 없다' '몇 개짜리 한묶음인데 몇 개 정도가 없다' 이런 얘기를 듣고 추정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생각한 거는, 이 사람들은 스스로가 인간이기를 포기한 범죄자들이 아닌가. 사냥 같은 거? 이런 거를 좀 느꼈어요. 범죄를 저지르면서 범죄 자체를 즐긴 게 아닌가."

-최진섭, 당시 취재 기자

정말 기자의 추정대로 이들은 10여 건이 넘는 범죄를 저지른 걸까?

드디어 노 씨와 심 씨가 재판정에 섰어. 과연 두 사람은 몇 개의 살인으로 재판을 받게 된 걸까?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강도 살인 두 건. 강도 살인 미수 한 건. 강도 상해 한 건. 특수절도 두 건. 이렇게 총 여섯 건에 대해서 재판 중인 거야.

어쨌든 의심까지 진행된 재판 결과 노 씨는 사형, 심 씨는 무기징역이 선고됐어. 그리고 이제는 대법원 최종 판결만을 앞두고 있어. 그런데, 이들이 저지른 범죄가 정말 이것뿐일까?

▲ 살인마의 편지

사건이 일어난 2005년 이후. 시간은 흘러서 어느새 2007년 새해가 밝았어. 외근 중인 김태용 형사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와. 경찰서에서 다급하게 김 형사를 찾는 거야. 서둘러 서로 들어온 김 형사를 기다린 건 바로 이 편지 한 통이야.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교도소에서 온 편지야. 보낸 사람은 노 씨였어.

"나에게 정을 베풀어준 은혜는 알고 있습니다. 내가 힘들 때 꼭 무엇을 내게 줘서가 아니라. 단 한마디의 따뜻한 말들이 가슴 속 깊이 묻혀있던 양심을 꿈틀거리게 했었기에. 더 이상 긴 얘기하지 않고 수일 내에 한번 만나서. 가슴 속 꽁꽁 숨겨 무덤까지 가져가려 했던 진실을 모두 고백하려 합니다. 그럼 이만 낙필하고 만나서…"
-노 씨의 편지 내용 中

편지 쓴 날짜는 2007년 1월 1일. 김 형사는 이 편지를 받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반갑고 이런 건 없었고. '또 거짓말하려고 부르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사람 스타일이 얘기하다 보면 사람이 사람 같지 않다는 느낌이 든 상태였기 때문에… 그 생각이 났죠. 이전에 조사받을 때, '무죄 주장하는데 뜻대로 안 되면 편지 쓰겠다' 그 생각이 번뜩 들길래, 진짜 편지 썼네?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현재 노 씨는 사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야. 재판 결과가 자기 뜻대로 안 되고 있다는 걸까? 그리고 또, 노 씨가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했던 진실은 과연 뭘까? 김 형사는 노 씨를 만나기 위해 교도소로 찾아갔어. 접견실에 앉아서 기다리는데, 얼마 뒤에 문이 열리고 노 씨가 들어와.

김 형사가 "오랜만이네요"라고 인사를 하니 노 씨는 "네 잘 지내셨죠?"라고 인사했어. 두 사람은 의례적으로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어. 김 형사가 먼저 입을 열었어.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이 말에 노 씨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뭔가를 쓱 꺼내.

커피믹스였어. 그냥 커피 한 잔씩 하자는 거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노 씨가 별다른 얘기는 안 하더래. 시답지 않게 안부 나누고 의미 없는 얘기를 하다가 면회 시간이 끝나버려. 김 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일 또 올게요"라고 말했어. 그리고 다음날 김 형사는 다시 노 씨를 찾아왔어.

그럼 오늘은 무덤까지 가져가려던 그 진실을 얘기할까? 오늘도 허탕이야. 뭐 아들 얘기, 교도소 얘기, 그냥 시답지 않게 사는 얘기만 하다가 또 시간이 끝났어. 김 형사는 일어나며 말해. "내일 또 올게요"라고. 왜 닦달하거나 보채지 않냐고? 김 형사의 작전은 '천하태평'. 관심 없는 척, 궁금하지 않은 척 하는 거야. 네가 얘기를 하면 내가 들어 줄게, 이런 작전이야. 일종의 주도권 싸움이지. 이야기 하겠다면서 편지를 보낸 사람은 노 씨잖아. 노 씨가 스스로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 거야.

그리고 또 다음 날. 숨 막히는 수싸움 끝에 마침내 노 씨가 입을 열었어.

