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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난 유학파·현장파 아닌 독학파, 꿈 가진 영화인에게 영업 비밀 전할 것"

김지혜 기자 작성 2025.09.19 16:50 수정 2025.09.19 17:14
김지운



[SBS 연예뉴스 | 해운대(부산)=김지혜 기자] 영화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등으로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장르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김지운 감독이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후진 양성에 나섰다.

김지운 감독은 30주 년을 맞이한 올해 영화제에서 2025 CHANEL X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BAFA) 교장으로 취임했다. 아시아영화아카데미는 아시아의 젊은 영화인 발굴과 아시아 영화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만든 부산국제영화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역대 최다인 40개국, 625명의 영화 인재가 몰렸다. 2005년 출범 이래 역대 최다 지원이다.

최종 여덟 팀을 선발해 단편 영화 멘토링에 돌입한 김지운 감독은 1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소향시어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아시아영화아카데미의 기조과 자신의 지도 철학에 대해 밝혔다.

김지운 감독은 "나는 영화학교 출신도 아니고, 유학파도 아니며 현장파도 아니다. 도제 시스템으로 영화를 배운 게 아니라 독학으로 영화를 배웠다. 수많은 극장과 시네마테크에서 영화인의 꿈을 키웠다.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를 배운 셈이다. 엘리트 코스를 거쳐서 쌓아온 영화적 지식이나 소견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거쳐온 아주 특수한, 나만의 사이드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거리에서 배운 뭔가를 학생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교장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지원한 625명의 영화 인재 중 최종 여덟 팀을 선발했다. 김지운 감독은 4일 동안 이들을 멘토링하며 단편 영화 완성을 도울 예정이다. 김지운 감독은 올해 선발된 학생들에 대해 "장, 단점이 뚜렷하다. 한 친구만 보더라도 '이 친구, 영화를 만들 줄 아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소통에는 미숙함이 있더라. 또 다른 친구는 화면의 밀도는 허술한데 끊임없이 배우들, 스태프들과 소통을 하더라. 영화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영화는 협력의 예술이라는 것이다. 각기 다른 재능과 개성을 가진 이들을 한데 모아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감독이 밸런스를 잘 맞춰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감독이란 12시간 동안 뇌가 풀가동하며 쏟아내는 에너지가 많다. 그것을 지속지시킬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도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내심이 필요하다. 영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예술, 직업이 아니다. 인내와 고통, 고독이 뒤따르지만 그것을 극복했을 때 빛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악몽 같은 현실을 견뎌내야 한다. 그런 시간을 잘 이겨내면 꿈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무엇보다 남의 기준에 맞추지 말고 나만의 고유한 시선을 가지고, 그것을 언어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올해 선발된 인재를 향한 덕담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지운 감독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스타일리스트다. 자신만의 독특한 비주얼 미학과 철학을 완성한 그에게 영감의 원천에 대해 묻자 "영감은 도처에서 받는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자리에 들때 까지 나를 자극하는 모든 것은 원천이라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잠을 잘 때조차, 꿈속에서도 영감을 받는다"고 답했다.
영화 '거미집' 포스터



이어 "사실 영감보다는 직관, 번개같이 떠오르는 것이 데이터에 축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A와 B가 같이 24시간을 보내도 개개인이 축적된 데이터는 다르다. 어떤 것은 잊어버리기도 하고, 어떤 것은 무의식으로 잠재돼 있기도 한다. 실시간으로 예민하게 느끼다 보면 스스로에게 생생한 데이터로 남아있게 된다. 그게 특별한 스토리와 합쳐지면 극성들이 조합되고 창작의 열쇠가 된다. 뭔가 어렴풋하게 나를 자극하는 게 있을 때 '이게 뭘까'를 끊임없이 생각하다 보면 해답을 놓쳤다고 해도 질문은 남아있게 된다. 그게 창작할 때 반응에서 나오는 시스템이 되는 것 같다. 매 순간 생생하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영감의 프로세스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후배 영화인들에게 '예민한 촉각을 잃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지운 감독은 "관찰과 상상력이 중요하다. 또 하나의 내 창작의 영업 비밀은 '슈퍼 I' 같은 찌질함과 비루함이다. 살아보면 억울한 상황이 생긴다. '슈퍼 E'가 아닌 내향인으로서 꽁꽁 가지고 있다가 집에 와서 어떻게 복수할지를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보면 (창작에 관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밖에 나가서 상처받고 돌아와서 시름시름 앓는 게 아니라 생산적인 것으로 바꿀 의지, 이런 것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찌질한 사람의 복수 같은 상상력의 상태를 늘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후진 양성에 힘을 쏟지만, 그는 현재 진행형으로 미국 장편 영화 '홀'을 작업 중이다. 미국 자본이 투입된 영어 영화로 한국 배우와 미국 배우가 출연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라스트 스탠드' 이후 12년 만의 할리우드 재도전이라 국내외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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