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변요한

[인터뷰] 변요한 “연기 위해서 건설현장서 일한 적 있다”

강경윤 기자 작성 2015.01.19 10:46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SBS fune l 강경윤 기자] 2011년 단편영화 '토요근무'는 변요한이 출연한 첫 영화다. 그 영화에서 변요한은 마치 도연이란 인물이 세상 어딘가에 실존하는 것처럼 영화 속에서 숨 쉬었다. 4년이란 시간이 흘러 '토요근무' 속 도연이 변요한이란 걸 알았을 때 뒤늦게 알아본 것에 대한 놀라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그간 변요한이 스크린에서 이렇게 다양한 변화를 보여줬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이 더 컸다.

tvN '미생'을 마친 변요한의 얼굴에선 더 많은 얼굴들이 스쳤다. 수줍음 타는 소년, 에너지 넘치는 청년, 어둠이 드리운 남자 등. 변요한은 배우가 돋보이기 보다는 그 인물이 먼저 보이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한석률의 '웃음기'를 빼고 변요한의 '진지함'을 다시 채운 변요한을 만나봤다.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Q. 첫 작품인 '토요근무'에선 아역배우와 함께 했네요. 연락은 종종해요?

“아뇨. 카메라 연기가 처음이어서 정신이 없었어요. 게다가 상대가 어린애다 보니까 제 연기하기도 바빴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못 친해졌어요. 아쉽네요.”

Q. 처음, 굉장히 소중한 기억일텐데. 어떤 기억이 있어요?

“촬영할 때 비가 많이 왔어요. 우중충한 느낌이었던 게 기억이 나요. 그 때 저도 처음이어서 혼란스러워서 그런지 제 기분도 그랬어요. 첫 장면부터 끝날 때까지 비를 정말 많이 봤던 거 같아요.”

Q. 한석률과 헤어진 지 얼마 안돼서 밝은 기운이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빠져나왔나봐요. 진중한 모습으로 돌아왔네요.

“진중한 면이 많긴 한데, 처음 만나면 낯을 많이 가려서 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어요. 한석률은 제가 굉장히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보다 조금 더 나간, 그 정도의 상태예요.”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Q. 인터뷰 정말 많이 했죠? 무슨 질문 많이 받았어요?

“어떻게 캐스팅 됐냐, 변요한 씨와 한석률의 닮은 점과 다른 점, 파트너 중 누구와 가장 친했나. 드라마 인기 실감하냐, 이런 질문이요.”

Q. 그럼 이 질문들은 빼고 묻죠.

“네(웃음).”

Q. 얼마 전에 포상휴가 다녀왔죠. 세부로. 정말 좋았겠어요.

“잘 쉬고, 잘 먹었어요. 현장에서 두꺼운 패딩 입고 일만하던 스태프들이 그렇게 한껏 멋 부리고 막 편하고 재밌게 웃고 즐기는 모습만 봐도 힐링이 됐던 거 같아요.”

Q. 현장은 힘들었어요?

“현장이 많이 힘들진 않았는데 아메리카노가 왜 이렇게 먹기 힘들었는지 모르겠어요”

Q. 3박 5일이면 정말 꿈같았겠는데요.

“네. 거의 안 잤어요. 밤에는 술 마시고 낮에는 관광하고. 배우들끼리도 한잔하고 스태프들끼리도 커피 마시며 얘기하고요.”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Q. 세부의 밤은 어떻던가요?

“너무 아름다웠죠. 거의 리조트 안에만 있었어요. 비가 많이 와서. 그래도 배고프면 음식 시켜먹고 테라스에서 커피 마시고.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여유였죠.”

Q. 술 보다 커피를 더 좋아하는 스타일인가봐요.

“커피 좋아해요. 굳이 따지자면 커피숍에 있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20대 중반까지는 커피를 잘 못 마셨는데, 스물여덟살 때 제 인생에서 힘든 시기가 왔을 때 커피를 마시니까 좋더라고요.”

Q. 어떤 커피요?

“다 먹어봤는데 에스프레스도 좋아했고. 요즘은 헤이즐넛 마셔요.”

Q. 팬들과 소통을 잘 하는 편이에요?

“드라마 할 때는 연기하는 게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미생'을 찍다가 인스타그램이란 SNS를 알게 돼 한창 재미가 붙었는데요. 요즘은 작품을 안하니까 딱히 올릴 것도 없고, 썼다가 머쓱해서 지우고.(웃음) 요즘엔 그 어플은 사진찍는 용으로 써요.”

Q. 연기 얘기를 좀 해볼까요. '미생'을 보면서 처음엔 '변요한이 누구야?'란 반응이 있었는데 중간쯤엔 '어쩐지 쟤 연기 좀 했다더라'는 반응이 나오고 마지막엔 '왜 이제야 나온거지?'하는 의아함까지 들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Q. '미생' 초반에 '나 변요한이야. 나 독립영화계에서 날고기고 했다고'라고 보여주려는 마음 솔직히 없었어요?

