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강경윤 기자] 20년 전 가요계 판을 흔들었던 신인 그룹 빅뱅이 스무 해가 지나도록 '왜 K팝의 제왕인가'를 보여주는 무대를 꾸몄다. 지난 23일 저녁 7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빅뱅의 월드투어 현장에서다.
조명이 꺼지고 운석이 떨어지는 영상이 스크린을 채우자, 곧이어 "2006~2026"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빅뱅의 지드래곤, 태양, 대성이 한 무대에 서자 세계 각국에서 온 팬들은 참아왔던 함성을 일제히 쏟아냈다. 'FANTASTIC BABY'로 문을 연 무대에 객석은 곧바로 떼창으로 화답했다.
이러한 떼창이 가능했던 데는 개방감 있는 무대 구조와 사운드의 힘이 컸다. 일자형 무대에 앞으로 길게 뻗은 돌출 무대를 더해 관객 대부분이 멤버들과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다. 23톤에 달하는 이동형 LED 구조물에는 다중 모터 토크 동기화 기술이 적용돼, 거대한 무대 장치가 흔들림 없이 움직이며 '빅뱅(BIGBANG)-혼돈(CHAOS)-우주(COSMOS)'로 이어지는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다만 무대 바로 앞쪽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는 높은 무대 탓에 시야가 가려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대형 공연장 특유의 구조적 한계가 이번에도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한 셈이다.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었고, 조명과 무대 장치, 특히 적재적소에 터진 불꽃놀이가 곡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볼거리와 들을거리가 동시에 풍성했던 무대였다.
세트리스트는 '거짓말', '하루하루' 같은 데뷔 초창기 곡부터 최신곡까지 20년의 궤적을 아우르는 32곡으로 채워졌다. 히트곡이 워낙 많다 보니 떼창은 공연 내내 기본값이었다. 멤버들이 밴드 사운드에 맞게 다시 편곡한 무대들도 신선했다. '하루하루'는 록 버전으로 재해석돼 샤우팅 창법이 인상적이었고, 앙코르에서는 '천국'과 '붉은노을' 같은 데뷔 초기 곡으로 마무리하며 향수를 자극했다.
솔로 무대의 첫 주자로 나선 대성은 '유니버스', '한도초과'를 잇달아 부르며 무용수들과 칼군무를 맞췄고,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어 태양은 철제 구조물이 놓인 무대 위에서 'BAD'로 솔로 무대를 열었다. 강한 애드립이 실린 라이브는 태양다움 그 자체였다는 평가다. 'LIVE FAST DIE SLOW'를 부를 때는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과 거리를 좁히며 소통했다.
무엇보다 눈에 띈 것은 지드래곤의 보컬이었다. 최근 솔로 콘서트에서 컨디션 난조로 화제가 됐던 것과 달리, 이날은 한층 안정적이고 편안한 음색을 들려줬다. 퍼포먼스 역시 지치는 기색 없이 완성도 높은 무대를 이어갔다. 'POWER'로 솔로 무대를 연 뒤 '크레용'을 록 사운드로 편곡해 소화했고, '삐딱하게'는 무대에 누운 채 부르며 특유의 스웨그를 잃지 않았다.
20년을 함께한 팬들을 향한 멘트에서도 진심이 느껴졌다. 지드래곤은 "이건 절대 시간 끌기가 아니라 마지막 고양이라 만끽하고 싶어서"라며 무대 위 대화를 이어갔고, "이건 집대성이라고 본다"는 말로 20주년 활동을 되짚었다.
이번 무대의 완성도 뒤에는 화려한 제작진 라인업이 있었다. YG가 제작을 맡았고, 어셔·포스트 말론·리한나 등과 함께 작업한 밴드 '와우 존스'가 전곡 라이브 연주를 소화했다. 20명의 댄서가 군무에 힘을 보탰고, 2025년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연출한 마이크 카슨과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 무대를 디자인한 에스 데블린이 연출과 무대 디자인에 참여했다. 앞서 언급한 불꽃놀이와 조명 연출의 완성도 높은 타이밍은 이 같은 제작진 구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처음 공개된 신곡 'BiiiG'는 지난 19일 발표됐다. 4년 4개월 만에 내놓은 새 디지털 싱글이자, 2017년 일본 돔투어 이후 약 9년 만에 여는 콘서트의 포문을 여는 곡이었던 셈이다. 멤버들은 "여러분이 곧 빅뱅이며, 여러분 자체가 큰 감동"이라며 20년을 지켜준 팬들에게 소감을 전했다.
빅뱅은 이번 고양 공연을 시작으로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 전 세계 19개 도시에서 총 33회 공연을 이어가는 'BIGBANG 2026-2027 WORLD TOUR <XX : COSMOS>'의 본격적인 여정에 돌입한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