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언 땅에도 꽃은 핀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국 영화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수작이 씨가 마른 것은 아니다. 물론 올해는 다섯 손가락을 채우기도 힘든 명작 빈곤이었지만 의미 있는 영화는 분명 있었다.
청룡영화상이 선택한 올해 최고의 영화는 '어쩔수가없다'였다.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어쩔수가없다'는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손예진), 남우조연상(이성민), 인기스타상(손예진), 음악상(조영욱), 기술상(조상경)까지 총 7개의 트로피로 최다 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박찬욱 감독의 3년 만의 신작이자 CJ ENM이 사활을 걸고 만든 투자배급작이었다.
지난 8월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로 화려한 출발을 알렸던 '어쩔수가없다'는 9월 국내 개봉에서 호불호가 갈리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영화제의 압도적인 호평과 달리 국내 관객의 평가는 온도차가 컸다. 흥행 성적 역시 300만(누적 관객 293만 명)을 넘지 못하며 극장의 기대를 밑돌았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담론의 장이 펼쳐지며 오랜만에 국내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어쩔수가없다'는 한국 영화 대표로 내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출품이 확정됐다.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은 미국에 머물며 아카데미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미국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감독상 트로피를 직접 수여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캐릭터로 손예진과 이성민이 각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받고 오랜 영화 동지인 조영욱 음악감독과 조상경 의상감독이 수상의 영예를 누리는 낭보를 전해 듣게 됐다.
다소 이변으로 여겨지는 수상도 있었다. '하얼빈'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현빈이 대표적이다. 현빈이 커리어 사상 최고의 연기를 펼친 것은 맞지만 경쟁자가 '어쩔수가없다'의 이병헌, '얼굴'의 박정민, '보통의 가족'의 설경구, '좀비딸'의 조정석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의외다. 청룡영화상이 여우주연상 부문에서 이변을 내왔던 전통을 생각하면 올해는 남우주연상 부문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이날 현빈과 손예진이 나란히 남녀주연상을 받으며 부부 동반 수상이라는 진기록도 나왔다. 두 사람이 한국 영화계를 이끄는 40대 배우의 기수라는 점에서 이번 동반 수상은 의미가 있다.
남녀신인상 부문에서도 흥행 성적이나 배우의 인지도보다는 배우가 가진 가능성에 주목한 결과가 나왔다. '악마가 이사왔다'로 남자 신인상을 받은 안보현은 수상을 예상하지 못한 듯 누구보다 놀라워했고,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개교기념일'로 여자 신인상을 받은 김도연은 아이돌 가수 출신인 자신의 뿌리를 언급하며 이날 받은 상의 의미를 강조했다.
제46회 청룡영화상은 2024년 10월부터 1년간 극장에 개봉하거나 OTT에 공개된 한국 영화를 대상으로 전문가 설문조사, 심사위원 8명의 심사, 네티즌 투표 결과를 종합해 최종 수상자(작)를 결정됐다.
-다음은 '제46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최우수 작품상='어쩔수가없다'
▲여우주연상=손예진('어쩔수가없다')
▲남우주연상=현빈('하얼빈')
▲감독상=박찬욱('어쩔수가없다')
▲여우조연상=박지현('히든페이스')
▲남우조연상=이성민('어쩔수가없다')
▲청정원 인기스타상=박진영, 현빈, 손예진, 임윤아
▲청정원 단편영화상='로타리의 한철'
▲음악상=조영욱('어쩔수가없다')
▲기술상=조상경('어쩔수가없다')
▲미술상=이나겸('전,란')
▲편집상=남나영('하이파이브')
▲촬영조명상=홍경표·박정우('하얼빈')
▲각본상=김형주·윤종빈('승부')
▲최다관객상='좀비딸'
▲신인감독상=김혜영('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신인여우상=김도연('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개교기념일')
▲신인남우상=안보현('악마가 이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