“단언컨대 단 1%도 없었어요.”

Q. 1%도?

“왜냐면 제가 그런 걸로 시행착오를 했던 적이 있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드라마였어요. 그리고 거기서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끝날 때까지 변요한 보다는 한석률이었는데, 덤으로 저까지 사랑받게 돼 감사하죠.”

Q.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던 거죠?

“20대 가장 치열했던 시기에 '내가 이런 사람이야'를 보여주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스스로는 별볼일 없었는데. 연기에 대한 욕심은 크고 서툴러서 그랬던 거 같아요. '토요근무' 이후 서른 편이 넘게 단편을 찍었는데, 제가 제 연기를 찬찬히 보다 보니까 '아차' 싶었어요.”

Q. 역할 자체보다는 변요한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실수요?

“그렇죠. 저 혼자 느꼈을 거예요. 다른 분들은 눈치 못채셨을 수도 있는데 전 확실히 '나 이런 자세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막연하게 무서워지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연출하신 감독님에게 전화해서 사과했어요.”

Q. 뭐라고 사과했어요?

“그냥 전화해서 다짜고짜 '미안해요. 감독님. 고생하셨어요. 사랑합니다.' 이러곤 그냥 끊었어요.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 시기잖아요. 그 때 자세의 중요성을 처음 알았어요.”

Q. 실수를 실수로 인정하는 것 자체가 큰 용기가 필요할 텐데요.

“제가 나온 영화들을 보면서 처음엔 부정도 했어요. 그러다가 계속 보다 보니까 현장에서의 제 마음가짐을 돌이켜보게 되더라고요. 많은 영화가 나왔고 거기서 축배로만 끝났다면 전 '미생' 못 만났을 거예요. 제가 먼저 자존심을 내려놨고 운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그 때 '미생'을 만났어요.”

Q. '미생' 한석률의 연기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거군요. 그래서 다른 배우들에게 칭찬도 많이 받았던 듯 하네요.

“그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주위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선 스스로 행복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행복하게 되면 주위에서도 제 연기에 행복해주시니까 감사하죠.”

Q. 돌이켜 보면 과거에 이러이러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30대가 됐기 때문인가요?

“20대 땐 진짜 그랬던 것 같아요. 연기에 미쳐보고 싶고 연기만 따라다녔어요. 그랬더니 변요한은 성장하지 않더라고요.”

Q. 어떤 노력까지 해봤어요?

“닥치는대로 웬만한 아르바이트는 다 해봤어요. 매일 새벽 일어나서 용업업체에서 하는 일용직으로 건설현장엣도 일해봤어요.”

Q. 일용직 건설현장이요?

“꼭 돈 때문에 한 건 아니었는데요. 동네친구들이랑 새벽 5시 30분까지 용역시장에 출근해 도로 까는 일도 해보고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도 일했어요.”

Q. 건설현장에선 뭘 배웠어요?

“나름대로 요령도 배우고 함께 일하는 아저씨들하고 인생 얘기도 많이 했어요. 주로 행복하지 않다는 얘기를 주로 들었던 것 같아요. 과거를 그리워하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그 때 느낀 건 뭘 하든 후회없이 내가 행복한 일을 해보자였어요.”

Q.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됐어요?

“그런 것 같아요.”

Q. 변요한이 생각하는 좋은 연기는 뭐예요?

“좋은 배우는 기운을 바꾸는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요. 차가운 사람이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차갑게 보이고, 따뜻한 역할이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따뜻하게 보일 수 있는 거요. 그런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연예뉴스

Q. 여전히 고민 중이군요?

“많이 얘기도 해보고 노력을 해봐야 조금씩 아는 것 같아요. 지금은 조금 알겠는데 밑천 드러나면 다시 갈고 닦으려고요.”

Q. 스스로 독기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나요?

얼마 안 살았지만 독기에 대해서 제가 내린 정의는 '맺고 끊음'이에요. 끝가지 매달리는 것만이 독기가 아니더라고요. 못하면 포기하는 것도 용기예요. 또 포기하는 순간 다시 맺을 수 있는 게 생기고요. 참는 것도 독기라고 생각해요.

Q. 참는 것?

정말 사소한 건데요. 시간이 겹치면 약속 두 개를 안 잡아요. 한 사람에겐 못 만난다고 얘기하고 희망고문 하지 않아요. 좀 사소하죠?(웃음) 그래도 이런 사소한 자세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네이버 공유하기
  • 네이버밴드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광고영역
광고영역
광고영역
&plink=SBSNEWSAMP&cooper=GOOGLE&RANDOM">