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4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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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 마약 조직에 잠입한 민간인? '수리남'은 실화였다…하정우 역 실존 인물이 전한 그날 이야기

작성 2026.01.23 14:32 조회 686

꼬꼬무 찐리뷰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22일 방송된 '특집: 타깃 K' 2부 '수리남 마약왕을 잡아라'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배우 이선빈, 원진아, 가수 정승원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위험한 제안

때는 2005년 9월. 지구 반대편, 대서양 한복판이야. 쉰 살의 남성희 씨는 지금 망망대해를 달리고 있어. 성희 씨는 원양어선의 선장이야. 벌써 30년째 남미에서 어업을 하고 있어. 그런데 이날, 성희 씨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집히는 사건이 벌어져. 갑자기 커다란 비행기 한 대가 나타나더니, 큰 포대 수십 개를 바다에 떨어트리기 시작한 거야. 뭘 떨어트리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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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비행기가 날아와서 선회를 하더라고요. 그게 와서 한 바퀴 빙 돌고 몇 개 떨어 뜨리고. 뭐 생각할 겨를도 없었죠. 순식간에 그렇게 이루어지니까. 그때 다른 배가 하나 왔었어요. 좀 작은 배가. 콜롬비아 사람이 아마 타고 있었던 것 같아요. 타고 와가지고 물건을 건져다가 우리 배에 실어주더라고요. '이게 뭐냐' 하고 물으니까 '코카인' 그러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아 이거 큰일 났구나. 뭔가 잘못됐구나' 그런 생각을 했죠."
-남성희, 당시 원양어선 선장

물건의 정체는 바로 코카인. 코카나무의 잎에서 추출해 만든 천연 마약이야. 지금 콜롬비아 마약조직원들이 성희 씨의 배에 코카인을 싣고 있는 거야. 그러더니 당장 세네갈로 배를 돌리래. 성희 씨의 배를 이용해 코카인을 세네갈로 운반하려는 거야. 대신 그 대가로 이걸 주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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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 지폐가 가득 든 가방이야. 성희 씨는 그 요구를 수락했어. 그렇지 않으면, 당장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일단 배를 돌려 세네갈 쪽으로 가고 있었어. 그런데 얼마 후, 성희 씨의 눈에 이게 포착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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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위성전화. 위성전화는 인공위성에 직접 연결하기 때문에 바다 위나 오지, 사막 같은 곳에서도 통신이 가능해. 이거라면 육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 그런데 이 위성전화, 콜롬비아 조직원이 갖고 있어. 성희 씨가 이 위성전화를 뺏을 수 있을까?

그날 밤, 성희 씨가 살금살금 조직원들이 머무는 선실로 향했어. 그런데 가보니, 다들 이미 정신을 놓고 뻗은 상태야. 뱃멀미 때문이었어. 수일간 항해가 이어지자 죄다 초주검이 된 거야. 성희 씨는 그 틈을 타, 위성전화를 손에 넣었어.

"거기 한국 대사관이죠? 도와주세요!"

이후 성희 씨는 대사관의 안내대로 가장 가까운 항구로 배를 돌려. 과연 무사히 도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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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탈레자 항구에 도착을 하니까 인터폴하고 브라질 경찰, 대사관 공사하고 영사 하고 그렇게 배에 올라왔더라고요. 이제 살았구나 라는 심정이 들더라고. '잘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남성희, 당시 원양어선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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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에 담긴 코카인을 다 합치면 자그마치 1톤이 넘어. 당시 돈으로 무려 4조 원어치야. 그때까지 브라질 역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마약 압수 사건이었다고 해.

하지만 성희 씨는 브라질에 도착하자마자 도망치듯 공항으로 달려갔어. 남미에 계속 있다간, 조직원들에게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르니까. 성희 씨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름을 숨긴 채 숨어 살았다고 해.

그런데 이 수많은 코카인의 주인, 어쩌면 너도 아는 사람일지 몰라. 이 남미 마약조직의 총책이 바로 한국인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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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만 해도 한국 사람이 뭐 거기 관여돼 있고 그런 거는 내가 잘 몰랐어요. 한국인 밀매상 이름? 조봉행. 그 사람이 나중에 '수리남' 드라마에서도 나왔고. 조봉행이가 제일 윗선이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남성희, 당시 원양어선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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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행'이라는 이름 들어본 적 있어? 2022년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서 황정민 배우가 연기했던 '전요환' 역할의 실제 인물이야. 수리남을 거점으로 남미 마약을 전세계에 유통한 한국인 마약왕. 이 드라마 속 이야기가 실제 한국 국정원의 비밀작전이었어. 지난 4개월 간 '꼬꼬무'가 특집 방송을 준비하면서 백방으로 노력했어. 그 결과 마약왕 조봉행을 검거하는 데 참여했던 실제 요원들을 직접 만났어. 대한민국 국정원부터 미국 마약단속국 DEA, 그리고 이 작전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민간인 정보원 '코드네임 K'까지. 지금껏 그 어디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비밀요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최초로 공개할 거야.

▲ 코드네임 K

조봉행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 그날의 이야기부터 시작할게. 드라마 '수리남'을 기획한 배우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은, 바로 이 사람 때문에 작품을 제작하게 됐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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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 실제 이야기에서 기인했다라는 것 그 자체가 이야기가 주는 힘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이 들었었고. 남미의 그 작은 나라에 한국인이 가서 마약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영화적이다라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하정우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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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언더 커버물이죠. 제가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작품은 없더라고요. 전 세계에 영화도 없고 시리즈도 없고. 민간인이 어떤 정보기관의 작전에 투입돼서 한 작품은 없었던 것 같아요."

