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타말말말

[31st BIFF] 나, 나홍진 그리고 나홍진다움(부제: 이야기의 거미줄)

작성 2026.10.10 17:40 수정 2026.10.10 18:29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SBS 연예뉴스 | (부산)=김지혜 기자] 나홍진 그는 누구인가.

데뷔작 '추격자'(2008)부터 최근작 '호프'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 비범한 영화를 선보이며 누구보다 선명하게 자신만의 색깔을 확립한 나홍진은, 그의 작품만큼이나 수수께끼로 가득 찬 인물이다. 배우는 연기로, 감독은 영화로 말한다고 한다면 나홍진의 매력적인 영화들에는 나홍진이라는 범상치 않은 인물이 어떤 식으로든 투영됐을 것이다.

작품으로 감독을 읽어내는 노력보다 확실한 것은 스스로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런 점에서 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 클래스 '나홍진 그가 곧 장르'는 '나홍진 감독'이라는 거대한 미스터리의 문을 조금이나마 여는 열쇠와 같았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 클래스는 진행자와 참석자의 단순 Q&A 방식이 아닌 거장이 직접 준비한 이야기로 자신의 영화 세계를 관객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밀도가 남다른 프로그램이다. 이날 나홍진 감독은 방송이나 언론 인터뷰에서 잘하지 않았던 개인적인 이야기는 물론이고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필름 메이킹의 기준과 철학에 대해서도 밝혔다

나홍진 감독이 약 90분 간 전한 '인간 나홍진'과 '나홍진의 영화 만드는 법'을 공개한다.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 "추리 소설 심취했던 어머니로부터 큰 영향…'사람'에 대한 관심이 영화의 자양분"

나홍진 감독이 인간 심연의 불길함과 불안함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추리소설에 심취한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나 감독은 "어릴 때 어머니께서 무서운 소설책과 만화책을 즐겨 읽으셨다. 어머니 심부름으로 미스터리 스릴러와 추리소설을 서점에 가서 사 와야 했다. 어머니가 다 읽으면 그걸 받아서 잃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업무차 일본을 자주 오간 아버지 덕분에 아주 어린 시절부터 워크맨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추리 소설로는 상상력을 워크맨으로는 청각적 유희에 심취하는 유년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공부는 못했으나 미술에는 소질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관심을 가진 건 회화가 아닌 공예였다. 나홍진 감독은 "유치원 시절 전시를 앞두고 선생님들이 제 그림에 손을 대는 게 싫었다. 그때부터 그림에는 흥미를 잃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까지 미술은 계속했고 평면적인 그림보다는 재료와 텍스처를 활용하고 느낄 수 있는 공예에 관심이 생겨 공예과에 입학했고 그곳에서 목공예, 금속공예, 염색 등을 배웠다"고 전했다.

창작의 영원한 자양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군 제대를 하고 난 이후였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한 후 '사람'에 대한 제 나름의 어떤 정의를 내렸다. 사람들은 아주 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거짓말이 아니더라도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된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그 배경에 악의가 있던 없던 '왜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까'가 궁금했다. 그 이후 어떤 사람과 만나거나 집단에 속할 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전체를 거짓말이라 볼 수도 없고,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달까.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형성해 놓은 공간과 환경, 의중을 파악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애당초 '진짜'라는 거, '진실'이라는 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을 할 때 이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어떤 특정한 소재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적절한 것인가를 판단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제 몸을 움직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것(소재가 나타나기를)을 기다리는 편"이라고 이야기의 소재를 고르고 찾는 자신만의 방식을 공개했다.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 "불길함은 내 이야기의 핵심 요소...이야기의 거미줄에 관객도 넣는다"

나홍진 감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시절에 만든 단편 영화 '완벽한 도미 요리'(2005)는 제목 그대로 완벽한 도미 요리를 만들기 위해 피, 땀, 눈물을 쏟는 재능 없는 요리사의 고군분투를 담았다. '도미 요리'와 '요리사'는 하나의 메타포일 뿐 이는 영화와 영화감독에도 대입이 가능하다. '완벽'을 향한 집착과 광기가 설령 나를 파괴할지라도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모습은 어쩌면 나홍진 자신을 투영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날 마스터 클래스에서 나홍진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있어 "나는 완벽하지도, 완벽을 지향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하며 "그저 밥풀이 묻은 걸 떼어내려고 하는 것뿐"이라고 가볍게 비유했다. 그러나 그만의 확고한 원칙과 철학은 오늘날 '나홍진다움', '나홍진스러움'을 만든 근간임을 부정하기 힘들다.

