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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조인성, 꺾이지 마!!"…나홍진 감독의 외침에 이 악 물었다

작성 2026.07.22 13:50 수정 2026.07.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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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최근 SNS에서 눈길을 끈 영상이 있었다. 2007년, 나홍진 감독이 '추격자' 촬영 현장에서 김윤석에게 연기 디렉팅을 하는 모습이었다. 나홍진 감독은 배우의 연기 방식이나 톤을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초단위로 쪼개 리액션을 지시했다. 같은 현장의 감정신에선 단역배우와 엉켜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34살, 데뷔작을 촬영하던 나홍진은 그토록 뜨거웠다.

영화 '호프'로 호흡을 맞춘 조인성에게 나홍진 감독의 연기 디렉팅에 관해 물었다.

"계속 주문하면서 쪼세요. 다만 배우 스스로가 찾아낼 수 있도록 끌어내는 스타일이랄까. 무전으로 한참 이야기하다가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뛰어오세요. 그런데 귓속말로 얘기하세요. 주연 배우니까 자기가 연기 지적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게 싫은가 봐요. 주연 배우는 현장에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죠. 이렇게 항상 존중받으며 촬영했어요"

촬영 현장에서 혹독하기로 악명 높은 감독이지만, 함께 일한 배우들은 하나같이 존경과 신뢰를 드러낸다. 이번에 처음 호흡을 맞춘 조인성도 마찬가지였다. 나홍진의 완벽성, 치밀함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을 꼽아달라고 하자 "하나만 꼽을 수 없어요. 전체가 다 그러한 인상 속에서 일어난 거예요. 그게 나홍진의 힘이죠. 걷은 장면조차 호흡을 강조하셨어요. 무전으로 계속 '긴장감! 긴장! '긴장을 보여주세요!'라고 주문해요. 나중에는 그 호흡에 신경쓰다 보니 머리가 아플 정도였죠"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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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은 좋은 작품과 좋은 연기를 위해서라면 투신할 준비가 돼 있는 배우다. 데뷔 20년을 훌쩍 넘긴 배우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란 쉽지 않다. 이미 많은 것을 이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떤 결핍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연기에 대한 목마름, 변신에 대한 갈망, 깊이에 대한 욕망으로 발현되고 있다.

"처음 '호프'의 시나리오를 받은 건 법륜 스님을 뵈러 가는 기차 안에서였어요. 내려가서 읽으려고 했는데 거긴 인터넷이 안 터져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다 읽었어요.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일단 감독님은 전작을 보면 대충 유추할 수 있잖아요. 작업 방식이라든지 영화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라든지. 완벽주의자적인 성격은 소문뿐만 아니라 작품만 봐도 알 수 있고요. 게다가 '호프'는 한국에서는 부침이 있었던 SF 장르의 영화기도 했고. '감독님께서 이제 우주까지 가려고 하네' 싶었어요. 그렇다면 '도전할 것인가', '내 몸상태가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계속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한다고 해놓고선 현장에서 못하면 민폐니까요. 일단 나홍진 감독이라는 강력한 믿음, 그거 하나로 결심했던 것 같아요. 나머진 내 노력으로 해결해 보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아요. 그러고 감독님을 만나러 갔죠"

조인성은 영화계에서 액션 연기에 가장 능한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그의 몸엔 훈장과 같은 기록들이 남아 있다. 특히 양 무릎의 연골을 반 이상 제거한 상태다. 의사는 그에게 "달리고 점프하고 이런 건 남은 인생에 하등 좋을 게 없습니다. 노후가 힘들어지실 거예요"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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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감독님에게 제 몸 상태에 대한 커밍아웃을 했어요.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도 했고요. 나홍진의 영화에 몸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감독님께서 '하시기로 하신 거죠?'라고 하길래 '하겠습니다'라고 답했어요. 그렇게 영화가 시작됐습니다"

'호프'에서 성기는 말을 탄다. 그 말은 숲과 도로를 내지른다. 숲 장면은 대부분 루마니아에서 촬영됐다. 말이 달릴 수 있는 평지의 숲을 국내에선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호프'의 숲 장면 촬영은 위험천만한 순간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은 환경을 많이 타며 타는 사람과의 교감도 중요한 동물이다.