-윤종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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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요청을 받고 마약조직에 잠입한 민간인. 바로 '수리남'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역할이지. 한국인 마약왕 조봉행을 검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민간인이야. 민간인 K,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K는 드라마 '수리남'이 공개되고 단 한 번도 언론 인터뷰에 응한 적이 없어. '꼬꼬무' 제작진도 아주 조심스럽게 취재를 요청했어. 그리고 마침내, 그가 얼굴 공개를 허락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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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수리남'의 하정우 씨가 역할 했던 실제 주인공 강신구라고 합니다. (드라마가 공개된 후) 여러 군데서 연락이 오기는 했어요. 그런데 그냥 조용히 살았죠. 그런데 오늘 이렇게 나오게 된 건, '꼬꼬무'가 평소에 재미있게 보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그래서 한번 나오려고 결심을 했습니다. ('수리남' 드라마는) 나 혼자 본 거 같아요. 조용히 다 잘 때, 혼자 그 다음 날 아침까지... 좀 뻘쭘해서 못 보겠더라고요. 내가 나를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있잖아요. 마지막 회인가? 국정원 직원이 하정우 카센터에 찾아갔을 때, '이걸 내가 외부에 나가서 얘기를 해도 되냐' 그랬더니 '그건 뭐 네 맘대로 하는데 누가 믿겠냐' 그러더라고. 똑 같은 얘기를 나도 했거든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았어요."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강신구 씨는 드라마가 공개되기 전, 본인이 겪은 이야기를 몇몇 지인들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대. 그런데 단 한 명도 믿어주질 않았대. 그 믿지 못할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나씩 들려줄게.

▲ 수리남에 가다

먼저, '수리남'에서 하정우 배우가 수리남에 가게 된 계기가 뭐였는지 혹시 기억나? 바로 친구의 제안 때문이었어. 드라마에서도 배우 현봉식이 하정우에게 "홍어를 안 먹고 싹 다 갖다 버리는 나라가 있다니까. 너 수리남이라고 들어봤나?"라면서 사업을 제안하지. 사실 이건 강신구 씨가 실제 겪었던 일이야. 강신구 씨 친구가 수리남에서 수산물 가공업을 하자고 제안했다는 거야. 당시 강신구 씨는 수리남이라는 나라를 생전 처음 들어보았다고 해. 하지만 그는 친구의 제안을 듣자마자 바로 수락했어. 왜 그랬을까?

"경제적인 게 아무래도 가장 컸죠. 5형제 중에 제가 장남이었는데 부모님이 다 일찍 돌아가셔 가지고 좀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여기서 고생하나 거기 가서 고생하나, 거기 가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아내는) 처음에는 반대를 했죠. 꼭 거기까지 가서 그럴 필요가 있냐. 그런데 좀 제가 강하게 밀어붙였죠, 미련하게."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그렇게 2006년 4월. 강신구 씨는 수리남으로 출국했어. 운영하던 카센터를 팔아서 마련한 투자금 3억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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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은 남아메리카 대륙 브라질 위에 위치한 인구 60만의 조그만 나라야. 대서양 연안의 황금어장과 맞닿아 있어서 수산업이 특히 발달했어. 그 중에서도 특히 새우. 워낙 품질이 좋아서, 가격도 비싸게 팔렸대. 그래서 다른 어종은 안중에도 없었던 거지. 강신구 씨와 친구는 그 버려지는 생선을 싼 값에 사서, 해외로 수출하기로 해. 그런데, 첫 상품을 수출용 컨테이너에 실어 보내자마자 날벼락 같은 일이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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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날 아무 생각 없이 출근을 했죠. 그랬는데 이제 우리 직원이 큰일 났다는 거야, 신문을 갖고 오면서. 뭐냐 그랬더니, 컨테이너에서 코카인 나왔다고. 수출 송장 이런 게 다 내 이름으로 해서 나갔거든요. 인터폴 적색수배가 뜨면 또 귀국도 못 하는 거잖아요. 공항에만 가면 잡히니까. '어떻게 해야 되지?' 이 생각을 했죠."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강신구 씨의 컨테이너에서 무려 코카인 80kg이 나왔어.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사실 강신구 씨의 친구에게 이 사업을 제안한 이가 따로 있었어. 수리남에서 사업가로 이름난 교민인데, 현지인들과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강신구 씨 일행을 도와준 고마운 은인이었대. 하지만 이날 강신구 씨는 그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됐어.

"거기서 좀 성공한 사업가? 뭐 정치권에도 뭐 군, 경찰 가리는 데 없이 다 힘을 쓸 수 있는 사람. 고마웠죠. 근데 조봉행이라고..."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바로 수리남의 마약왕, 조봉행. 성공한 사업가인 척 접근해 몰래 수출용 컨테이너에 코카인을 숨긴 거야. 애초부터 모든 게 다 사기였어.

▲ 마약왕의 탄생

조봉행, 그의 실제 사진을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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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행은 어쩌다 수리남이라는 먼 나라에서 마약밀매업자가 된 걸까?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꼬꼬무' 제작진이 직접 지구 반대편 수리남으로 날아갔어. '꼬꼬무' 사상 최장거리 해외취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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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국인 선원이 천 명 가까이 있던 곳. 조봉행은 이곳 선박회사에서 냉동기사로 일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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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봉행 씨는 부두에서 왔다갔다 하면 저희들 얼굴을 한 번씩 보기도 하고. 저 분이 냉동기사다, 그렇게만 알고 있죠. 우리가 알기로는 사람이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고 문제는 전혀 없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재원, 수리남 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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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저는 선장으로 있었고. 그때 이제 냉동기사로 오셔가지고 뭐 털털하다고 그럴까, 사람이 좀 아무 거리낌 없이 털털했었죠. 그 후로 이제 뭐 이제 수산업을 한다고 해가지고, 돈을 빌려가지고 수출도 하고 한다고 했는데 그게 얼마 못 갔을 거예요."
-고석목, 수리남 한인회장

그런데 2000년대 중반, 갑자기 조봉행이 180도 다른 사람이 됐다고 해.