나홍진은 인간 심연의 불안을 건드린다. 그 불안은 외부의 불길한 징조와 사건과 만날 때 극대화하고,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 더해지며 파국으로 치닫는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만났는데 이 사람들을 만나면서 늘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너무나 복합적인 존재"라고 규정했다. 그는 "인간은 다층적이고 입체적이고 너무나 복잡해서 어떤 유형으로 나눈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인물이 한 편의 영화에서 두 명, 세 명 늘어나면서 이야기는 정말 어려워지고, 경우의 수도 많아지고 거미줄처럼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저는 그걸 그냥 받아들이기로 하고 이 중에서 누구까지 포함을 시키면 이야기가 형성이 가능하고 안전하겠느냐를 생각한다"고 영화에서 복합적인 인물 구조를 취하게 된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비선형적인 이야기 구조를 추구하면서 '관객'을 영화를 완성하는 요소에 집어넣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이야기를 쉽게 만들려고 하지도 않고 정리하려 들지 않으며 그 거미줄 안에 관객도 넣어,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자라고 생각하게 됐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불길함을 더하는 거다.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대해 말이다. 이게 느껴지지 않으면 영화를 시작하지 않는다. 그 불길함은 그저 내가 만든 어떤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호프'의 경우 저는 2017년경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 확신했다. 평창 올림픽이 끝난 후 정도에 전쟁이 나겠다고 불길해하면서 '호프'의 이야기를 쓰게 됐다. 이 불길함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야겠다고 느끼는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나홍진 감독은 "이런 요소를 집어넣게 되면 미스터리라는 것을 아주 쉽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만들어낸다기보다는 자연스레 형성된다. 이렇게 불안함과 불길함, 두 가지 요소가 있게 되면 그 원인이 다층적이고 입체적이어서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거나 느낌적으로 불안한 것이라 일반적인 인간은 두려움을 느낀다. 두려움을 느끼면 답을 찾거나 원인을 알고자 하는데 그게 영화를 관람하는 중에는 쉽지 않다. 그러면 관객은 답을 구하게 된다. 관객이 영화에 집중하고 답이 있을 것이라고 믿게 하는 것, 그게 또 제가 영화를 만들 때 중시하는 부분"이라고 불안함과 불길함을 장르적 긴장감으로 발전시키는 자신만의 작법에 대해 설명했다.

또 하나 이야기에서 중요한 요소로 '리듬'을 꼽았다. 그는 "영화는 무조건 장르 영화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두 번째는 어떤 리듬을 가질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리듬은 추후에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필름 메이킹 전에 반드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의 완성이라고 결정짓는 시점 역시 어려운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사실 영화를 만드는 경험이 많이 쌓이면 그 완성의 시점을 결정 내리는 능력이 향상된다고 생각하지만 제 경험상 그렇지 않더라.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타인이 알려줄 수 없고 스스로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 창작자의 수준은 이것을 어떻게 완성을 시키며 완성의 시점은 언제 결정되느냐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해 조언을 드리기 어려운 게 저 또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끝나야 시나리오가 완성이 되는 거다"라고 예나 지금이나 난제임을 고백했다.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 나홍진표 악인의 탄생

앞서 말했듯, 나홍진은 이야기가 자신에게 오기를 마냥 기다리는 창작자가 아니었다. 그는 몸을 움직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좋은 소재를 만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안타고니스트(악인)의 탄생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밝혔다. 독창적인 악인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난다고 했다. 단, 그 사람들은 영화계 사람들이나 주변인이 아닌 아예 모르는 세상 속의 새로운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호프'는 강원도 동해 지역에서 본 적 없는 사람들과 같이 팀을 짜서 낚시를 다녔다. 그러면서 그곳 사람들과 친해졌고, 영화의 그런 디테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실제로 '양배'라는 사람이 있어서 영화에도 그 이름을 쓰게 됐다. 안타고니스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책도 많이 봐야 한다. 그건 캐릭터의 구체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상징적이고 메타포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대신 영화는 웬만하면 안 본다. 참고를 했다가는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것 같아서다. 그래서 실제 인간을 만나고, 어떤 소문을 듣게 된다면 진원지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데 많은 시간을 쓴다"