"형사님. 제가… 사람을 더 죽였습니다."

이미 재판받고 있는 두 건의 강도살인이 다가 아니라는 소리야. 살인을 일곱 건이나 더 저질렀다는 거야. 지금 재판 중인 사건, 두 건의 강도살인을 포함해서 총 여섯 건이야. 그리고 노 씨가 추가로 밝힌 살인 일곱 건은 이거야.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범행지역이 생각보다 훨씬 넓었어. 추가로 서울에서 세 건, 경기도에서 두 건, 충청도에서 두 건의 살인을 자백했어. 이렇게 지역을 옮겨가며 지금까지 총 아홉 명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았다는 거야.

끔찍한 얘기인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거야. 강도살인미수, 강도상해, 특수강도까지 포함하면 이들이 저질렀다는 범죄는, 총 18건이야.

2005년 2월부터 12월까지 불과 11개월 동안 이들은 무려 18건의 범행을 저지른 거야. 노 씨의 이 말 전부 사실일까? 만약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범죄를 자백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의 의견 한번 들어볼게.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추가적인 여죄를 본인이 발설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목적이 과연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공범이었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자기가 이렇게 경찰에 의해서 검거가 되고 사형선고까지 받게 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지금까지 자기하고 믿고 같이 범행을 했었던 그 심 씨가 여러 정보를 경찰에 제공을 함으로써 자기도 검거가 됐단 말이죠. 자기는 사형수이기 때문에 가석방이 없어요.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예요. 그런데 바로 나를 이렇게 나름대로의 구렁텅이에 몰아놓은 심 씨는 무기수니까, 가석방에 의해서 언젠가는 바깥 공기를 맡아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너도 못 나가'. 이런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요."

-오윤성 교수,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노 씨가 자백하면서 덧붙인 이야기가 있었어.

"처음에 그 얘기를 했어요. '심 씨 쌍무기 받아서 못 나가게 한다'"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그러니까 무기징역을 두 번 받게 하겠다는 거야. 그래서 교도소에서 나갈 수 없게 만들겠다 이 말이야. 이렇게 노 씨가 밝힌 추가 범행에 대한 진술이 시작돼. 그런데 무턱대고 그 사람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잖아. 그래서 김 형사는 노 씨가 사건을 하나씩 얘기할 때마다 종이와 펜을 줬다고 해.

"사건 현장을 최대한 자세히 그려봐요."

알려진 내용을 그냥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였어. 종이와 펜을 받은 노 씨 어떻게 했을까?

"여기 노인회관 앞에서 죽이고 다시 운전해서 마을회관 쪽이 한적하길래 여기에 차를 세우고. 그다음에 쭉 가다가 여기에 숲이 하나 있었는데…."

사건 현장을 아주 자세하게 그렸대. 사건 자료랑 대조해 보니 정확히 일치해. 그리고 노 씨는 범행 과정에 대해서도 아주 자세히, 그리고 무덤덤하게 말했대.

"그 칼이 그거 보기에 뭉뚝해 보여도, 생각보다 잘 들어요."

이렇게 진술 받고 확인하고, 또 진술하고 확인하고. 이 과정이 하루, 이틀, 일주일 무려 30일 넘게 계속됐어. 노 씨 얘기를 들은 형사들은 어땠을까?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내가 이 인간 얘기를 왜 들어주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고. 답답한 공간에서 4시간, 5시간 얘기하고 있으면 어질어질해서 밖에 한동안 나갔다 들어온 적도 있고."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그렇다면 공범 심 씨는 노 씨가 털어놓은 추가 범행들 인정했을까? 형사들이 찾아가자 심 씨는 이렇게 얘기해.

"네, 오실 줄 알았습니다. 이제 제 차례입니까?"

심 씨는 노 씨가 자백한 상황을 눈치채고 체념한 듯 범행을 인정했대. 이들은 9건의 살인을 포함해 총 18건의 범죄를 저지른 거야.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한 가지 더 확인이 된 게 있어. 또 다른 공범이 두 명이 더 있었던 거야.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학 경리부장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대법원 최종 선고를 앞두고 추가 범행을 털어놨습니다. 미궁에 빠졌던 살인사건 7건을 자신이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43살 노모 씨 등 2명이 추가로 자백한 범죄는 7건으로 전국을 망라합니다. 지난 2005년 한 해 동안 모두 9명을 살해했는데, 2월부터 석 달 사이 희생된 사람만 7명입니다. 경찰은 공범인 노 씨의 친형 56살 노 씨 등 2명을 추가로 검거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노 씨는 사업에 실패하고 이혼하게 되자 큰 돈을 벌기 위해 친형과 친구들을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공범이 친형. 형제가 함께 범죄를 저지른 거야. 이들 4인조는 둘 혹은 셋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 달에 두 건씩 범행을 저질렀어. 피해자의 성별도 나이도 가리지 않고, 범행 장소도 도로, 가정집, 상점 심지어 택시까지 그야말로 무차별이었어. 범행의 이유, 돈 때문이래.

