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성균이 두 번째 영화만에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살인범 연기를 해 냈다.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하정우의 오른팔 역할을 묵직하게 해 낸 단발머리 김성균이 당시 '과한 칭찬'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웃사람'(22일 개봉)을 보고 조금은 그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듯 하다.
'이웃사람'은 같은 맨션에 살고 있는 연쇄 살인마와 그에게 살해당한 한 소녀, 그리고 연쇄 살인마의 존재를 눈치챈 이웃사람들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 영화 속 김성균은 원양어선 선원 승혁 역을 불안하면서도 섬뜩한 눈빛과 간담 서늘한 분위기로 관객들을 숨 조이게 만든다.
실제 그는 두 아이의 아빠. 아이들을 '복덩이'라 부르며 애정을 과시하는 그가 아무리 연기라지만 연약한 아이 김새론을 납치하고 몹쓸 짓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터. 김성균은 "최대한 캐릭터에 안 빠지려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하정우에게 살인범 연기에 대한 조언을 듣고 씩씩하고 밝은 김새론에게 오히려(?) 기대갔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김성균의 화려한 배우 인생이 펼쳐지고 있다.
- 건달한데 한없이 맞는 살인범, 인상적이다.
▲ 한없이 나약하게 만드는 캐릭터로 의도는 했는데, 그래도 살인범인데 관객들이 기대하는 살인범이 있을텐데 '그걸 너무 벗어났나?'란 걱정이 들긴 하더라.
- 후반부에서는 급박한 장면에서 웃음이 터진다.
▲ 안도의 웃음인 것 같다. 사람들이 웃어서 깜짝 놀라기는 했다. 막판에 짐승 같은 모습을 한 번 보여주려고 했는데 그 장면에서 웃음이 터지니. 어쨌든 캐릭터가 안 되 보이거나 불쌍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찌질하고 맥도 못추는 애가 정말 우리의 소중한 아이를 헤치는 게 더 끔찍하고 더 분노스러울 수 있다는 느낌으로 표현해보고 싶기는 했다.
- 단 두 작품만에 살인범 역을 했다. 부담이 됐을텐데.
▲ 한 번은 꼭 하고 싶었는데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고싶다, 잘 해내야지란 의욕이 있었는데 잘못하면 길에서 돌 맞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도 들더라. 또 애들이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걱정도 되고.
- 절친인 하정우가 이미 '추격자'에서 살인범 연기를 한 적이 있는데, 충고 같은 것을 받지 않았나?
▲ '절대 너를 살인범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사람을 해칠 때도 사람을 죽인다고 생각하지 마라. 일상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라. 사과 나무의 사과를 따듯이, 농부가 농사를 짓듯이'라고 하시더라. 형은 접근법이 기발하다. 천재적인 것 같다.
- 살인범을 알려주고 시작하는 영화다.
▲ 살인범이란 걸 알려주는 것으로 인해서 '살인범처럼 연기해야 하나?', '괴기스럽고 묵직한 목소리톤으로 중저음을 깔면서 무게감 있게 해야하나?', 아니면 '생활형 살인범'으로 해야 하나 고민했다. 아이를 끔찍하게 죽이는 장면이 직접적으로는 없고 피가 낭자한 장면도 없으니 더 살인범처럼 연기해야 하나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 살인범을 연기하는 배우가 정신과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 '이웃사람' 같은 비슷한 사건이나 상황을 뉴스로 접하면 밤에 심장이 벌렁벌렁 거려 잠을 잘 수가 없더라. 깊이 생각하게 되고, 영화 캐릭터에 대입해 '내가 방에서도 그랬겠지? 피도 나왔을 텐데'란 생각이 저절로 드는데 너무 힘들더라. 상담까지 받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너무 깊이 파고 들어가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도 내가 고민하는 것을 보고 '그렇게까지 깊이 들어가지는 말아라'고 하시더라.
- 동네 수상한 아저씨들을 연기에 참고했다고?
▲ 그 분들이랑 대화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꼭 막걸리를 슈퍼 앞에서 마신다던가 하는 공통점이 있더라. 그리고 비호감이어야 했다. 멋있다거나 분장과 의상이 깨끗해서는 안 됐다. 얼마나 더러웠는지 임하룡 선배가 밥먹을 때 '내 옆에 있지마라 기분 나쁘다'고 하셨었다. 하하.
- 첫 영화에서는 마동석을 때렸는데, 이번에는 많이 맞는다. 어땠나?
