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신세계'는 박훈정 감독에게 따라다니는 훈장이자 족쇄다. 영화 '혈투'(2011)로 데뷔했지만, 대부분 관객에게 박훈정 감독의 시작은 '신세계'로 기억된다.
2013년 개봉해 전국 468만 관객을 동원하며 남자영화 열풍을 일으킨 '신세계'는 '무간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3부작으로 구성됐다고 알려져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훈정 감독은 관객의 바람과 달리 차기작으로 '대호'(2015)를 내놓았다. 한국영화 CG 기술의 절대치를 끌어올린 도전이었지만, 만족할만한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때 관객들은 다시 '신세계'를 외쳤다. 그러나 박훈정 감독은 또 새로운 이야기에 눈길을 돌렸다.
이번에 그가 준비한 영화는 'V.I.P'다. 'V.I.P'는 북한에서 온 VIP(이종석)가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대한민국 특별수사팀 채이도(김명민), 북한 비밀공작원 리대범(박희순),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이 VIP를 쫓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근 엇비슷한 배우 조합의 멀티캐스팅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명민, 장동건, 이종석, 박희순은 호기심을 부르는 조합이다. 게다가 한국은 물론 태국, 홍콩 등 해외에서도 촬영해 볼거리 풍성한 첩보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17년부터 줄 이을 남북한 첩포물의 포문을 여는 작품이기도 하다. 올 초 흥행에 성공한 '공조'가 남북 소재를 다뤘지만 첩포물 보다는 코믹 액션 영화의 성격이 짙었다. 'V.I.P'는 '강철비', '413', '공작' 보다 앞서 개봉하는 만큼 신선도와 주목도가 높다.
이 영화가 성공한다면 박훈정의 부활이기도 하지만 장동건의 재기가 될 것이다. 장동건은 '우는 남자', '위험한 관계', '마이 웨이', '워리어스 웨이' 등 최근 다섯 작품 모두 흥행에 실패하며 관객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황. V.I.P를 통해 자존심을 회복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종석에게도 영화배우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안방극장에선 여성 시청자들의 리모콘 지배자로 군림했지만 '알투비:리턴투베이스', '노브레싱', '피끓는 청춘' 등 영화로는 확실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절대악으로 분해 종전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V.I.P'는 지난 3월 버라이어티를 통해 공개된 스틸 한 장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별수사팀 경찰 채이도를 연기한 김명민과 국정원 요원 박재혁을 연기한 장동건이 담배를 피우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 영화가 보여줄 긴장한 넘치는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V.I.P'는 워너브라더스코리아의 세 번째 한국영화 투자배급작이다. 첫 영화 '밀정'으로 700만 관객몰이를 하며 한국영화 시장에 안착했지만, 두 번째 영화 '싱글라이더'가 34만 관객 동원에 그쳤다. 가능성 높은 신인 감독을 지원하며 30억 미만의 저예산 영화를 만들었지만, 의미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V.I.P'는 워너에게 문자 그대로 '중요한 손님'(Very Important Person)인 동시에 '중요한 프로젝트'(Very Important Project)다.
워너는 아직 'V.I.P' 개봉일을 고지하지 않았다. 당초 6월 개봉이 점쳐졌지만 본사 영화인 '원더우먼'과 경쟁작 '미이라',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 역시 6월 개봉 예정이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6월에 개봉할 경우 '미이라', '트랜스포머'는 물론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올여름 영화 시장은 예년보다 이른 6월부터 박 터지는 전쟁이 펼쳐진다.
'신세계' 시리즈의 판권은 투자배급사 NEW에 있고, 박훈정 감독은 NEW와의 연출 계약이 한편 남아있다. 그러나 차기작도 워너와 함께 하는 여성 원톱 액션 영화 '마녀'로 결정했다.
어쨌든, 지금은 'V.I.P'를 기다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