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칸영화제 감독상에 빛나는 영화 '블랙 볼'이 제16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됐다.
'블랙 볼'은 2026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스페인의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작으로 선정되며,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입증한 작품이다. 하비에르 칼보, 하비에르 암브로시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으며, 1932년과 1937년, 그리고 2017년을 오가며 서로 연결된 세 게이 남성의 삶을 따라간다.
스페인 국민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1936년 총살당하기 전 남긴 미완성 원고에서 출발한 '블랙 볼'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후, "놀라운 천재성이 빚어낸, 가슴 미어지는 작품"(IndieWire), "동시대의 팝 감각과 고전적 영화 작법의 눈부신 결합"(The Hollywood Reporter), "정교하고 애정 어린 디테일로 가득하며, 확신에 차 있다"(The Guardian) 등 한 세기를 가로지르는 야심과 섬세한 감정을 동시에 담아냈다고 평단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블랙 볼'의 출발점은 한 편의 미완성 원고다.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는 '피의 혼례',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쓴 스페인의 국민시인이자 극작가다. 그는 1936년 스페인 내전이 발발한 직후 고향 그라나다 인근에서 총살당했고, 시신은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가 남긴 마지막 작업 가운데 하나가 단 네 쪽에서 멈춘 원고 '블랙 볼'이었다. 영화는 이 원고에 극작가 알베르토 코네헤로의 희곡 '어두운 돌'(La piedra oscura)을 겹쳐, 시인이 남기고 간 자리를 90년 만에 이어 쓴다. '블랙 볼'은 사교 클럽의 가입 심사에서 반대표로 던지는 검은 공을 뜻한다. 한 젊은 남성이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공동체로부터 퇴짜 맞는 순간, 그 검은 공 하나가 로르카가 끝내 쓰지 못한 이야기의 제목이 되었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김승환 프로그래머는 '블랙 볼'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근현대사 속에서 성소수자가 언제나 존재해 왔다는 사실을 대서사시의 형식으로 증명해 낸 작품이 마침내 등장했다"라며 "이런 영화가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는 것은 퀴어영화사에서 하나의 기념비로 기록될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칸에서는 퀴어영화가 스무 편 넘게 상영됐고 주요 상을 여럿 가져갔다. 퀴어영화가 변방의 장르가 아니라 영화사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는 신호"라며 "그 의미를 담아 올해 영화제의 문을 '블랙 볼'로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개막작과 함께 공개되는 프라이드영화제의 공식 포스터는 발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아왔다. 프라이드영화제는 2018년부터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펨므', '뒷자리에 태워줘' 등 화제의 개막작의 주요 이미지를 담은 공식 포스터를 선보여왔다. 올해는 2026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에 빛나는 '블랙 볼'의 한 장면을 포스터에 가득 채워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블랙 볼'과 함께 공식 포스터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개최 준비에 돌입한 제16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오는 11월 5일(목)부터 11월 11일(수)까지 서울 종로3가에 위치한 CGV 피카디리1958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