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런던아시아영화제(LEAFF, London East Asia Film Festival)가 오는 10월 23일(목)부터 11월 2일(일)까지 런던 전역에서 개최된다.
지난 10년간 LEAFF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영화의 예술성과 다양성을 영국 사회에 소개하며, '문화 외교의 언어로 아시아와 영국을 잇는 다리'로 자리매김해 왔다.
올해 영화제는 그동안의 여정을 기념하며 전통과 미래, 예술과 기술이 공존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개막식은 런던의 대표 상영관 오데온 럭스 레스터 스퀘어(ODEON Luxe Leicester Square) 에서 열린다. 영국 대표 아시아축제가 된 런던아시아영화제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V&A), 국립초상화갤러리(National Portrait Gallery), 시네마뮤지엄, 일렉트릭 시네마(Electric Cinema) 등 런던의 주요 문화기관과 협력해 총 45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 오우삼의 '하드보일드'로 열고 이상일의 '국보'로 닫는다
개막작은 홍콩 느와르의 거장 오우삼(John Woo)감독의 대표작 '하드보일드'(Hard Boiled, 1992)가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영국 최초 상영을 통해 LEAFF의 역사를 기념한다. 주윤발과 양조위의 전설적인 연기가 다시 한번 런던 스크린을 수놓는다.
폐막작은 일본의 이상일(Lee Sang-il) 감독 신작 '국보'(Kokuho, 2025)로, 섬세하고 서정적인 드라마를 통해 10주년의 여정을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 아시아 영화의 현재와 미래 – GALA & 오피셜 셀렉션
스페셜 갈라에서는 배우이자 감독 하정우의 신작 '윗집 사람들'이 국내 개봉 전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일상의 사소한 갈등이 진실과 감정의 폭발로 이어지는 세밀한 심리극으로, 하정우 감독이 직접 런던을 찾아 관객과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인도네시아의 거장 가린 누그로호(Garin Nugroho) 는 발리 신화를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구원을 탐구한 시적 판타지 '삼사라'(Samsara)로 초청되었다.
이 외에도 연상호, 욘판(Yonfan), 가와세 나오미(Naomi Kawase), 차이상쥔(Cai Shangjun) 등 아시아 대표 감독들과 작품들이 참여해 현실과 환상, 전통과 혁신이 교차하는 동아시아 영화의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 거장들의 회고와 신예들의 도전
'마스터즈 오브 시네마(Masters of Cinema)' 섹션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특별 상영된다. 촬영감독 김형구와 미술감독 신보경이 직접 참석해 시각적 연출과 글로벌 협업에 대한 깊이 있는 대담을 진행한다.
또한 홍콩의 두기봉(Johnnie To) 감독의 느와르 걸작 'PTU'(2003) 4K 복원판을 비롯해, 대만 시청각연구소(TFAI) 협력 복원작과 한국영상자료원의 전후 여성영화 3부작이 상영된다. 이들 복원작은 아시아 영화사의 유산과 예술적 계보를 재조명하는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여성의 이야기, 그리고 AI가 여는 새로운 스크린
'Stories of Women' 섹션은 세대와 국경을 넘어 여성의 삶과 연대를 조명한다.
허가영 감독의 칸 수상작 '첫여름', 이환 감독의 '프로젝트 Y', 말레이시아·홍콩 합작 'Pavane for an Infant' 등은 각기 다른 사회적 배경 속에서 여성의 선택과 생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새롭게 신설된 'Future Frames: AI' 섹션은 영화와 기술의 융합을 탐구한다. 한국 최초의 AI 제작 장편영화 '런 투 더 웨스트'(강윤성 감독) 이 섹션 개막작으로 상영되며,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서울국제AI필름페스타, 제주국제AI필름페스티벌과의 공동 프로젝트 단편 컬렉션도 함께 공개된다.
AI를 통한 창작 실험이 영화의 미래를 열어가는 새로운 세대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5년 런던아시아영화제를 만들어 유럽 전역에 아시아 영화와 문화를 소개해온 전혜정 LEAFF 집행위원장은 "지난 10년은 한국과 아시아가 영화를 통해 세계와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시간이었습니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경계를 넘어 공감의 언어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번 10주년은 그 시간들이 피워낸 신뢰와 예술적 연대의 결실이며, 앞으로도 LEAFF는 아시아 영화의 목소리가 세계와 만나는 진정한 문화의 장으로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