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1995년 발표한 댄스곡을 2025년에 거의 그대로 소화하는 가수가 또 있을까. 있다. 박진영(54)이다. 그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가장 박진영다웠고, 그래서 이 콘서트는 단순한 연말 공연이 아니었다. '딴따라'라는 존재를 증명해 보였다.
박진영은 지난 13·14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단독 콘서트 'HAPPY HOUR'를 열었다. 심사위원, 프로듀서, JYP퍼블리싱 공동대표,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라는 무거운 직함을 내려놓고 무대에 오른 순간, 박진영은 다시 관객을 즐겁게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가장 그 다운 모습이었다.
첫 무대는 게스트로 온 가수 권진아가 꾸몄다. 11년 전 SBS 'K팝스타 시즌3'에서 오디션 참가자와 심사위원으로 만났던 두 사람은 함께 기타를 메고 지난 11월 발매한 신곡 'Happy Hour (퇴근길)을 선보였다.
"Good Job"(수고했어요)을 따라 불러달라고 요청한 박진영은 "신사동 가로수길을 지나다가 누군가 혹은 어떤 가족의 꿈이자 행복이었을 공간들이 텅 비어있는 모습을 보고 많이 슬퍼졌다. 어디선가 일하고 있으실 그분들을 위로하고 싶어서 만든 곡"이라며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
이번 공연의 가장 상징적인 순간은 단연 '엘리베이터'였다. 1995년 발표된 곡을 박진영은 무려 10년 만에 완곡으로 다시 불렀다. 그는 "지금 다시 부르려니 가사가 걸려서 오래 망설였다. 거의 10년 만에 다시 부른 노래였다. 후배 백호가 가사를 다듬어 리메이크한 버전을 계기로 무대에 올리게 됐다."고 설명해 큰 박수를 받았다.
안무와 동선, 호흡까지 당시를 거의 그대로 재현한 '엘리베이터' 무대는 놀라웠다.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박진영의 몸은 여전히 그 노래를 기억하고 있었다. '30년 전 댄스곡을 지금도 같은 밀도로 소화하는 가수'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박진영은 피아노 앞에서는 '너의 뒤에서', '날 떠나지 마'를 불렀고, 15인 밴드의 풍성한 사운드 속에서 재즈로 편곡된 'When We Disco', 콘트라베이스가 더해진 'FEVER'까지 이어졌다. 박진영은 단순히 노래를 나열하지 않고, 왜 이 곡을 지금 불러야 하는지를 설명하며 관객과 호흡했다. 30년 전 발매한 댄스 무대를 완성하기 위해, 박진영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땀이 무대 위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관객들도 그 모습에 동화돼 벅찬 박수와 호응으로 화답했다.
이날 공연은 박진영의 54번째 생일에 열렸다. 그는 무대에서 "오늘이 진짜 생일"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이어 "앞으로 6번만 더 오시면 된다. 이렇게 6년만 더 합시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관객에게 건넨 말은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이날 박진영이 음악과 춤으로 전하려고 한 건 분명 '위로'였다. 그는 "힘든 일 많았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년에도 힘든 일은 생길 거예요. 하지만 약속해 주세요. 꼭 버티고 연말에 우리 한번 더 만나요. 그렇게 6번 더 만나면 제가 환갑 파티 제일 멋있게 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라고 말했다.
2025년, 박진영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그룹 스트레이키즈가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 빌보드200에서 8주 연속 정상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웠고, 그가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라는 큰 책임을 떠안았다. 박진영은 올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으며, 그러한 슬픔을 딛고 새 앨범을 준비해 내놨다. 연말 10억 원의 사재를 기부하며 4년째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도 전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았을 한 해를 건너온 박진영이 무대에 선 모습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강한 위로였다.
콘서트 말미, 박진영은 산타 복장으로 캐럴을 부른 뒤 '촛불 하나'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는 그의 말은 이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었다. 춤을 추고, 노래하고, 기타와 피아노를 치며 3시간을 채운 박진영은 여전히 무대 위에서 가장 살아 있었다. 직함도, 성과도, 기록도 내려놓고 남은 한 단어는 이것뿐이었다. 딴따라. 신이 사람들을 즐겁게 하라고 특별한 사랑을 준 사람. 2025년의 연말, 박진영은 그 정의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