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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BIFF서 확인한 영화 배급업계 '지각변동'…세 과시와 눈치싸움

김지혜 기자 작성 2024.10.07 15:00 수정 2024.10.0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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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부산=김지혜 기자]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이자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다. 코로나19 이후 영화제 위용이 예전 같지 않다지만 여전히 한 해 제작된 국내외 주요 영화를 가장 빠르게 만날 수 있고, 아시아 영화의 동향과 국내 영화 산업의 지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이다.

국내 대표적인 투자·배급사와 제작사, 영화홍보사, 배우 기획사 등은 영화제 기간 중 여러 행사를 자체적으로 개최한다. 사업 계획 및 비전 발표, 동향 분석, 라인업 소개 등 다양한 명목으로 행사를 열고 자사의 위용을 과시하거나 내·외부적으로 의기투합의 시간을 갖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국내 5대 배급사의 지각변동과 동향, 그리고 수년 전부터 영화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OTT 업계의 행보에 시선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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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러스엠 '신흥 강자 위용'vsCJ ENM '악소문 딛고 글로벌화 선언'

국내 영화 투자배급업계는 오랜 기간 CJ ENM,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의 4강 구도를 구축해 왔다. 그러다 코로나19 기간 전후로 중앙그룹 산하 종합 콘텐츠 기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공격적인 투자와 인재 영입으로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2023년 천만 흥행작 '서울의 봄'과 2024년 천만 영화 '범죄도시4'를 잇따라 투자배급한 것에 힘입어 배급사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투자배급업계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부산영화제 기간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영화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홍정인 플러스엠 대표는 자사 투자배급영화인 '리볼버'와 '서울의 봄'이 작품상 포함 총 7개의 트로피를 휩쓴 부일영화상 시상식에 참석해 '꽃돌이'를 자처했다. 자사의 영화가 수상의 영예를 얻을 때마다 무대에 올라 수상자들에게 꽃을 전달하는 화기애애한 풍경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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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4일 밤에는 부산 달맞이길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플러스엠 X SLL의 밤'(PLUS M X SLL NIGHT) 행사를 열고 2025년 개봉작 및 제작에 돌입하는 라인업을 발표했다. 이 자리는 플러스엠의 투자배급 영화뿐만 아니라 SLL(중앙그룹 산하의 드라마, 영화, 예능 콘텐츠 제작사)의 예능, 시리즈 라인업까지 공개하며 콘텐츠 공룡으로서의 면모를 뽐냈다.

영화 부문에서는 나홍진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호프'와 마동석 제작 및 주연의 '돼지골'을 필두로 '얼굴'(감독 연상호), '파반느'(감독 이종필), '칼: 고두막한의 검'(감독 김한민), '야당'(감독 황병국), '열대야'(감독 김판수), '백수아파트'(감독 이루다), '프로젝트Y'(감독 이환) 등을 라인업에 넣었다. 이 자리에는 스타 감독과 배우, 제작자 등 영화계 인사 약 1천여 명이 방문해 잔칫집 분위기를 제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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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다 최근 몇 년간 주춤하는 모습을 보인 CJ ENM 역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여러 행사를 열며 건재를 과시하고자 했다.

CJ ENM은 최근 '베테랑2'가 700만 돌파에 성공하며 상반기 부진을 회복하고 있으며, 오는 12월 기대작 '하얼빈'의 개봉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 상반기 잇따라 부진의 늪에 허덕이자 "CJ가 영화 사업을 접는다"는 흉흉한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년 투자를 결정한 신작이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 한 편이고, 개봉이 확정된 신작도 이상근 감독의 '악마가 이사왔다' 뿐이다.

4일 오전에 'CJ Movie Forum'(CJ 무비 포럼) 행사를 열어 향후 사업 계획과 비전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행사는 "알맹이가 없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연간 1조 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사용 계획이 빠져있어 슬로건 발표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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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마지막 세션인 '글로벌 토크'에서는 CJ ENM 고경범 영화사업부문장과 신진 크리에이터 유재선, 한준희, 전고운 감독을 초청해 K콘텐츠 매력 탐구와 글로벌 진출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세 감독과 CJ ENM의 현재 접점이 없어 막연한 이야기만 오간 데다 CJ ENM의 글로벌 프로젝트와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부고니아'에 대한 소개도 짧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어 5일에는 'CJ의 밤'을 열어 CJ의 역대 흥행작과 '기생충' 신화를 되짚었고 '영광의 시간'을 함께 보낸 봉준호, 박찬욱 감독 등의 인사말을 공개했다. 라인업 발표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와 이상근 감독의 '악마가 이사왔다'를 소개돼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해마다 가장 많은 영화를 투자배급해 왔던 CJ ENM의 빈약한 라인업을 보며 현재의 신중한 행보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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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속 차린 쇼박스-롯데&NEW, 조용한 관망

플러스엠, CJ ENM과 달리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사실상 건너뛰었다. 회사의 대표와 고위 간부들은 대부분 부산을 방문하지 않았고, 홍보팀도 최소한의 인원만 파견했다.