그렇다면 9명을 살해하고 뺏은 현금 얼마일까? 1,500만 원 정도였어. 애초에 돈이 문제였다면 살해의 이유는 뭐였을까? 자신들의 얼굴을 봤기 때문이래. 이들은 애초에 얼굴을 가리지 않고 범행했어. 본인의 얼굴을 가리는 수고보다, 사람의 생명을 뺏는 게 더 쉬웠던 걸까?

"진짜 나는… 뿌듯하고 그런 기분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도 나중에 생각 들은 거는, 미제사건으로 남은 건을 살해한 사람은 누군지를 밝혀냈으니까. 그거에 대한 피해자들한테 가족들한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 남겨진 사람들

그리고 얼마 후 경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있어. 피해자 가족이야. '꼬꼬무'가 이분을 직접 만났어. 희생당한 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가족들에게는 어떤 존재였는지, 소중한 사람을 앗아가는 범죄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셨어. 이 이야기를 들어볼게.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뭐… 착하고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었죠. 그 정도로 사람이 좋았죠. 애들한테 잘했죠. 원래 잘해줘요. 싸움도 저희는 안 하고. 꼭 밥 먹을 때마다 전화가 오는데, 나 밥 먹었냐고 전화가 와요. 매일 전화를 해요."

-피해자 아내

그 사건이 있던 날, 남편은 오후 3시경에 집을 나섰다고 해. 택시 운전을 하시는데, 다음날 새벽까지 하루 12시간씩 일을 했거든. 남편이 식사 때마다 전화를 했다고 했잖아. 그런데 아내는 이 전화를 받지 못했어. 그날따라 몸이 너무 아파서 방에 누워있는데 집 전화로 연락이 온 거야. 아이들이 대신 받았다고 해.

"아빠, 엄마? 엄마 몸이 좀 안 좋아서 방에 누워계신데. 알았어요, 아빠. 엄마 잘 챙길게요."

아내가 방에 누워 이 통화 내용을 듣는데, 그날따라 이 상황이 그렇게 섭섭하더래.

"아파서 누워있으면, 핸드폰으로 연락하면 되잖아요. 그냥 끊어버리고 안 하는 거야. 그게 굉장히 섭섭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후회되는 게, 내가 핸드폰을 들고 있는데. 제가 하면 되잖아요… 근데 전화 안 한 거야. 왜냐하면 상대가 항상 해 버릇 하니까."
-피해자 아내

이 전화가 남편의 마지막 연락이었던 거야. 아내는 "당신은 밥 챙겨 먹었어요? 조심해서 들어와요" 이 말을 못해준 게 지금도 한이 된다고 해. 그리고 그날 새벽. 집으로 경찰이 찾아왔어. 그리고 남편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 그 후 남편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를 만났는데, 아내는 깜짝 놀랐대.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편이 사고 당하기 2주 전에 우리가 등산을 갔어요. 계속 삐용삐용 경찰차가 계속 사이렌이 울리는 거예요. 그래서 뭔 일이지, 하고 산에서 내려오는데. 형사분들이 있는 거예요. 그분들이. 그래서 무슨 일이 있냐 했더니, 산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그러고서 2주 뒤에 우리 사고 나서, 담당이 그분들이에요. 그 형사분들. 그러니까 2주 전에 우리 아저씨도 보고 다 본 거예요. 그 형사분들은. 그분들은 기억을 하더라고요. 얼마나 열심히 수사하셨는지 몰라요. 그분들 고생하셨죠. 열심히 하셨죠."

-피해자 아내

담당 형사들이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범인이 누군지 모른 채 2년의 세월이 흘렀어. 그리고 이제야 누가 무엇 때문에 남편을 앗아갔는지 알게 된 거야. 그런데 범행 목적이 돈이었잖아. 고급 승용차도 외제차도 아닌 택시를 왜 노렸을까?

