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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파괴왕' 주호민, 이번엔 다르다…'신과함께' 비하인드

김지혜 기자 작성 2017.12.23 09:16 수정 2017.12.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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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웹툰 '신과함께'를 집필하며 최고의 작가로 자리매김한 주호민에게는 독특한 별명이 있다.

'파괴왕'

이 별명은 작품의 이야기나 메시지, 집필 방식 때문에 붙은 것이 아니다. 주호민 작가의 발자취와 발언이 낳은 뜻밖의 결과에서 비롯됐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던 그의 학과가 사라지고, 아르바이트했던 해외 대형마트가 국내에서 철수했으며, 작품을 연재했던 포털 사이트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승승장구하던 예능 프로그램은 그가 출연한 후 폐지됐고, 청와대 방문 이후엔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이밖에도 차고 넘치는 동종 사례가 생겨나자 그가 발을 닿거나 언급을 하면 "모두 파괴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펠레의 법칙'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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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신과함께'의 개봉을 앞두고 한 방송에 출연한 주호민 작가는 각 편 800만 명씩, 2편 통틀어 총 1,600만 관객 동원을 예상했다. 팬들은 또 한 번 긴장했다. '파괴왕' 역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법칙은 영화의 흥행 결과와 함께 깨질 것으로 보인다.

'신과함께'(감독 김용화, 제작 덱스터 스튜디오·리얼라이즈 픽처스)가 개봉 3일 만에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강철비', '스타워즈-라스트 제다이' 등의 대작이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작들을 3~5배까지 따돌리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박스오피스 1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호민 작가로서는 이례적인 '예언일치' 사례다. 물론 이 결과는 운이 아니다. '신과함께' 제작진은 총 6년의 제작 기간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모두 불가능할 것이라 말했던 도전을 성공으로 바꿔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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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고도 험난했던 '신과함께'의 영화화

영화제작사 리얼라이즈 픽처스는 2012년 웹툰 '신과함께'의 판권을 구입하며 드라마, 영화 동시 제작을 공표했다. 저승과 이승으로 이어지는 방대한 원작을 드라마로 옮기는 시도까지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 제작은 우려를 샀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각색하는 것은 물론이고, 저승의 시각화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작에 돌입하자 감독을 구하는 것부터 각색 그리고 CG 문제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리얼라이즈픽처스의 원동연 대표는 '가족의 탄생', '만추'를 만든 바 있는 김태용 감독과 손잡고 영화화를 시도했다. 개성이 강한 작가주의 감독답게 원작과 완전히 다른 각색고가 나왔다. 결국, 제작 과정에서의 이견으로 김태용은 하차했다. 원동연 감독은 '미녀는 괴로워'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김용화 감독에게 러브콜했다. 이미 "영화화가 어려울 것 같다"며 가장 먼저 연출 제안을 고사한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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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돌아온 시나리오를 두고 김용화 감독은 재고에 들어갔다. 그리고 "1,2편을 동시에 제작해야 한다"라는 제안을 했고,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의 모험이 시작됐다.

동시 제작 및 촬영을 감행한 이유에 대해 김용화 감독은 "원작 자체가 저승과 이승 편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스토리이기 때문에 한 흐름으로 촬영을 해야 했다. 게다가 스케줄을 조율하기 어려운 톱스타를 1~2년 후에 다시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VFX(Visual FX: 시각적인 특수효과)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속성을 띤 작업이 훨씬 효율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작 웹툰은 저승편, 이승편, 신화편 3부작 구성이다. 영화는 저승편을 다룬 '신과함께-죄와 벌'이 1편, 이승과 신화편을 합친 '신과함께-인과 연'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흥행 결과에 따라 진기한 변호사의 탄생을 다룬 3편의 제작 가능성도 열려있다. 

동시 기획을 공표했던 드라마 역시 가시화된다. 덱스터 스튜디오의 최지선 PD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리얼라이즈 픽처스와 덱스터 스튜디오가 공동 제작에 돌입한다. 드라마는 저승이 중심이 된 스토리로 감독과 배우는 모두 드라마에 맞춰 새롭게 짜여질 예정이다. 2부가 개봉하는 내년 여름 드라마도 제작에 들어갈 계획이며, 현재 준비 중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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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고에 이른 대본…강림·진기한을 합치고 수홍을 만들고

영국의 작가 줄리언 반스는 자신의 책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에게 "영화는 책을 배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버리라는 게 아니라 다른 매체로 재탄생할 때는 창작자만의 색깔이 투영되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리얼라이즈 픽처스의 각본고는 김태용 감독과 만나면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됐다. 저승이 배경이라는 얼개만 있을 뿐 독자들이 사랑한 진기한, 강림, 자홍 모두 사라진 버전이었다. 이 시나리오는 김용화 감독의 손에 다시 들어오기까지 30고가 가까이 수정됐다. 

김용화 감독의 고민 역시 각색이었다. 그는 트리트먼트를 6개월에 걸쳐 썼지만 시나리오는 2고를 최종본으로 완성했다. 각색의 방향에 대해 김용화 감독은 "원작의 좋은 부분은 반드시 살린다. 7개의 지옥과 7번의 재판이 영화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고, 캐릭터의 경우 약간의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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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든, 웹툰이든 영상 예술인 영화와 만나면 완전히 다른 방식의 작업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독자에게는 콘텐츠를 음미하고 곱씹을 시간이 유한하지만, 관객에게는 두 시간 내외로 이야기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고 재미를 줘야 한다.