데뷔작 '추격자'의 시작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그는 "동네 술집에서 친한 형들이랑 축구를 보려고 술을 먹고 있었는데 옆에 앉은 형사님이랑 친해지게 됐다. 그 분과 밤새 술을 마셨다. 그분이 술이 취하더니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라면서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마포 광수대에 잡혀갔다가 기수대장님의 두 눈을 찌르고 탈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혀 몰랐던 이야기라 굉장히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황해'의 경우, 그 당시 가리봉동에서 하루에 4건씩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곳은 경찰도 통제가 안 되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 거기는 조선족 밀집 지역이었고, 당시 사람들이 칼을 차고 다녔다. 많으면 같은 자리에서 7건씩 살인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야기를 찾아 연변에 갔고 그곳의 조직폭력배와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가리봉동과 연변이라는 공간을 오가면서 김구남과 면정학의 서사가 탄생한 것이었다.

'곡성'은 시작은 한 무속인과의 친분에서 비롯됐다. 나홍진 감독은 "한 무속인, 그분의 가족들과 친하게 됐다. 그러면서 무속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곤 산속 암자에서 무속인들과 몇 달 동안 생활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것을 느끼게 되고 심지어 보게 되기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라고 설명했다. '곡성'은 개봉 이후 무수한 해석을 낳으며 나홍진식 스토리텔리의 정점을 찍었던 작품이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은 크고 작은 불행을 겪는 인간에게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제가 수년간 이쪽 들여다보니, 우리에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불행에 대해 우리가 괴로워하거나 죄책감을 갖거나 하는 감정을 조금은 가볍게 여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건 여러분과 무관한 세상의 일이고 그 원인부터 결과까지 여러분과 무관한 일이라는 것, 어떤 불행을 겪던 너무 자책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나홍진은 '빛'이라는 표현을 통해 영화 속에서 드러내는 '희망의 강도와 크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요 정도 요소와 느낌을 마련해 아주 불길하고 불안한, 불빛 하나 없는 동굴에 들어가게 된다. 그 동굴에서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서 그 동굴은 더 어두워지고, 좁아지며 날카로워지며 엄청난 압박을 만들어내는 준비가 된다. 그 비좁고 어두운 곳에서 저는 영화의 결말을 맺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믿음상으로만 느낄 수 있게끔 해왔다. 관객은 답을 구하는데 영화는 이 정도만 하고 끝내는 거죠. 그러니까 관객들은 속이 많이 상해하시는 거고요(웃음). 왜 그렇게 했냐면 (빛을) 더 드리게 되면 지금까지 제가 지켜온 사실에 근거한 리얼리티가 통일성을 깨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저도 나이가 들면서 빛이 보이거나 담아내고 싶은 성향으로 바뀌는 것 같다. 다음 작품의 엔딩에 그 빛이 어느 정도 보이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점점 더 밝아지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 "필름 메이킹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간 그리고 후반작업"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작가 나홍진'의 작법과 고민은 물론이고 '감독 나홍진'의 연출론과 철학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다. 나홍진 감독은 "필름 메이킹으로 전환이 되면 모드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시나리오를 쓰는 기간, 영화를 만드는 기간, 대중에게 공개되는 기간 이 세 개는 전혀 다른 인간을 필요로 한다. 그 모드에 적합하게 변신을 해야 하는 데 이게 초창기에는 쉽지 않았는데 이제는 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필름 메이킹에서 있어 그가 가장 중시하는 건 역시나 '공간'이었다. 나홍진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찾아다니고 눈으로 확인하고 느낀 것이기 때문에 그 공간은 찾는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공간을 완벽히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으며, 원하는 대로 자유자재로 플레이할 수 있느냐. 약 200명의 스태프로 구성된 팀을 잘 운용할 수 있겠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사실 이때부터 감독의 일을 하게 되는데 저는 감독이라는 호칭의 정확한 의미일까를 아주 길게 고민해 왔다. 말 그대로 모든 요소를 결정하고 감독하는 인물이다. 그 순간에는 창작자도 아니고 시나리오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장면화, 영상화를 시키는 다른 영역의 사람이 돼야 한다. 기술적인 측면도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프레임 안에 모든 요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감독은 모든 것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그것이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수정해서 원하는 대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게 감독이라는 직업"이라고 정의했다.