"처음 만났을 때는 그냥 순수한 기사였는데 뭐 달변에 어유, 사람이 비즈니스가 완전 넓어졌다고 그럴까. 여기의 정부 관계나 경찰이나 뭐 외교 인사들 인맥이 넓고 또 마당발이라고 그럴까? 발이 넓었습니다. 공항에 갔는데 (조봉행이) 그냥 프리패스로 다 들어가고 뭐 세관이고 뭐고 그래서, 대단한 사람인 줄 그리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고석목, 수리남 한인회장

조봉행이 생선 가공 공장을 운영할 때, 현지인에게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고 해. 급히 네덜란드로 보내야 하는 배가 있는데, 세관을 통과할 수 있도록 가짜 수출신고서를 써달라는 거야. 근데 그 대가가 무려 10만 달러, 그때 돈으로 무려 1억 원이 넘는 돈이였어. 대체 그 배에 뭐가 있길래 이렇게 큰 돈을 주는 걸까? 바로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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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인. 조봉행은 이 제안을 바로 받아들였어. 이후 조봉행은 아예 조직까지 꾸려서 콜롬비아 마약조직의 코카인을 유통하기 시작해.

"(조봉행 조직의) 합숙소가 호텔이나 아파트 어딘가에 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그때 하여튼 큰돈을 만진 것 같아요."

-고석목, 수리남 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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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행이 수리남에 있는 총책 되겠죠. 마약 조직이 그렇게 대개 상상이 되지 않습니까. 콜롬비아의 그 계통일 거 아니냐."
-이재원, 수리남 교민

물론 지금의 수리남은 더 이상 '마약 거점 국가', '마약 환승 국가'가 아니야. 새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수많은 마약밀매조직을 소탕했거든. 하지만 당시 수리남의 조봉행은 마약 밀매로 큰 돈을 벌어. 부패한 관료들을 매수하고, 성공한 사업가 행세를 하면서 강신구 씨 같은 한국인들을 마약 운반의 도구로 삼은 거야.

▲ 민간인 정보원의 탄생

이 모든 걸 알게 된 강신구 씨는 일단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어. 하지만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 보겠다며 일단 기다리라는 답변을 받아. 그리고 며칠 후, 강신구 씨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려.

"안녕하십니까. 강신구 씨. 여기 대한민국 국정원입니다."

국정원 요원이 강신구 씨에게 전화를 걸었어. 그날 강신구 씨에게 전화를 걸었던 국가정보원의 요원을 '꼬꼬무'가 직접 만나봤어. 근데 국정원 요원, 실제로 본 적 있어? 신원이 곧 보안인 분들이야. 제작진도 무려 4개월의 기다림 끝에 정말 어렵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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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91년도에 안전기획부 시절에 입사해서 28년간 국가정보원 내 국제범죄 정보 수집 센터에서 국제범죄 수집 업무를 담당해 왔습니다. 그게 2004년 10월에 프랑스하고 2005년 3월 페루에서 한국인 마약 운반책들이 현지 경찰에 검거된 사건이 발생을 했습니다. 그런데 총책을 추적하다 보니까, 수리남에 있는 조봉행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김 요원(가명), 국가정보원 요원

사실 국정원에서는 이미 2005년부터 조봉행을 추적해 왔어. 하지만 수리남과는 범죄인 인도 조약조차 체결돼 있지 않아서 현지 공권력의 협조를 구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대.

"우리가 조봉행 주변을 쭉 조사를 하다 보니까 그중에 강신구 씨가 조봉행이한테 사기를 당해가지고 전 재산을 잃고 난감한 처지에 있었고, 또 베네수엘라 대사관에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었어요."
-김 요원(가명), 국가정보원 요원

그래서 강신구 씨를 정보원으로 포섭해, 조봉행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로 한 거야. 근데 '무간도', '신세계' 이런 영화 본 적 있어? 범죄조직에 잠입했다가 발각된 비밀요원들. 최후가 어땠는지 기억나? 무참히 살해 당하지. 이건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야.

"처음에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정보원을 누가 하려고 하겠습니까. 마약 조직이다 그러면 굉장히 위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강신구 씨가 꼭 필요해서 설득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죠."
-김 요원(가명), 국가정보원 요원

이런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어? 그런데 강신구 씨는 단박에 제안을 받아들였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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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지원해 주는 건 없냐고 물었더니, 활동비도 좀 줄 수가 있다 그러더라고요. 그러면 그걸 집으로 좀 보내줄 수 있냐 했더니,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나야 어떻게든 사는데, 전 가족들이 걱정이 되죠. 또 애들이 그때 중고등학생이고. 그게 어떤 아빠든 그러지 않을까요? 어떤 가장이든. 내가 언젠가 죽을 때, 최소한 자식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로 죽고 싶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가족들이 안부를 물어보면, 살아있다는 소식만 전해 주라고 그렇게 얘기했죠."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 조직에 잠입하라

그렇게 강신구 씨는 비밀요원K가 됐어. 그럼 그에게 전달된 첫 번째 임무는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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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네임 K. 조직에 잠입하라"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지? 다행히 조봉행은 아직 강신구 씨가 본인의 사기행각을 눈치챘다는 사실을 몰라. 그럼 이제 어떻게 조봉행 조직에 들어가야 할까? 강신구 씨가 선택한 방법은 이거였어. 머리를 빡빡 밀고 조봉행 조직이 자주 가는 술집들을 찾아다녔어. 그러고는 일부러 행패를 부렸대.

"술을 먹으러 갔었는데, 거기서 사소한 시비가 붙어서 중국 애들 한 10명 이상이랑 대치를 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 된 거예요. 양주병 두 개 딱 들고 그러고 있으니까, 좀 깡다구 있게 봤다고 할까? 조봉행이 눈에 띄려고. 그렇게 많이 행동을 했어요. 좀 거칠게 다니고 술도 많이 먹고 다니고."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이 방법 먹혔을까? 조봉행이 미끼를 물었어. 강신구 씨를 조직원으로 스카웃 한 거야. 궁지에 몰린 강신구 씨가 무슨 일이든 협조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이후 강신구 씨는 조봉행 조직의 합숙소로 들어가, 위험천만한 이중생활을 시작했어. 낮에는 조봉행 조직을 따라다니고, 밤이면 몰래 숙소를 빠져나가 김 요원에게 상황을 공유했지.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 총 두 자루를 사서 하나는 베개 밑에,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항상 품고 다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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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위험한 동거였죠. 차는 항상 미국 대사관을 향해놓고, 주차를 했어요. 어떤 상황이 생기면 도망은 가야 되니까. 바로 나갈 수 있게 보조키 하나 여기다 꽂아놓고. 진짜 살얼음보다 더한, 심지어는 아침에 딱 눈 뜨면 '아직 살아있구나' 그 정도였으니까요."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그런데 얼마 후,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와. 조봉행 조직이 모두 외출하고 강신구 씨 혼자 숙소에 남아있는 밤이었어. 딱 한 번, 숙소에서 김 요원과 통화를 했대. 바로 그때!

