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로 주목받은 하명미 감독이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
하명미 감독은 '위험한 상견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등 상업영화의 시나리오 각본부터 고두심 주연의 '빛나는 순간' 프로듀서와 제작을 맡으며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단편 '도르래'로 첫 연출을 맡아 감독으로 데뷔했고, 대한민국 대표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가인 서미애 작가의 동명소설 원작의 킬링 워맨스릴러 '그녀의 취미생활'(2023)로 첫 장편에 데뷔해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관왕을 거머쥐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가운데 하명미 감독이 1948년 제주 4·3이라는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스물 여섯 엄마 '아진'과 어린 딸 '해생'의 살아남기 위한 생존 여정을 담은 '한란'으로 스크린에 컴백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명미 감독은 '한란'의 시작에 대해 "제주 4·3은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당한 역사였다. 나 역시 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그 침묵의 무게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밝히며 "엄마 '아진'과 여섯 살 딸 '해생'의 여정을 따라가며 말하지 못했던 슬픔을 꺼내고 침묵을 완전히 해체시키고 싶었다. 그들의 손을 잡고 경험한 감정들을 영화로 옮기며 그때의 두려움과 용기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한란'은 제주 4·3이라는 비극적인 역사의 한 가운데 선 모녀의 생존 여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하명미 감독은 "엄마 '아진'과 딸 '해생'의 여정을 따라가며 제주 4·3의 상처가 개인의 감정과 생존의 기억 속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포착하고자 했고, 이야기의 중심에는 거대한 역사가 아니라 그 속에서 견디며 살아남으려는 한 인간의 감정이 있다"라며 모녀의 여정을 통해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그 시대의 고통에 마음을 기울이기를 바랐다.
이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한란'은 한라산의 깊은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난초다. 제주 4·3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란'의 강인한 생명력처럼 이 비극이 묻히지 않고 오래 기억되기를 바란다"라는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한란'은 2024년 제주콘텐츠진흥원 제주다양성영화 제작지원작,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예술영화제작지원 신인부문에 선정되며 시나리오 단계부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지난 9월 제30회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에 초청되며 영화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제주 4·3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모녀의 생존 여정을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낸 하명미 감독의 '한란'은 11월 2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