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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밀크남' 이제훈이 권투영화에 나온다면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9.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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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 이제훈을 잡기 위한 팁,

1. 박진감 넘치는 권투영화를 기획할 것.
2. 흥미진진한 전문직 세계를 다룬 시나리오를 준비할 것.

'파수꾼'→'고지전'→'건축학 개론'→'점쟁이들'→'분노의 윤리학'→'파파로티'→'탐정홍길동'→'박열'→'아이 캔 스피크'로 이어진 이제훈의 필모그래피에는 본인의 희망과 달리 스포츠 영화도 전문직 영화도 없다. 톱배우는 작품을 고르는 위치에 있지만, 때에 맞춰 원하는 작품이 온다는 보장은 없다. 

"젊음의 혈기 왕성한 에너지를 뽐낼 수 있는 액션을 보여드린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특히 복싱 영화는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파이터', '크리드','사우스포' 같은 권투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는 다 찾아봤던 것 같아요. 한국에선 거의 시도가 안 이뤄지는 영화긴 한데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온다면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뜬금없는 바람은 아니었다. 이제훈은 오랫동안 권투를 취미로 즐기고 있다. 입대 전인 2012년에 취미로 배우기 시작해 올해까지 5년째 틈틈이 도장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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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체격에 하얀 피부, 부드러운 미소의 '밀크남' 이미지를 가진 그가 마초 스포츠의 대표 격인 권투를 즐기고 있다는 건 의외일 수밖에 없다. 이제훈은 권투 영화를 하게 된다면 체중 감량과 증량도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만큼 열의를 보였다.

또 한가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의 세계를 그린 영화에도 관심이 있다고 했다. 이제훈은 "드라마 쪽에는 전문직 세계를 다룬 작품이 많았잖아요. 영화 쪽에선 많이 못 본 것 같고, 저도 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소득이 높아서 세금을 많이 내는 변호사, 의사 이런 직업군을 맡으면 되게 재밌을 것 같아요."라고 웃어 보였다.

생각해보면 그는 돈을 벌지 못하는 학생(파수꾼, 건축학 개론, 파파로티)이거나 박봉의 군인이나 공무원(고지전, 아이 캔 스피크), 아니면 무직의 열혈 청년(박열)을 연기해왔다.

"아직 안해본 역할이 많아요. 제 안에 끄집어낼 게 많은데 좋은 작품을 통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제훈은 올해 데뷔 10년 차다. 잘 다니던 공대를 때려치우고 25살의 나이에 연기 전공(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으로 대학을 다시 들어가며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대학로에서 공연 포스터를 붙이며 가난한 배우 생활을 할 때 그는 번듯한 직장 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보며 패배감과 열등감에 시달렸다고 고백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27살의 나이에 독립영화 '파수꾼'(2010)을 만났다. 그의 인생을 바꿔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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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감독 윤성현)이 있어, 지금의 제가 있었어요. 그 작품이 개봉한 후 아무도 몰랐던 저를 찾아준 감독님이 많아졌거든요. 윤성현 감독님이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분의 작품에는 어떤 식으로든 함께 하고 싶은데 아직은 결정된 건 없습니다."

이제훈의 말대로 '파수꾼'이 있어 '고지전'이 있었고, '고지전'이 있어 '건축학 개론'이 있었다. 필모그래피의 꼬리물기를 통해 이제훈은 34살의 나이에 보통의 배우가 평생 한 편도 갖기 어려운 '자랑스러운 대표작'을 여러 편 만들어냈다. 본인의 역량을 우수한 작품에서 발휘할 수 있었던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행운아이기도 하다.  

"맞아요. 그런 좋은 작품을 해왔던 경험들이 다음 선택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돼요. 도전도 되고요. 관객들에게 어떻게 남겨지느냐를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 작품 좋았지', '다시 꺼내봐도 좋은 작품이었어'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전작의 경험이 후속작을 선택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이제훈은 '아이 캔 스피크'를 선택하는 데 있어 전작인 '박열'이 큰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을 통해 일제강점기 또 다른 화두를 던진 이제훈은 신작 '아이 캔 스피크'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한일 위안부 문제를 관객들과 함께 나눈다. 그는 이 작품을 이야기하며 '배우의 사명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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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관객에게 웃음과 행복을 만끽하게 해주고픈 욕심이 있어요. 더불어 이야기를 통해 폭넓은 계층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 영화에 대해서도 고려해요. 물론 '아이 캔 스피크'를 선택할 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어요. 우리의 아픈 역사로 고통을 받으신 분들이 계시고, 그분들은 아직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하셨잖아요. 영화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감히'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이제훈은 반듯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배반하는 작품도 도전해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을 "어떤 사람인지 규정할 수 없다"면서 "반듯한 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있고, 조용할 때도 있고 활기 넘칠 때도 있다. 그런 복합적인 면들이 영화 속 캐릭터로 드러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들이 생각하는 제 이미지에 반하는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한 이미지로 연기하는 건 재미없거든요. 도전해볼 수 있는 작품,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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