쇼박스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별도의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렸고, 롯데와 NEW도 "라인업 발표 등의 이슈가 없다"고 전했다. 외부에 보여주기식 행사를 지양하고 내실 있게 내년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쇼박스는 올 상반기 '파묘'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고, 하반기 국산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으로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실속을 차렸다. 그러나 하반기 개봉이 확정된 영화는 박신양 주연의 오컬트 영화 '사흘'(감독 현문섭) 뿐이다. 촬영을 마친 영화는 몇 편 있지만 내년 라인업은 미확정이다.

'파일럿'으로 올여름 텐트폴 시장에서 470만 흥행에 성공한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 '거룩한 밤'(감독 임대희),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 '부활남'(감독 백종열)을 내년 라인업으로 확정하고 개봉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NEW의 경우 순제작비 50억 원을 투입한 '핸섬가이즈'가 177만 흥행에 성공하며 중·저예산 영화의 흥행 신화를 썼지만 상반기 '설계자', 하반기 '행복의 나라'의 흥행 참패가 뼈아팠다. 내년 라인업의 경우 후반 작업 중인 영화를 중심으로 신중히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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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막작 이슈' 넷플릭스, 영화계 또 긴장시켰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전반부 모든 이슈는 넷플릭스의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제 개막 전후로 개막작 '전,란'에 대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다. 영화제 29년 역사에 처음으로 OTT 영화가 개막작에 선정되자 영화계에서는 "아무리 OTT가 대세라고 하더라도 영화제만큼은 극장 영화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창구 역할을 하길 바랐다"며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언론 역시 '전,란'의 개막작 선정 기준을 두고 영화제 측에 집중 질문을 던졌지만 영화제 측이 이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영화제 측은 "재미와 대중성을 중점에 두고 선택했다"고 답하면서도 "독립영화를 우선하는 영화제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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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영화가 공개되고 나자 넷플릭스를 향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기술적 요소가 돋보이는 '전,란'은 극장 최적화 영화처럼 보이지만 대중들은 TV화면과 모바일로만 만날 수 있다. 영화제 상영 후 "극장에서 봤기에 영화적 재미가 극대화된 경우라 작은 화면으로 본다면 그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나왔다. 향후 극장 상영 가능성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극장 상영은 번외"라는 말로 선을 그었다. '전,란'을 스크린에서 보는 경험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한편, 넷플릭스는 4일 오후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한국영화' 행사를 통해 2025년 공개할 7편의 오리지널 영화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계시록'의 연상호 감독, '고백의 역사'의 남궁선 감독, '​굿뉴스'의 변성현 감독, '대홍수'의 김병우 감독, '사마귀'의 이태성 감독, '이 별에 필요한'의 한지원 감독, '84제곱미터'의 김태준 감독이 직접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는 메뉴판만 슬쩍 보여준 타사들과 달리 가장 구체적인 배급 라인업을 제시했다. 또한 창작자들을 직접 불러 소개할 만큼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특히 2025년 라인업은 장르와 사이즈의 다양화로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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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한국 영화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태원 디렉터는 "내년에는 두 달에 한 편 꼴로 신작 영화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계시록', '고백의 역사', '대홍수', '이 별에 필요한', '84제곱미터'가 후반 작업 중이고, '​굿뉴스', '사마귀'는 촬영 중이다. 신작의 개봉 순서는 후반 작업 상황을 봐가며 정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행사에 대해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만든 영화들을 극장에서 상영한다면 관객들이 1만 5천 원을 내고 보겠느냐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라면서 "여전히 경쟁력과 퀄리티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다"는 말로 견제의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한국 영화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매년 5~10여 편의 오리지널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는 행보를 보고도 안일하고 편협한 생각에 갇혀 있는 인식이 더 우려스럽게 여겨졌다.

넷플릭스는 오는 10월 11일 '전,란'을 먼저 공개하고 신작 7편을 내년에 순차적으로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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