김용화 감독은 강림을 중심으로 한 저승 삼차사(강림, 해원맥, 덕축) 캐릭터에 힘을 실었다. 각색 단계에서 생각한 이야기 틀은 '삼차사는 괴로워'였다. 그만큼 1부인 저승 편에서 삼차사 캐릭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원작에서 진기한 캐릭터의 역할과 존재감을 알고 있지만, 선택과 집중 자원에서 강림(하정우)에게 진기한의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자홍(차태현)의 직업이 회사원에서 소방관으로 바꾼 선택은 "직업이 중요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물이 내포한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버전의 시나리오에서 가져온 유일한 설정은 원작의 자홍과 창조된 캐릭터 수홍(김동욱)의 연결이었다. 이 설정은 김용화만의 가족 드라마 축조의 중요한 기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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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 지옥의 완성…덱스터가 아니었다면

영화 '신과함께'의 가장 큰 숙제는 시각적인 구현이었다. 저승이라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세계에서 배우들을 뛰놀게 하려면 실감 나는 공간 창조가 필요했다. 살인지옥(화탕영도), 나태지옥(삼도천), 거짓지옥(검수림), 불의지옥(한빙협곡), 배신지옥(백염광야), 폭력지옥(진공심혈), 천륜지옥(천고사막)에 이르는 일곱 지옥의 시각화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에 가까웠다.

김용화 감독은 2013년 '미스터 고'를 만들면서 VFX 기업 덱스터 스튜디오를 창립했다. 그러나 고릴라 크리쳐에만 집중하면 됐던 전작과 달리 대부분의 공간을 VFX로 만들어야 했던 '신과함께'는 도전 중의 도전이었다. VFX샷은 약 2,200개에 달했다. 키컷 아티스트들이 지옥의 모습을 그리면 그것을 바탕으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입체감을 더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불, 물, 철, 얼음, 거울, 중력, 모래 총 7개의 자연 물성을 차용했고 여기에 화산과 폭포, 사막까지 대자연의 압도적인 풍광을 완성하기 위해 실제 사막을 다녀오는 등 준비 과정부터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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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올해 초 1,2편의 촬영을 마쳤고, 1편 개봉은 여름으로 예정돼 있었다. CG 작업에 손이 모자랐던 김용화 감독은 일부 작업을 외주에 맡겼다가 기대 이하의 결과물을 받았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김용화 감독은 "아차 싶었다. 손이 모자라고 시간이 빠듯해도 우리가 해야겠다고 느끼는 계기가 됐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었을 테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배우들은 그린 매트 위에서 1년간 촬영에 매진했다. 대부분 첫 경험이었다. 그린 매트에 올라 낯선 세계를 상상하며 보이지 않은 적과 싸우는 것은 베테랑 배우에게도 고역이었다. 무엇보다 불안과의 싸움이었다. CG가 과연 성공적일 것일까.

그 불안은 언론시사회에서야 해소됐다. 강림 역의 하정우는 "해외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기술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촬영장에서 허공에 칼질하던 보람을 느낀다"고 만족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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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자 주호민의 인정 "폭풍 눈물 구간 주의"

'신과함께-죄와 벌'의 제작보고회가 있던 지난달 14일. 같은 날 저녁에는 영화의 주역과 원작자 주호민 작가가 함께하는 라이브톡이 진행됐다. 애초 주 작가는 이 행사의 참석을 고사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작품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만큼 원작자는 영화 '신과함께'에 대해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영화가 기대보다 못 나왔을 경우 실망할 독자들의 반응이 누구보다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주호민 작가는 개봉 이틀 전인 지난 18일, VIP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첫 관람했다. 이날 공개된 영화가 개봉 전 최종 편집본이었다. 가장 완벽한 결과물을 확인하고 싶은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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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람 후 주호민 작가는 자신의 SNS에 “어제 '신과함께-죄와 벌'을 보았습니다. 한순간도 지루함이 없었고, 진기한 변호사의 부재는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라며 “폭풍눈물 구간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원작의 폭풍눈물 구간과 같습니다) 멋진 영화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제작진이 그토록 바라던 원작자의 인정이었다. 주호민 작가는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준 제작진에게 보답의 의미로 웹툰 포스터를 그려 선물했다. 

김용화 감독은 "주호민 작가뿐만 아니라 같은 분야의 일을 하시는 아내(한수자)분까지 너무 좋아하셨다고 하더라. 주호민 작가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조심스럽고 예민했을 것이다. 수백만 독자를 거느린 작품을 영화화한 것이고, 웹툰의 정수는 갖고 왔다고는 하지만 원작자가 보기에 벗어났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솔직하게 평가를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올리신 글을 보면서 우리 모두 축제 분위기였다. 제작진에게 고맙다고 했지만 우리가 원작자에게 감사할 일이다. 그분의 작품에 영감을 많아 여기까지 왔으니까."라고 고마워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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