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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악프 2', 다시 프라다에 열광하듯…20년 만의 귀환은 '대환영'

작성 2026.04.29 15:08 수정 2026.04.29 16:44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작가 로런 와이스버거는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어시스턴트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의 원작이 된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썼다. 화려한 패션계에 발을 들인 패션 문외한 앤디는 악마 같은 편집장 미란다를 만나 좌충우돌하고, 일과 사랑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진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1편의 성공으로부터 무려 20년이 흘러 2편이 나왔다. 지난 8일 열렸던 내한 기자회견에서 메릴 스트립은 "이 영화의 후속편이 나오는데 왜 20년이 걸린 지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영화는 20년의 경과를 통해 언론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고, 그로 인한 대응과 타개책을 스토리 라인에 녹여냈다.

영화는 뉴욕 최고의 기자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시상식으로 시작한다. '뉴욕 뱅가드'의 베테랑 기자인 앤디는 탐사보도 부문 수상자로 호명된다. 이때 한 통의 문자가 날아오고 큰 충격에 휩싸인다. 연단에 오른 앤디는 방금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전 기자들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을 알리며 언론의 위기에 대해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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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는 기자로서 명예의 최정점에 오른 순간 실직자 신세가 된다. 이때 사회 초년생 당시의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패션 잡지 '런웨이'에서 스카웃 제의가 오고 악마 같은 편집장 미란다와 재회한다.

앤디는 위기에 처한 '런웨이'의 기획 에디터로 재입사하게 되고 자신만의 시선을 담은 피처 기사들을 쓴다. 그러나 미란다는 아무도 읽지 않는 기사라며 면박을 주고, 앤디는 자신의 입지를 확인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절대적 위치에서 막강한 권력을 발휘했던 미란다 역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쇄 매체였던 잡지는 디지털로 전환됐고, 매체 파워와 재정 상태도 예전 같지 않아 광고주들에게 휘둘리기 일쑤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언론 환경의 변화를 제시하며 저널리즘의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같은 환경 변화는 비단 미디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AI가 사람을 대처할지 모른다는 공통의 위기에 직면한 현 시대에 업계의 변화와 업무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저마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영화가 풀어내는 고민의 실타래가 단순하고 편의적으로 설계된 감은 있지만 환경 설정과 갈등 양상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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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오랜만에 귀환하는 속편의 특성상 추억을 소환하며 향수를 자극한다. 게다가 이 작품은 왕년의 용사 4인방이 모두 귀환해 반가움을 더한다. 메릴 스트립은 여전히 기품과 카리스마 넘치고, 앤 해서웨이는 멋지게 성장했다. 에밀리 블런트는 달라진 위상에도 변함없이 망가지며, 스탠리 투치는 예나 지금이나 우직하고 근사하다.

캐릭터를 패션으로 읽는 재미도 여전하다. 은발에 선글라스, 유니폼 같은 수트 스타일을 즐겨입는 미란다의 룩은 샤넬 디자이너 故 칼 라커펠트에서 영감을 받았다. 앤디는 박시한 자켓과 하이 웨이스트 팬츠 등 활동적인 출근룩으로 베테랑 기자로서의 성장을 보여줬다. '런웨이'의 운명을 짊어진 밀라노 패션 위크 출장에서는 두 사람 모두 화려한 파티룩을 선보이며 이야기와 패션 모두 정점을 찍는다.

영화의 제목에 등장하는 '프라다'는 성공과 욕망을 상징하는 고유명사다. 공교롭게도 이 브랜드는 위기를 기회로 삼은 흥미로운 역사가 있고, 남다른 헤리티지가 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는 등락을 반복하며 113년의 긴 역사를 이어왔다. 나일론 천(포코노)으로 명품 가방의 소재 부문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었고, 자매 브랜드 미우미우(MIU MIU)를 런칭하며 젊은 세대에게 '힙'한 브랜드라는 인식의 변화를 끌어냈다.

특히 코로나19로 명품 시장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시기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독창성과 실용성을 살린 제품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 과정을 보며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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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클래스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품 배우 메릴 스트립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다. 메릴 스트립이라는 배우가 주는 신뢰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시리즈를 격상시킨다. '악마'라 불리는 미란다는 여느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안타고니스트와는 다른 의미다. 그녀가 가진 사회적 권력과 캐릭터에 투영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표현이다. '프라다'는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업계 최전선에서도 흔들림 없는 지위와 명예를 지키고 있는 브랜드의 가치를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메릴 스트립이라는 배우를 통해 시리즈의 헤리티지를 확립했다. 1편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속편의 숙명 속에서 여전히 빛나는 가치는 메릴 스트립이라는 배우의 존재감과 아우라다. 메릴 스트립은 20년 전 자신이 창조한 미란다 프리슬리를 다시 한번 소환해 냈고, 변화하는 시대상 속에서 길들여지지 않으면서 나아가는 법을 보여줬다.

다소 전형적일 수 있는 캐릭터에 자신만의 색깔을 부여해 대체할 수 없게끔 만들어 버리는 것, 메릴 스트립은 그 어려운 걸 우아하고 기품 있게 해낸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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