▲ 동석 선배의 타격은 묵직하면서도 속 깊은 울림이 있다. 마치 내가 큰 북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힘이 좋으시더라. 하지만 크게 맞은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두 번째 호흡이라 마동석이 의지가 됐을 것 같은데?) 의지가 많이 됐다. 마치 모르는 동네에 갔는데 아는 사람 만난 것 같은 느낌. 훈련소 갔는데 친구 만난 느낌이었다. 현장에서 편했다.

- 첫 작품에서 큰 호평을 받아 이번 작품에서 부담이 됐을텐데?
▲ 맞다. 첫 작품은 뭣도 모르고 마냥 신나서 칠렐레 팔렐레 했는데 두 번째에서는 본격적으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많이 되더라. '처음에는 잘하는 줄 알았는데 거품이었네'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촬영하면서 개인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많이 하는 편이다. '다시 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면 감독님이 '괜찮다. 넌 니를 너무 의심한다'고 하시더라.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너무 힘이 들어 걱정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더라.
- 여배우 김새론은 어떤가?
▲ 여배우 새론이는 놀 땐 놀고 할 땐 한다. 캐릭터 집중력과 몰입력이 상당하지만 컷 소리가 나면 달라진다. 현장에서 아주 발랄하고 꽃 같다. 내가 힘들어하고 새론이는 너무 밝았다. 그래서 의지가 됐다. 새론이한테 기대갔다.
- 촬영장에서 무섭고 그런 적은 없나?
▲ 세트장에 들어가면 기운이 안 좋다. 핏물이 세팅된거나 머리카락들이 뭉쳐져 있는 것들, 더미 시체를 쳐다보는데 머리가 막 찌릿하고 불쾌하더라. 더미 시체를 토막내 가방에 집어넣는 장면에서 뚜껑을 딱 닫고 '안봐야지, 안봐야지' 한다. 그런데 냄새도 이상하다. 게맛살 냄새가 난다.
- 집단 주인공 영화이긴 한데 배우들이 서로 만나는 장면이 별로 없다. 그래도 본인이 가장 여러 주인공들과 부딪히는 인물인데?
▲ 살인범인데 자꾸 우리 집 문을 두드린다. 롯데리아도 아니고. 하하. 매일 다른 선배들이 찾아오셨다. '아, 오늘은 장영남 선배 오시구나', 다른 날은 '아 오늘은 임하룡 선배 오시는구나', '내일은 새론이 오는 날이구나' 이러면서 손님맞이 준비를 했다. 우리 집 세트장이 구조가 좀 복잡한데 처음 오시는 선배들에게 '이 쪽이 더 빠르다'고 길을 안내해주며 집주인 노릇을 하기도 했다(웃음).
- 김새론을 납치하면서 하는 '괜찮아 괜찮아'란 대사가 더 소름돋게 한다.
▲ 촬영 하기전에 '납치를 하면서 뭔가 더 좋은 표현이 없을까?'라 고민하다가 문득 우리 아들 생각이나더라. 아들이 뭔가를 무서워하면 '괜찮아, 아빠 있잖아 괜찮아' 이러는 게 생각나서 연기했다. 새론이가 가벼워 한 손에 너무 '슉' 들어가 놀랐다. 그런데 새론이는 '삼촌 안 무서워?'이라면 '아니요, 왜 이렇게 깨끗해 지셨어요?' 이런다.
- '동네에 이런 이웃이 살았으면 좋겠다'라면?
▲ 동네에 술친구들이 살았으면 좋겠다. 배우들이 거의 강남에 사시니까(김성균 집은 강북). (이웃사람들과 친한 편인가?) 사실 이웃들은 내가 배우인지도 모른다. 자유롭게 마트도 막 다닌다. 그런데 마트 야채코너 총각이 날 보며 '씩' 웃더라.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웃는건지 아니면 알아보고 웃는건지 뭐 때문에 웃는건지는 모르겠다. 하하.
- 하반기 목표가 있다면?
▲ '이웃사람'이 잘 돼서 하반기 스케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예비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우선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왜 영화에서 이런 사건을 다루는지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이웃에 대해 많이 잊어버리고 사는 요즘, 주변 사람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이웃 어른들이 내 자식 네 자식 없이 아이들을 지켜주는 그런 사회였는데,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또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일깨우는 작품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이니까. 너그럽고 좋은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OSE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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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백승철 기자/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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