"이럴 줄 알았어! 강신구 이 배신자!"

조봉행의 오른팔로 불리는 변 씨가 모든 걸 알아버렸어. 강신구 씨는 펄쩍 뛰는 변 씨를 진정시키며 차분히 말해.

"이렇게 된 거 나랑 같이 국정원에 협조합시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해보세요!"

변 씨의 반응은 어땠을까? 사실 자기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대. 선처가 가능하다는 말에 변 씨도 강신구 씨를 돕기로 했어.

그런데 며칠 후, 누군가 거칠게 강신구 씨의 방문을 두들겨. 변 씨가 배신을 한 거야. 산만한 덩치의 조직원들이 강신구 씨를 에워싸고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야. 강신구 씨, 어떻게 했을까? "조봉행 어딨어! 비즈니스가 애들 장난이야! 당장 나와!" 하면서, 무릎 꿇고 싹싹 빌기는커녕 조봉행과 대면을 요청했어. 그리곤 조봉행에게 이렇게 말해.

"아니, 변 씨가 하도 여기저기 마약 얘기를 떠들고 다니길래 내가 겁 좀 준 겁니다. 이거 국정원 작전이니까 조용히 하라고. 근데 지금 날 의심해요? 됐고, 나 이 일 못 합니다. 다 집어치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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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땐 진짜 길이 안 보이더라고요. 나 이제 안 할 거고, 집에 갈 거니까 비행기 편 하나 끊어달라고 그랬더니, 깜짝 놀라는 거야. 자기 딴에는 '네가 지금 그렇게 나올 놈이 아니지 않냐'는 식으로 쳐다보길래. '걔(변 씨) 말 믿고 나한테 와서 이럴 거면 우리 하지 말자' '그 정도 믿음 가지고 이거 할 수 있겠냐 한두 푼짜리도 아니고'… 만약 그때 살려달라고 했으면, 죽었죠. 제가 그랬잖아요. 그들은 하이에나 같다고. 습성이 딱 그래요. 아프거나 병든 동물 보면 죽을 때까지 쫒아가서 잡아먹는다고 하잖아요. 걔들이 그래요. 또 내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 중에 가장 큰 게, 내 뒤에 대한민국하고도 국정원이 있다. 거기에 힘을 많이 얻은 것 같아요. 물론 내가 그 조직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도와준다고 했으니까 그런 거에 대한 자신감?"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그 사이, 국정원 김 요원도 한국에서 긴밀히 작전을 이어가고 있어. 이곳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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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공권력을 동원할 수도 없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이제 미국 마약 단속청 DEA라고 있는데 그 기관을 동원하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수리남 내에는 DEA 요원이 파견돼 있고, DEA가 수리남 현지 특공대 훈련비도 지원해 주고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DEA는 수리남 공권력을) 동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DEA 한국 거점장을 제가 직접 만났습니다. 만나서 조봉행 건에 대해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김 요원(가명), 국가정보원 요원

미국 마약단속국 DEA. 전 세계 정보기관과 공조해 국제마약조직을 단속하는 세계 최대 마약 전문 수사기관이야. 그만큼 바쁘고, 공조를 받기도 까다로운 곳이라고 해. 과연 DEA는 요청을 수락했을까? 김 요원, 오랜 시간 국제범죄 분야에서 활동해 온 최정예 엘리트 요원이야. DEA 한국 거점장을 통해 미국 본부와도 담판을 지었어. 조봉행의 코카인 위치가 파악되는 즉시, DEA와 현장을 급습해 일망타진하기로. 이제 마약 창고 위치만 알아내면 돼.

▲ 마약 창고를 찾아라

그런데 수리남 쪽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아. 며칠간 조봉행이 누군가와 은밀히 연락을 주고받는데 느낌이 싸해. 얼마 후, 조봉행이 강신구 씨를 낯선 식당으로 불렀어. 그러더니 다짜고짜 그의 얼굴에 검은 천을 씌우고 차에 태워 어디론가 끌고 가. 강신구 씨는 필사적으로 길을 외우기 시작했어. 앞을 볼 순 없지만, 차가 우회전을 하는지, 좌회전을 하는지 몸으로 기억한 거야. 그렇게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평범한 주택이었어. 그런데 방마다 뭔가가 가득 들어차 있어.

"400kg씩 팰릿에 이제 2중 3중 포장을 해가지고. 총 1.2톤이다."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조직에 잠입한 지 무려 9개월만에 드디어 조봉행의 비밀창고를 확인한 거야.

"강 선생. 보안이 예민해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 이제 돈 걱정은 하지 말라고!"

강신구 씨는 곧바로 이 사실을 김 요원에게 알렸어. 그리고 얼마 후, 김 요원의 다음 지시가 전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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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네임 K. 긴급상황. 당장 수리남을 탈출하라."

지금 바로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지시야. 고지가 눈앞인데 갑자기 무슨 일일까?

"DEA가 갑자기 참여를 못 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하늘이 노래지더라고요. 왜냐하면 저희들이 수년간을 추적해서 DEA와 같이 하기로 해서 거의 이제 디데이만 정해지면 다 소탕을 하는 그런 상황인데. DEA가 갑자기 이제 안 한다고 하니 정말 난감했어요. 그래서 강신구가 너무 거기서 이제 오래 머물다가는 강신구의 신변에 굉장히 위험성이 있겠다 판단이 돼서 빨리 들어오라 그렇게 얘기를 했죠."
-김 요원(가명), 국가정보원 요원

미국 DEA가 갑자기 작전에서 손을 떼겠다니. 이게 무슨 일이었을까? 그 답은 바로 이 안에 있어.