조인성을 말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3개월간 승마를 배웠다. 그는 "시나리오에 나와 있으니, 말을 탈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다만 무술팀에게 물어봤죠. '이거 내가 할 수 있는거냐'고. 돌아온 답이 '우리도 그렇게까진 안 해봤다'는 거예요. 한 발로 타고, 총을 쏘고, 숲을 달리고, 도로를 달리고 왜 이렇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라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사실 숲 속에서 말이 그렇게 빨리 뛸 수 없어요. 처음 보는 길을 그렇게 뛰려고 하지도 않아요. 게다가 주변에 나무 많고 바닥도 울퉁불퉁하잖아요. 말은 한 번 속도가 붙으면 그 위에 타고 있는 사람을 배려해 주지 않아요. 또 걔네는 피하는데 나는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사고가 나는 거죠. 광개토대왕이었으면 그 상황에서도 말을 빠르게 몰 수 있겠지만, 조인성은 안 돼요. 대본에 말 타는 게 있다고 해도 현장에 갔을 때 구현이 어렵다 싶으면 보통 다른 방법도 생각해 보지만 저희 감독님은 그러지 않았어요. 후반 액션 신을 촬영할 때 처음엔 안 될 것 같다 싶었는데 그때마다 감독님이 '꺾이지 마! 꺾이면 안 돼! 할 수 있어!'라고 외쳐주셨어요(웃음). 열심히 할 수밖에요"

후반부를 장식한 도로 추격신의 촬영 과정도 전했다. 그야말로 치열하고 혹독했다.

"큰 차가 선발대로 먼저 출발해요. 그 차에는 나홍진 감독님, 홍경표 촬영 감독님, XM2 특수촬영팀이 타고 있죠. 뒤이어 스텔라가 출발하고요. 이때 말도 흥분하기 시작해요. 그게 25km~30km 정도의 속도예요. 차로 치면 저속인데 말에서는 그 체감속도가 말도 못 하게 빨라요. 말이 뛰는 속도를 재면서 차의 스피드도 확인을 해요. 그래야 드론도 붙였다 뗐다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감독님이 타신 차에서는 난리가 나요. 이런 장면은 몇 번 못 찍으니 현장에는 고성이 난무하고, 드론이 가까이 오면 말은 신경이 예민해지고... 이런 식으로 긴 기간 촬영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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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은 성실한 배우고, 그 성실함은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다만 연기 측에서는 과하다는 인상을 줄 때가 많았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노희경 작가와의 작업 이후 "덜어내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의 연기는 매 작품 발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호프'에서는 날 것의 에너지, 야생의 카리스마가 뿜어나오는 듯한 얼굴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강렬함을 선사했다.

특히 외계인 마베이요와 맞닥뜨린 숲 속 장면에서 조인성은 고통과 공포, 분노로 이어지는 감정신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외계인의 공격을 피해 숲 바닥에 몸을 숨긴 성기는 마베이요의 점액질이 얼굴에 떨어지자 직면한 공포를 눈의 흰자위만으로 표현다. 위에서 아래로 잡은 홍경표 감독의 부감숏은 그 긴장감과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안 해봤던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배우로서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에요. 리액션으로 상대에 대한 존재감과 분위기가 드러날 때가 있어요. 그 공포감을 어느 정도 수위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크리처물의 재미를 풍성하게 하죠. 그 장면을 굉장히 신경 써서 찍었어요. 촬영 감독님도 타이트하게 찍어서 제 감정 상태를 드러내려고 하셨어요. 개인적으로 이 장면은 굉장히 시원했어요. 옳다 그렇다 없이 본능적으로 해도 되잖아요. 첫 테이크에 오케이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무엇보다 믿을만한 감독님의 '오케이'가 있고, 그 '오케이'를 책임져주시니까요. 배우 입장에서는 저를 해체해 놓으면 제일 편해요. 배우는 자기 것을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고, 내려놓은 것도 중요해요. 뭐가 중요하다 아니다 말하기는 어려워요. 나홍진 감독과 작업할 때는 제 것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어요. 감독의 생각을 배우가 표현해 내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에요. 배우는 자신이 없을 때 제 것을 꺼내려고 할 때도 있거든요. 내 것을 내려놓고 감독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과정이었어요. 그런 점에서 나홍진 감독과의 작업은 재밌었어요. 저를 작품에 어떻게 투영시켜 주실까. 대중이 궁금해하듯 저도 궁금해하면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려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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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영화, 비현실적 설정에도 극사실주의 연출을 구사하는 나홍진과 만난 조인성은 시종일관 동물적인 에너지를 뽐내며 인간의 생존 본능을 극대화한 액션 연기를 펼쳤다.

조인성이 이번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은 다소 의외의 신이었다. 성기 일행이 숲 속에 당도해 무리에게 "냄새 한번 맡아봐"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조인성은 "그들이 키득거리며 말하는 일상적인 장면인데 관계성을 구축해 주는 느낌이라서 좋았어요. 이후에 팔다리가 잘리는 공격이 들어오면서 서스펜스가 연속적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그런 일상적이고 생활적인 장면이 쌓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영화 초반 성기가 차에서 내리면서 범석과 나누는 대화라던가 성기가 무리와 일상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디테일에 많은 신경을 썼어요"라고 답했다.

