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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웃는남자', 슬프고도 아름다운 어른 동화

강경윤 기자 작성 2025.01.17 15:48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2018년 이후 사연째를 맞이한 뮤지컬 '웃는남자'는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웃는 남자'는 대작 스케일과 5년의 준비 기간을 통해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뮤지컬 '웃는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사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는 조명을 한 작품이다. 원작은 그 시대 평범한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차가운 현실을 신랄한 팬 끝에 담았던, 위대한 이야기꾼 빅토르 위고가 남긴 최고의 소설로 평가받는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그웬플린의 둥그런 입꼬리를 닮은 원형의 무대조형이 맨 처음 눈길을 끈다. 거센 폭풍에 휘말려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 최후를 맞는 바다, 클랜찰리 경의 상속자가 된 그웬플린의 새로운 환경을 보여주는 거대한 침대와 조시아나 여공작만큼 화려하고 치명적인 귀족 거처의 인테리어까지. 작은 공간과 이미지를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무대 기술을 이용해 독창적인 무대가 눈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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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솔로 바이올린이 무대에서 그웬플린과 그 가족의 굴곡진 역경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그 눈을 떠', '웃는 남자'가 휘몰아치듯 나올 때는 숨죽였던 객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온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웃는 남자'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운명을 거스르는 강인한 인간에 대한 존경과 서사, 귀족과 빈민이 존재하는 엄격한 신분제 하에서 존귀하게 빛나는 인간 존엄에 대한 이야기, 피보다 더 진하고 불보다 뜨거운 가족애, 세상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순수한 사랑이야기 등이 녹아있다.

뮤지컬 '웃는남자'에서는 이 중에서도 사랑 이야기가 가장 반짝 빛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름다운 은하수를 연상케 하는 무대를 향해 돌아선 그웬플린과 데아의 뒷모습은 관객들에게 눈물을 훔치게 하는 것도 그 이유다. 그웬플린이 겪은 비극적이고 잔인한 아픔마저도 데아와의 순백 같은 사랑을 완성시킬 필연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소설에서처럼 뮤지컬에서도 그웬플린이 눈밭에서 얼어 죽은 죽은 엄마의 품 속에서 약한 숨을 몰아쉬는 데아와 진주처럼 빛나던 모성의 젖가슴이 조금 더 서정적으로 묘사됐다면 두 사람의 만남이 더욱 운명적이고 아름다운 어른동화로서 다가오지 않았을지 상상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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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연에 이어 사연에서 그웬플린 역을 맡은 박은태와 순수한 데아의 모습을 연기한 이수빈의 호흡은 정겹고도 애절하다. 가족과 연인 그 사이에 어디쯤인 그윈플렌과 데아처럼 두 사람은 오누이 같기도 연인 같기도 하다. 잔혹한 역사를 고발하며 냉소를 아끼지 않는 인물 우르수스는, 마치 빅토르 위고가 다시 세상에 나온듯 거침없는 대사와 노래로 관객들의 폐부를 찌른다. 무게감과 진정성을 지닌 서범석 배우의 활약이 돋보인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뮤지컬 '웃는남자'는 오는 3월 9일까지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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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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