꼬꼬무 찐리뷰

조봉행의 코카인에 붙은 이 전갈 표식, 사실 이거 남미 마약조직의 실제 표식이야. 이름은 '칼리 카르텔'. '꼬꼬무'가 직접 미국 마약단속국 DEA요원에게 물어봤어.

꼬꼬무 찐리뷰

"제가 알기로는 제가 최초였을 거예요. 그렇게 큰 마약왕(칼리 카르텔의 수장)과 직접 대화를 나눈 유일한 요원이요. 그들은 온갖 장소로 마약을 유통시켰어요.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중미와 중남미, 카리브해 지역에도 시장을 만들어냈어요. 그러니까 (수익이) 그냥 수십억 달러 수준이었어요. 비교하자면, 글쎄요. 제너럴 모터스? 돈으로 엄청난 권력을 얻었고, 그게 경제적으로 막강한 힘이 됐죠."
-짐 셰드, 미국 마약단속국 DEA 요원

칼리 카르텔은 전 세계 코카인의 80%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의 마약 조직이야. 그럼 이 칼리 카르텔과 조봉행,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였을까?

꼬꼬무 찐리뷰

"칼리 카르텔은 모든 나라에 대리인을 두고 있었어요. 조봉행은 일종의 매니저 역할이었을 겁니다. 그 나라에서 마약 유통을 담당하는 책임자인 거예요. 수리남에서는 꽤 큰 인물이었을 거예요. 신뢰가 쌓이고 그쪽 분야에서 믿을 만한 사업가라는 게 증명되면, 마약을 먼저 주고 나중에 돈을 받는 거래를 하게 되는 거죠. 규칙을 안 지키면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겁니다. 그냥 사람을 보내서 죽여버리는 거예요."
-짐 셰드, 미국 마약단속국 DEA 요원

조봉행의 창고에 있던 1.2톤의 코카인은 사실, 칼리 카르텔이 후불 결제를 조건으로 선지급한 물건이라는 거야. 근데 수사기관이 그 많은 코카인을 모두 압수한다? 이 싸움이 어디까지 커질지, 짐작조차 할 수 없어. 그리고 또 한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어. 수리남 말로 '친구'를 '마띠'라고 하는데, 조봉행에게 어마어마한 '마띠'가 있었던 거야. 바로 이 사람이야.

꼬꼬무 찐리뷰

이름은 데시 바우테르서. 군인 출신으로 1980년 쿠테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수리남의 독재자야. 이후 2010년과 2015년 두 차례 대통령에 당선이 됐을 정도로 수리남에선 '지지않은 태양'으로 통했지. 이런 상황에 수리남 정부가 조봉행을 체포하는 데 협조를 해줄까? 자칫 수리남 정부와 무력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그래서 미국 DEA도 작전을 포기한 걸로 보여.

"DEA가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정도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을 겁니다. 그쪽 법 집행 기관을 신뢰할 수 없었던 게 분명해요. 왜냐하면 체포하러 가지 않았다는 건, 수리남의 선량한 경찰관들과 부패한 경찰관들 사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테니까요."
-짐 셰드, 미국 마약단속국 DEA 요원

▲ 다시 시작된 작전

김 요원, 이대로 조봉행을 포기했을까? 곧바로 플랜B에 들어가.

"그 당시에 남미 마약 조직들의 주요 시장이 미국하고 유럽을 타깃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속을 강화하다 보니까 점차 판로가 막히는 상황이어서 남미 마약 조직이 아시아 쪽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조봉행이 중심에 서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조봉행을 차단하지 않으면 엄청나게 많은 마약들이 국내로 유입이 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꼭 이 일을 성사시켜야 했습니다. 그래서 포기할 수가 없었죠."
-김 요원(가명), 국가정보원 요원

실제로 이 무렵 일본에서 남미 마약조직의 코카인이 무더기로 적발됐어. 만약 이대로 조봉행을 놓친다면, 다음 타깃은 대한민국이 될 게 뻔해. 근데 작전의 핵심인물이었던 강신구 씨도 한국으로 귀국했잖아. 그럼 이제 어떻게 조봉행을 잡아야 할까? 그때, 누군가 김 요원을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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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많이 했죠. 그런데 아직 (작전이) 안 끝났잖아요. 이걸 어떻게든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래서 집에 연락을 아예 안 했어요. 그냥 먼발치에서 집 근처에 가서 애들 학교 가는 것만 보고. (훌쩍) 고생 많이 했죠, 우리 집사람이. 그 사춘기 애들 둘을 데리고. 나는 그게 제일 미안하고 지금도 참 짠해요. 그리고 계속 작업을 했어요… (김 요원과 만난 적도 없는데?) 그 시간이 있잖아요. 그동안 나를 믿고 지원도 해주고. 거기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 그게 다일 거예요. 아마."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강신구 씨는 수리남에서 매일 이 말을 되뇄다고 해. '실패할 수는 있어도 배신하지는 말자'. 그래서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가족이 아닌 김 요원을 찾아간 거야.

"정말 참 고마웠죠. 상황이 바뀌면 더 이상 참여를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입국했는데도 불구하고 집에도 안 가고 저희들하고 하겠다고 하니까. 저는 참 천군만마를 얻은 그런 기분이었죠. 정말 감사했습니다."
-김 요원(가명), 국가정보원 요원

그렇게 처음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부둥켜 안았어. 이후 김 요원은 안가를 마련해 강신구 씨와 합숙하며 다음 작전을 계획했어. 바로, 조봉행을 수리남 밖으로 유인하자는 거야.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된 제3국으로 빼내는 거야.

▲ 마약왕을 유인하라

다행히 강신구 씨가 귀국할 때 조봉행에게 이런 핑계를 댔다고 해.

"친구가 코카인 사업에 투자를 좀 하고 싶다는데, 제가 한국에 가서 데려올게요!"

