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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Y] 더빙까지 잘하네…이병헌X이하늬 '킹 오브 킹스'에 두 번 놀란 이유

김지혜 기자 작성 2025.07.09 11:51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두 귀를 의심했다.

분명 이 배우들의 목소리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비슷한 듯 달랐다. 단, 며칠을 할애해 녹음한 수준이 아니었다. 안정된 발성과 대사처리, 신에 맞는 감정 연기까지 전문가의 그것과 다른 없는 것처럼 들렸다.

북미 시장에서 새 역사를 쓰고 모국인 한국에서 데뷔를 앞둔 토종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감독 장성호)가 화려한 더빙 캐스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병헌, 이하늬, 진선규, 차인표, 양동근, 장광, 권오중 등이 캐스팅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실존 인물과 성서 속 인물의 목소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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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문호 '찰스 디킨스'의 목소리를 맡은 이병헌은 안정감이 돋보였다. '킹 오브 킹스'는 찰스 디킨스가 막내아들 월터에게 2000년 전 성경 속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영화다. 극 중 디킨스는 성경에 문외한인 아들에게 2000년 전 세상을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마치 그 시대, 그 사건 속에 놓여있는 것 같은 생생함까지 전달해야 하는 이야기꾼으로 분했다.

이하늬와 진선규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이병헌은 아니다. 그러나 종교와 목소리 연기는 별개의 문제다. 배우가 이야기를 이해하고 캐릭터를 분석하는데 종교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병헌은 정제된 목소리로 차분하게 관객의 성서 여행을 안내한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으로 기독교인, 비기독교인 모두의 이해를 도우며,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다. 또한 디킨스는 아들 월터와의 교감이 중요한 역할이었다. 실제 또래의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아버지 이병헌'의 모습이 디킨스에 투영된 것 같은 인상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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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연출한 장성호 감독은 "이병헌은 비기독교인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하면서 보편적인 사랑의 이야기와 예수라는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하셔서 그 부분이 흥미로웠다"면서 "연기하는 동안에 캐릭터 해석하는 방식이 되게 재밌었다. 결국 아들과 뭔가 살짝씩 갈등을 주고받는 말장난 비슷한 감정 교류가 있는데 그런 호흡을 잘 찾아내시더라. 그런 지점이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디킨스의 아내 '캐서린' 역할을 맡은 이하늬는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전문 성우를 방불케 하는 안정감이 돋보였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는 주로 명량하고 활달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천방지축 아이를 보듬은 푸근한 엄마로 분했다. 특유의 저음을 단단하게 눌러 차분하게 발화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예수'로 분한 진선규의 목소리도 기대 이상이었다. 예수는 디킨스가 안내하는 성서 속 주인공이자 완전무결한 성자(聖子)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을 보듬는 인자함을 갖춘 인물이자 어떤 위기 상황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기에 격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배우로서 표현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는 정적인 캐릭터인 만큼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진선규는 특유의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활용해 "두려워하지 마라", "일어나라 때가 되었다"라는 예수의 희망과 믿음의 메시지를 울림 있게 전달했다.

'킹 오브 킹스'는 글로벌한 소구력을 지닌 성경에, 한국의 애니메이션 기술을 집약해 만든 역작이다. 모팩 스튜디오의 장성호 대표는 약 15년 간 이 작품을 준비했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 이 영화의 성공은 기획과 기술, 연출력 3박자가 떨어진 결과다. 지난 4월 북미에 개봉해 극장 매출 6000만 달러(약 815억 원)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로써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꺾고 할리우드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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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를 시작으로 유럽 등 약 40여 개국에 먼저 개봉한 영화는 약 3개월 만에 한국 영화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영화의 본고장인 미국보다 한국 시장이 오히려 도전에 가깝다. 기독교인들만을 위한 영화라는 시각과 소재의 확장성이 넓지 않아 상업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킹 오브 킹스' 제작진은 이 영화가 종교 영화가 아닌 가족 영화임을 강조했고, 사랑과 희망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에 방점을 찍었다고 자부했다. 기독교 영화가 넘쳐나는 북미 시장에서 성공한 것 역시 종교인과 비종교인을 아우르는 확장성과 이 영화만의 상업성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타 배우들로 더빙진을 구성한 것은 국내 개봉에 있어 극장의 문턱을 낮춰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작화와 CG, 촬영, 음악 등의 요소에서 국내 애니메이션 기술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킹 오브 킹스'는 오는 16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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