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가수 김건모가 10년 만에 신곡 '어디쯤 가고 있을까' 돌아왔다. 1977년 발표된 전영의 동명곡을 리메이크 앨범이다. 그에게는 익숙한 피아노 대신 기타가 들려 있었다.
앨범 판매량으로 세계기록까지 세우며 30년 가까이 명실공히 '국민가수'로 활동해 온 김건모에게 지난 6년은 암흑과도 같았다. 그는 "이제 음악을 그만할까?"를 수차례 되뇌였다.
그의 곁을 가장 오래 지킨 것은 기타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못해도 4~5시간씩 기타를 연습했다. 매일 100km씩 자전거를 타며 하루를 버틴 뒤 저녁부터 새벽까지 기타를 잡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은 결국 그를 다시 음악 앞으로 데려왔다.
SBS연예뉴스가 작업실에서 만난 김건모는 이전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다. 인터뷰는 3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그는 자연스럽게 기타를 집어 들었다. 말보다 노래가 편한 사람처럼 기타를 치며 자신의 이야기를 가사로 담아 흥얼거렸다. 이번 신곡을 두고 김건모는 "'재기'나 '컴백'이 아니다, 기타를 치는 김건모의 '데뷔'"라는 표현을 여러 번 강조했다.
Q. 6년 만에 다시 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8년 동안 매일 피아노를 치면서 살았는데, 지난 6년 동안은 피아노를 거의 안 쳤어요. 기타만 조금씩 만졌죠. 피아노를 보면 괜히 울컥하더라고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니까 손이 안 갔어요. 공연도 안 하고 음악도 안 하려고 했습니다. 솔직히 그만둘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MBN '오빠시대'를 보게 됐어요. 거기서 조범진 씨가 부른 '날개'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일어나라', '젊음이여 꿈을 안고 뛰어라'라는 가사가 제 가슴을 그대로 치더라고요."
Q. 결국 그 음악이 다시 마음을 움직인 거네요.
"'아, 하나님이 아직 나를 버리지 않으셨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뒤 작업실에 갔다가 그 노래를 부른 조범진 씨를 소개받았어요. 그때 '이건 우연이 아니구나' 싶었고, 그날부터 다시 음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Q. 기타를 들고 다시 노래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매일 자전거만 탔어요. 정말 그것밖에 안 했습니다. 매니저 강민수 씨도 한 3년 동안은 거의 매일 저와 함께 해줬어요. 하루아침에 공연도 없고 스케줄도 없고, 아침에 일어나도 갈 데가 없는 사람이 된 거예요. 그런데 기타만큼은 계속 치게 되더라고요. 그게 저를 버티게 해 준 것 같습니다."
Q. 기타에 빠졌다가 음악을 하게 되신 건가요.
"처음에는 '녹음이나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행복한 상태도 아니었어요. 독학으로 배운 기타를 저녁부터 새벽까지 연습하다가 새벽 5시쯤 일어나는 조범진 씨에게 전화를 걸어서 궁금한 걸 쏟아냈어요. '이렇게 연주해도 될까?'라는 질문을 하면 조범진 씨가 잘 설명을 해줬어요. 그렇게 기타에 푹 빠지게 된 거죠. 그래서 저는 이번 노래를 '재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피아노 김건모가 끝나고, 기타를 치는 김건모가 처음 세상에 인사하는 데뷔곡 같은 의미입니다."
Q. 이번 노래를 꼭 들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 지금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상실을 겪잖아요. 제가 영화 '코코'를 좋아하는데, 저는 사람이 기억해 주는 동안은 계속 살아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불렀습니다."
Q.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습니까.
"공연장에 오는 많은 분들이 많이 들으셨으면 좋겠어요. 친구를 만나든 혼자 있든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지?', '지금까지 잘 살아왔나?'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행복한 사람보다 힘든 사람들이 위로를 더 찾잖아요. 제 노래도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Q. 이번 앨범 녹음 과정도 특별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앨범을 내려고 녹음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한번 해보자.' 정말 그 마음뿐이었습니다. 녹음실에 들어가서 편하게 노래를 불렀고 기타도 쳤는데 그게 그대로 남았어요. 나중에 다시 불러봤는데 그런 느낌이 아니더라고요. 나중에 들어보니까 오히려 그 자연스러운 감정이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노래는 제가 가장 힘든 시기에 녹음했던 것입니다."
Q. 음악을 대하는 마음도 많이 달라졌나요.
"예전에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이 컸어요. 이제는 아닙니다. 어렵게 음악하고 싶지도 않고 거창한 의미를 담으려고 애쓰지도 않을 겁니다. 그냥 제가 재미있고 듣는 사람도 재미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게 지금의 저입니다."
Q. 6년 만에 돌아온 부산 공연에서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흘리셨어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냥 고마웠습니다. 기다려준 사람들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공연장에서 관객을 보는 순간 '아직도 나를 기다려준 사람이 있구나.' 그 감사한 마음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들었는데 2019년 멈췄던 공연 이후 기다려줬던 스태프들도 모두 울었대요. 저를 응원해 주러 부산에 왔던 사랑하는 후배 빽가도 울음을 터뜨렸고, 저와 매일 같이 자전거를 탔던 매니저도 울었다고 들었습니다."
Q. 여전히 기타에 푹 빠져 있다고요.
"하루 네 시간은 무조건 칩니다. 피아노는 이미 몸이 기억하는 악기인데 기타는 완전히 초보예요. 그래서 더 재미있습니다. 외울 것도 많고 연습할 것도 많고. 마치 처음 피아노를 배우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