조봉행은 강신구 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그의 연락만 기다리던 중이었지. 그날 오후, 강신구 씨는 국정원 요원들과 사인을 주고 받으며 조봉행에게 국제전화를 걸었어. 수리남 치안을 믿을 수 없다면서 다른 나라에서 보자고 제안한 거야. 대신 투자금 전액을 현금으로 가져가겠다고 했어. 무려 30억 원을. 근데 조봉행은 수리남 밖으로는 단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대. 어떻게 하면 조봉행을 움직일 수 있을까? 김 요원과 강신구 씨가 생각한 답은 이거야.

조봉행에게 전화가 오자, 강신구 씨는 이렇게 말했어.

조봉행: "강 선생, 어떻게 되가?"
강신구: "아니 현금 30억이 좀 많아아죠. 지금 500유로로 환전 중입니다. 근데 그 장소 말인데, 하와이 어떠세요? "

이후 다시 전화가 오면, 이번엔 이렇게 말해.

조봉행: "강 선생,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환전 끝났어?"
강신구: "아이고 형님. 환전 마쳤습니다. 이제 돈 가방에 나눠 담기만 하면 되는데. 그보다, 베네수엘라는 어떠세요?"

두 사람의 작전, 일명 '밀당 작전'이야. 일부러 될 듯 말 듯 조봉행의 애를 태운 거야. 이 밀당. 무려 6개월이나 계속됐어.

"밀당 작전을 한 6개월 정도를 추진했습니다. 쉬운 것은 아니었죠. 전화상으로만 하는 일이다 보니까. 그런데 이제 믿을 수 있었던 것은 강신구 씨가 (조봉행에게) 현지에서 신뢰를 쌓아놨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능성을 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지속적으로 추진을 했었죠."
-김 요원(가명), 국가정보원 요원

그렇게 때를 기다리던 두 사람은 조봉행에게 최후통첩을 날렸어.

조봉행: "강 선생! 물건은 안전하게 컨테이너에 다 실었어! 수리남엔 언제 올 거야?"
강신구: "형님, 제 친구가 아무리 생각해도 수리남은 너무 위험한 것 같다네요. 어차피 형님도 수리남에서 나올 생각이 없으시니, 그만 끝내시죠!"

과연, 조봉행은 걸려 들었을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도, 아무 연락이 없어. 그러다 마침내 조봉행에게서 메시지가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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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 2009.7.23. PM 5:00 브라질 상파울루 공항
-조봉행 –

드디어 조봉행이 수리남 밖으로 나오겠대. 접선일은 일주일 뒤.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공항. 그날 조봉행만 잡으면 이 길고 긴 작전도 끝이 나는 거야.

▲ 수리남 마약왕 검거 작전

그리고 마침내 대망의 디데이가 밝았어. 국정원의 협조 요청을 받은 브라질 연방 경찰도 공항직원으로 위장해 준비를 마쳤지.

"그 짧은 시간에 그 공항 한 구역을 다 폐쇄하고 연방 경찰을 쫙 깔아놨어요. 그리고 일정 구역 바닥에다가 보이지 않는 투명 테이프를 딱 붙여놨어요. 한 사방 한 3, 4m씩 되게. 나는 그 안 에서만 머물러라, 그러고 아는 얼굴이 있으면 손을 들어줘라. 그러면 이제 시작 되는 거로 알고 준비하겠다. 그러면서 쟤도 경찰, 쟤도 경찰, 쟤도 경찰, 다 거기 카트 왔다 갔다 하는 사람 다 경찰이고. 그렇게 세팅을 했더라고."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강신구 씨 곁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구매자로 위장한 김 요원이 함께 했어. 그런데 얼마 후, 브라질 경찰들이 불같이 화를 내. 금방이라도 철수할 기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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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에 비행기가 도착했는데 (조봉행이) 나타나질 않았어요. 그러니까 브라질 연방 경찰에서는 철수를 하겠다는 거예요. 저희들은 더 난감하죠. 만약에 철수한 이후에 나타나면 잡을 수가 없잖아요. 남의 나라에서 사람을 체포를 못 하니까. 공권력 행사를 못 하니까."
-김 요원(가명), 국가정보원 요원

"그때는 진짜 입에 마른 모래를 한 집 확 집어넣은 듯한… 소금을 한 주먹 집어넣은 것 같은, 와 큰일 났다 싶은 거야. 진짜."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5시 비행기를 확인해보니, 조봉행은 탑승자 명단에 조차 없었어. 조봉행이 강신구 씨를 속인 걸까? 그런데 그 때, 강신구 씨가 전화를 들었어.

"아이 형님! 늦으면 늦는다고 미리 연락을 줘야지!"

조봉행에게서 연락이 온 걸까? 아니야. 사실, 조봉행에겐 연락이 오지 않았어. 강신구 씨가 전화가 온 척 연기를 한 거야. 어떻게든 브라질 경찰을 붙잡아 두려고. 다행히 브라질 경찰은 강신구 씨의 말을 믿어줬어.

"그 비행기 행선표라고 그러나요. 돌아가는 거 있잖아요. 거기에 보니까 다음에 1시간 이내로 비행기 하나 더 들어오는 게 딱 뜨더라고. 그거는 꼭 보고 싶더라고요. 무슨 일이 있어도."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다음 비행기가 도착하기 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시간이 점점 들어들고, 그리고 마침내 입국장 문이 열렸어. 과연 조봉행, 정말 그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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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벗어나지 말라니까. 까치발 들고 넘어로 보고 있는데, 아는 얼굴이 하나가 싹 지나가는 거예요. 조봉행이 면세점 구역에서. 얼마나 반가운지 진짜,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살아 왔어도 그렇게는 안 반가웠을 거야."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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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제 됐다. 그 순간에 막 어려웠던, 시련이 있었던 그런 시기들이 막 주마등처럼 스쳐 가면서 그냥 눈물이 날라고 하더라니까. 그게 잡아야 되는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반가운 거 있잖아요."
-김 요원(가명), 국가정보원 요원

강신구 씨가 한달음에 달려가 조봉행과 악수를 하는 순간, 뜻밖의 상황이 펼쳐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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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연방경찰이 조봉행 뿐만 아니라 강신구 씨와 김 요원까지 제압해 수감을 채워. 그리고 함께 연행해.

