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세계 1위 비보이팀 진조크루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피해자 A씨의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가 성폭력 사건 발생 1년 여 만에 SNS를 통해 공론화 하자, 진조크루 측은 2023년 7월 피해자를 상대로 5억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진조크루의 수장 김헌준 대표는 성폭력 사건 직후 피해자의 긴급한 연락을 받고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오는 등 가깝게 지낸 남성 팀원 B씨를 온라인에 비방한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결과에 불복해 정식 재판이 진행 중이다.
피해자 A씨는 SBS연예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세계 1위 그룹에서 춤을 추는 꿈을 이루고 싶었던 사람일 뿐인데, 모든 과정이 또 다른 폭력이었다"고 고백했다.
A씨는 오디션을 통해 진조크루에 합류했고, 팀 활동과 함께 마케팅 업무도 병행했다. "세계 1위 팀에서 성장하고 싶었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100만원이 되지 않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누구보다 팀을 위해 헌신했다."고 했다.
하지만 2022년 2월 6일 새벽, 마케팅팀 회식 도중 잠들었던 A씨는 팀의 마케팅 팀장(댄서 C)으로부터 불법 촬영과 성폭행 시도를 당했다. "몸부림치며 빠져나와 화장실로 달려갔고, 급히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너무 무서웠어요." 도움 요청을 받은 남성 팀원 B씨는 즉시 현장에 도착해 A씨를 보호했다.
이 시기 진조크루는 JTBC '쇼다운' 촬영 중이었다. A씨는 "내가 말하면 팀이 무너진다"는 두려움에 사건을 곧바로 알리지 못했다. 실제로 진조크루는 '쇼다운'에 계속 출연했고 세 달 뒤 최종 우승하며 전성기를 맞았고 이후로도 승승장구했다. A씨는 "세계 1위라는 타이틀과 팀의 권력 구조에서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사건을 진조크루 내부에 알린 뒤에도 A씨가 체감한 변화는 달라지지 않았다. 회의 자리에서 대표 김헌준의 발언은 A씨에게 상처로 남았다. "대표가 '우리 팀엔 미투나 근친상간 없잖아?', '다른 팀은 얘랑도 자고 쟤랑도 자고"고 말했습니다. 가해자와 제가 같은 자리에 있었고 거기에 여자는 저 하나였는데, 너무 수치스럽고 모멸감을 느꼈습니다."
A씨는 사건 이후 공황과 불안으로 자살 시도까지 했고, 응급실을 오갔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팀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고소를 진행할 수 없었다. 국가대표 선발전 기회까지 놓치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며 팀을 떠났고, 사건 발생 1년 6개월 만인 2023년 8월 부모의 권유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가해 전 멤버 C씨는 1심에서 준강간미수·불법촬영 유죄가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3000만원 공탁을 한 점 등이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 과정에서 진조크루가 피해자 A씨의 폭로로 팀이 공연 취소가 되는 등 피해를 봤다며 A씨 등 진조크루 일부 멤버들을 상대로 5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해 큰 상처로 남았다. 서울동부지법 제14민사부는 지난 7월 "피해자 글을 허위로 보기 어렵고 손해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 청구 기각했다. 진조크루가 항소하지 않아 패소는 확정됐다.
"가해자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는데 되레 제가 소송을 당했습니다. 결과가 기각이라 다행이었지만, 소송 자체가 저를 위축시키려는 겁주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재판 내내 저는 피해자가 아니라 피고처럼 느껴졌습니다. 진조크루 김헌준 대표는 대중에게는 사과했지만, 정작 저에게는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어요. 진조크루가 '팀 와해 세력' 운운했던 주장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걸 인정해줬으면 합니다. 저에게 직접 사과하길 바랍니다. 진실이 알려지고 저 같은 2차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에 대해서 진조크루 측은 SBS연예뉴스에 "판결 이후 피해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조언을 받아서 연락을 하지 못했다. 피해자를 만나서 직접 사과하고 싶다. 조만간 기회를 만들겠다.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니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많이 힘들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 섬세하게 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후회하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회의시간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내용에 대해서 김 대표는 그런 말을 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 전혀 아니었다. 다른 팀에 관한 얘기를 '오프더레코드'로 팀원들에게 가볍게 전달한 것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피해자가 그 말을 그렇게 들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다시는 그런 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