"택시를 범행 대상으로 한 게 택시를 뺏어서 강남에 가서 돈 많은 사람을 납치해서 돈을 뺏으려고 했다고…"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그래서 한 가장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거였어. 남편이 떠난 후 아내의 꿈에 가끔 나온다고 하거든.

"꿈에 가끔 나왔죠. 가끔 나오면 또 뭐… 얘기 좀 하려고 하면 '나 빨리 돈 벌러 가야 된다' 그러고. 돈 벌어서 나 줘야 한다 그러고. 꿈속에서 그랬어요."
-피해자 아내

아내의 기억 속 남편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가족을 위해서 매일같이 열심히 살았던 남편. 그 돈을 벌어서 가족들과 맛있는 걸 먹고, 가끔 손잡고 나들이도 가고. 소파에 앉아 함께 TV를 보는 평범한 행복을 오랜 시간 누리고 싶었을 거야. 범죄는 피해자 한 사람의 삶만 앗아가는 게 아니야.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꿈인지 생시인지 꿈속을 걷고 있는 그런 기분이 있죠. 몸이 붕 떠가지고. 그때 당시 누구나 당했을 땐 잘 모르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로 다가오니까. 그때부터 힘든 거죠 더."

-피해자 아내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아픔을 주었을까. 범인들은 그들이 어떤 사람들의 삶을 앗아갔는지 알고 있을까.

마지막 접견날. 김 형사가 노 씨에게 물어본 게 있었대.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습니까?"라고.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나중에 마지막 조사 끝날 때도 '나는 지금까지 피해자들한테 미안한 적 한 번도 없다'고. '앞으로 미안할 생각도 없다'고. 그렇게 얘기하는 거에요."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 9 플러스 알파

노 씨와 공범들 제대로 된 죗값을 치러야 되겠지. 심 씨는 무기징역을 또 선고받았어. 무기징역이 두 개가 되면서 영원히 세상 밖으로 나오기 힘들게 됐어. 그리고 노 씨의 형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공범은 7년형을 받았어. 그렇다면 노 씨의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기록에 첨부된 의사가 발행한 사망증단서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7년 3월 5일 사망하였음이 분명함으로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다."
-판결문 中

노 씨가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야. 노 씨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대.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자기는 교도소 들어가면 못 산다고. 옛날에 교도소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 자기는 절대 교도소 가서는 생활 못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김태용, 당시 천안경찰서 형사

그런데 오늘 이야기가. 여기서 끝일까?

9 플러스 알파. 접견 마지막 날 노 씨는 김 형사에게 아주 섬뜩한 이야기를 남겼어.

"형사님 내가 원하는 대로 되면요. 3탄이 있으니까 기대하세요."

1탄은 처음 드러난 2건의 살인이었지. 2탄은 추가로 자백한 7건의 살인. 그리고 3탄, 9 플러스 알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건이 더 있다는 걸까? 하지만 노 씨로부터 더 이상 확인할 방법이 없어.

꼬꼬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9 플러스 알파죠. 또 다른 3탄이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자기가 뭔가를 터뜨리겠다라고 예고를 한 것이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노 씨같이 자기 과시를 하고 또 통제를 하겠다는 그런 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카드를 한꺼번에 다 안 써요. 통상 우리가 카드를 내놓을 때도 카드 중에서 결정적 카드는 제일 마지막에 내놔요. 내용에 있어서의 임팩트가 상당히 강한, 정말 이 세상이 그게 만약에 밝혀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그런 결정적인 사건을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그 강도살인을 전체적으로 전국적으로 묶어서, 단일범에 의해서 이 사건들이 발생됐다고 추정하는 것은 쉽지가 않거든요. 또 범행수법도 차량을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있고, 심지어는 경찰을 가장해서 검문을 한다든지. 또는 검침원, 방송국 PD, 취재 나왔다. 이런 식으로 굉장히 다양한 그런 범죄수법들을 사용을 했기 때문에, 그 연관성을 분석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죠. 중요한 거는 바로 그 시기가 중요한 거예요. 시기는 고정이 됐죠. 사건들이 발생됐던 게 2005년에 집중이 돼 있잖아요. 그 고정된 시기 내에서 미제사건들을 한번 종합적으로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는 있다."

-오윤성 교수,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꼬꼬무'가 오늘 이 사건을 이야기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어. 혹시나 2005년 벌어진 미제사건, 9 플러스 알파가 있다면 꼭 밝혀야 하니까.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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