"체포 이후에도 중요한 게 우리 강신구의 신변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끝까지 조봉행을 속여야 되니까. 그래서 저도 강신구 씨하고 같이 현장에서 체포가 됐죠. 그래서 머그샷도 찍고. 그리고 한참 흘렀는데 풀어줄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나까지 구속시키려고 그러나?' 별생각이 다 들었다니까요. 그래서 한참 고민을 하고 있는데, 우리 브라질 요원하고 연방 경찰이 나타나서 함께 나올 수가 있었죠."
-김 요원(가명), 국가정보원 요원

결국 조봉행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끝까지 알지 못했다고 해. 김 요원이 그를 추적한지 약 5년, 그리고 강신구 씨와 비밀 작전을 수행한지 2년 만에 드디어 조봉행을 잡은 거야.

"인과응보다. 그런 생각을 했죠. 범죄를 하면 결국 잡힌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요원(가명), 국가정보원 요원

▲ 조봉행 검거,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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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조봉행을 대한민국 법정에 세우는 일만 남았어. 약 2년 간의 브라질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송환되던 날, 조봉행은 어떤 표정이었을까? 당시 호송을 담당했던 검찰 수사관에게 직접 들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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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행이 처음에 체포되어서 브라질 교도소에 수용이 됐는데 조그마한 방에 한 4~50명이 있었답니다. 일주일간 거기서 지냈는데 발도 못 뻗고 잘 때도 앞사람 등에다가 머리를 이렇게 기대가지고 자고. 그래서 교도관들을 자기가 매수를 해 가지고 그 이후로부터는 한국으로 송환될 때까지 교도소 내에서는 마음 놓고 돌아다니고, 또 교도관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인기가 좋았답니다."
-김진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직범죄수사과장

심지어 조봉행은 "저는 수리남 사람입니다! 재판을 받아도 수리남에서 받겠습니다!"라고 주장했어. 지난 1995년, 조봉행이 수리남 국적을 취득했다는 거야. 조봉행 여권을 확인해 보니, 수리남 정부가 발급한 여권이 맞아. 원칙적으로 형사법은 국가 주권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국외범은 처벌이 불가능해. 그럼 조봉행을 이대로 수리남으로 보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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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행은 냉철해요. 냉철하게 판단하고 법률적 지식도 상당해요. 조봉행이 그런 스타일이죠. 범행 시점에 외국인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마땅히 적용할 수 있는 법이 없는 거 예요. 근데 마약 사건은 해당하지 않거든요 형법에. 불법 거래 방지 특례법이 적용됐기 때문에 외국인의 국외범도 처벌할 수 있었던 거예요. 모든 것을 털어 놓고 용서를 빌고 했으면 좋았을 건데, 질적으로 아주 나쁜 거죠."
-도춘성,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직범죄수사과장

대한민국은 마약류 불법거래방지를 위한 UN 협약의 당사국이야. 그래서 마약 제조 및 매매의 경우, 대한민국 밖에서 죄를 범한 외국인에게도 처벌을 할 수 있어. 게다가 그가 지금까지 전 세계로 유통시킨 코카인 수 천kg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야. 근데 수리남? 어림도 없지.

그럼 재판에 기소된 조봉행의 밀수 규모는 총 얼마였을까? 48.5kg. 물론 이것도 적은 양은 아니야. 당시 국내 코카인 밀수 중 최대 규모였대. 근데 재판에 기소된 양이 왜 이렇게 적어진 걸까? 대부분 해외에서 벌어진 일이라 증거가 없어. 결국 조봉행에게 적용된 혐의는 단 두 건 뿐이었어. 이 두 건에는 명백한 증거가 존재했거든. 어쩌면 이미 너도 아는 이야기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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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 주연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이야. 마약 운반 혐의로 프랑스 교도소에 수감된 한국인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야.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이 조봉행 조직의 피해자였다는 거야. 조봉행 조직은 원석을 운반하는 일이라고 속이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이용했어. 당시 마약운반책이 된 30대 최 씨는 겨우 3살 된 딸을 둔 평범한 주부였다고 해.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제작하면서, 주부 최 씨를 직접 만났던 방은진 감독은 아직도 그녀의 이 한 마디를 잊을 수 없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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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명확히 기억하는 건, 주부 최 씨가 그랬어요. 겨울이 다가오는데 딸한테 패딩 잠바 하나 사주고 싶어 가지고 그랬다고. 패딩 잠바 그거 하나 얼마겠어요? 근데 그때 당시에 남편이 빚보증 선 걸로 제가 알고 있는데, 그래서 하루아침에 뭐 월세 뭐 이런 데로 전전하게 될 수밖에 없었고. (원석 운반 제안에 대해) 고민은 많이 했을 것 같아요."
-방은진, 영화 감독

이후 프랑스령 외딴 섬에서 2년여간 끔찍한 옥살이를 하면서 최 씨는 매일 가족들에게 편지를 썼어. 실제 그녀의 편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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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딸! 엄마야. 유치원 잘 다니고 있지? 밥 많이 먹고 우유도 많이 먹고 해야해. 엄마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까 끝나는 대로 갈게. 울지 말고 친구들하고 싸우면 안 돼. 친구들이 엄마 어디갔냐고 하면 공부하러 프랑스란 나라에 갔다고 해. 다음에는 예쁜 스티커 붙여서 보낼게. 우리 딸 너무너무 많이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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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하고 너무너무 내가 죄인인 것 같고. 그 시간을 견딘다는 것, 그것도 굉장히 낯선 나라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있는 건. 2년이 20년이 아니라 200년처럼 느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방은진, 영화 감독

근데 이런 피해자가 한 둘이 아니야. 당시 최 씨와 함께 검거된 조봉행의 조직원에게서 한국인 여권이 100개도 넘게 발견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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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행은 한마디로 돈을 위해서는 동포, 조국도 배반하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연들이라든가 전혀 생각지 않잖아요.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거죠. 돈을 벌기 위한. 이득을 취득하기 위한 도구로서 다 이용한 거죠."
-도춘성,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직범죄수사과장

그럼 조봉행에겐 어떤 판결이 내려졌을까?