공간에 대한 세팅이 끝난 후에는 배우들을 가장 먼저 초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배우들에게 스태프와 장비가 들어오면 못 느끼니 오셔서 공간을 느끼셔라고 제안한다. 그렇게 되면 어떤 배우를 모셔서 이 영화를 만들어야 될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그 이유를 전했다.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그러면서 "영화를 만들 때는 너무나 일이 많다. 몇 달 동안 매일 같이 초단위를 아껴가며 일해도 부족할 정도로 시간에 쫓긴다.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시나리오 쓸 때의 리듬, 영화를 어떻게 마무리해야겠다는 방향성, 빛을 어느 정도 보이게 끝낼까 하는 것이다. 그 세 가지를 중심에 두고 하루에도 수천 가지의 고민을 하면서, 수백 명의 스태프들과 수십 컷을 만들어낸다"고 촬영 과정 전의 고충을 설명했다.

나홍진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서 손꼽히는 완벽주의자지만 촬영에 돌입하기 전에 너무 많은 준비를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유연함이 사라지고 어떤 틀 안에 머문 경직된 영화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곡성'을 예로 들며 "한국 영화의 경우 스토리 보드를 다 만들어서 촬영에 들어가는데 '곡성'은 스토리 보드를 보지도 않고 공유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홍경표 촬영감독과 하나씩 만들어나갔다. 매일 아침 촬감과 '오늘은 뭐부터, 어떻게 찍을까'를 고민하면서 시작했다. 촬영을 하다가도 갑자기 좋은 게 보이면 카메라 들고 그쪽을 따라가서 찍곤 했다. '호프'도 이제와 복기해 보니 그렇게 자유롭게 촬영을 했다"고 전했다.

필름 메이킹 과정에서 후반 작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나홍진 감독은 "저는 항상 스태프들에게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프리 프로덕션을 하고 프로덕션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포스트 프로덕션 때문'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 순간을 위해서 수년간 고생을 했던 것이고 모든 건 포스트 프로덕션이라는 끝을 향해있다. 이때 감독의 모든 의도를 벗어나 예상치 못한 놀라운 괴물(P)같은 게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예상보다 더 못한, 부족한 상태로 공개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이고 가장 많은 전문가를 요하는데 굉장히 짧은 시간에 이뤄진다"고 업계 인식의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나홍진 감독은 후반 작업에 있어서 시간 관리가 확보가 아주 중요하며 "시간에 쫓기거나 시간을 잘 관리하기 못하게 되면 사냥을 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사냥을 당하게 되는 처지에 놓인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간의 영화 작업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었다. 그러면서도 "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처음 의도대로 일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영화는 완성이 된다. 저는 영화는 자기의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을 거미줄 안에 끌어들여서 불안감을 전달하고, 믿게 하고, 궁금하게 하고, 또 속이면서 두 시간여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게 되는 것이 내 영화"라고 규정했다.

이날 한 관객은 이날 '나홍진 그가 곧 장르'라는 마스터 클래스 제목에 빗대 '나홍진은 어떤 장르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홍진의 답변은 그의 영화답게 호기심과 미스터리를 자극했다.

"여러분이 저를 가까이 보시게 되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마주쳤던 적 없고, 경험해 본 적 없는 유형의 인간을 만났다고 느끼실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된 지는 아주 오래됐어요. 보편적인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흔들림 없이 일말의 의심 없이 공유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저라는 인간은 호불호가 강하고 이상한 사람 같다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사람의 진중을 파악하기 위해 힘들게 살았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느긋한 성향으로 바뀌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다니면 쉽지 않은 인간일 겁니다."

ebada@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네이버 공유하기
  •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광고영역
광고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