'호프'의 코르티스, 이른바 '호르티스'라 불리는 배우들(유준홍, 주광현, 오두원, 한우열)과는 사적으로도 많은 시간을 공유하며 촬영 전부터 친분을 쌓아 나갔다고 말했다. 친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연기가 영화에서도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호르티스 일당과는 다른 패션과 분위기를 내뿜는 '어촌계' 일당에 대한 미스터리도 일부 해소해 줬다. 또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포스터에 대해서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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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서도 자기들끼리의 카르텔이 있는 거요. 동네 형들 부른다고 했는데 어촌계 형님들이 오신 거죠. 어촌계 형님이 저를 구해주시기 위해 말 위에서 잡아끄는 장면은 공들여서 찍은 장면이에요. 촬영 후 제작사와 감독님께서 티저 포스터로 써도 되겠다고 해서 표현한 장면이기도 하고요. 말에 타고 계셨던 그 분은 무술감독으로도 활동하신 서범식 선배님이세요. 저는 옛날부터 알던 사이고요. 성기가 마베이요에게 내동댕이쳐지는 장면들은 와이어로 연결한 뒤 제가 충분히 올라올 수 있게끔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태로 촬영했어요. 그래야 연기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호프'의 성기는 '인자강'('인간 자체가 강하다' 의미의 신조어)을 넘어 '불사신' 같은 불굴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이를 두고 관객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죽지 않는 주인공'이라는 건 일종의 영화적 허용이다. 나홍진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성기를 통해 '인간의 가오'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무서운 존재를 만나면 아픈 것도 잊고 이상한 짓을 다 하게 돼요. 이런 얘기도 있잖아요. 정말 강한 상대를 만나면 인간의 존엄성을 알리라는 말이요. 호랑이를 만나면 살 생각은 하지 말고 인간의 존엄성을 알리고 싸우다 죽으래요. 공작새가 자기 몸을 부풀리거나 원숭이가 털을 곤두세워서 크게 몸을 표현하는 것처럼요. 마베이요를 앞에 둔 성기의 행동이 바로 그런 '가오'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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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현장에서 배우에게 "꺾이지 마!"라고 끊임없이 외쳤지만, 몸이 지쳐 의지가 꺾일 것 같은 순간도 있었을 터. 조인성은 "루마니아 촬영 시기가 3월이라 날씨가 너무 추웠어요. 몸이 아프니까 더 춥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어떻게 극복했냐고요? 무슨 수가 있나요. 이것 또한 가오인데 아닌 척했죠. 꾹 참고 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호프'는 2024년 3월 촬영을 마쳤다. 개봉하기까지 무려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인고의 시간은 길었지만 개봉에 앞서 근사한 보상을 받았다. 지난 5월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생애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는 가슴 벅찬 순간을 경험했다. '호프'는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었다.

"사실 그렇게 대단한 영화제에 갈지도 몰랐고 얼떨떨했던 것 같아요. 공식 일정이 없을 때 영화제의 분위기를 좀 느껴보려고 뤼미에르 극장 앞에서 사람들을 멍하니 구경하기도 했어요. 칸영화제 목걸이를 찬 필름메이커들이 이렇게 많구나를 느끼며 감탄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영화 산업이 부침이 있는데 '여기는 이렇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생각하면서 이게 진정한 '호프'(희망)가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호프' 첫 상영 때 8분간 받았던 기립박수의 순간도 잊을 수 없어요.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이거 언제 끝나지?', '이제 그만 쳐야 하지 않나', '너무 좋아하는 표정을 짓는 것도 이상할 것 같은데'라는 별별 생각이 들어서 어찌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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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는 벌써부터 속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조인성에 따르면 영화의 쿠키 영상은 시나리오에도 있었던 장면이었다고. 이 말은 "3부작까지의 이야기가 있다'는 나홍진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뒷받침한다. 속편이 나온다면 성기의 귀환과 활약은 불가피하다. 조인성에게 나홍진 감독의 작품을 한 번 더 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안 할 이유가 없죠!"라고 답했다.

2026년은 배우 조인성에게 기념비적인 해가 되고 있다.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나홍진 감독의 '호프'에 이어 오는 9월엔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까지 한국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아로새겼다. 이는 크레딧만이 아닌 '배우 조인성'의 정체성과 개성을 보여준 인장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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