"주문, 피고인을 징역 10년 및 벌금 1억원에 처한다."
-판결문 中

2004년과 2005년 주부 최 씨를 포함해 조봉행의 마약운반책으로 이용된 피해자들이 현지 경찰들에게 검거됐어. 그때 압수된 마약 총 48.5kg. 이 두 건의 혐의만 받아들여져서 조봉행에게 10년형이 선고된 거야. 2012년 3월, 조봉행의 형은 이대로 확정이 됐어.

"형량이 정말 불공평하잖아요. 수많은 사람의 가정이 파괴되고 검거되지 않은 것까지 고려하면 형량이 매우 적은 거죠."

-도춘성,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직범죄수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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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좀 형이 적게 나왔습니다. 한국인 피해자들이 받은 고통에 비하면 형량이 다소 낮지 않았나 해서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김진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직범죄수사과장

그 후 2022년 드라마 '수리남'이 공개되고 항간에 이런 얘기 떠돌았어. "10년 형을 마친 조봉행이 수리남으로 돌아갔다", "또 다시 마약밀매로 큰 돈을 벌고 있다"라고. 이 소문들, 사실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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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교도소에서 병사했다고 그러더라고요. 어차피 그렇게 갈 걸 왜 그 많은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고 부끄러운 아버지가 됐잖아요. 어디 가서 내놓을 수 없는. 그렇게까지 살 이유가 있었을까요? 얼마나 부귀영화 누리겠다고."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마약왕 조봉행의 최후야.

▲ 비밀작전이 남긴 것

근데 궁금하지 않아? 마약왕 검거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일등공신, 강신구 씨.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보상을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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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밥이나 한 끼 먹자 그래서 나갔더니, (포상금) 봉투를 하나 주더라고요. 불과 작년 추석 때까지 선물세트가 왔어요 집으로. 보낸 사람 없는 선물세트가. 그것도 좀 고급 선물세트 이런 종류로. (김 요원 쪽)거기서 보낸 거죠. 그런 사이로 지내요."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강신구 씨와 김 요원, 오랜만에 만났어. 반갑게 포옹한 두 사람은 맥주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었어.

꼬꼬무 찐리뷰

"조봉행이 브라질 교도소에서 2년인가 살다 왔잖아요. 송환되고 난 다음에 서울구치소에 있었거든요. 그때까지 내가 이거를 작전을 한 거를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때까지도 눈치를 못 채고, 진짜 내가 어떻게 구제해 줄 것처럼 되게 반가워하는 거야. 제가 나오면서 딱 한 마디 했어요. '야 내가 너보다 머리 더 좋아. 이 자식아'."
-강신구, 드라마 '수리남' 속 실제 주인공

강신구 씨는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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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구: "사실 저도 한순간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조봉행이 갖고 있던 인맥들이 다 제 것이 되고 하니까. '이걸(마약 밀매) 한번 해봐?'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어요. 그런데 거기에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그동안 나를 믿고 밀어주던 형님도 생각나고 그 다음으로, 우리 가족도 생각나고, 못 하겠더라고."

김 요원: "네가 얘기한 것 중에 참 감동스러운 게 뭐냐면, '내 자식들한테, 가족들한테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겠다' 그 말을 나는 완전히 믿었지. 믿고 든든했지 그 말이. 나는 동생 하나 얻은 기분이었지.

강신구: "제가 형이 없거든요. 그래서 의지가 많이 되고 나를 사선에서 꺼내주신 분이라 감사도 하고. 그냥 형처럼, 사는 동안은 알고 지내고 싶고 가끔 문뜩 생각나면 전화해서 '소주 한잔하시죠' 그럴 수 있는."

김 요원: "그럼. 나도 동생이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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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지금까지도 친형제처럼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 강신구 씨는 포상금 봉투 보다 김 요원의 마음이 더 고마웠다고 해.

이번에 '꼬꼬무'가 수리남 현지를 취재하며 알게 된 반전이 있어. 조봉행이 마약 밀매에 뛰어든 건 돈 때문이었잖아? 엄청난 돈을 벌어 고급 주택에 살며 막대한 부를 누리며 살았을 거 같지? 근데 사실 조봉행은 남루한 차림에 매 끼니를 걱정하며 어렵게 살았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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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먹을 것도 없고 진짜 어렵게 생활했거든요. 고추장, 된장, 김치 이런 게 필요하니까 제가 좀 갖다주고, 제 아내가 또 갖다주고 그랬습니다."
-고석목, 수리남 한인회장

마약 밀매로 큰 돈을 벌 때마다 더 많은 돈을 탐내며 도박에 올인했다고 해. 어쩌면 마약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닐까? 절대 채워질 수 없는, 어리석은 욕망.

드라마 '수리남'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은 강신구 씨와 조봉행이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말했어. 두 사람 모두 비상한 배포와 남다른 사업수완을 갖췄지. 그 재능을 바탕으로 위험천만한 일에 뛰어들기도 했어. 그럼 두 사람의 결정적 차이는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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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선'. 만약 강신구 씨가 김 요원을 배신하고 조봉행과 손을 잡았다면, 그는 더 큰 돈을 손에 쥐었을 지도 몰라. 하지만 끝까지 이 '선'을 넘지 않았지. 어쩌면 이 '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2026년의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일인 것 같아. 마약, 보이스 피싱, 로맨스 스캠, 온라인도박.. 전 세계 범죄조직들이 대한민국을 향해 검은 마수를 뻗치고 있는 지금, 김 요원이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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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국제 범죄가 과거에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이었다면 점차 디지털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국정원에서 여러 정보 채널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해서 지금 대처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국민들한테 국정원에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안심 하시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꼭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김 요원(가명), 국가정보원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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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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